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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노트7

문화노트 / 2022년

영화

글래디에이터 (2000), 1월 9일, 넷플릭스.

이 좋은 영화를 왜 이제서야 봤을까. 액션영화와 같은 전개를 가지고 있지만 실은 올바른 정치, 진정한 리더, 건강한 가족이라는 것은 무엇인가를 말해주는 영화라고 느낀다.

선왕의 후계자 코모두스가 느낀 자신의 열등감, 그리고 자신을 탐탁치 않게 여기는 아버지에 대한 사랑과 분노가 겹쳐져서, 그가 철저한 악역임에도 불구하고 보는 입장에서 마냥 악하고, 열받게 느껴지지 않는다. 영화 전개 처음에도 보면 좋지 못한 정치를 일삼는 원로원들을 탐탁치 않게 보면서, 자신이 올바른 정치를 해내겠다는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아버지가 왕위를 물려주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면서 그는 일그러지기 시작했고, 한번 일그러지면서 그는 자신을 둘러싼 다른것들도 자신을 일그러트린다고 여기며 두려워했다.

오히려 주인공 막시무스가 보여주는 권력을 초월한 처연하고 의연한, 그러면서도 엄청난 전투력을 뿜어내는 강인한 모습은 우리가 원하는, 그리고 영화상 로마에서 원하는 리더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이 시대에 존재할 수 없는 것 처럼만 보인다. 영화 초반, 황제에게 충성하느냐고 묻는 이에게, '로마에게 충성한다' 라고 대답하는 그의 모습은 막시무스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군인상, 인간상을 보여준다. 즉, 조직에 충성하는 것이지,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 것이다.

코모두스가 대중의 시선을 돌리고 인기를 얻기 위해 콜로세움 경기를 열었으나, 그의 기대와 달리 대중들은 움직여 주지 않았다. 대중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리더가 무엇인지 알고 있었기에, 막시무스가 최후를 맞이할 적에도 그에게 경의를 표했을 것이다. 3S 정책을 통해 대중의 시선을 돌리려 했으나, 결국 그 정권 때 직선제와 민주화를 이루어낸 우리나라 근대사가 이러했으리라 생각한다.

트루먼 쇼 (1998), 2월 6일, 넷플릭스.

거짓된 세상속에서 혼자 진실의 삶을 찾기 위해 사는 외로운 트루먼씨. 광고가 점철되어 있는 자신의 삶과 그 삶을 만들어내기 위해 연기를 해내는 주변인의 모습이, 요즘의 세태와 비교해도 그리 달라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시대를 관통하는 명작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만들어진 세계 속에서, 트루먼에게 이 세계가 거짓임이 하나 둘 씩 증거로 보여질 적에, 내가 트루먼이었다면 트루먼과 같은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 지금 처럼 뉴스에 무서운 소식들이 하나 둘 씩 내 앞에 보여질 적에 나는 인생의 바다에 배 하나 띄우고 노 저어 갈 수 있을까.

탑건 (1986), 8월 3일, 유튜브 유료 대여

탑건: 매버릭(2022), 8월 3일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것이 정말로 오랜만이다. 휴가를 내어 낮에 탑건 1을 보았으므로 그 기억을 가지고 후속작을 볼 수 있었다. 전작은 그 시대에 볼 수 있는 '재밌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건 '좋은' 영화 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작이 해군 항공대와 그 속의 제멋대로인 주인공을 멋진 모습으로 그려내면서도 크게 억지스럽지 않게 자연스럽게 볼 수 있었던 재밌는 영화였는데, 이번작에서 그 재미의 완성도가 높으면서도, 자세하게 들여다보면 의미도 찾아볼 수 있는 좋은 영화가 된 듯하여 영화를 보고 돌아오는 동안 여운을 꽤 오래 느낄 수 있었다.

전작은 제멋대로였던 주인공이 독선에 의한 실책, 파트너의 상실, 실전 위기의 극복을 경험하면서 성장했다면, 이번작은 마찬가지로 자신의 유년기 처럼 제멋대로였던 우리세대의 모습을 보고 올바르게 이끌기 위해 노력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아서, 주인공인 톰 크루즈가 요즘의 시대를 겪으면서 생각해온 오랜 고민과 그 해답을 직접 듣게 된것만 같아서 영화를 보는 동안 기분이 매우 좋았다.

결국 겉으로 보기에는 액션과 연출이 멋진 영화이지만, 그 이면을 보면 현시대를 살아가는 구성원들의 갈등. 구세대와 신세대의 갈등, 그리고 신세대 안에서도 만들어지는 갈등, 그리고 그들이 같이 해결해야 하는 공통의 목표. 마지막으로 그것을 타개해나가기 위한 선배세대의 자세를 보여준 멋진 영화라는 생각을 했다.

디테일도 재미있다. 여주인공의 차는 전작은 포르쉐 356, 이번작은 클래식 포르쉐 911이 되었고, 주인공의 오토바이는 가와사키 바이크에서 가와사키 H2가 되었다. F-14 톰캣이 마지막에 등장해서 멋진 모습을 보여준 것도 전작과 비교해서 볼 수 있는 중요한 포인트가 된듯하여 재미있고 절묘한 배치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F-14를 이란에 수출한 적이 있다는 점에서 실제 역사와 맞물리는 점도 재밌다!

전람회

게티이미지 사진전,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 3월 6일

가끔 전시를 보면서 디테일을 찾아내는 노력을 했었으나, 그 노력을 안한지가 거의 2년이 다 되었기 때문에 전시를 보러가기로 마음먹는다. 추천받은 바가 있어 간단한 점심을 먹고 미술관에 들렀다. 전시회 관람요금이 많이 올랐음을 느낀다.(18,000원). 이어폰을 챙기지 못해 오디오 가이드를 듣지 못했다.주최측에서 별도의 오디오 가이드 기기를 제공하지 않은 것은 아쉽다.

게티 이미지라는 회사가 존재한다는 것을 사진들의 워터마크를 통해 인지했던 적이 있었다. 사진 데이터베이스를 상업적으로 관리하는 회사라는 것 정도로만 알고 있다. 전시 자체도 게티이미지라는 회사를 소개하는 전시는 아니었고, 1900년대부터 지금까지의 기록을 사진을 보여주는 근대사 사진전에 조금 더 가깝다.

LOSS - 투자에 실패하는 사람들의 심리, 짐 폴 / 브렌던 모이니핸 저, 신예경 역, 2월 7일 완독

연역법, 출구전략, 투자시 반드시 수반되는 손실의 관리법, 성공과 실패의 개인화 회피에 대한 이야기. 어쩌면, 단지 투자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닐 수 있는 이야기.

살고싶다는 농담, 허지웅, 2월 24일 완독

글을 읽기 전까지는 단순히 '대충 병마와 싸우고 난 다음에 글 잘쓰는 사람'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감히 이 책을 읽고 이 사람을 더 잘 안다고 말 할수는 없겠으나, 이사람이 가지고 있는 개인주의, 그리고 공동체 의식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 볼 수 있게 되었다.

병마와 싸우기 전 이 사람이 가지고 있는 자세는 마치 '뜨거운 냉소' 처럼 느껴졌다. 자신의 차가운 개인주의적 사고방식을 지키기 위해 타인의 오지랖과 참견을 열과 성을 다해 반박하는 것 처럼 보였다. 병을 겪고 난 다음, 저자의 기저에 깔려 있는 개인주의적인 사고방식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다른 사람을 향하는 시선과 글에서 따스함이 느껴진다. 코로나 사태로 종교가 문제가 되었을 때에도 통렬하게 비판하는 것 같으면서도 그 기저에는 공동체 의식이 깔려 있다고 느껴졌다. 자신을 찾아와 같은 병을 겪고 있는 어머니에게 위로를 부탁한다는 젊은이를 찾아갔을 때의 이야기에서도 자신이 느껴보지 못했던 가족애에 대한 그리움이 느껴졌다. 에일리언, 스타워즈와 같은 SF물에서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감독과 작가의 이야기를 전할 때에는 그가 가진 시선의 깊이도 느낄 수 있었다.

무엇보다, 그가 가지게된 공동체의식에 대한 시선이 개인주의를 기초로 하고 있어 그 근간이 흔들리지 않는것 같아 그의 글에 절로 고개를 끄덕이며 읽을 수 있었다. 내가 가진 개인주의적인 의식이 좀 더 깊어지는 것을 느끼며 읽는 동안에 재미 있게 읽을 수 있었다.

피프티 피플, 정세랑, 5월 8일 완독

'모두가 주인공이어서 주인공이 한 50명쯤 되는 소설'

문화노트7.txt · 마지막으로 수정됨: 2022/08/11 14:04 저자 220.94.16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