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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혁_2016년

이민혁/2016년

<WRAP todo> 이 내용은 지속적으로 갱신되는 내용을 다룹니다. </WRAP>

사회인으로써 첫발을 내딛은 이민혁의 2016년을 기록한 문서.

1월

1월 4일부 티맥스소프트에 입사했고, 1월 6일에 입사했다. TP실 3팀에 배정받아 OpenFrame 제품의 개발에 공여하게 되었다. 메인프레임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므로, 이와 관련한 공부를 엄청나게 할 것 같다. 1월 9일에 신입사원 단체 청계산 등산이 있었다. 하산 후의 행사에서 본의아니게 싸이의 챔피언을 불렀고, 자아를 드러내고 말았다… 매월 25일은 월급날이다.

2월

입사 2개월차.

설날을 맞이했다. 설 연휴기간 중 외할아버지를 병문안 다녀오게 되어 외가 친척분들께 거의 인사드리지 못했다. 할아버지/할머니께 설 당일에 소정의 용돈을 전달.

외롭다.

2월 19일부로 정식으로 졸업자 신분이 되었다. 졸업식은 4월에 있을 예정. 아니 왜

3월

만으로 27번째 생일을 맞이했다. 생일 마라톤을 진행. 기록은 1시간 7초로 3년전의 57분대의 기록에 비해 퇴보하였다.

워크숍과 업무 개발 하달 등 점점 신입사원 신분이라는 실드를 잃어가는 중…

4월

23일에 드디어 학교에서 졸업했다. 아쉬움.

5월

같은 달에 지인 중 두 커플이나 결혼을 했다. 운동에 더 박차를 가했으나 진전이 없는 상황. C언어를 계속 보다보면 내 사고방식도 절차 지향적으로 변해버리는 느낌이다. 다른일이 끼어들면 제대로 집중하지 못하고, 뒷일을 먼저 해도 되는데 앞일이 끝날 때 까지 아무 것도 안하고 기다리고 있는 내 모습.

개발자 일을 구직할 때마다 '소프트웨어 직업군의 장점이 무엇인가요' 하는 예상질문을 머릿속에 만들고는, '제가 하는 일이 곧 공부와 학업이 되고 그것이 다시 일에 보태어지는 선순환적 직업 활동을 할수 있는게 장점입니다'라고 항상 생각해왔는데, 맞는건지 아직 잘 모르겠다. 그리고 여전히 불안하다.

계속 외롭다. 여전히 사람들에 내게 보여주는 미소가 호의인지 예의인지 잘 모르겠다. 사람들의 '역린'을 건드리지 않으려고 하는 내 모습이 사람들 사이에서 웃음거리가 되어 버린다. 무엇을 좋아하면 좋을지 잘 모르고 혼란스러워 한다. 내가 좋아하는 감정이 진짜일까 하고 계속 의심한다. 그러면서도 사람들이 나를 좋아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자꾸 '나에게 악감정같은건 없는 거죠?' 하고 사람들한테 캐묻고 싶어한다.

6월

일이 잘 진척되지 않는다. 고질적으로 집중력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 오랫동안 보면 분명 해결할 수 있을 텐데, 결론에 도달하는데 시간 낭비가 자주 보인다. 분명 지난번 읽은 책에서 '내 탓을 하는게 나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는 일'이라는 말을 배웠는데도 그게 마음으로 실천이 잘 안된다.

마음이 요동친다. 필요 없는 질투가 쌓인다. 그 동안 자신에게 가지고 있었던 마음이 거짓처럼 느껴진다. 자신에게 화가 났다. 낯선 사람에게 말을 붙이는데에 너무 많은 마나를 소모한다. 좋은 결론을 맺을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내가 미워져도 오랫동안 두 눈 똑바로 볼 수 있는건 내 자신 뿐이더라. 힘을 내자 민혁아.

작년까지는 “결점이란건 없어, 다른거만 있을뿐, 틀린건 없는거야, 너의 시선은 잘못되었어” 라고 빠득빠득 우기고 다녔는데, 올해는 순순히 내가 갖고 있는 성격에 결점이 있음을 순순히 인정해야 할 것 같다.

슬프다. 사람들에게 어떤걸 물어보면 좋을지를 잘 모르겠다. 자칫 오지랖이 되지 않을까 두려워한 나는 내가 가지고 있는 걸 늘어놓으면 사람들이 그중에 괜찮은걸 내게 물어봐줄수도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게 됐다. 그랬더니 어느새 나는 그냥 내가 아는것만 말하는 사람이 되어 버렸다.

7월

차를 사고 싶다. 분명 아직 필요의 영역이 아니고, 사지 않아야 할 이유가 사야할 이유를 압도적인 논리력으로 이기고 있는데, 나의 유아적인 욕심이 부족한 찬성측 논리력에 힘을 보태고 있다.

어쩌면 '내것을 갖고 싶다'라는 생각 때문일 수도 있지 않을까. 돌이켜봤을때, 나는 '주인의식'이라는걸 그리 가져본적 없었던 것만 같다.

내 중심을 놓지 말자.

떠나고 싶다고 말하고 다니지만 결국 돌아와야 하는 곳은 이자리. 내 모습은 항상 단단한 일상에서 찾아야 해.

그가 곁을 떠났다. 아니, 영원히 내 곁에 있어주려한다.

지나가듯 잘생겼다는 소리를 듣는것 보다는, 곁에서 못생겼다는 소리를 듣는 편이 더 나은것 같다. 2주동안 식이조절로 살이 빠졌다는 소리도 듣기는 했지만, 이게 다 무슨소용이란 말인가. 너무 외롭다. 사람들은 나를 궁금해 하지 않고, 나는 사람들을 궁굼해 할 수가 없다. 내가 궁금해 할 수록, 그 입에서 “네가 알면 뭐 어쩔건데”라는 말이 튀어나올 것만 같다.

내가 확신하지 못하는 건, 최선을 다하지 못해서 일까.

8월

가장 우울했던 한달.

꼬맹이가 떠난지 몇 주 정도가 지났다. 처음에는 그가 더 이상 곁에 없다는 사실 자체가 슬펐다. 그 슬픔이 누그러지고 나면 다시 보통의 상태로 돌아갈 수 있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나는 무엇하나 마음놓고 좋아할 수 없는 이 세상에서 가장 순수한 마음으로 좋아했던 것을 잃어버렸다. 더 이상 어떤 것도 마음 놓고 좋아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사실이 어느 주말 오후를 절망스럽게 만들었다. 정말 이제는 잃어버릴 일만 남은 걸까. 나는 어떤 것도 좋아하지 못하며 살아가야 하는 걸까.

사람들이 지금 자리에 있어줌에 감사하자. 설령 점점 멀어지라도 말이다.

9월

우울함을 딛고 다시 일어나야 한다. 앞으로 나아가야 해. 지리멸렬한 자기비하를 그만두어야만 해.

너무 외롭다.

10월

부모님의 모습이 변한다. 내게는 롤모델 삼고 싶은 어른이 있는가 하면, 정말 싫어하는 어른의 모습도 역시 존재하는데, 정말 안타까운게, 두분의 모습이 느린 속도지만, 분명하게, 내가 싫어하는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다. 사람들도 점점 멀어진다. 멀어지지 말아달라고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 지 모르겠다.

11월

“사람은 자기 자신에 관하여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 순전한 이기주의로 보더라도 안 된다. 왜냐하면 마음을 털어버리고 나면 우리는 보다 가난하고 보다 고독하게 있게 되는 까닭이다. 사람은 속을 털면 털수록 그 사람과 가까워진다고 믿는 것은 환상이다.” - 전혜린, '이 모든 괴로움을 또 다시' 중.

봉사활동에 다녀왔다. 주변 같이 한 봉사자분들 께서 내가 싹싹 하고 빠릿빠릿 하다고 칭찬해주셨다. 내가? 헐 나에대해 잘 모르는군. 내가 얼마나 나태한데!

어느새 주변의 사람들에게 뭔가를 같이하자고 말하기가 꽤나 어색해져서는, 용기를 내려다가 쉽게 포기하고 혼자 하는 방법을 선택하고는 한다. 그리고 혼자임을 슬퍼하면서도, '같이 하자 했다면 분명 그 사람도 나도 상처받았을거야'라며 스스로를 위안하고는 한다. 다시 외롭다. 외롭지 않고 싶지만 예전과 다른점이 있다면 외롭고 고민하는 내모습도 이제 싫지는 않은 것 같다.

12월

사람들은 모두 바쁘다. 나를 만나기엔.

총평

많이 보고, 많은 것을 얻으면서, 많은 것을 잃은 시즌

모든 것이 새로웠고, 모든 기록을 새로 썼다.

  • 한시즌 최다 독서량 갱신
  • 한시즌 최다 수입 갱신
  • 한시즌 최다 저축량 갱신
  • 한시즌 최다 코딩량 갱신
  • 한시즌 최다 운동일수 갱신
  • 한시즌 최다 영화관람 갱신
  • 한시즌 최다 전람회 관람 갱신

하지만, 꼬맹이를 잃었고, 평소 알고지내던 많은 사람들과 멀어지고, 나는 좀 더 혼자 지내는 법에 익숙해지는것만 같다. 용기를 많이 냈어야 하는 상황을 많이 만났으면서, 나는 예전보다 점점 용기를 잃어버리고 있는 것만 같다.

이민혁_2016년.txt · 마지막으로 수정됨: 2017/08/19 22:13 (바깥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