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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노트5

문화노트/2020년

영화

남산의 본부장들, 2월 8일

'임자 곁에는 내가 있잖아, 임자가 하고 싶은 대로 해'

실화를 바탕으로 멋지게 잘 엮은 영화였다. 이병헌과 곽도원의 연기는 정말로 눈부셨다. 우리가 알고 있듯 마지막에 중앙정보부장은 육군 본부에서 체포된 후 군사재판에 회부되어 처형당한다. 정보부장은 육군본부로 선회하기 전에 차안에서 육군본부냐, 남산이냐를 선택할때, 한쪽 밖에 없는 구두를 보고 자신이 나아갈 길이 없음을 직감했다. 영화의 디테일을 내가 잘 캐치 하지 못했던 것인지, 남산을 가는 것 역시 비슷한 운명이어서 그런 장면이 삽입되었을텐데, 왜 남산으로 향하는 것이 위험한 일인지 맥락이 아직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박대통령은 나라를 자기 나름대로 걱정하는 모습이 있었던 영화 초반부와는 다르게, 자신의 생각과 다르게 움직이는 야당 의원과 국민들을 경호실장으로 부터 보고받는 때 부터 노골적으로 악인의 모습으로 변한다. 이렇게 되면서 후반부의 플롯이 다소 단순해진 것은 내 나름대로 영화보기는 편해지긴 했으나 재밌게 보는 사람들은 조금 아쉽겠다.

상단에 적은 대사는 박대통령이 자신의 장기말을 사용해 이득을 취한후 장기말을 버리는데 사용하는 대사이다. 이 대사를 박 전부장, 김 정보부장, 곽 비서실장에게 사용했다. 측근을 가장 중요한 상황의 정점에서 사용한 후 바로 손발을 묶어버리는 효과가 있으며, 자신의 정권을 주변 상황에 무관하게 연장 시킬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듣는 사람에게 믿음을 심어주는 동시에 책임을 돌리는 아주 효과적인 대사였던 것 같다.

엔딩크레딧에 올라왔던 배우 중 '이성민'이 있었다. 미생 오과장으로 분했던 이성민 배우. 설마 박대통령으로 분한 것이었다니 세상에. 보는 내내 생각도 못했다. 연기도 정말 일품이었다.

마지막 엔딩은 너무도 씁쓸하다. 결국 진정성 있는 뜻인지 알수 없던 김 정보부장의 뜻은 이어지지 못하고, 군사정변때 좀도둑 처럼들어온 전두환 장군에 의해 나라는 다시 또 군부독재의 길을 걷고마는 것이다. 허무하게도 말이다.

첫단추 부터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한다. 해방 이후부터 시작된 지리멸렬한 부정의 역사. 여전히 박대통령은 누군가에겐 역적이고 누군가에겐 신으로 추앙받으며 공과를 두고 갑론을박이 끊이지 않는다.

이게 바로 문제다. 그 과정에서 과오가 공 자체를 부정할 수 있을 정도인데, 이를 두고 공을 인정해야 되네 마네 하는 것이 꽤 화가 난다. 박대통령을 기점으로 과가 있더라도 공을 인정할건 인정해야 한다는 문화가 우리나라에 자리잡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별개로, 격동했던 근현대사를 내가 잘 모르고 있음을 반성한다. 10.26 사태가 발생한 이후 약 50일도 되지 않아 다시 신 군부세력이 정권을 장악한다. 이때 미국은 왜 침묵했는지 의문스럽다. 더 찾아보고 공부해봐야되겠다.

전람회

매그넘 인 파리, 1월 5일, 예술의 전당

파리가 어떤 도시인지 말해주는 내용이 절반쯤, 사진이란게 무엇인지 알려주는 내용이 절반쯤 되는 전시였다. 전시볼륨과 보이스 가이드를 통한 스토리텔링이 많아 전시 볼륨이 크고, 사람이 많아 오랜시간 집중해서 보기엔 쉽지 않은 전시였다.

전시는 2차 세계대전 이전 나치로부터 해방된 프랑스부터 시작해서, IS 테러와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를 겪은 지금에 이르기까지의 다양한 표정의 파리를 보여준다. 너무 미화되지도 않고, 너무 징그럽지도 않게 담담하게 보여준다고 느꼈던 것은 흑백사진의 비중이 높아서라고 스스로 생각해본다.

가장 충격적으로 다가온 사진은, 테러를 추모하는 촛불과 기념물들이 파리 광장 기념동상이었는데, 그 동상에 모인 추모를 의미하는 기념물들도 물론 감동이었지만, 온갖 낙서가 그려진 광장의 동상이 충격이었다. 그 동상 하나가 파리의 모든 것을 표현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건 정말로 도시의 주인이 파리 시민들에게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파리 동상은 무조건적으로 보호되어야 할 공공의 기념물인 것이 아니라, 상처나고 낙서 당하면서 자신만의 역사를 기록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보통의 거짓말, 2월 1일, 서울 석파정 미술관

거짓말이라는 한가지 주제를 가지고 다양한 작가들이 해석을 내놓아 보여주는 전시. 거짓말이 주제였던 만큼 정말 화려하고 다양한 작품들이 전시되어서 놀랍고 즐거웠다. 거짓말이란 이토록 눈이 즐겁고 재미있단 말인가.

그렇게 다양한 주제의 거짓말이 존재하는걸 놓고 생각을 해보면, '진실'이라는 것의 허들은 정말로 높다는 생각을 한다. 밥한번 먹자는 친구들과의 인사도 거짓, 내일은 좀더 재밌게 인생을 살아보자는 다짐도 거짓, 저지른 잘못을 뉘우치는 반성도 일부를 트집잡아 거짓이라 말한다면, 우리가 생각하는 순수한 '진실'이라는 허들은 얼마나 높으며, 이를 당도하기 위해 사람들이 들이는 노력이 정말로 의미 있는 것인가도 나는 솔직히 의문스럽다. 게다가 우리는 '진실'이라는 명제에다가 '불편한'이라는 형용사를 자신들의 주관으로 붙여가며 있는 그대로 바라볼 노력 조차도 안하잖아 솔직히. 그래서 이 전시는 볼적에는 거짓말 이라는 의식도 없이 즐겁다가도 끝나고 나면 뭔가 이상하고 느글느글 거리는 오묘한 느낌이 있다.

그러나, 거짓말의 본질은 역시 부끄러움이어야 할 것이다. 타이틀 제목에 같이 그려진 사과가 그런 의미일 것이다. 아담과 이브가 에덴동산에서 베어먹었던 그 사과. 전시 초반, 희화적으로 그려진 에덴동산 속 숨어있는 사람들의 표정과 함께, 해설에서는 아담과 이브가 그때 배운 것이 거짓말이냐, 부끄러움이냐를 묻는다.

가장 충격적으로 받아들였던 것은 '12간지'. 29개의 캔버스에 일그러진 동물 캐리커쳐가 그려져있었다. 나는 해설을 안 본 상태에서 '이것은 디즈니 캐릭터를 비꼰 것일것 같다. 디즈니 캐릭터가 만들어낸 동물들의 행복한 모습이 사실은 그러지 아니함을 보여주려는 것이 아닐까' 라고 속으로 생각한 것이었는데, 해설을 보니 이것은 빠른 년생을 비꼰것이라며, 어느 '띠'에도 속하지 못하는 혼종 동물의 모습을 그린것이라고 했다. 아니 세상에 어떻게 이걸 보고 단번에 그런걸 연상할 수가 있어! 거짓말쟁이새끼들!

Getting Things Done;쏟아지는 일 완벽하게 해내는 법, 데이비드 앨런, 김경섭/김선준 역, 2월 5일 완독

머릿속을 비우고 현재 일에 집중하자. 이 책은 한번 읽고 끝내는 것으로 충분치 않으며, 방법론을 실행에 옮기고 복습해봐야 할 것이다.

따라서, 노트 정리를 했다.

문화노트5/GettingThingsDone

멋진 신세계, 올더스 헉슬리, 안정효 역, 2월 14일 완독

너무 충격적이고, 이미 곁에 두고 있는 현실이라 안타깝고도 절망적인 책이다.

문명이 고도화된 미래, 계급화된 인간이 엄마의 뱃속이 아닌 시험관에 의해 복제되어 잉태하고, 포드식 산업화를 숭배하는 세상속에서, 주인공인 마르크스는 조금 열등한 형질로 태어나 군중속에서 잘 어울리지 못하고 외로움을 느낀다. 모임에서 만나 어울리는 여자인 레니나와 함께 야만인들이 사는 통제구역으로 가서 자신이 모르는 전혀 다른 인간의 모습을 살핀다.

거기서 우연히 존을 만나고, 마르크스는 존이 자신의 세계의 통제관과 여자가 만나 잉태된 아이이며, 그 태어난 과정으로 인해 자신역시 야만인 사회에서 외톨이임을 느끼고 서로 흥미를 느낀다. 결국 존과 존의 어머니는 마르크스와 함께 신세계에 온다.

존은 야만세계에서 왔다는 주변의 시선에 혼란스러워 하고, 마르크스는 존이 주목받는 것을 이용해 그동안의 핍박받는 입장에서 뒤집어 사람들로 부터 주목받고 위세를 누린다. 존은 그러나 마르크스와 모임에 같이 나가지 않음을 통해 자신이 이 사회에 동의하지 않는 입장을 분명히 한다.

본래 이 사회의 사람이었던 존의 어머니가 병원에서 세상을 떠나고, 병원을 빠져나오면서 향정신적 진통제라고 볼수 있는 소마를 배급받는 사람들에게 자유를 주겠다며 소마 약통을 엎고 소리를 지르는 등 소란을 피운다.

경찰에게 체포당한 존과 마르크스 일행은 이 자리에서 사회를 떠받치는 계급인 통제관을 만나 이 사회와 자신이 살던 사회에 대해 열띤 토론을 한다. 그런데, 뭔가 마르크스가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필두로 자신의 논리를 전개할 때마다, 통제관이 주장하는 이 사회의 시스템에 의해 논리가 논파되는 것만 같은 모습을 보인다. 토론의 결과, 신세계는 인간의 행복과 쾌락을 위해 과학과 인간 감정의 발현을 극도로 억제하는 방향을 선택했으며, 그것이 인간의 행복에 최선이라는 통제관의 주장과, 인간의 자유를 위해 고통과 역경과 같은 감정, 투쟁의 사회도 존중해야 하는 존의 주장은 끝내 섞일 수 없었다.

존은 끝내 신세계의 다른 외딴 곳으로 도망가 스스로 지속 가능한 삶을 찾고자 노력한다. 자신을 계속 고통속에 몰아넣으며 진리를 찾고자 노력하고, 사냥을 하여 스스로를 유지한다. 이 모습이 신세계의 사람들에게 노출되어 주목받으며, 사람들이 스스로를 채찍질 하는 존의 모습에 감화받는것인지 알수 없는 듯한 모습을 끝으로 책은 끝난다.

라고 썼는데, 마지막에 존이 자살을 한것이라고 하더라. 나는 마치 낯선 세계의 신이 되기 위해 마치 예수가 못을 박는 것처럼 읽었는데, 그것과는 다른 결말인가 보다. 뭐지 이건.

처음에는 이렇게 설계된 멋진 신세계가 좋다/싫다 라는 생각으로 읽어내려갔다. 그런데, 존과 통제관의 대담을 읽고,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세계를 같이 살펴보면, 좋다/싫다 같은 논쟁은 사실 의미가 없고, 우리는 이미 작가가 생각하고 있는 신세계로 뚜벅뚜벅 걸어나가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우리는 소소한 행복을 추구한다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넷플릭스와 유튜브가 주는 감각에 쉽게 위로 된다. 인스타그램에서 쏟아지는 멋진 몸매와 맛있는 음식 사진에만 매료되고, 아무 사람과 만나 연애하고 있다. 이미 그렇게 하고 있다. 직업을 통한 자아실현과 성취는, 사회적으로 높은 계층의 사람들에게만 허락된 특권처럼 보여지고, 우리는 그들의 모습을 유튜브나 소셜미디어 등으로 보면서 그들처럼 될 수 있다고 하며 지금 겪고 있는 직업과 생활의 고통을 기꺼이, 또는 기꺼이가 아니더라도 감내하고 있다. 정말로 문명화가 진행되면서 그러고 있다.

지금도 그렇지만 읽는 동안스스로 이런 사회를 부정했다. 인간이 가장 추구해야 하는 것이 자유라고 생각했기 때문인데, 지금 바이러스 사태가 펼쳐지면서 관련 국가들의 한국을 대하는 태도와, 우리나라 사람들의 바이러스에 대한 행동들을 보고 있노라면, 자유와 자유가 충돌해서 다른 사람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는 상황에서, 인간이 과연 이러한 자유를 추구할 자격이나 있는 것일까? 하는 의문마저도 든다.

이런 사회가 좋다 나쁘다 하는 것은 정말로 의미가 없으며, 우리가 진정 행복만을 추구하며 나아간다면, 우리는 우리가 팔다리로써 사용하던 자유를 쳐내고, 몸뚱이만 앉아있는 채 무한히 공급되는 젖병만을 물고 앞에 있는 모니터만 계속 쳐다보는 미래가 펼쳐지는게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아니다, 우리 가까운 곳에 실제로 이런 비슷한 세계가 있다. 국민을 세뇌하고 계급으로 나누며, 사회에 흐르는 정보를 통제하는 그런 나라가. 정말로 있다. 그리고 그 나라가 힘이 정말로 강해서 다른 나라가 세워온 질서를 무너뜨리려고 하고 있다. 정말로.

이기적 유전자, 리처드 도킨스, 홍영남 / 이상임 역, 5월 5일 완독

종교계에서 이 책이 갖고 있는 담론을 부정하는 이야기들이 있었기에, 단순히 인간의 기원에 대해서 다루는 책으로만 생각하고 책장을 펼쳤고, 실제로 유전자를 규정하고, 어떻게 유전자가 자신들을 복제해왔는지 원리를 설명하는 부분은 그렇게 느껴지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 책이 가지고 있는 담론은 그것을 훨씬 뛰어넘는 것이었으며, 책은 단순히 그러한 해석을 단순히 과학적 연구결과로서 남기되 다른 해석의 여지를 남기지 않고 독자에게 넘긴다.

호혜적 이타주의, 인간의 기억력과 추리력 발달은 사기꾼을 걸러내기 위해 진화한 것일지도 모른다.(10장)

'밈'이라는 어원이 이 책으로 부터 왔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았다! 부끄럽다!

와… 착하고, 관대하게 사는 것이 왜 좋은지를 이렇게 수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니 놀랍다. 반복적 죄수의 딜레마. (12장).

우리 몸을 구성하는 정교한 신체 기관들과 화학 작용, 그리고 오늘날을 살아가는 동식물과 이들이 만들어낸 생태계 시스템은 유전자가 선택하여 이루어낸 결과이며, 그 선택은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게 가장 효율적이고 생존 가능 (; 자신과 같은 형태의 유전자를 많이 복사해낼 수 있는)한 방법으로 진화해 왔다는 것을 이해했다. 이런 유전적인 선택방법은, 개체의 진화, 가족의 진화 뿐만 아니라 '종'의 진화에도 영향을 끼쳐왔다는 것을 잘 이해했다.

이 내용이 10장까지 이어진 내용이었는데, 여기까지만 읽었을때 머릿속에서 들었던 생각은 '결국 인간이 스스로 만들어낸 도덕률 같은 것의 의미는 인간생활 안에서만 한정적이며 모든 것은 유전자가 내리는 명령과 선택에 따라 내 생존률도 결정되겠구나' 였다.

그러나, 이런 유전적 알고리즘을 통해 우리가 왜 선을 추구해야 하는지 '12장 -반복적 죄수의 딜레마' 를 통해 보여주면서 나는 작은 충격에 빠졌다. 인간은 과거 자신에게 베푼 은혜와 원수를 기억할 줄 아는 똑똑한 사람이기 때문에, 자신이 타인으로 부터 혜택을 얻는 만큼 타인에게도 베풀줄 알아야, 그것이 단순히 집단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아닌, 자신의 이익으로도 돌아올수 있음을 과학적으로 증명한 것처럼 느꼈기 때문이다. 우리가 단순히 도덕책이나 부모님 말씀을 통해 듣는 '착한일 해야 나중에 너한테 돌아온단다'를 막연함이 아니라, 수학적이고 논리적인 인과관계로 알려준 것만 같아서 이전의 감상을 뒤집는 묘한 쾌감을 느끼고, 이상하게도 기분이 더 좋아졌다.

이 책을 너무 늦게 읽었다. 더 빨리 읽었더라면 정말로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더 달라졌을텐데. 독서를 습관화 하지 않은 죄가 이토록 무거울 줄이야.

별개로 번역이 너무 어렵게 되어서 어떤 문장은 한번에 어려운 단어가 쓰인게 아닌데도 한번에 읽기가 쉽지 않았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장영재 역, 5월 15일 완독

단편 소설집이며, 다음과 같이 구성되어 있다.

  •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 인간계로 떨어져 홀로 남겨진 천사 미카엘과 그를 구한 시몬 부부가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이야기. 미카엘은 질문의 답을 찾고 하나님의 숙제를 해결하여 하늘로 다시 올라간다. 모든 사람은 걱정이 아니라 사랑으로 살아간다. 사람들이 앞날을 예견하는 능력을 갖지 않았으므로 사람들은 누구나 앞날을 걱정하기에 바쁘나, 그 걱정을 떨쳐내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은 사랑이다.
  • 사람에게는 얼마나 많은 땅이 필요한가 : 정답 3아르신. 욕심으로 모든 것을 망친 농부 파홈. 공동체 의식을 잃어버린 농부의 말로가 아주 비참하게 묘사되었다. 더하여, 이거 읽고 뒤늦게, 이말년의 '잠은행'이 생각났다.
  • 사랑이 있는 곳에 신도 계시다 :
  • 에밀리안과 빈 북 : 예쁜 부인을 얻은 에밀리안이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집중하고, 그러한 사람들과 같이 연대하여 힘이 생길때, 절대권력을 압도하고 공동체의 행복과 자신의 행복을 지킬수 있다 라는 가르침을 준 이야기.
  • 아시리아 왕 아사르하돈 : 자신이 타인에게 함부로 행한 일이 자신에게 결국 돌아오게 되므로, 생명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 달걀만 한 씨앗 : 현재시대의 사람들이 잘 모르는 씨앗을 왕이 옛 선인에게 물어 정체를 밝히는 이야기이다. 묘하게 거슬러 올라간 조상의 모습이 더 아름답고, 그 조상은 단번에 씨앗을 알아보고 현재 시대 사람들에게 가르침을 전하며 끝난다. 남의 것을 탐하지 않는 옛 선인들을 현대의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함을 꼬집는 이야기.
  • 어른보다 슬기로운 소녀들 : 잠깐의 오해로 두 소녀가 싸울 수는 있어도, 금세 다시 잊고 친하게 지낼 수 있다는 점에서, 소녀들이 어른보다 더 슬기로운 이들이라는 이야기를 담은 짧은 글이다. 어른이라는 존재가 침소봉대하여 큰 싸움으로 몰고가는 일은 인간 사회의 전쟁, 정쟁의 대부분에서 발견할 수있다 다툼을 해소할 생각이 아니라, 이기려는 생각에서 싸움이 끝나지 않는 다는 것을 말해주는 글이라는 생각을 했다.

이야기를 읽으면 얼핏 종교에 의지하여 글을 풀어나가는 것 처럼 느껴지지만, 곱씹어서 읽어보면 기독교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관을 이용해 지금의 인간이 잘 하지 못하는 일, 하지만 인간이 꼭 해나가야 할 일을 가르치고 있다는 점에서 내가 오해하고 있던 종교, 특히 기독교에 대한 오해를 어느정도 무너뜨릴 수 있었다. 기독교의 본질은 결국 인간과 생명에 대한 사랑이고, 미래를 함부로 예측하지 않되 지금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며 살아내는 것일 터이다. 톨스토이라는 작가가 귀족 출신임에도 이웃을 사랑하고 공동체 의식을 강조하는 글을 썼다는 것이 새삼 존경스럽게 느껴진다. 개인주의적 가치가 오늘날의 사람들에게 퍼지고, 물론 나도 그러한 가치관에 크게 공감하지만, 개인의 가치를 존중하면서 공동체가 따뜻하게 살아가는 방법을 고민하는게 오늘날 이시대의 사람들에게 필요하다는 것이 이 글을 읽으면서 크게 느껴졌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김영하, 5월 22일 완독

역시 단편소설집이며, 다음과 같이 구성되어있다.

  • 로봇 : 지하철에서 우연히 눈을 마주친 남자와 여행사에 근무하는 여자가 눈을 맞다가 남자 홀로 로봇 3원칙을 내세우며 홀연히 떠난 이야기. 여자는 허무 맹랑한 이야기라고 생각하면서도 남자에 이끌려 사랑에 빠졌다가, 남자가 떠나고는 로봇 3원칙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 본다.
  • 여행 : 오랫동안 멀어져 헤어지게된 옛 연인과 결혼소식으로 우연히 연락하게 되어 여행약속을 잡는다. 약속은 기약 없는듯 했지만, 남자가 여자 집앞으로 찾아가 거의 반 강제적으로 강원도로 여행을 출발한다. 하지만 남자는 괴한을 만나 부상을 당해 병원에 실려가고, 여자는 큰 충격과 혼란에 빠진채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온다.
  • 악어 : 주인공은 우연히 목소리 라는 재능을 부여받아 출세했 지만, 스스로의 노력으로 쟁취한 것이 아닌 우연한 성공이라는 생각으로 자신의 성공에 의구심을 가진다. 어느날, 악어가 나오는 꿈을 꾸고 목소리를 낼수 없게 되었고, 홀연히 사라져 버렸다.
    • 밀회 : 독일에서 정체가 불분명한 한 여자와 친밀감을 느끼지 못하는 남편과 사는 여자가 만난다. 사실 제일 이해하기 어려운 소설이라 다시 읽어야 하는 소설.
  • 명예살인 : 피부가 좋아 피부과 카운터를 보고 있던 직원이 피부트러블이 발생해 결국 자리를 지킬수 없어 결국 자살해버렸다는 슬프고 짧은 글.
  • 마코토 : 국어국문과 일본인 유학생 마코토를 보고 짝사랑에 빠진 여자는 모든 세상을 질투어린 시선으로 바라본다. 그러나 오랜시간이 흘러 일본에서 다시 마코토를 만나 솔직하지 못한 자신, 그리고 그때 연정을 품었던 자신을 고백하고는 키스로 보답받는다.
  • 아이스크림 : 다 쓰러져가는 아파트에 안빈낙도 하는 두 부부는 자주먹던 '엑셀런트'가 맛이 변했음을 느끼고 소비자보호센터에 신고한다. 권위적인 외모에 친절함을 갖춘 이질적인 직원 한분이 찾아와 엑셀런트를 맛보고 이상을 체크해보지만 이상이 있는듯 없는듯 뭔가 미묘하다. 더 비싼 과자를 보상으로 전하고 직원은 떠나고, 둘은 기분이 좋아져 저녁으로 치맥을 마시러 나간다.
  • 조 :
  • 바다이야기1/2 :
  • 퀴즈쇼1) : 그남자의 소양강댐. 모든마음을 열고 다 내어줄듯 마음을 나누다가도, 일이 지나가고 나니 밀어내는 그 여자의 마음은 도대체 무엇일까.
  • 오늘의 커피 : 광화문 스타벅스에서 오늘의 커피를 시킨 남자와 라떼를 시킨 남자는 우연히 만났으되 구면이다. 둘은 그 전에도 우연히 만나 싸운일이 있었고, 이때 오늘의 커피남은 코뼈가 부러졌다. 복수의 기회를 달라는 오늘의 커피의 요청을 라떼남은 받아들이고, 가게앞 길거리에서 오늘의 커피남으로 부터 죽빵을 맞는다. 오늘의 커피남은 작별을 고한다. 엔딩으로 크게 웃었던 짧은글.
  • 약속 : 버스터미널에서 한 여자가 남자에게 3만원을 빌리려 한다. 남자는 거짓말이라 믿을 수 없다며 여자의 몽타주를 사진으로 취득하고 3만원을 내준다. 남자는 빌려준 다음 이혼으로 인해 전해야 하는 이달의 양육비를 생각했다. 이후, 예수쟁이가 전도를 목적으로 다가왔으나 신경질적으로 내쳤다.

소설집의 제목이 '무슨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라는 게 수록된 소설과 너무 잘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마치 한 세계에서 일어난 여러가지의 사건과 사고를 한 데 묶은듯한 느낌을 받았다.

가끔 김영하 작가의 단편들을 읽노라면, 일어난 일의 인과관계를 모두 파헤치고 의미를 부여하려는 인간을 마치 비웃듯,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우연과 사고인 경우가 많으며, 그 사건사고의 충격으로 벗어나 인간은 어떤 마음가지를 가져야 할지 생각해 봐야 한다는 듯한 메시지를 가진 것만 같다. 그래서, 김영하 작가의 책은 인물의 성격이나 줄거리의 의미가 제대로 읽히지 않을때는, 그냥 의미가 너무 뚜렷하지 않은 채로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가며 읽어내려가도, 그것 자체로도 너무 재밌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남녀가 너무 쉽게 쉽게 섹스한다. 나도 하고싶다.

보건교사 안은영, 정세랑, 6월 5일 완독

장르가 놀랍게도 우리나라식 오컬트에 기반한 슈퍼내추럴 소설. 귀신, 옴, 부적 등의 요소를 현대의 이야기에 맞물려 그린다. 읽는 동안 너무도 흥미롭고 재밌게 읽었다. 각 에피소드마다 기승전결이 있어서 옴니버스 식으로 읽었다.

이 시대에 우리가 생각한 정의와 합리대로 흘러가지 않고 부정과 부도덕으로 흘러가는 이유가 혹시 악귀나 옴과 같은 것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상상력이 너무 즐거웠다. 나도 솔직히 요즘 흘러가는 세상이 올바르게 흘러가지 않는다고 느끼기 때문에, 그런게 혹시 귀신이나 부적을 하지 않았다거나, 과거의 원혼이 성불하지 못해서 그런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하게 된다.

주인공 처럼 타인으로 부터 고립된 상황에서도 자신이 생각한 세계관과 가치관이 무너지지 않도록 오색 문양의 칼을 가지고 다녀야만 한다. 정말 그래야 할 것 같다.

반딧불이, 무라카미 하루키, 권남희 역, 7월 5일 완독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소설을 묶은 책. 전반적으로 완성도 높고 치밀한 소설이기 보다는 장편소설을 집필하고 남은 시간에 본인의 필력을 연습하기 위해 쓴 글들을 정리해서 엮어낸 책 처럼 느껴졌다.

  • 반딧불이 : 노르웨이의 숲의 전반부 전개와 완전히 같다. 작가가 책 후반부에서 이르길, 실제로 이 소설을 길게 늘이고 정리한 것이 노르웨이의 숲이라고 한다. 작가가 노르웨이의 숲에서 보여주려고 했던 느낌, 그러니까 알고지내던 여자와 멀어져버리고, 더이상 마음의 공통점을 공유할 수 없는 헛헛한 마음이 이 책에 거의 드러나 있다. 유일한 차이는 노르웨이의 숲 후반부에 서술된 섹스신의 유무.
  • 헛간을 태우다 : 주인공이 습관적으로 하는 대마초 흡연에 비하면, 누군가의 인지하지 못할정도로 작은 헛간을 태우는 일은 확실히 당하는 입장에서는 사소하고, 저지르는 입장에서는 화려하고 즐거운 일탈일 것이다. 상대가 이러한 일탈을 즐긴다는 사실을 안 주인공은 처음에는 범죄라며 부정적인 태도를 갖고 있지만, 헛간을 태울것이라고 예고한 상대의 이야기를 듣고, 언제 이런일이 벌어질 것인가 은근히 기대하고 있는데다가, 헛간이 태워질걸로 예상하는 후보군까지 추려두었다. 그러나 그런 일탈은 자신의 앞에서 일어나지는 않았으나, 상대는 분명히 자신은 헛간을 태웠다고 말하고, 자신의 생활 반경에서 사라져버리고 만다. 결국 그런 일탈을 내가 하고싶어지지는 않을까. 작가는 뒷일을 서술하지 않았으되, 주인공이 자신이 물색한 다섯개의 후보 헛간들을 계속 유심히 관찰하고 있으니, 아마 자신이 그 헛간을 태워버리지 않을까. 책 말미엔 내가 답답해서 괜히 태우고 싶은 심정이었다.
  • 장님 버드나무와 잠자는 여자 : 원인이 불분명하게 간헐적으로 청력이 좋지 않은 사촌동생과 주인공의 이야기. 이건 추후 다시 읽어보는 게 필요하다.
  • 춤추는 난쟁이 : 분해조립식 양산형 코끼리와, 저주를 심어놓은 난쟁이. 주인공은 새로운 난쟁이가 되고 말았다. 여자에게 말을 붙이고 가까워지고 싶었으나, 그 소원을 위해 난쟁이와 거래를한 댓가로 이미, 그 여자와는 더이상 가까워질 수 없게 되고 만 것이다.
  • 세 가지의 독일 환상 : 정말 솔직히 뭘 말하고 싶은 것인지 잘 모르겠다. 개방적인(선섹스 후교제 로 알려져있는) 독일의 성문화를 박물관에 엮어서 묘사했고, 거대한 요새, 공중정원… 내가 근대 독일에 대해서 아는바는 히틀러의 만행으로 대표되는 1차 세계대전때에 있었던 일 뿐이라, 내용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 비 오는 날의 여자 :

부자아빠 가난한아빠, 로버트 기요사키, 안진환 역, 8월 9일 완독

금융지식을 키워라, 돈을 위해 일하지 말고 돈이 나를 위해 일하도록 해라. 집을 자산으로 착각하지 마라.

다 좋긴 한데…

읽는 내내, 금융 세계를 승자 / 패자 이분법식으로 나누는 서술 방법, 금융 두뇌를 키워야 한다는 조언이 계속 반복되기는 하지만, 구체적인 금융의 흐름, 세법 등을 알려주지는 않아 제대로 설득되지 않는데다가, 안정 추구를 죄악시 하는 듯 한 서술에 거부감이 강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현재까지 금전에 대해 무지했으며, 금융과 재테크에 대해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 만큼은 책을 읽고 크게 느꼈다는 점에서 화자가 의도한 바는 달성한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밀도가 높은 책은 아니었다.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단편 수상작 모음집, 8월 6일 완독

롸이 롸이, 엄성용

미세먼지가 국가적 재난 수준이 되어 바깥으로 나갈 때에는 반드시 마스크를 써야만 하는 시대, 담배도 불법이 되어 쉽게 구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주인공 성식은 대학에서 담배를 쉽게 구할 수 있는 연지에게 접근하여 몰래몰래 담배를 핀다. 연지와 성식은 오컬트 동아리에 소속되어 활동하고, 이 동아리의 소속원들은 모두 연지로 부터 담배를 받아 몰래 흡연하는데, 연지의 고향마을은 마스크도 쓰지 않을 만큼 공기가 깨끗하다는 말을 듣고 동아리 소속원들이 솔깃해 한다. 게다가, 고향마을에서 치르는 의식에 참여하는 대신 돈을 준다는 조건으로 동아리 소속원들 6명은 연지의 마을로 떠난다.

마을에 도착하여 맑은 공기에 놀란 일행들은 서둘러 담배필곳을 찾는다. 흡연실은 마을 근처 산 기슭 으슥한 곳에 있고, 마을 사람이 동행해야 하는데, 나올 때 안대를 쓰는 등의 조건도 붙어있다. 미심쩍어하던 일행중 1인은 흡연실에서 흡연을 하면서, 흡연실 바깥을 카메라로 촬영했다. 다시 숙소로 돌아와서 카메라 촬영 결과를 확인하던 일행중 두명은 갑자기 이상한 소리를 내며 각기춤을 추면서 미쳐버렸고, 이때 연지가 나타나 자신이 마을과 한패였으며, 나쁜 공기를 잡아먹는 쿠네쿠네라는 신에게 담배연기를 공급하여 마을을 떠나지 않게 하기 위해 일행들을 이용했음을 고백한다.

아직 정신이 살아있는 선미, 성식, 영수 3인은 탈출 궁리를 하는데, 오컬트 지식을 모아 토론한 결과, 담배연기를 마신 자들만 쿠네쿠네를 보면 미쳐버리며, 마을 사람들은 모두 담배를 피지 않았다는 결론을 내렸고, 숙소에서 탈출하기 위해 주인공 성식은 연지에게 키스로 담배연기를 마시게 하여 마을 탈출계획에 협조하도록 만든다.

마을 사람들에게 포위되어 마을회관 지하에 감금된 일행들은 환기설비에 담배를 피게 하여 쿠네쿠네를 위한 의식을 치르고 있는 마을 사람들이 담배연기를 마시도록 만들고, 마을 사람들은 모두 미쳐버린 가운데 혼란을 틈타 일행들은 타고온 차를 타고 마을을 빠져나간다.

휴먼 콤플렉스 임상사례, 신스틱

' 질투는 나의 힘? '

용옹기이, 희림

집안 대대로 내려온 하나의 책을 버리게 되어 행복해 진 것이, 과거를 집착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는 것을 상징하는 메시지로서 좋은 내용이라는 생각이 드렴ㄴ서도, 너무 데우스 엑스 마키나 같은 해피엔딩이 아닌가 생각한다.

구독하시겠습니까, 반치음

회사생활을 하던 주인공이 어느날 부터, 자신도 모르게 촬영된 영상물로 이루어진 유튜브 채널이 생겼음을 알고 당황한다. 회사사람들은 주인공이 유튜브 미디어를 운영하는 줄 알고 질투, 시기, 업무 집중력 저하 지적 등 오해를 하고 있지만, 주인공의 해명에도 그들의 오해가 해소되지 않고 오히려 더 깊어져만 간다. 몇가지 사실을 되짚어 몰카 촬영을 한 주인공을 찾아보니 자신에게 호의적으로 대했던 적 있던 남직원. 그 남직원은 자신에게 호감을 갖지 않은 주인공에 대해 자기 혼자 깊은 앙심을 품고 있었음을 말하며 주인공을 옥죄어 온다. 결국 극단적인 방법으로 남직원에게 방어적인 행동을 취하지만 소란을 피운 그 단편적인 모습이 사람들에게 다시 보여지며 또다른 오해가 발생할 것을 예고한 채 소설은 끝난다.

읽었던 소설 중에서 가장 소름끼치고 불쾌한 소설이었다. 책을 읽어 나가면서 주인공의 태도가 일견 답답하고, 다소 이성적이지 못하다는 인상을 받았는데, 아마 자신을 감시하고 있다라는 공포감이 들었을때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없음을 나타내는 의도적인 서술이 아닐까 생각한다. 내 스스로도 과거 소외된 학창시절을 보낼적에 나를 괴롭히는 사람에 대해 이성적인 태도를 취하지 못했으니까.

페이스트리, 권혜린

엄마가 도망가고 아빠, 장남, 주인공인 차녀, 막내로 이루어진 세 가족은 경제적으로 궁핍해져 집에서 쫓겨나 노숙할 신세가 된다. 어느날, '아빠'는 목소리를 팔자며 가족들을 설득하는데, 그것은 바로 사람들의 분노를 욕 합창으로 승화시키는 것이다. 작은 천막을 얻어 한강공원에 자리잡은 가족들은 주변 낚시꾼들을 영업해 합창으로 욕을 해주기 시작하고, 이것은 효과를 거두어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다. 기어이 방송작가에게도 영업을 성공해 전국방송에 나가서 큰 상금을 얻을 기회가 생겼지만, 그들의 일은 욕을 통해 사람들의 응어리진 마음을 해소하는 것이었으므로, 결국 고상한척 하지 않고 모든 욕을 쏟아냄으로써 방송사고를 내었고, 가족은 모두 흩어지고 만다. 페이스트리 찢어지듯 흩어진 가족들이지만, 주인공은 낙담하지 않고 페이스트리를 구워가며 재기할 것을 다짐하며 소설은 끝.

보다, 김영하, 8월 24일 완독

김영하 작가가 평소 보는 것들, 이를 테면 뉴스, 소설, 영화 등을 접하고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담담히 풀어낸 글들의 모음이다. 친구에 대한 무용론을 펼치고 남 눈치를 보는 한국 사회에 때로는 일침을 가하며 철처히 개인주의자로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는 김영하 작가의 생각에 공감가는 부분이 많다.

김영하 작가가 '부자아빠 가난한아빠'를 읽고 평한 부분에 일견 공감한다. 한때 한국에서 엄청 주목받아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너도나도 사업에 뛰어들어 자영업자가 부쩍 늘었으나, 2008년 미국발 경제위기때 많은 사람들이 몰락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김영하 작가는 이 시대가 요구하는것은 더이상 경제적으로 여유있는 부자아빠도, 윤리적으로 완성된 가난한 아빠도 아니며, 이 시대 요구되는 가장의 역할은 아이러니컬 하게도 가족과 분리되는 것이라고 평했다. 나는 처음 쓰여지고 20년 후에 개정된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를 다시 읽었는데, 책에서는 반대로 2008년에 발생한 경제 위기로 인해 이 책에서 경고했던 것이 대부분 증명되었으며, 내가 예견했던 것이 맞았다는 내용으로 쓰여있어서 의견이 충돌했다. 이전 독후감에 밝히기는 했으나, 나는 책의 전반적인 기조에 조금 비판적이라, 김영하 작가의 의견에 고개가 조금 더 끄덕여진다.

자신의 생각을 담담하게 들려주는 글은 언제 읽어도 기분이 좋다. 특히 내가 공감하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페스트, 알베르 카뮈, 김화영 옮김, 10월 4일 완독

시국시 시국이라 책이 현대적으로 읽힌다. 전염병이 불분명한 계기로 한순간에 사라진 것이 쉽게 공감가지는 않는다. 지금 현실 세계에서 이 전염병이 사라질 시기는 요원해보이기만 하다. 다만 분명한건 그런 전염병과 투쟁을 벌일 수 있는 것은 불분명한 믿음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합리적인 원칙속에서 세운 자신만의 신념일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은 사실상 의사인데, 그 의사가 페스트 환자들을 지켜내기 위한 사투는 내가 다른 책에서 읽었던 의사들과도 마찬가지로 눈물겹기만 하다.

기자의 모습도 주목할 만 하다. 도시에 취재를 온 와중에 페스트가 창궐해 도시에 갇혔고, 여러가지 방법을 동원해 도시를 나가려 했지만, 그 과정속에서 주인공 의사를 중심으로 페스트를 대응하는 팀이 활동하는 모습을 보았고, 그것에 감화되어 도시를 나가는 것을 포기하고 자신이 도시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내는 기자의 모습 역시도 본받을만한 모습이다.

모순, 양귀자, 11월 9일 완독

조선판 라라랜드. 아니다. 라라랜드가 조선판 소설 모순 일 수 있겠다. 불행과 혼돈을 원동력 삼아서 움직이는 주인공과 그 엄마. 그리고 불행과 혼돈을 가져다 주는 주인공의 아버지. 엄마는 아버지의 행패와 아들의 불효 속에서 자구책을 마련해 가정을 일구었다. 주인공은 차분하고 정적이며 다정한 남자와, 계산적이고 철두철미하여 답답한 남자 사이에서 선택을 고민한다. 차분한 남자를 선택하는 것이 자신의 혼돈과 불행을 잠재 울 수 있는 방법이라고 여겨왔으나, 마지막에는 답답한 후자의 남자를 선택하며 자신 역시도 그 혼돈과 불행을 에너지 삼을수 밖에 없음을 인정하고야 만다. 그도 그럴 것이 주인공은 자신의 아버지에게 반감이 없었고, 오히려 자신의 아버지를 통해 세상을 사는 방법을 일부 배웠기 때문에, 마지막의 반전이 다소 어이는 없었지만 이해를 못할 것은 아니었다.

책을 다 읽고나니 모순이라는 말이 이해가 된다. 결국 우리의 삶은 정적인 삶을 살 수 없고, 불행과 행복이 교차되고 마는 것이다. 그런데, 그 교차되는 구조마저도, 행복감이 지속되면 그 지속성을 지루함으로 받아들이고 견디지 못하며 불행해하고, 불행한 환경속에서는 그 불행을 자신의 에너지로 삼으며 불행으로부터 달아나는 그 행위를 통해 자신이 살아있음을 느끼고 마는 것이다.

1)
작가가 이전에 냈던 장편소설 '퀴즈쇼'와는 다른내용이다.
문화노트5.txt · 마지막으로 수정됨: 2021/04/01 00:48 저자 218.237.20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