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 먹었던 치킨이 좋지 못했다. 입이 느꼈던 매움보다 장이 느꼈던 매움이 더했던 것 같다. 아침까지 제대로 잠들지 못했다가, 화장실에 다녀오곤 지쳐서 점심까지 잠들었다. 식습관 개선이 필요하다. 라면을 포함한 매운것을 멀리해야만 한다.
오늘 뭔가 계획을 세워 해를 보러 갈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작년보다도 훨씬 뭔가 계획을 세우는데에 피로를 느끼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해돋이 보고 돌아오는 귀경길 정체가 있다는 말을 듣고 안도를 느끼고 있는 내 자신은 내가 생각해도 구리다.
분당을 향하는 길 올림픽 대로를 달리던 중 새똥을 맞았다. 달리던 와중에 새똥을 맞기는 처음이네. 올해 시작부터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거냐.
아무도 없을 줄 알고 회사 헬스장을 찾았지만, 어딜가나 나보다 더한 사람, 나 같은 사람도 있는 법이다. 끝나고 해장국을 먹으니, 기분이 나쁘지 않다.
작년에는 머무르다 못해 뒷걸음 치고 말았다. 올해는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외할머니는 치매를 앓고 계신지 시간이 좀 흐르셨는데도, 나와 엄마와 아버지를 대번에 알아보셨다.
다만, 기억의 저편에 당신을 괴롭혔던 일들이 되살아나서 다시 괴롭혔고, 그 괴로움을 곁에 계신 분들에게 토로했다.
이종사촌들은 할머니가 어릴적 고생하셨던것의 일부는 가족의 부양을 게을리한 외할아버지에게 책임이 있다고 했다.
그래서인지는 알 수 없으나, 할머니가 괴로운 기억을 게워내고 계실적에 할머니의 말을 받아주지 말라며 호통을 쳤다.
그 와중에 엄마가 할머니의 말을 받아줄적에 했던 말은 '저런 사람하고 사는게 괴로우면 이혼을 하지, 뭐하러 같이 살았수' 하는 거였다. 토사물을 보았을 적에 그것을 본 사람도 구토감이 생기듯, 엄마도 괴로운 기억을 게워내는것 같이 느껴졌다.
최근에 엄마가 열이 많다고 호소한다. 집이 별로 평화롭지 않다고 느낀다.
청담동의 쉑쉑버거에서 점원이 내 주문을 잘못 받았다.
쉑 버거 더블과 바닐라 쉐이크를 시켰는데, 점원은 쉑 버거 더블과 싱글을 하나씩 준 것이다. 주문할때 내 정확한 워딩은 '쉑버거 더블로 하나하구요, 쉐이크는 바닐라로 하나할께요' 였다.
주문이 잘못 받아져 있으니 영수증에도 잘못 받아진 채로 찍혀있엇고, 그러므로 주문이 잘못되었음을 입증할 자료는 없었으므로, 영수증을 가지고 직원과 같이 확인할때에는 나도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마침 오늘 운동을 했으므로 버거 두개를 먹어야지 하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직원은 친히 쉑 버거 싱글을 반품하고 바닐라 쉐이크로 바꾸어 주었다.
직원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어 인사함과 동시에 몇 가지 생각이 들었는데, 하나는, 직원이 반품 후 교환 조치를 해준 것이, 고객의 기분나쁨을 우려해서 해준 조치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교환이 안된 채로 자리로 돌아갔다면 나는 버거를 두개 먹었겠지만, 그 다음에 이 매장을 다시 찾진 않았을지도 모르니까.
다른 하나는, 이런일이 벌어졌을때에 내 잘못은 얼마만큼 일까 하는 것이다. 왜냐면 이렇게 보여지는 정황으로 볼 적에 보여지는 증거로만 판단하면, 주문이 잘못된 것은 정말 순전히 내 잘못인데 내가 우기고 있을 수도 있는일이니까. 왜 꼭 버거이름도 쉑(SHACK)이고 쉐이크 이름도(SHAKE)인데다가 그걸 브랜드 아이덴티티로 써버려서 이런 사고를 초래하게 만든걸까 하는 생각과. 직원도 역시 잘 헷갈리나 보다, 아니 내가 그걸 헷갈리게 말한걸까? 나는 분명 그게 헷갈릴까봐 신경써서 말한것 같은데. 하는 생각. 그래서 주문하고 자리에 앉아 쉐이크를 먹고 있을때, 내가 주문때 무슨말을 했었는지 몇번이도 머릿속에서 되감기해봤다.
아홉시 반은 퇴근 하고 카페에 들르기 나쁘지 않은 시간이다. 그런데 어째 오늘은 의욕이 나지 않아, 편의점에서 훈제 닭가슴살을 먹고 사택에 들어와 버렸다. 사택에 들어와서 카페에서 했던 일을 할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몸을 뉘이니 좀체 몸을 일으킬 의욕이 나지를 않는다.
나란놈은 결국 주변의 눈치를 봐야만 내가 마음먹은 일을 할수 있는건가? 이 쓰레기같은 이민혁아.
옆팀에서 일하시는 한분이 내가 점심을 먹자고 제안해주셨다. 감사한 일이지만, 약간 뜬금없는 제안으로 느껴졌다. 이유가 뭘까. 내가 마음속으로 생각한 불안한 뭔가가 정말 사실이라고 말해주려는 걸까. 내가 누군가에게 미움을 샀고, 그걸로 나의 평판이 안좋아졌고, 그걸 내가 돌릴수 있는 방법이 없는 거라면 어떡하지. 뭔가 시간을 내어 나의 잘못을 짚었는데, 오랫동안 그것이 잘못된 줄도 모르고 있던 내가 부끄러워지면 어떡하지. 망상이 머리를 헤짚는다. 그런데 망상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또 말한다.
점심 뭐로 먹지.
오늘은 탄수화물은 최대한 억제하고 야식도 단백질 보충제만 마셨다. 아니나 다를까 오후 나절부터 힘이 떨어졌다. 건강 검진 결과를 보면 근육은 2kg 늘었지만 지방도 3kg 늘었다. 중성지방 수치가 높아지고 콜레스테롤 수치가 나빠졌다. 이젠 정말로 라면과 치킨을 멀리해야만 할지도 모르겠다. 밤에 뭔가 먹는 걸 자제 해야만 한다.
고작 10분도 안되는 인터넷 강의 5편을 보는데 몇 시간이나 썼는지 모르겠다. 나는 시간을 밀도있게 쓸 줄 몰랐다.
친한 후배에게 빌린 시간 관리 자기개발서를 보는데도 몇시간이나 쓰게 될지 모르겠다. 집중력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자정에 옆팀 직장 동료분의 조모상 소식을 들었다. 여러가지 이유로 마음편치 못하다.
친한 후배가 소개팅을 제안했다. 예전과 같은 이유를 들어 거절했다, 나는 여전히 소개팅의 본질과, 그 주변을 둘러싼 특징까지 합쳐서 소개팅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에 대한 글은 2017년 3월 페이스북에 썼던 바 있다.
그 이후 소개팅을 거절할 때마다 몸과 마음이 뜨거워진다. 또 이야기는 번져나가서 내 성격은 장점과 단점으로 분리되었다.
정말로 나는 세상에서 있는 그대로 인정받을 수 없는 존재인걸까. 사람들과 만나면서 그게 점점 증명되고 있는 것만 같다.
왜 내 성격은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소개팅의 승낙과 거절조차도 답은 정해져 있으며, 거절에는 왜 해명이 수반되어야만 하는 것일까.
나는 특이한 투구폼을 가진채 프로에 데뷔해서는, 만나는 투수코치들로부터 계속 투구폼교정을 받으면서 프로에서 성적을 내지 못하는 실패한 투수인 것만 같다.
너무 내 마음을 드러내지 말자. '사람들에게 내 속마음을 드러내어 가까워 지려고 하는 생각은 허상이다.'
어제 친한 후배의 피드백은 내게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야 할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긴 여운이 남아있다.
그저 내가 예민하고 타인으로 부터 쉽게 상처받는 다면, 소개팅으로 낯선 사람을 만나는 것은 그 해결책이 될 수 있는 걸까.
주유소에 들러 처음으로 내 차를 자동세차 해봤다. 간편하긴 했지만 새해 첫날에 맞았던 새똥이, 온전히 지워지지는 않았다. 게다가, 자동세차 타올의 궤적은 세단에 맞춰져 있는 탓인지는 모르겠으나, 차의 뒷부분은 거의 물만 뿌려져있었다. 내 차는 한달에 이제 100대도 팔지 못하는데, 이젠 하물며 세차기 까지 해치백을 멸시한단 말인가.
카페에서 일을 하다가, 미금역 근처의 뼈다귀 해장국 집을 들렀는데, 그 24시를 운영하는 해장국집은 일요일은 9시 까지만 운영한다며, 주문을 받지 않았다. 나는 스스로에게 또 화가났다.
예전에 비해 화가 너무 쉽게 난다. 나는 내 자신이 전보다 더 걱정스럽다.
지난 건강검진에 따르면 나의 체지방률은 24퍼센트라고 한다. 성인 평균이 16~18 퍼센트라고 하니 나는 얼마나 살이 쪄있는 상태란 말인가. 그나마 2년전의 건강검진에 비해 근육량이 2kg 증가한것은 다행스럽다.
어쨌든 그래서 닭가슴살과 요거트를 제외한 야식을 근절하고 있다. 공급하는 영양의 종류가 현저하게 줄었다.
본래 오후에는 사내 카페에 들러 사과주스를 마셨으나, 그 빈도를 줄였다. 그랬더니 오후 세시들어서는 당이 딸리는 건지 어지럼을 동반한 두통이 있다.
저녁에 편의점에 들러 훈제 닭가슴살과 우유를 사다 마시는데, 닭가슴살 팩의 포장을 살짝 뜯어 전자렌지에 1분정도 돌리고 있노라면, 훈제 향이 잘 청소되어 있던 전자렌지 안에 다 배어버려 편의점 관계자분들께 괜히 미안해진다.
자극적인것을 안먹으려고 주중에 나름의 노력을 기울이기는 했지만, 주말에 집에서 주는 음식을 먹노라면 살이 안찔수가 없기도 하다. 삼겹살이 너무 맛있다.
인스턴트 라면을 끊은지는 2주가 지났다. 라면맛이 그립다.
영양을 어떻게 조절해야 할지 아직잘 모르겠다. 그저 싱겁게 단백질을 많이 먹는것으로 괜찮을지 잘 모르겠다.
전날 할머니의 제사가 있었고, 도저히 아침에 일어날 수 있을 것 같지 않아 오전 반차를 내고 늦잠을 잤다.
느지막히 일어나 아침겸 점심을 먹고 출근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이렇게 휴가가 사라지는것은 괜히 아깝다. 그래도 오늘은 휴가를 낸 동생이 엄마를 잘 보필 할 것이다.
제사때 나는 고모가 괜히 거슬렸다. 고모의 태도가 은근히 엄마를 하대하고 있다고 느꼈다. 내가 이럴정도로 요즘 예민해져 있단 말인가.
회사에서 시간이 잘 안간다는 명제는 잘 이해하기 어렵다. 어물쩡 하고 있는 사이에도 시간은 쏜살같이 지나간다. 집중할 때는 더더욱 그렇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도 나는 제역할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잘 안든다.
저녁에 운동할적에, 마무리 운동하면서 트레이너님이 운동 조언을 해주신다. 대화를 할 적에는 잘 모르다가 대화하고 나서 되짚어 보면 그 순간이 참 소중했다는 것을 느낀다.
패치를 위해 히스토리를 많이 살펴봐야 할것 같았던 이슈 하나가 설정 몇가지를 더하고 테스트 하니 정상동작을 한다. 다행이다, 이걸로 이슈를 빠르게 정리하고 다른일에 집중할 수 있겠다.
이상하다, 어제 운동끝나고 쟀던 체중은 70.4kg 언저리였는데, 오늘 운동 전에 재본 체중은 69.7이었다. 뭐지? 하루만에 이럴 수가 있나?
뭐튼 나는 이 사실에 고무되어서 어제 운동을 했음에도 오늘 러닝 거리를 3km 으로 늘리고, 복근을 조졌다.
유산소 비율을 늘리고 코어 운동루틴을 넣을 생각을 해봐야겠다. 지금 같은 컨디션의 변화가 계속되면 좋겠다.
자극적인 야식들을 멀리하고 주중에 샐러드를 자주먹으면 입맛이 싱거워져서, 집에 돌아와 집밥을 먹어도 싱겁다고 느꼈던 모든 맛이 선명하게 느껴진다.
엄마가 청양고추를 작정하고 넣은 된장찌개는 정말 맛있었지만, 내 소화능력이 견뎌내지 못했다.
이런 별일없는 날에는 카페만 두번 가게 된다. 두번 모두 지지부진한 자바코드를 짜게 되었다.
자바도 그렇고, 예전에 잠깐 배웠던 '루비'도 그렇고, 다양한 형태로 구현이 가능한 프로그래밍 언어는 오히려 내게는 혼란을 가져다 주는 듯 하다. 다양한 방법으로 코딩할 수 있으면서도, 콕 찝어 낼수 없는 아름답거나 효율적인 코딩법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조금 더 혼란 스럽다. 그럴거였으면 차라리 그 아름답고 효율적인 방법을 정답으로 규정하고 컴파일 타임에 에러처리 해버리면 좋을텐데.
잠깐, 이거 파이썬 이야기 같은데, 파이썬을 배울까? 파이썬을 배우면 나는 뭘 할 수 있을까?
전날 엄마의 음식은 맵기는 했지만, 한번 아프고 난 다음엔 뒤끝이 없었다. 역시 밀가루 + 매움 조합인 라면보다는 훨씬 낫다.
자동차세, 부천 마라톤, SQLD 시험 접수에 돈을 썼다.
회사 회식으로 점심에 아웃백 스테이크에 우르르 몰려가 스테이크를 먹는다. 패밀리 레스토랑은 주문이 복잡해서, 마음속에 어떤 굽기와 어떤 스프와 어떤 사이드메뉴를 먹을지 정해놓지 않으면 당황하고 주문이 꼬이기 마련이다. 평소 먹는것에 미련이 없던 나는, 복잡한 주문을 꺼려 점원의 물음에 황급히 답했다. 사람들은 이런 상황에 익숙하듯, 에어컨 바람도 바꾸고, 사이드메뉴에서 감자도 빼고, 굽기는 미디움이었다가 웰던으로 번복한다. 난 솔직히 이런 상황을 견디기 힘든데, 사람들은 주문이 끝나고 그저 무던하다. 난 이 세상을 살아갈 방법을 아직도 잘 모르는 듯 하다.
이상한 일이다, 지난번 나는 체중이 70kg도 나가지 않는 것을 보고 굉장히 고무되었는데, 오늘 다시 체중을 재보니 평소 똑같은 70.6의 체중으로 돌아왔다. 내가 뭘 먹고 어떤 운동을 해도 이제 상관 없단 말인가. 정녕, 발전은 이제 더 이상 없다고 말하고 싶은거냐.
연구소장님이 퇴임한다. 감사패 전달식이 있었다고 한다. 저녁에 이런 용건으로 회식이 있으나 참석하지 않았다.
고민끝에 편의점에서 닭가슴살과 우유를 사다먹었다. 오늘도 잘 참아냈다.
와. 부모와 딸이 와서 카페에 앉아 각자 자기 책 읽는다. 엄청 좋아보인다. 부럽다.
저녁때 지하주차장에서 마주친 호원책임님은 오랜만에 드라이브 안나가느냐 물어보셨는데, 요즘은 겨울이라 드라이브 잘 못한다고 답했다. 코인노래방에 들렀다가 아까전의 호원책임님의 말씀이 떠올라 오랜만에 남한산성으로 드라이브를 나갔다. 모처럼 한계그립을 느낄 수 있는 하이페이스였다. 돌아와서 사택 주차장에 주차 할적에 지갑을 잃어버렸음을 인지했다. 동선을 떠올려보면 코인노래방 아니면, 남한산성 주차장의 화장실일 것 같은데, 후자라면 찾을 가능성이 낮다. 차를 돌려 코인노래방을 가봤지만 이미 문을 닫고 난 후였다.
오랜만에 잃어버리는 버릇이 도진 걸까. 멍청한 이민혁.
점심에 코인노래방에 들렀으나 주인분은 안계셨다. 카운터 탁상에 내 지갑이 있는것을 발견했다. 안도하였으나, 함부로 카운터의 물건을 집어갈 순 없으므로, 결국 적혀있는 연락처로 전화를 드려 지갑을 찾고 급한대로 종이컵에 감사인사를 적어 만원에 포개어 두었다.
오후에 주인분께서 전화를 주셨는데, 사례에 대한 전화였다. 앞으로 코인노래방에 자주 들르겠다는 말씀을 전하고 전화를 끊었다. 내가 한 사례의 표현이 적절했는지 확신이 잘 안선다. 마음 가는대로 표현하기는 했다만 이렇게 표현하는 사례가 맞는걸까, 혹시 불쾌해 하면 어떡하지.
운동의 효과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어 뿌듯하다. 허리띠를 한칸 더 줄여도 위화감이 덜하고, 체중도 70.1kg가 되었다. 어깨가 단단해지고 몸에서 열이 잘 나서 인지 추위를 덜 느낀다. 저녁에 편의점에 들러 이번에는 참치캔과 우유를 먹는다.
네시에 일어나 씻고 제사 준비를 한다. 두시간 밖에 잠을 못잤다. 아침에 작은아버지와 사촌 동생이 찾아와 같이 제사를 올렸다. 보통 아침 제사는 우리 가족만 해결하고 부랴부랴 출발하기 일쑤였으나, 같이 떡국을 먹을 사람이 생기니 아침 제사 분위기가 가벼워져서 좋다. 사촌 동생이 BMW 드라이빙 스쿨에 관심을 보인다. 언제 한번 데려가볼 생각을 해본다.
아침에는 차가 막히지 않았다. 눈치게임에 성공했다. 할아버지께 인사 드리자마자 산소로 출발했다. 증조할아버지와 할머니께 절을 올린다. 비예보가 있었으나 하늘만 약간 흐리되 제사를 올리기에도 적당히 푸근한 날씨다. 묘하게도, 선산에 올라올 일이 있는 날에는 비가 온적이 없는 듯 하다. 신기한 일이다. 다만,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잔디 관리를 위해 흙을 날라올 생각을 하고 계셨는데, 오늘이 그날이었다. 주변 공사장에 적당한 흙이 있어 이를 아버지와 함께 차에 실어다가 산소에 흩뿌린다. 연휴에 운동을 못하게 되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기우가 되고 말았다. 할아버지가 '뭐하러 흙까지 퍼다 나르냐' 하면서도 막상 가져와 산소의 잔디들을 관리하니 좋아하신다며 아버지가 내심 뿌듯해 하시며, 할아버지의 솔직하지 못함을 지적하셨다. 그러나 듣는 입장에선 아버지 역시도 마찬가지였는데, 아버지 역시도 뭔가 하나 가져다 드리면, '이런건 뭐하러 가져왔느냐' 하셨기 때문이다.
너무 먼 친척이라 나랑 몇촌인지도 모르는 친척분들의 가족들과 점심을 먹고 방에 들어가 뻗어잤다. 그 사이 아버지는 또 얼큰해지셨다. 집에 돌아가는 길에도 국수를 사다먹자며 국수집에 들르니, 아버지가 아시는 분의 가게였다. 아버지는 그곳에서 잔치국수와 함께 또 술을 한병 시키시고 반병쯤 드셨다. 아버지는 나오시며, '내가 잘못산건 아닌것 같아, 항상 여기 들르시면 이렇게 반겨주시니' 라며 운을 떼셨다. 술만 좀 덜 드시면 이 말씀을 옹호해드릴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엄마는 이런 아버지 모습을 반쯤은 체념하신듯, 이제는 예전처럼 짜증을 부리지는 않으셨다. 속으로 숨기시는 지도 모르지만. 다만 아버지는 뒷자리에서 조용히 주무셨기에, 엄마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적당히 정체되는 귀경길을 즐길 수 있었다.
내가 운전면허가 없었을 때, 아버지가 시골에서 인사불성이 될때면 운전은 항상 엄마의 몫이었고, 엄마는 그 때마다 타들어가는 속을 숨기지 못하셨다. 나는 그런 모습을 견디기 힘들었기에 두분이 시골에 내려갈일이 있을때마다 대리운전수 역할을 하기를 자처한다.
온몸이 피로하니 잠이 잘 올 것이다.
아니나 다를 까 온몸이 피로하다. 하루를 느지막이 시작했다. 오늘은 별다른 생산성은 없을 것이다.
잠시 카페에 들러 회사 일을 살핀다. 내가 새로 개발 해야 하는 유틸리티였던 'FILEAID'는 사실 누군가가 이미 구현해놓은 소스코드가 있었다. 주중에 전략을 바꾸어 이 소스코드와 동작을 살펴야겠다.
저녁은 족발과 옛날 통닭이 섞여 모처럼 네 가족이 앉아서 먹는다. 두분의 취향은 분명하면서도 좀체 섞이려 하지 않는다. 늦은 밤에 친구가 찾아 잠시 나가 드라이브 한다. 남의 차를 운전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 영광이다. 북악산에 들른 이후 마땅한 행선지가 없었던 우리는 다시 인하대학교에 찾아간다. 거의 두시를 향해가는 이 시간에도 적당히 사람들이 다니고 치킨집도 영업하는게 정말로 신기하다. 우리는 또 앉아 서로의 불안을 잠시 이야기했다.
저녁에 치킨을 먹은게 소화 능력에 부담을 주었다. 내일 몸의 밸런스가 깨질 것 같아 걱정스럽다.
아니나 다를까 그렇게 피로하면서 잠은 설쳤고, 눈은 또 의외로 일찍 떠졌다. 소화능력은 파괴되서 오전새 화장실을 두번갔다. 밸런스는 완벽하게 무너졌다.
10만원씩을 봉투에 담아 부모님 두분께 각각 나누어 드린다. 두분은 이제 용돈을 너무 대놓고 좋아하신다. 뿌듯은 하나 한편으로는 씁쓸하다.
내가 사촌동생을 보러간다 하니, 아버지는 사촌동생에게 작은아버지 내외가 싸웠는지 물어보라며, 아무리 싸워도 집안에 어르신들이 있는데 어떻게 명절에 안올 수가 있느냐며 지청구를 하셨다. 동의하기 힘들다.
저녁에는 오랜만에 사촌동생을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중랑역 근처는 서울임에도 높이가 낮은 건물과 재래식 시장이 있어 독특한 분위기가 있다. 동생은 이 한가운데의 자취방에서 산다. 양꼬치를 서로 나누어먹고 커피를 마신다. 각자 심각한 고민인듯 해도 조금씩 털어서 나누고 있노라면 그냥 보편적인 고민에 지나지 않아 고민했던 것을 무의미하게 만들기도 한다.
내일을 시작할 자신이 없다. 이겨낼 수 있을까.
어제 결국 유혹을 이겨내지 못하고 편의점 치킨을 먹었다. 다음날 반응은 분명했다. 이제는 이런 급작스러운 음식물을 소화기관이 이겨내지 못한다. 오늘은 운동을 꼭 해내야만 한다.
어제 해프닝 처럼 내게 할당된 일을 하나 해결했다. 원인은 누군가의 사소한 실수였다. 패치를 던지고 눈을 질끈 감는다. 끝났으니 됐다.
체중이 다시 70.5kg 이다. 뭔가 야속하고 억울하다. 나는 라면을 4주를 넘게 끊었는데!
어제는 곱창을 먹었다. 먹는게 관리되는듯 안되는듯 하다. 아니나 다를까 체중에 변화는 없다.
지갑을 잃어버리고 되찾았던 이후로 처음으로 코인노래방에 들렀다. 민망했다. 주인분은 서비스 한곡을 넣어주셨다. 역시 민망했다. 묘하게 그날따라 목에 힘이 있고 잘불러졌다. 톤이 높게 올라가진 않았지만, 나머지 음역대에서 발성이 안정적이었다.
내가 준비하는 최고 경영자 면담이 아님에도 괜시리 긴장된다. 트라우마가 남아있는듯 하다. 이야기하고 있는 도중에, 특정 설계안이 변경되었을 때 감수해야 하는 위험성이 무엇인지 생각해 볼만한 여지가 있었다. 우리팀에서 논할만한 내용이었음에도 타팀의 팀장님께서 직접 그 내용에 대해 해명해주셨다. 머릿속에 온전히 그 내용을 숙지하고 있지 못해서 생긴 일이었다. 스스로 부끄러웠다.
저녁에는 회의실에서 다른 사람들과 저녁을 먹었다. 어쩌다 보니, 운동하면서 살찐다느니 하는 이야기를 했다. 말하고 나서 후회했다. 내가 한 대화를 복기해보니 좀 주접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침묵해야한다.
스펙을 좀더 꼼꼼하게 확인하고 의견을 남겨야겠다. 내가 섣부르게 넘겼던 이슈가 알고보니 그정도가 아니었더라.
잠을 설쳤다. 거의 다섯시에 이르러 잠든듯 하다. 일어난건 11시였다. 어제 카페에서 커피도 일부러 피해서 마셨는데 왜. 주말의 아침부터 느지막히 시작하는 것은 스스로 생각해도 뭔가 억울하면서도 어쩔수가 없다. 왜 주중에 늦잠을 그렇게 바라면서도 막상 주말이 되어 늦잠을 자면 생각보다 개운하지 않은걸까.
동네 근처에서 규동으로 점심을 먹으니 벌써 오후 한시다. 여자배구를 볼까 싶었으나 이 시간에 출발해서 계양체육관에 다다르기는 글렀다. 전시를 보기로 한다. 석파정 미술관은 주말인데도 주차하기가 참 좋지. '보통의 거짓말'을 봤다. 괜찮은 전시였다.
어제 운동을 했지만 오늘도 운동 한다. 운동 전에 있던 가벼운 두통이 사라졌다. 모처럼 운동 후에 기분이 좋다. 전체 운동시간에서 달리기 비중을 높여야겠다.
우울하기 때문에 일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는게 아니라, 일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기 때문에 우울한 것이다. 차근차근 일을 제대로 쥐고 있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보자.
운동하고 조각 치킨 먹었다. 후회할 짓을 했다. 늘 그렇듯 이걸 먹고 나는 포만감은 유쾌한 포만감이 아닌데, 왜 자꾸 나는 실수를 반복하는 걸까.
오늘은 우리 팀의 리눅스 명령어 툴 코드 하나를 자바 서비스로 변경하는 계획을 세워보자는 이야기가 오갔다. 팀장은 내가 주도하여 일을 분배할 것을 제안 했다. 네명이 모여 앉아있는 그 자리에서 나는 다음 회의 때 까지 할 일이 무엇인지를 생각하다가 커널 패닉을 맞았다. 팀장이 의견을 제시해서 돌아오는 금요일이 되기 전까지 툴의 소스코드를 파악해 오기로 겨우 정했다.
아직도 내가 뭔가를 주도해서 타인에게 명령이나 지정해줘야 하는 상황이 되면 크게 당황스럽다. 나는 과거 팀장직을 끝내 내던져버렸고, 휴직으로 도망쳤다. 그게 휴식이되어 조금 나아질줄 알았고, 복귀 초에는 어느정도는 회복한 줄 알았는데, 회의나 업무 분배를 내가 해야 하는 상황이 오게되면 나는 크게 또 당황한다. 나의 의사소통과 리더십은 실패했고, 그 실패의 잔영이 다시 드리우는 것만 같다. 정말로, 이민혁은 사회성 어디 한 부분이 크게 망가진듯 하다.
내 인생이 대체 어디로 흘러들어가고 있는지 전혀 알 수가 없다.
잠을 설쳤다. 4시쯤에 잠든 듯 하다. 질질 끌다가 아홉시를 넘어 일어나고 열시에 출근했다. 왜이렇게 시작부터 꼬이는 걸까.
내가 간단히 발표하는 자리가 있었다. 피드백을 주고 받았다. 이런 자리에서의 대화는 거부감이 없다. 내 거부감의 근원은 어쩌면 정말로 추천받은 그 책의 '다음 일을 모르는 것'에서 출발하는 불안감일 지도 모르겠다. 계속 다음 할일을 생각하라는 그 책의 교훈을 계속 이어나가고 싶다.
운동 퍼포먼스가 전혀 나오지를 않았다. 운동 전에 딱히 잠이 온다라는 생각을 갖진 않았는데, 오늘은 가슴운동 날이어서 벤치에 누워 무게를 들으려 하니, 피로와 잠이 쏟아져서 갯수를 많이 하지도 못했고, 80kg는 시도조차 하지 못했다. 체중은 70kg 선이 무너져 고무적이었으나, 지금의 피로가 일시적이고 회복 가능한 것이어야 이 페이스를 이어나갈 수 있겠다.
퇴근시간이 10시에 걸쳐있어 애매했다. 차를 몰아 모처럼 잠실 한강공원에 가보기로 했다. 강과 강북쪽 강변이 잘보이는 곳에 차를 세워 책을 읽을 심산이었다.
주차된 차는 드물었으나, 정체를 알수 없는 한 무리가 오토바이 두대, 중형차 한대를 가지고 주차장안에서 급가속과 급제동과 급선회를 반복한다. 소음이 심하다. 아주그냥 때를 맞춰서 짜증 스럽다. 왜 하필 이런곳 까지 와서 지랄인지.
멋진 신세계라는 책을 읽는다. 빌린 책. 초반 100여쪽 까지 펼쳐지는 신세계가 아주 멋지다. 정말 역겹도록 멋진 신세계다.
어제 같은 팀에서 일하는 사람이, 내가 뭔가를 빼먹지 않았느냐는 뉘앙스로 파트 단톡방에 일을 짚어준 바 있었다. 오늘 아침에 회의를 하면서 그 부분에 대해 문의 했었고, 해당부분은 설계단계 초기가 이전과 달라 짚어둔 일이라고 밝혔다. 오해가 사그러 들었다.
운동하면서 유독 라면생각이 났다. 요즘 유튜브에서는 유산슬이라는 사람이 정준하에게 너무도 내 취향과 잘 맞는 꼬들꼬들한 라면을 대접하고, 강호동은 산과 바다에 가서 라면과 섹스를 하고 있었다. 라면을 끊은지는 5주가 넘어가고 있었다. 너무 얄궂은 세상이다.
금요일 처럼 운동중에 잠이 오거나 하지는 않았다.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체중은 여전히 70kg을 넘지 않았다. 완연한 감소세라고 해석 해도 되겠다. 고무적이지만, 근력이 줄어드는 느낌이 드는듯 하여 조금 무섭다. 체중의 감소가 지방량 감소가 아니라 근육량 감소이면 어떡하지. 다음에는 인바디 지표도 측정해서 이번에는 달마다 측정을 해야 되겠다.
모처럼 영화를 찾아다 본다. 남산의 본부장들. 아주 볼만했다. 격동하는 근현대사를 잘 알지 못하고 있음을 반성한다.
늦잠 자려고 마음먹은 날은 또 애매하게 일찍 일어나진다. 아홉시 반. 일찍 눈뜰거면 차라리 여섯시 일곱시던가. 그러면 마음을 먹고 드라이빙이라도 갔을텐데. 묘하게 억울하다.
오늘은 배구를 보러 가기로 마음먹었으므로 그곳으로 바로 간다. 경기는 4시. 목적지는 화성종합실내체육관이다. 인천 흥국생명 vs 화성 IBK. 티켓값도 싸다. 중앙 및 홈 1층 응원석은 만원, 그외의 좌석은 7천원이다. 그런데도 필드와의 거리는 훨씬 가깝기에 현장감 넘치게 즐길 수 있다.
경기도 밀도 넘친다. 그간 직관해왔던 프로스포츠가 축구와 야구뿐이었기 때문이었는지, 타 종목에 비해 득점의 밀도가 높은 만큼 경기의 템포와 몰입도가 높아서 규칙을 잘 알지 못해도 재밌게 봤다. 특히 여자배구는 랠리가 긴 편인데, 랠리가 길어지는 가운데 높아지는 긴장감을 마지막의 득점을 통해 해소해 내는 카타르시스가 아주 좋았다.
저녁에는 부천의 집으로 돌아왔는데 부모님은 동네의 이웃분들과 저녁상을 같이 즐기고 계셨다. 좋아보였다. 동생은 혼잡을 피해 카페에 가있었는데, 마침 동생은 중고차를 고민하고 있어서 이것 저것을 같이 고민해줬다. 내가 조언을 해준것을 일부는 듣고, 일부는 듣지 않았다. 이미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기준이 확고한데, 그 기준에서 일관성은 다소 부족해보인다. 후회는 자신의 몫이니 나는 훈수꾼으로서 즐기려 한다.
부모님의 이웃과의 친목 다지기는 다음날에도 이어지는 듯 했다. 점심은 동생과 피자를 먹기로 한다. 오랜만이라 더 맛있었다. 피자는 오직 페퍼로니 만이 피자이며 그 이외의 것은 사문난적이요, 오랑캐다.
직장동료가 소개팅을 제안했다. 마음이 다시 한번 일렁였으나 지난번과 내 마음자세가 크게 달라지지 않아 거절했다. 거절할때마다 몸이 뜨거워지는 걸로 봐서 나는 여전히 쿨하지 못하다. 여러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지만, 나는 결국 낯선 사람을 만날 용기가 없다.
나는 여전히 소개팅이 조금 역하다. 모르는 사람을 만나 내 모습을 설득해야 하는게. 내 모습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기 힘든 형태로 나아가고 있는것 같아 이제 더더욱 이런 소개팅은 힘들어질 것 같다. 그럼 내가 누군가를 만나 함께 할 가능성은 더욱 없는거겠지.
운동 전 모처럼 인바디를 측정해봤다. 나빠졌던 지표가 돌아오기는 했지만, 예전에 평균적인 모습과 비교해보면 발전은 없는 모습이었다. 혼자 나직이 '발전이 없네' 라고 읊조렸더니, 트레이너 분이 오셔서 이것저것을 조언해주셨다. 그 조언은 마치 박찬호가 말해주는 것과 같이 어떤 부분은 반복되고 두서는 없었지만, 중심내용은 이랬다 :
“지금보다 발전된 지표를 얻어내려면 더 큰 자극, 더 다양한 자극을 주어야 한다. 그리고 어떻게 그런 자극을 얻어야 할 지 잘 모를 적에 반드시 이 트레이너에게 물어봐달라. 물어보는 순간, 물어보지 않던 지금의 당신과는 달라질 것이다.”
그날 나는 우선 하려던 운동의 순서를 조금 바꾸어, 중량스쿼트를 먼저 하고, 모든 운동을 마친 다음에 유산소 운동을 하도록 했다. 그리고 가슴운동 하는 날에 더 큰 무게를 들고 싶어 안달이 났다.
어제 의욕적으로 운동 페이스를 갑자기 끌어올렸던게 화근이었다. 아침에 허벅지가 이토록 아팠던것도 오랜만이었다. 게다가 어제 회사에 차를 두고 왔기 때문에, 회사까지 세블럭 거리를 걸어가야만 했다. 운동효과가 있기를 기대해본다.
어제 인바디 지표를 비교해 과거의 인바디 기록지를 살펴보니, 작년 이맘때의 내 체중 지표는 더 나빠져 있었다. 어제 체육관에서 빠져나오기 전의 체중은 69.0kg 였으니, 더 나아지기를 기대해보기로 한다.
해묵은 이슈를 하나 처리했다. 공백과 무관하게 데이터를 꺼낼 수 있는 SQL 쿼리를 만들어 패치로 전했다. 테스트 상황에서 정상동작 했으니, 재패치 하는 일이 없기를 바래본다. 꼼꼼해야만 한다. 어제 밤에 던졌던 패치도 그랬다. 단순히 다시 패치해야 하는 수고로움을 넘어, QA 분들께 마음의 빚을 지는 일을 줄여야만 한다.
어제 책을 빌려줬던 후배가 연락을 주었다. 책을 빌미로 안부를 물었다 하더라. 요즘은 '멋진 신세계'라는 책을 읽고 있다.
이겨내기 힘든 우울을 경험했을때 자신이 무너질 위기를 느꼈다는 후배는, 멋진 신세계에서 제시하는 인간미 없는 문명세계의 미래가, 한편으로는 이해할 수 있다는 의견을 주었다.
나는 그 책의 세계관에 전혀 동의하지 않았다. 아직은. 어서 끝까지 읽고 후배와 좀더 심도있게 이야기 하고 싶다.
면담을 해야 할 위기에 처했다. 나는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사람과의 대화는 너무 힘들다.
달마다 돌아오는 회식은 점심으로 결정되었다. 오늘은 가까운 곳에 새로 생긴 초밥집이다. 3만원에 가까운 1인분 모듬 초밥 메뉴가 제법 만족스럽다. 초밥중에서는 연어가 역시 제일 입맛에 맞다. 하지만 후식으로 선택한 연유 커피는 그리 좋지 못했다. 나는 연유가 내 몸에 잘 맞지 않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다. 조심해야겠다.
떨어지는 집중력을 겨우 붙들고 빌린 책인 '멋진 신세계'를 겨우 완독했다. 내용이 충격적이고 떠오르는 생각이 많아 글을 다듬어서 독후감을 정리해야 되겠다. 아, 우리가 인간다움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맹목적 행복의 추구를 버리고 능동적인 불행을 기꺼이 감수해야만 하는 것일까.
BMW M2를 운전하러 영종도에 갔다. 예약때 부터 설레었던 일이었고, 차는 내 기대에 부응해주었다. 굉장한 차였다. 유연하고, 강력했다.
위의 일이 아침이었던 탓에, 점심엔 금방 집에 올 수 있었다. 점심은 엄마와 내가 좋아하는 치킨을 시켰는데, 괜히 두마리를 시켜서는 한마리도 온전히 다 먹지 못했다. 반성한다.
장군이는 신장에 결석이 있어 이따끔씩 피가 섞인 오줌을 눈다. 엄마는 장군이가 건강하지 못한 모습에 가슴아파하신다. 다음주에 수술을 잡아두었다 하셨다. 장군이가 생명의 불꽃을 잘 태울수 있다면 좋겠다.
저녁엔 친구가 나를 불러 합정과 홍대 근처를 배회했다. 우리를 포함한 모든것이 변했고, 우리는 또 과거의 모습을 반성했다.
모처럼 친구들이 친구집에 모였다. 기생충이 요즘 유행하니 짜파구리를 해먹기로 한다. 10인분을 한꺼번에 만들어 맛을 기대하지 않았으나, 의외로 그런대로 괜찮다. 나는 꽃등심을 협찬했다. 이걸로 인스턴트 라면을 먹지 않는 기록은 또 다시 리셋 되었다.
친구 2인과 백화점에 들렀다. 한 친구는 여자친구에게 선물할 목걸이와 립스틱을 샀다. 다른 친구는 샤워커튼을 사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나는 충동적으로 나이키 맥스 90을 샀다. 고등학생 시절 잘노는 친구들 사이에서 유행하던 맥스 90을 이제서야 내돈을 주고 사니 감회가 새롭다.
립스틱과 목걸이를 산 친구와 양재 근처에서 곱창과 삼겹살을 먹는다. 이번 주말은 운동도 안하고 먹는것만 거하게 먹었으니 이번 한주는 일도 그렇고 운동도 그렇고 매우 바쁘겠다.
월요일에 했던 운동이 정말 힘들었던 탓에, 등을 땅에 붙이자 마자 잠이 들어 일어났다. 덕분에 조금은 더 개운한 느낌이 들었으나 전완이 아주 아프다. 데드리프트 할 적에 등과 하체쪽에는 여유가 있었으나, 손목힘이 좋지 못해 결국 높은 무게를 들지 못했다. 스트랩이 필요하겠다.
일은 최악이었다. 오늘 하루 내내 집중력이란 것이 없었다. 유틸리티 코드를 만들어야 하는데 도저히 흥미가 나지 않고, 나는 현실을 도피해 웹서핑을 하고는 했다. 정말 최악이다. 반성하고 고쳐나가야 하는데 어떡해야 하는 거지.
동생이 245마력을 손에 넣었다. 100마력 차이는 분명했다.
사람들이 자기가 무언가를 대변하거나 대표하고 있다는 생각을 안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자신이 실제로 겪지 않은 일에 지나치게 공감하고 몰입해서 목소리를 내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냥, 누구에게도 온전히 겹치지 않는 각자 자신의 인생이 있으니 그 인생을 살았으면 좋겠다.
판교에서 IT일을 하는 대학교 선후배들의 채팅방이 다시 활성화 되었다. 누가 이직했고, 무슨일이 각광받고, 얼마를 받고, 어떤 기술스택이 흥하는지 관심이 뜨겁다. 이 가운데 서로의 인간성에 대해서 뭘 하고 지내는지, 어떤 취미가 있는지, 무슨생각을 평소에 하는지 등등은 관심 밖이다. 여전히 외롭다. 예전에는 이런 것들이 그저 안타깝고, 왜 나한테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지 조금은 화가나고, 내게 관심을 가져달라고 내가 나서서 먼저 이야기를 하고는 했지만, 이제 그런것들을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에 익숙해졌다.
그런데, 정작 내가 다른 사람에게 어떤것을 좋아하는지, 취미가 뭔지, 평소에 무슨생각을 하면서 사는지를 물어보면, 사람들은 그런것을 왜 관심가지냐 하며 불쾌해한다. 예전에 내가 썼던 일기 처럼, 나는 나의 모습을 드러내고 싶어 하는데, 알고보니 그 모습은 너무도 추악하고, 사람들은 못볼 꼴을 봤다며 멀리 달아나는 식이다. 나는 사람들에게 다가갈수 없고, 사람들은 내게 관심이 없는, 데드락 상태에 빠져있는 것만 같다.
나는 뭔가 착하고, 나만의 매력이 있어서 나를 돌아봐 줄만한 사람들은 봐주는 그런 사람인것이 전혀 아니라, 나는 그냥 보통의 사람이고, 그런 정도의 매력같은건 전혀 없는 사람인 것이었다. 예전에 이석원 이라는 사람이 썼던 '보통의 존재'에서, 자신은 모종의 이유로 그냥 보통의 사람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가 보통의 사람이란 것을 깨달았다는 것을 이제는 나도 알 것만 같다. 나도 결국 착하지 않고, 때로는 약삭빠르고 옹졸한, 보통이거나 보통 미만의 비루한 인간이었던것이다.
이종사촌 누나가 결혼한다. 이 누나의 이름을 나는 '세영'으로 알고 있었는데, 사실 그 이름은 가족들끼리 부르는 이름이었고, 진짜 호적상의 이름은 '선희'라고 하더라. 전혀 모르고 있던 사실이었다. 그 만큼 멀고 어색한 친척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 친척과의 관계만큼이나 결혼식도 어색하고 뭔가 어수선했다. 아마 코로나 바이러스의 영향이었으리라. 지역감염이 시작되면서 보이지 않는 공포가 사람들을 엄습했고, 우리 가족들이라고 별 수는 없었다. 결혼식은 나른하고, 신속하게 절차를 밟아나갔다. 음식맛도 그저그랬다. 치킨이 딱딱한 것이 매우 아쉬웠다.
아버지는 또 술을 드셨고, 돌아오는 길에는 내가 운전했으며, 사회적 에너지를 모두 소모한 나는 이모와 우리 가족의 저녁식사를 뒤로 하고 성남시로 도망치고 말았다.
최고경영자와의 면담 진행자는 결국 내가 되고야 말았다. 슬슬 내 차례가 될 때이기는 했으나, 최고경영자와의 면담이라니. 요즘의 나는 대화도 싫고, 높은 사람도 싫은데, 높은 사람과의 대화는 정말 최악이다.
어제에 이어 이틀 연속으로 운동하니 뿌듯할 법도 했으나, 나는 결국 못참고 편의점에 들러 두 조각의 치킨을 먹었다. 뿌듯함은 한순간에 날아갔다. 포화지방을 어쩔수는 없으니 잘 때 근육합성이나 잘 되었으면 한다.
카페에 들러 스크립팅을 해봐야겠다.
최고경영자와의 면담 진행을 다른 높으신 분 앞에서 리허설 했다. 높으신 분께서는 흐름을 끊지말고 발표를 진행하라면서 자꾸 흐름을 끊었다.
오늘은 홀린듯이 회사가 끝나고 KFC를 찾아 치킨 세조각을 먹는다. 오늘은 아예 죄책감이 없기 까지 하다. 아랫배의 출렁임을 금할길이 없다.
기껏 잔뜩 쫄아있었건만, 면담은 내일의 3시 30분으로 미루어졌다. 그걸 엘리베이터 내려간 다음에야 알려주었다. 나는 높으신분이 너무 싫다. 증오한다. 가장 책임이 필요한 자리에서 책임없이 행동하는 인간들.
기껏 잔뜩 쫄아있었건만, 면담은 다음주로 미루어졌다. 그걸 회의실에 들어가 20분 가깝게 기다린 후에 알려주었다. 나는 높으신분이 너무 싫다. 증오한다. 가장 책임이 필요한 자리에서 책임없이 행동하는 인간들.
체중의 완연한 감소세가 기쁘다. 운동 패턴에 변화를 준게 효과가 있어보였다. 특히, 1.6+0.6 뛰걷기를 전반부에, 0.6+ 2alpha 뛰걷기를 운동 후반부에 구성해서 달리기 한게 꽤 주효한 듯하다. 이 기분이 다음달의 인바디 지표에 나타났으면 좋겠다. 기쁜 나머지 편의점에 진열된 바삭매콤치킨을 쳐다도 보지 않고 바로 참치와 우유를 사다가 기쁜마음으로 먹었다.
자라나라 근육근육.
이따금씩 베스킨 라빈스에 들를 때 마다 느끼는데,
정말 '엄마는 외계인' 이라는 맛 이름은 말도 안된다.
여러분은 '엄마는 외계인' 이라는 말을 듣고 이 아이스크림이 무슨맛인지 직관적으로 상상하거나 이해할 수 있습니까?
가령 두사람이 이런대화를 한다고 해보자.
A: 너는 무슨맛 먹을래? B: 응, 엄마는 외계인.
이게 패드립이지 무슨 아이스크림 고르는 대화란 말인가. 저런건 국어나 영어 듣기 지문에서 '다음 대화를 듣고 남자의 마지막말에 대한 여자의 말을 듣고 틀린말을 고르시오' 할 때나 나오는 답안이다.
오늘은 계획한 대로라면, 마라톤을 했어야 하는 날이었지만, 결국 시국이 시국이라 집에서 쉬는 무난한 주말이 되고 말았다.
동생도 마침 집에 왔으므로 저녁을 함께 먹고 시시콜콜한 대화를 나눈다.
방광의 결석을 제거한 장군이가 여전히 기운있는 모습으로 지내주니 참 다행이다. 밥도 잘먹는다.
티라미수 케잌을 먹고 집에 돌아간다. 돌아가기 전에 차를 산 동생은 아버지에게 차를 샀음을 보고 받고 이상없음을 확인한다. 동생에게 첫차의 선물로 엔진오일을 전한다.
한동안 연락을 드리지 못한 형님께서 오랜만에 기프티콘과 함께 축하인사를 전해주셨다. 정말 감사한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형님의 안부가 걱정되었다. 선뜻 여쭤보기는 걱정스러우니, 그저 무사하시길 바라는 인사밖에 드릴 수가 없었다. 느낌이 쎄한데, 느낌이 맞아떨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연히 열어본 페이스북이나 카카오톡의 친구 생일 알림이던지, 그저 예전부터 알고지내다가 마침 지나가듯이 인사하던지, 아는체 하고 인사해주는 사람 모두 참 감사한 일인데, 그걸 어떻게 답으로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주가 팽창하듯 사람과 사람사이는 더욱 멀어지고 있는데, 그것을 이겨낼 만치 당신과 나 사이에 중력은 작용하고 있는 걸까.
본의 아니게 철야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집중력이 살아나고는 있으나, 이렇게 살아난 집중력이 달갑지 못하고, 그저 내 자신을 혐오하는 감정만 늘어갈 뿐이다. 어쨌든 중요한 패치 하나와 내일을 위한 스터디를 마쳤다. 그리고 내일은 미뤄졌던 면담을 해야만 한다. 불길한 예감이 들어맞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제 면담이 큰 탈없이 끝난것이 참 다행이다. 갖고 있던 부담감을 덜어냈다.
이틀 운동, 하루 휴식의 규칙을 지켜내기 쉽지 않다. 어떤날은 근육이 아팠다가, 어떤날은 졸렸다가 한다.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계속되고, 사람들이 모일만한 장소들이 문을 닫기 시작했으나, 회사의 체육관은 문을 닫지 않았다.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인바디 수치도 지난달 보다 좋아졌으니, 나는 어서 노를 저어야만 한다.
친구가 드라이브를 제안하여, 대부도로 차를 몰고가는데, 급하게 화장실에 들러야만 했다. 최근에 먹는 것을 나름대로 조심하여 소화능력이 좋아졌다가, 소화능력이 갑자기 떨어지고 말았다. 무슨일이 일어난걸까.
의외로 열시 반의 대부도는 침묵하고 있지 않았다. 사람들은 캠핑장에서 캠핑도 하고, 조개구이집에서 술도 마시고, 카페에서 커피도 마시고, 해변에 나가서 불꽃놀이도 하고 있었다. 친구와 바다를 거닐며 생산성 없는 대화를 이어나가다가 슬금슬금 집에 기어들어온다.
집에오면 꼭 두번 잤다가 일어나게 된다. 아홉시 반쯤에 잠시 눈을 떠서 물한 모금 마셨다가, 다시 자리에 누웠다 일어나면 열한시 반쯤 되는 식이다. 눈이 떠져도 밍기적거리다 일어나는 식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아침드라이브 마냥 할일이 참 많을것 같은데, 점심나절에 일어나 벌써부터 하루의 절반을 망치는 식이다. 근성장에 좋다며 정신승리 해본다.
클래스 디자인을 위한 회의를 했다. 자바는 어렵다. 공부할 수 밖에.
모처럼 장군이 사진을 귀여워해주는 사람이 나타났다. 팔불출 마냥 조금씩 사진 풀어야 되겠다.
오늘은 등운동을 하는 날이었으므로, 미리사둔 스트랩을 들고 데드리프트를 해봤다. 스트랩을 어떻게 써야 할지를 잊었으므로 처음에는 사용법에 애를 먹었으나, 사용법을 다시 익히고 데드리프트를 해보니 처음으로 120kg를 들었다. 120kg를 들 적에 허리가 말려들어가는 느낌이 있어 자세를 다시 제대로 하고 해볼 필요가 있겠지만, 새로운 무게로 몸에 자극을 줄 수 있어 매우 기뻤다. 이 느낌에 내 자신이 고양되었는지 마지막에 한 런닝머신도 높은 텐션으로 뛸 수 있었다. 모처럼 운동하고 몸이 뿌듯하다. 내일 일찍 일어날수 없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묘하게 지난주보다는 집중력이 살짝 올라간 듯한 느낌도 든다. 근데 뭐가 달라진거지.
스미스머신의 도움을 받기는 했지만, 오늘도 안들어본 무게로 스쿼트를 해봤다, 110kg였다. 오늘도 운동량은 어제에 버금갈만한 양이었는데, 왜 이상하게 어제같은 고양감이 느껴지지 않고 외려 피곤하게 느껴지는걸까. 어제 운동했던것의 회복을 가로막은 운동이었던걸까. 오늘도 무던히 편의점에 들러 참치와 우유를 사다 마신다. 회사에서 샐러드를 가져다 먹고 있노라니 혹시 영양이 모자란 것은 아닐까 걱정스러운데, 그렇다고 사람들과 부대껴 밥을 먹자니 이것도 참 하기 어렵다. 내일은 킹다귀갓장국을 먹어야지.
벼락같이 몇가지 회의와 몇가지 이슈들이 지나갔다.
킹다귀갓장국을 먹었다. 고기도 많고 맛도 좋지. 소화도 잘된다. 그러나 저녁에 먹은 KFC의 치킨을 그렇지 못했다. 먹을때는 맛이 좋았으나, 소화기는 그렇지 못하다고 말하는 듯 하다.
이상하다. 기름지거나 자극적인 음식을 자제하고 있으면 소화능력이 괜찮아 지는 것 같다가도, 결국 자극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져버려서, 결국 기름진 음식을 먹으면 예전보다도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만 같다.
오늘은 단백질 섭취에 신경을 쓰겠노라 생각을 했지만, 생각해보니 그렇게 영리하게 챙겨먹지는 못한 것 같다.
내일 다시 운동해야지. 그 전까지 잠도 푹 자야지.
회사에서 자리를 바꾼다. 모처럼 다시 1인실을 쓰게 되었다. 팀장직을 이유로 2인실을 쓰기 시작한지 2년 가깝게 된 듯 하다. 그사이에 내가 많이 변했다. 나는 사람과 대화가 두려워져서 새로운 자리도 가장 구석진 자리를 골랐다. 집중할 수 있으면 좋겠다. 대화가 줄어들더라도 지식과 실력이 많이 늘었으면 좋겠다.
인터넷으로 어줍잖게 운동 후 영양 섭취 방법을 탐독하다가, 저녁에 편의점에 들러서 먹는 메뉴에 바나나를 곁들이기로 했다. 어제 한번 먹은것 만으로도 배변활동이 아주 부드러워서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오늘도 그렇게 먹었다.
운동은 오늘은 힘을 많이 쏟아내지 못했다. 아마 어제 운동 후반부에 4키로미터 고속질주를 했던것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래도 몸에 통증도 없고, 웨이트 후 30분 정도의 유산소운동은 지방연소에 좋고 근손실 영향도 적다고 하니, 이대로 점진적으로 운동량을 늘려볼까 한다. 고민스러운건 운동시간이 점점 늘고 있다는 것이다. 단시간에 높은 운동량을 낼 수 있다면 좋을텐데.
약국마다 마스크를 파는 시간은 정해져 있다. 사택에서 집으로 올라가는 길 휴게소의 약국이 있었지만, 판매는 4시부터 이루어진다 하여 시간이 맞지 않았다. 내가 구매할 수 있는 날인 목요일도 출근시간에 약국을 들를 수는 없었기에 끝내 마스크를 사지 못했는데, 아마 당분간은 있는 마스크를 돌려가며 써야 할 것 같다. 면마스크는 팔고 있으니 아쉬운 대로 면마스크를 사간다.
정말 오랜만에 손세차를 했다. 차가 다시 깨끗해지니 속이 다 후련하다. 수동변속기 차를 갖고 싶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오다가도, 내 차의 연비, 생김새, 만듬새를 보고 있자니 그런 생각이 쏙 들어간다. 여전히 주차해놓고 멀어질적에 다시 뒤돌아 보는 어여쁜 나의 차.
카페에 앉아 남아있는 버그 이슈 하나를 치운다. 모처럼 높은 집중력이 생겨나 파워 타이핑을 했다. 주변에 나를 아는 사람은 없고, 아무도 나를 막을수 없으니, 코드를 써내려감에 거침이 없었다. 요즘 다시 집중력이 좋아진 이유가 무엇일까. 그냥 아직은 단순히 지금 해낸 일이 목표가 분명하고 비교적 단순한 일이기 때문인걸까.
동생의 생일이다. 모처럼 동생에게 저녁에 고기를 얻어먹는다. 우리 동네에는 장군이도 출입할 수 있는 고깃집이 하나 있어서, 고급스럽고 깔끔하진 않지만 모두가 만족스러운 저녁을 먹을 수 있다.
동생이 내가 산 현대모터스포츠 자켓을 탐낸다. 웬일인가. 이런거 거들떠도 안보던 녀석이.
같이 일하는 동료의 대화에 업신여김이 서려있다고 느끼는 것은 단순한 기분탓인가. 내가 실제로 일을 못하고 있는게 기저에 깔려있는것인가. 알수가 없다.
헬스장에 사람이 늘었다. 폐쇄없이 계속 열려있는 와중에 이상증상이 있는 사람이 우리회사에는 없었고, 경계심은 낮아졌다. 이런 와중에 계속 헬스장에 나가고 있는 나 역시도 경계심이 낮아져 있는 사람중에 한명일까.
다만 사람이 많아지니 프리웨이트 존에서 뭘 할수가 없다. 오늘은 등운동 하는 날이었으므로, 데드리프트를 했어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바벨로우와 턱걸이 따위의 것들을 하고 처음으로 러닝머신 5km을 뛰어봤다. 앞 3분간 걸었던 것을 더해 대략 27분정도만에 뛰어진다. 정말로 올해 마라톤이 취소된 것이 많이 아쉽다. 몸이 점진적으로 좋아지고 있음을 스스로 느낀다.
어제 느꼈던 업신여김의 느낌이 오늘 또 대화해보면 단순한 기분탓이라는 느낌이 든다. 열길 물속 알아도 한길 사람 속 알 수가 없다.
이래저래 오전에도 회의 오후에도 회의가 있다 보니, 집중력을 발휘할 겨를이 없다. 나는 고질적으로, 한번 집중력을 살려내는데 오랜시간이 걸리고, 그 집중을 오래 유지하기에는 체력이 떨어진다. 정말 총체적 난국이다, 이민혁.
스쿼트를 하는 날이었고, 스미스 머신으로 꽤 무거운 무게로 스쿼트를 했지만, 그런대로 끝나고 달려진다. 오늘도 3.4km을 뛰었고, 그런대로 페이스를 유지할 수 있었다. 운동전에 측정한 체중은 69.5kg 였는데, 운동 끝나고 68.3kg가 찍힌다. 대체 이게 무슨일인가. 땀이 나오는 것만으로 이 정도로 체중이 줄어드는게 가능한건가. 알 수가 없다.
실은 16일이었던 그저께 저녁에 편의점의 조각치킨 두 조각을 먹었다. 약간 매운맛. 그리고 어제와 오늘 소화능력이 좋지 못하다. 밸런스가 무너진 정도 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징벌 받는 느낌이다. 오늘은 운동하지 않는 날이었으나 저녁에 먹는 것을 사리기로 한다. 라면만 먹지 말자고 생각한 식이조절이 점점 하드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슈 하나가 풀리지 않는다. db2에서 varchar 데이터가 있는 테이블을 select 할적에 데이터 왜곡이 있다는 제보다. 요는, '0xA6'으로 삽입된 Extended-ASCII 캐릭터가 select를 하고나면 여기에 매핑되는 0xC2A6의 '|' (broken bar) 로 매핑된다는 것이다.
어제도 2시에 가깝게 이 이슈를 붙들고 오늘도 지랄해봤지만 재현되지 않는다. 이민혁 이대로 좌절하는가.
운동페이스도 떨어졌다. 하루쉬고 나왔음에도, 도저히 유산소 세션을 소화할 수 없었다. 근력도 미묘하게 줄어들었다. 벤치프레스를 왜이렇게 무겁게 드느냐는 회사 지인분의 인사가 머리를 스친다. 내가 제대로 운동하고 있는것이 맞는가?
낮에 참치캔을 먹었으므로, 저녁은 닭가슴살을 편의점에서 사다 먹기로 한다. 조각치킨이 매진되어 유혹은 사그러들었으므로 마음놓고 우유와 바나나와 닭가슴살을 먹을 수 있었다.
요즘 좀 바쁘다. 쉽지 않다.
오늘같이 회의가 있고 그 다음에 또 회의가 있고 오후에 회의가 있는 날이면 집중력을 내기가 쉽지 않다. 짧은 시간에 집중력을 만들어내는 사람이 부럽다.
저녁에 테이크아웃 메뉴를 선택하면 컵라면을 주는데, 나는 컵라면을 먹지 않으므로 회사 단톡방에 컵라면 가져갈 사람을 찾는다. 근데 오늘은 그 분이 손을 들었다. 휴직을 마친 후 냉정한 그 사람. 컵라면을 전하며 하물며 맛있게 먹으라는 인사라도 하려 했으나, 높으신 한분이 식사중에 끼어들어 일이야기를 하느라 건네는둥 마는둥 그 순간은 지나가고 만다.
어깨 운동을 하는 날이었으므로 큰 근육을 쓰는 날이 아니었을 텐데, 기력이 이상하게 잘 안나온다. 오늘 잠을 못잔 것도 아닌데. 마무리 운동으로 하는 유산소 운동으로 5km 달리기를 겨우겨우 해낸다. 오늘까지만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고, 다음주 금요일 부터는 운동을 마치면 집이던 사택이던 들어가서 잠자는 습관을 들여야 되겠다.
코로나 바이러스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다니는 골목과 상권 마다 미묘하게 한적하고, 주가지수는 최저치를 왔다갔다 한다. 더하여 텔레그램 n번방이라는 이슈까지 터져나와서 사회 갈등마저 부추긴다.
공적자금과 인력이 투입되고 수사력이 동원되고 사람들이 기부하면서 이 국면을 헤쳐나가고는 있지만, 이게 언제까지 가능할까. 우리 사회의 사람들이 가진 인내력이 어디까지일까. 이 국면이 끝나고나면 이 사회가 우리가 예전까지 알고 있던 그 사회일지 자신이 없다. 뭔가 패러다임 시프트가 한번 크게 일어날 것만 같다.
텔레그램 n번방에 연루된 것으로 '추정'하는 인원수는 여러 언론마다 다르지만 20여 만명이라는게 추산이라더라. 정말인건가. 이건 정말이라면 지금 등록되어있는 국민 청원처럼 신상이 밝혀져야 가해자들의 처벌과 더불어서, 피해자를 보호하고, 억울하게 '너 텔레그램 거기 들어가봤지'하는 사람이 안나오게끔 해야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기독교를 종교로 삼은 사람의 일부는, 문제되는 행동들로 인해 '개독'이라고 규정되는데, 이 때문에 나는 '개독' 뿐 아니라 기독교라는 종교의 전반을 다소 비판적으로 보는 편이다. 왜냐하면, 기독교에 소속되어있는 사람들이 '개독'이라는 집단이 하고 있는 행동을 교정하지 않을 뿐 아니라, 그들의 행동을 통해 포교에 성공하는 등의 이득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에서다.
만약 이 n번방 사건으로 인해 '남자'라는 집단 자체가 다른 집단으로 부터 잠재적인 성범죄자라고 일반화되고 비판받는 다면, 그래서 그 손가락질 받는 사람이 내가 된다면 나는 어떻게 반박할 수 있을까. 가장 빨리 드는 생각은 그들의 행동을 인지 할 수 없었으며, 그들의 행동이 전체 집단에 이익을 가져오지 않았다는 것일텐데, 이는 합당한 논리인걸까. 그들은 논리에 기반해 '남자'를 손가락질 해왔을까. 논쟁에 자신이 없다. 나는 '남성성'을 대표할만한 특징을 갖고 있지 않다. 나는 어떤 집단도 대표하고 싶지 않다.
대한민국 전체가 바이러스에 대해 항원 항체 반응을 보이고 있는것만 같다. 며칠 지나고 나면 완치 되는 것일까. 혹시 이 사회가 지금 사이토카인 폭풍에 휩싸여 있는건 아닐까.
모처럼 집중력을 내고 있는데, 회사 컴퓨터가 정전으로 내려갔다. 예고되었긴 하지만 왜 하필 이런시간에!
회사 헬스장이 문을 닫았다. 정말 아쉽다. 페이스를 끌어올리면서 하루 최고운동량을 계속 바꾸고, 이제 주 4일 운동 일정에도 몸이 익숙해지고 있는 도중이었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일상의 루틴이 완벽히 확립되어있는 가운데, 그 루틴이 빼앗겨 버리는 감정은 슬픔으로 끝나지 않고 언제나 당황스럽다. 예전에 출장일정이 잡혔을 때에도 그랬다.
일단 이번주는 주중에 휴식을 취하되, 금요일 저녁에 집에 돌아가게 되면 줄넘기와 공원 근처에서 머무르면서 할 수 있는 운동을 하기로 한다. 그리고 차에 줄넘기와 트레이닝 도구들을 실어두고, 회사가 끝날 때마다 차를 몰고 중앙공원이라도 들러서, 달리기나 줄넘기나 철봉 등을 하면서 지내보기로 한다. 루틴을 다시 확립해보기로 한다.
이슈 하나를 해결해서 던졌다. 별의 별짓을 다해보고 메인프레임 에뮬레이팅도 돌려서 스펙도 체크해가면서 처리한 이슈라기엔 결말이 썩 허무하다. 굳이 지원해주지 않아도 될 일이 아니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나는 여전히 내가 갖고 있는 기술에 대해 확신이 없고 자신감이 없다.
운동을 하지 않으니 아침에 일찍 일어나진다. 하루의 시간이 좀 더 늘어나되, 밀도가 줄어든 감이 있다.
오늘은 집에 돌아가니, 내일 부터라도 다시 운동을 해야 겠다고 마음먹어본다.
휴가를 내서 대출 상담을 받아본다. 전세대출할 수 있는 금액은 전체 전세보증금 규모의 80%, 신용대출 한도는 내 연봉만큼 이라고 한다. 만약 전세 보증금이 1억 5천이면, 1억 2천을 대출 받을 수 있고, 이때 연 3%의 이율이면 달마다 30만원의 이자를 지불한다고 한다. 이제 계산이 선다. 최대 예산은 전세 1억 5천 또는 3000/월30 정도가 될 것이다.
집에 돌아와 인터넷으로 매물들을 살펴보니, 이집도 좋아보이고 저집도 좋아보인다. 다음주에는 어서 연락을 취해봐야 되겠다. 정말로 내 보금자리는 대출의 힘으로 나마 생기는 것인가. 정말로? 계약을 맺는 일도 사람일이라 무섭다. 나는 온도차가 큰 탕에 얼마나 발을 담글 수 있는걸까.
운동을 하기로 마음먹었으나, 동생이 세차를 제안해 세차를 하기로 한다. 어제 집에 오면서 차가 비를 맞아 적당히 더러워진 것이 차가 깔끔해져 기분이 좋다. 동생도 꽤 좋았던 듯 하다.
쏘나타는 차가 참 크다. 이 차도 이렇게 큰데 그랜저는 뭐하러들 사는 걸까.
드디어 다시 저녁에 운동을 해봤다. 분할운동을 할 수는 없었고, 풀업, 딥스, 스쿼트, 줄넘기를 했다. 당분간은 이렇게 컨디션을 유지하도록 운동해야겠다.
집의 거울에 비치는 모습이 전과는 다르다. 몸이 좀더 커진 것 같기도 하고 아닌것 같기도 하다. 이전과는 분명히 다른데, 어떻게 다른지는 모르겠다. 사이즈에 '100'이라고 써져있는 자켓이 작다. 상체는 커지고 있는가.
회사의 선배분께 집을 구하는 일에 대해 조언을 구했다. 출퇴근 거리, 위치, 이자 지출이 궁금했다. 뜻밖에, 선배님은 사택에서 계속 지낼 것을 권하시며, 대출과 관리비 등으로 인한 추가지출이 발생하는 것이 독립의 삶 만큼 가치가 있는지를 냉정하게 평가하라 말씀하셨다. 청약이란 선택지도 생각해보라 하셨다. 생각이 복잡해진다. 내가 지금 하려는 이 행동은 합리적인 소비인건가. 돌이켜 보면 나는 합리적인 소비를 해본적이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생각이 수렴하지 않고 발산한다. 혼란에 빠진다.
보금자리를 구한다는건 굉장히 복잡한 일이다. 저축을 게을리 했으니 목돈이 많지않아 대출을 구해야 한다. 어떤 대출상품이 내게 맞고 이자율은 얼마일까. 회사에서 너무 가까운것도 싫고 너무 먼 것도 싫은데 교통은 편했으면 좋겠으면서도 주차장은 있어야 한다. 오피스텔은 지하철이 가까우면서도 주차하기가 제일 좋다보니 생각했던 것 보다 비싸다. 오피스텔은 매매가 전세보다 많고, 둘의 가격차이도 거의 없다. 그런데 매매로 들고 있으면 내 재산이 되어버리니 세금같은 복잡한 문제를 겪을 것 같다.
복잡하다.
친구가 새로운 바이크를 사고 율동공원에 놀러왔다. 새 바이크는 슈퍼커브 인데, 내가 알고 있던 슈퍼커브보다 디테일이 현대적이어서 만만해 보이지 않다. 친구는 대단히 만족한 듯 하다.
어제는 집에서 가져온 트레이닝복과 신발로 갈아입고 공원에 운동을 나갔다. 아직 바람이 쌀쌀하다. 평행봉은 재질이 온통 금속으로 되어있어 맨손으로 딛고 딥스를 하기에 손이 너무 시렵다. 정자방향으로 네이버가 나올 쯤 반환하여 사택으로 돌아오니 3.6km 를 달렸다. 오랜만에 운동을 하여 기분이 좋고 상쾌하긴 한데, 사택에서 나갔다 들어오기가 번거럽고 남 눈치가 보이니 심리적 장벽을 느낀다.
오피스텔 몇군데에 전화를 걸어 토요일에 보러갈 약속을 잡는다. 하나는 수지, 하나는 광교. 가격대는 1억 1천, 1억 2천. 본래, 1억 5천까지도 생각 하고 있었으나, 심리적인 마지노선은 1억 3천선인 듯 하다. 심리적 마지노선을 만든 내 마음의 심리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내 독립은 실현될 것인가.
그저께 미리 연락했던 세 곳의 오피스텔을 보고왔다.
수지에 있던 한군데는 1인 법인이 주인인 도시형 생활주택. 주차가 어렵지 않다. 지하철역과 거리가 있고 동네의 분위기가 대체로 온건하다. 집에 크게 하자가 없어보인다. 융자 없음. 방 구조가 두단계로 나뉘어 있는게 좀 애매하지만 활용가치가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상현역 근처에 있는 한군데는 외국인이 소유주인데 소유이전 예정. 제일 비싸고 제일 깔끔하다. 주차는 어렵지 않다. 중개사의 영업적인 멘트가 거부감이 든다. 융자는 없지만 소유주가 변경되면 어찌될 지 모르는 지라 제일 불안한 매물.
광교역 근처의 한군데는 가격은 중간. 주차 어렵지 않음. 집 구조가 단순하고 방이 넓어보인다. 햇빛 방향이 약간 아쉽다. 구석에 벽지가 뜯어진 흠결이 있다. 융자 없고 주인도 개인이므로 제일 결격사유가 없어보인다.
엄마와 오전 나절 꼴랑 집 세곳 알아봤는데 피곤하다. 점심에 백화점에 찾아가 먹은 점심이 그리 맛있지 않았던 것도 아쉽다. 엄마는 장군이 때문에 이렇게 먼 밖에 나올일이 많지 않을 텐데 말이다. 차라리 규카츠를 먹으러 갈껄. 엄마는 상설매장에 있던 구두를 보시더니, '이런 곳에 한번 나왔다가 고민하고 안사면 다음에 이런 기회가 찾아오지 않는다'며 구두를 집어 드셨다. 어째 마음이 편치 않다.
이 집도 좋아보이고, 저 집도 좋아보이니 참 바보같다. 나는 무사히 집을 구할 수 있을까.
주거래 은행에 대출 가능함을 확인하고 광교역 근처의 오피스텔을 계약하러 간다. 중개사 분과 함께 방도 꼼꼼하게 다시 확인해본다. 지난번에 보이지 않았던 흠결들이 보이기는 하지만, 원룸으로써 큰 결격사유가 보이지 않는다. 내가 기억하고 있는 인상에 비해 창문도 훨씬 컸고, 북서쪽을 바라보고 있었으므로 남향 만큼은 아니지만 적절하게 햇빛도 들어온다.
그러나, 당일 가계약을 체결할 수 있을거라 생각한 기대와는 다르게, 잠시 알아보고 전화를 주겠다는 중개사 분의 말씀을 뒤로하고 차를 움직인다. 아니나 다를까, 얼마전 오피스텔이 팔리게되어 소유권이 이전되었다는 이야기가 들렸다. 이러면 포기했던 두 번째 매물하고 사정이 달라지지 않는데. 중개사님은 등기부등본 갱신이 이루어지는 대로 다시 보내주겠다는 말씀을 주셨다. 이대로 절차는 중지.
어쩐지 쉽게 간다 했지. 한번에 착착 진행될 리가 없다. 순간적으로 집을 구하고자 하는 의욕이 팍 식어버렸다. 사택에 은거하며 1년만 더 참아볼까. 요즘 경제가 어려우니 돈을 모아놓는것이 좋다는 중개사님 말도 그렇고. 나는 애매하게 적지도 많지도 않은 소득으로 금리도 그리 유리하지 않은데.
또 마음이 복잡해진다. 다른 매물을 알아보자. 가뜩이나 집중력도 좋지 못한데, 이런일이 끼어들어 민폐다 여러모로.
급한 이슈가 갑작스럽게 사라진 듯한 느낌이다. 내가 얼마나 이슈 지향적으로 일해왔는지 불현듯 느꼈다. 이슈의 근원지가 되는 해외 사이트들의 요청이 잠잠하다. 이젠 새로운 것을 찾아 공부해야 한다.
새로운 제품 계획에 너무 소홀한게 아니었나 생각해본다. 공부해야 한다. 아는게 없는 이민혁.
급하지 않은 이슈들과 엎어질지도 모를 원룸 구하기 계획이 맞물려 집중력이 낮다.
매력적인 매물들이 군웅할거 하는 난세였다. 이제 끝을 맺어야만 한다.
오후에 또 반차를 내어 상현역 근처의 매물 하나를 구경한다. 깔끔하고, 금전적 결격사유가 없다. 역도 가깝고 역을 둘러싸고 있는 편의 시설도 훌륭하다. 작은데도 비싼것이 아쉽다.
결국 고민끝에 신봉동 고즈넉한 동네의 작은 곳을 가계약 했다. 계약하는 집의 집주인은 44년생이시다. 올해 칠순을 넘기셨네. 크으 땅갖고계신 부우자 으르신이라니.
공인중개사분과 집주인의 전화통화가 이어지는데, 세입자분이 힘든 사람이라는 중개사님의 하소연이 있었다. 저는 군말없는 고분고분한 세입자가 되어드리지요. 물론 큰 문제가 없다면 말입니다…
뭐튼 가계약금을 붓고 다음 약속은 토요일 열시. 입주일은 5월 22일 또는 25일.
이제 모든 조건 따지기를 멈추고 생업에 집중해야만 한다. 등 뒤에 엄청난 빚을 지고 있으니 자금상황은 경색되었고, 그에 맞추어 유연해져야 하는 것은 내 개인 역량이다.
코로나 때문인지 뭔지 모르겠으나 일거리가 줄어들었다고 느낀다. 스스로 일할거리, 공부할 거리를 찾아내어야만 한다.
이것저것 대출에 대해 알아보았고 어떤 상품들이 있는지 대강 윤곽이 잡힌다. 내가 대출할 돈은 딱 7천만원 정도이니 청년맞춤전세대출도 해볼 생각을 한다.
침대가 얼마나 하느니 테레비가 얼마나 하느니를 생각해보기 바쁘다. 참으로 쓸데없는 생각이다.
반차를 내어 전세계약서에 확정일자를 받고 대출 신청을 하러 간다. 신봉동이라는 동네에 아직 전입도 하지 않았으나, 점점 익숙해지고 있다.
사거리의 이마트 옆에 위치한 신봉동 주민센터는 아담하고도 깔끔하면서 접근성이 좋다. 민원을 받아주시는 공무원의 태도는 사무적이었으나, 사무를 사무적으로 하는것을 무어라 달리 토달 수 있겠는가.
민원을 마치고 전셋방과 가까운 신한은행은 걸어서 가보기로 한다. 동네는 아파트와 그 사이에 흐르는 강과, 그 강 주변에 불규칙 하게 들어선 건물이 어우러져, 도시이면서도 시골같은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마냥 칼로 베어낸 듯한 도로와 건물들이 있는게 아니라, 강을 끼고서 산책로를 내고, 도로로 올라오는 계단이 불규칙하게 나있고, 오래전에 지은 건물에 샌드위치집과 고깃집이 있는 한적하고 고즈넉한 동네다. 벌써부터 이 동네가 좋아지려고 하는 내 자신이 참 호들갑 스럽다고 느꼈다.
은행에 들러 대출을 신청하려고 했지만 결과적으론 헛걸음이었다. 준비되는 서류가 계약일로 부터 한달 이내에 갱신된 서류여야 한다는게 조건이었다. 미처 준비하지 못한 서류 목록을 정리하고 상담해주신 분의 명함을 받아두었다. 5월 초에 준비해서 다시와야되겠다.
당초 신청하려던 대출말고, '청년맞춤형전세대출'이라고 하여, 한도가 조금 작지만 금리가 좋은 대출도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전달받았다. 역세권 오피스텔을 선택하지 않고, 이 동네를 선택한 것이 생각하지 않았던 이득을 안겨줬다. 벌써 이 동네가 나를 환영하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착각 마저도 들었다. 빨리 신청하여, 이런 이점이 사라지지 않는 이점임을 확인받고 싶다.
집중력이 최악이다. 회의때 나는 일을 안하지 않았음을 어필하기 급급했다.
팀에 가장 마지막에 들어온 사람이 가장 먼저 나가려 한다. 떠나는 이는 미련이 없는데, 보내는 이들은 미련이 있어보였다. 어떻게 자리를 얻었느냐며 비결을 물어보기에 바쁘다.
여러가지 이슈들이 5월에 몰려있다. 마감되는 자동차 할부, 새로 갱신할 자동차보험, 새로운 집 입주, 새로운 프로그램 착수, 나가는 이의 빈자리 메꾸기 등이 그러하다.
예전에도 한번 떠올린 적 있듯 시간이 흐르기를 바라고 기다리고 있는것은 바보같은 일이다. 시간은 원래 흐른다. 시간이 흐르길 바랄 이유가 없다. 시간을 밀도있게 채워야 함을 유념하자, 민혁아.
내일은 엄마가 생신이라, 저녁에 모처럼 고기로 진수성찬이 차려졌다. 아쉬운 정도로 먹어야 좋다고 늘 우리에게 가르치는 엄마가 사온 고기는 보통 우리가족이 먹을 수 있는 양의 두배다. 엄마는 요즘 뭔가에 아쉬움이 없었으면 하고 살고 계시는게 아닐까. 아들은 여전히 엄마의 마음을 알지 못한다.
두분에게 빌려드린 2천만원은 약 2년간 더 쟁여지게 될 예정이다.
'이번에 들어가는 전세방에서 2년을 살고, 2억 언저리의 아파트로 옮겨가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냉정하게 해보니 웃기는 생각이다. 이번에 빌린 돈은 7000만원이고, 내 돈이 3500 정도 들어갈 예정인데, 1억 9천짜리 아파트로 들어간다 치면, 전세대출 최소 조건은 3800 만원이다. 나머지 돈인 1억 5천 2백만원을 만약 전세자금 대출이 가능하다고 치고 이자 3퍼센트로 계산해보면 달에 나갈 돈은 38만원이 된다. 참 가능 하겠다 민혁아. 너 저축해야될 때다.
청약을 노리도록 하자.
헬스장이 다시 개방했다. 매우 기쁘다. 헬스 트레이너 분께도 이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비록 오늘 소화한 운동량이 그 기쁨에 크게 못미치기는 하지만 말이다. 나는 다시 루틴을 되찾을 것이다.
친구 한명은 베트남에 강제 출장을 나가 사실상 억류 되어있다. 일이 마치고 일상이 황량한 내 친구는 중고차 매물을 탐색한다. 이야기를 해보니, 선택의 기준에 일관성을 느끼기 쉽지 않다. 브랜드와 차급에 대한 주관 또는 선입견이 강하다. 이거 뭔가 익숙한 인상이 드는데.
나는 내 차가 좋다. 오래 타야지. 내차의 움직임을 더 이해해야지.
자주가는 율동공원 탐앤탐스에 들른다. 오늘도 들러서 콜드브루 벤티를 시키니 초코쿠키를 주셨다. 멤버십도 등록하지 않고 들러다 시키건만 자주 들르고 있음을 이렇게 알아주시니 정말 감사하다.
주말 이틀을 모두 장군이와 보냈다. 장군이가 엄마와 아버지만 찾는게 조금 섭섭하긴 하지만, 산책 한번만 같이 갔다 와주면 금세 마음을 풀어주니 나까지 기분이 좋다. 날씨도 서늘함이 잦아들어 벤치에 앉아 멍하니 장군이 가슴팍을 간질어 주기만 해도 기분이 좋다.
엄마와 아버지는 그간 장군이 때문에 선뜻 하지 못하셨던 일들을 하셨다. 친척의 결혼식에 참석했다가 외가에 들르셨고, 다음날에 아버지는 자전거로 남의 밭뙈기에 놀러가셨다가 점심에 엄마와 함께 이웃의 식당에 들러 이웃분들과 점심을 드셨다. 두분의 일상을 지켜드린 것같은 느낌이 들어 속으로 나즈막이 기뻐했다. 두분이 집으로 들어오시고는 나도 내 스스로의 휴식을 찾으러 분당으로 돌아왔다.
어제 컵라면을 먹었다. 아니나 다를까 오늘은 소화능력이 파괴되었다. 루틴이 아직 온전히 돌아오지 않은 것 같다. 내일은 운동해야 한다
회사에 내가 신청한 소득증빙서류의 처리가 지지부진하다. 이렇게 되면 급여명세서 2년치라도 다 뽑아서 대출신청때 제출해야 되는건가. 입주가 한달 앞으로 다가왔으니 이제 다시 다음 단계를 이행해야 한다.
모처럼 다시 운동을 했다. 운동을 미루었던 어제의 나를 반성한다. 운동량이 절반 수준에 그쳤는데도 스마트워치가 측정한 심박수 지표가 높다. 몸이 루틴을 되찾는데 시간이 꽤 필요할 것 같다. 체중은 감소했다. 근데 근육량도 감소했다. 예전과 같은 의욕을 다시 되찾을 수 있을까.
후배를 보기로 약속 시간을 잡았지만, 점점 약속시간이 늦춰진다.
정확한 이유를 알 수는 없고, 그저 미안하다며 약속시간을 늦출 뿐이었다.
인간관계에서 왜 나만 항상 아쉬운 입장이 되어야만 하는 걸까.
아쉬운 마음을 가다듬어 늦는 그 후배에게 커피를 부탁했다.
드라이브를 해가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나쁘지 않다.
후배는 남자친구와 헤어졌다며, 이유를 알려주지 않은 채 통보하듯 떠나간 그를 원망했다.
나도 같은 마음으로 한탄했다. 내게도 이유를 알려주지 않은 채 떠나간 이들이 너무 많았다.
연휴를 노리고 휴가를 낸 사람들이 많다. 회사 분위기는 어수선하다.
오히려 이런날에 휴가를 내지 않아야, 휴가를 쓰지 않고도 쉬는 느낌이 들어서 좋다. 고용주와 높으신 분들이 좋아하지 않으시겠지만 말이다.
점심나절에 출근하신 분들과 아이스크림을 곁들인 츄러스를 먹는다. 단 것을 먹으니 모처럼 기분이 좋다.
대출 신청에 필요한 서류가 구비되었다. 이제 누구도 막을 수 없다.
오전에 반차를 내어 대출신청을 했다. 3일 연속 휴가를 앞두고 또 다시 휴가를 신청하여 괜히 뜨끔하다. 다행히 이번에는 필요한 문서들을 잘 전달한듯 하다. 은행원 분의 답변은 일단 그러하다. 오랜만에 다시 와본 이 동네의 공기가 나쁘지 않다. 그 사이 회사 직원 중 확진자가 한명 발생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이어서 다행히 역학 조사 범위에 우리 회사 건물이 포함되지 않아 전파되었을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소식을 받았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오후에는 회사 건물 방역을 위해 퇴근하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오후 4시 20분까지. 퇴근으로 기분이 좋아지기도 했으나, 예상한 루틴이 깨졌으므로 그렇게 유쾌한 기분이 들지는 않았다. 오늘은 운동을 할 수 없다. 잠시 차 운전석에 앉아 '뭘 해야 하나, 저녁을 지금먹기는 애매한데…' 라며 시간을 죽였다.
작년 어버이날에 할아버지댁에 갔을때, 할아버지가 경품으로 타오신 TV가 작동하지 않아 낙심하셨던 기억이 났으므로, 어버이날에 할아버지댁에 TV를 선물할 생각으로 아버지와 엄마에게 전화로 의견을 구했다. 아버지는 내가 몇년전 이미 TV를 할아버지댁에 선물을 했던적이 있으니, 그냥 소소하게 용돈 드리고 밥을 먹고 오라는 답을 하셨다. 이상하다. 왜 전혀 기억이 안나지. 정말로 기억이 안나서 잠깐 당황했다. TV를 해드렸는데 또 해드리는 것은 이상하게 느껴저 계획은 접기로 한다. 일기를 쓰고 있는 지금도 내가 그랬었는지 기억이 잘 안난다.
위의 일기에서 적은 안도감이 무색하게, 회사에서 추가확진자가 나왔다는 소식이 떨어졌다. 할아버지댁에 찾아뵐 계획을 아침부터 접을 수 밖에 없었다. 아침부터 침통하다. 자비를 들여서라도 따로 검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콜센터와 보건소측에 연락했으나, 검사수요가 폭증하고 있어 증상이나 역학적 조사대상자가 아니라면 검사가 어렵다는 통보를 받았다. 같은 층은 아니지만, 같은 건물의 사람이 추가 확진자인데다가, 역학 동선상, 4월 30일 이전에 감염되어 5월에도 출근 했을지도 모르니까. 이런 생각이 들면서 불안이 엄습했다. 다만, 지금 클럽감염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대비, 회사는 동선상 큰 문제는 안됐던 건지, 보건소에서 역학조사 대상자라는 연락은 오지 않았다. 그래서, 일단은 집에서 가만히 기다리되 조용히 지내기로 했는데,
그런데 저녁에 회사에서 전 직원이 코로나 검사를 받을 것을 권고했다. 그리고 검사 전까지는 자가격리 할것을 지시했다. 아니, 오늘 아침이나 어제 저녁에 충분히 이야기 할 수 있는 일이었을텐데 지금 알려줘서 어쩌자는 말인가. 결국 내일 모든 약속, 모레의 모든 약속은 취소하고 검사받으러 가야할 운명이다.
코로나는 다행히 음성이었다. 회사는 그래도 발빠르게 사태를 수습하려 하는 듯, 전 직원에게 코로나 검사 비용을 지원하고 지역 병원과 협약을 맺었다. 코로나 음성판정이 나오기 전날의 밤에, 친구들이 드라이브를 나오라며 악마의 유혹을 해댔고, 나는 그 유혹에 이끌려 차를 몰고 나갔는데, 운전을 하고 있는 마침, 음성판정이 나와서 안도에 겹친 안타까운 감정을 느꼈다. 내가 좀 더 일찍 검사를 했다면, 오늘의 약속과 내일의 약속을 지켜낼 수 있지 않았을까 하고 말이다. 나는 음성판정에 작게 기뻐하며, 그 사이에 나를 만남으로 인해 걱정했던 사람들에게 음성판정 소식을 알렸다.
오늘은 캠핑을 앞두고 장을 보아야만 한다. 그러나 동행인과 나는 장을 보는 목록은 대충으로만 적어두고 이전과 같이 아이쇼핑을 즐겼다. 이 동행인 친구로 말할 것 같으면 쇼핑과 소비를 굉장히 즐기기 때문에, 그리고 그 소비가 금전적인것 뿐만 아니라 유/무형적인것을 투자해 천천히 음미하는 모든 행위를 즐기는 것이기 때문에, 이 사람과 소비여행을 떠나게 되면 그 날 하루를 온전히 소진하고 마는 것이다.
내가 준비한 장보기 목록에 디테일은 별로 없었다. 나는 없으면, 없는대로의 이벤트를 즐겼으나, 동행인은 그런 내 모습을 즐기지 않을지 모르는 일이므로, 조금 더 디테일을 살린다는게 딱 그정도인 것이다. 동행인 역시도 이러한 캠핑에 큰 경험이 없으므로 서로 어수선해 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우리는 그저 이러한 준비 과정을 즐길 뿐이었다. 내일 벌어질 일이 어떤 것인지 궁금하다.
어제 캠핑을 마치고 도착하자마자 잠시 누워있을 생각으로 침대에 누웠는데 그대로 잠들어버렸다. 나는 나의 피로정도가 어느정도인지를 몰랐던 것 같다.
잠시 일어나 돌이켜 보니, 캠핑에서 벌어졌던 모든일들은 과잉으로 점철되었다. 준비해온 음식과 자리에서 사온 맥주는 다 못먹었으니 과잉. 빌려온 텐트와 타프도 둘이서 쓰기엔 너무 컸으니 과잉. 다음날에 사먹은 물회 회덮밥 빈대떡도 끝내 반정도 밖에 못먹었으니 과잉. 캐치볼과 읽을 책도 끝내 읽지 못했으니 과잉. 각자 휴가의 끝을 붙잡고 있었으니, 조금만 더 이렇게 쉬었으면 좋았겠지 생각했을 것이라, 다만 모자랐던건 시간뿐이었다.
재택근무가 집중이 잘될거라고 생각했으나, 막상 처음으로 해본 재택근무는 조금 어색했다. 장군이를 안고 재택근무를 하는것은 생각보다 쉬운일은 아니었다. 다만 인터럽트가 줄어든 점은 좋았으니, 내일은 또 어떻게 집중할 것인가가 관건이겠다.
안타깝게도 재택근무라고 해서 내가 집중을 잘하는 것이 아님이 드러나고야 말았다. 나는 인터럽트 핸들링이 여전히 잘 안됐다. 재택에 잘 적응을 하고자 마음먹을 찰나 회사에서는 월요일을 끝으로 재택근무가 종료됨을 알렸다. 헬스장은 여전히 당분간 폐쇄다. 당분간은 운동도 못하며 지낼 처지다. 코로나 사태로부터 시작해서 캠핑을 지나오면서 루틴은 와전히 파괴되고 말았다.
톨스토이 단편선을 읽었으나 종교색이 꽤 있었기 때문에 마음으로 받아들여지기가 쉽지 않다. 읽기 편하게 쓰인 작품이었기 때문에 톨스토이가 사람들의 마음속에 따뜻한 사랑을 심어주고 싶다는 마음만은 느낄 수 있었다.
재택근무 마지막날이다. 적응할 만 해지니 재택근무가 끝나버린 것이 못내 아쉽다. 내일부터는 사택에서 지내는 것이 불가피하다. 사택에서 지냈던 동안에는 무던하게 지나쳤을 불편함들이 으레 떠올라 분당으로 내려가기가 버겁다. 빗물에 다음주부터 시작할 자취생활의 설렘과 남은 한주동안의 사택생활의 역함과, 내일부터 시작되는 정상출근의 부담감이 뒤섞인다.
재택을 마치고 회사에 돌아와 출근을 하니, 그동안 있었던 일들이 밀도있게 지나간 것만 같고 벌써부터 아련하다. 회사 안에서 벌어진 코로나 사태로 시작되어 5월 초에 계획한 모든 약속들을 잃어버릴뻔 했고, 다행히 음성 판정을 받고 친구와 캠핑을 다녀올 수 있었으며, 돌아오자마자 재택근무로 오래간만에 집에서 긴 시간을 보냈다. 별것 아닌 것만 같은데도 벌써 2주가 훌쩍 지났고, 마음이 크게 일렁였던 시간인것 처럼 느껴졌다.
회사는 다시 헬스장의 문을 닫아버렸고, 나는 이달 초에 있던 일들과 맞물려 일상의 루틴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멀게만 느껴진 자취의 시작이 어느덧 한주 앞으로 다가와 마음을 지루하지 않게 만든다. 코로나로 여전히 세상은 어지럽다. 어지러운 인생 속에서 어떻게 마음 정돈하며 살 수 있을까.
계약일은 월요일, 입주는 화요일에 하겠다는게 좋은 생각은 아니었던 듯 하다. 나는 언제든 들어갈 수 있으니 한발 물러선 입장에서 계약일과 입주일을 체결한 것이었으나, 전세계약을 먼저 해본 사람에게 문의 해본결과 전셋방 시설의 보상문제도 얽혀 있으니, 좋은 생각은 아니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뭐 이런식으로 또 한수 배우는 거겠지.
당장 조언을 들었을때는 내 계약이 뭔가 잘못되는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면, 이전 세입자가 저녁이건 언제간 제 날짜에만 나가기만 하면, 또 크게 문제될건 없을 일이었다. 내가 들어가는 때에 있는 하자 같은것만 집 주인에게 잘 고지하면 되겠지 싶다.
방을 어떻게 꾸밀지 천천히 생각해 보기로 하지만, 아직 들어가 사는게 아닌 이상 머릿속으로 생각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들어가서 살아보고 결정하면 될일이었다.
들어갈 집의 이전 세입자가 입장을 바꾸어 계약일 아침에 이사를 한다고 한다. 따라서 나는 원래의 날짜에 입주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는 아침에 전세대출이 실행될 것인지 전전긍긍 할 일만 남았다. 월요일 아침에 은행에 전화를 걸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이사청소 예약을 잡는다. 20만원에 아침부터 시작해 오후 3시까지 청소한다고 한다. 두명이서 청소한다고 하는데, 이거 인건비나 나오기는 하는걸까. 7시간에 두명이서 일하는거면 일단 최저시급보다는 더 나오는 것이긴 한것 같은데… 이거 정말 이문이 남는건가?
자취의 날짜가 멀게만 느껴졌다가, 어느날 확 다가온 것만 같은 느낌이다. 괜히 마음이 급하다. 계약은 정말 잘 마무리 되고 나는 입주 키를 받아낼 수 있을까.
의외로 은행은 빠르게 대출을 실행해 주었고, 이전 세입자도 입장을 바꾸어 아침 일찍 짐을 모두 빼내어 주셨다. 집주인 분이 전 세입자에게 돈을 부치는 절차가 남아있었으나, 이것도 역시 오전내에 잘 해결되어 금방 입주 할 수 있었다. 집은 깔끔했지만, 전 세입자의 흔적은 남아있었으므로, 내일 입주 청소를 마치고 나면 깨끗해질 것이다.
계약절차를 모두 마치고 영수증을 수령했으며, 복비를 부치고 전입신고도 하였으므로, 명백히 나는 세대주이자 세입자가 되었다. 내일 입주 청소만 마치고 나면… 정말 내일 입주청소만 마치고 나면…
전 세입자분이 잔금 문제로 남아있었던 짐을 빼주실 적에, 폐기해야 하는 가구가 있었으므로, 스티커를 구매해서 폐기 절차를 밟았다. 연락처를 교환했지만, 구태여 청구하지 않기로 한다. 이까짓것. 전 세입자에게 대신 연락처를 통해 별 탈 없이 인계해주신 것에 대해 감사 인사를 전한다. 전 세입자분은 친절히 인사에 응해주시면서, 혹시 판교에서 개발자 일 하시느냐고 물어봤다. 내가 확실히 개발자 같은 행색이었나…
동사무소에 전입신고를 하자마자 용인시로부터 문자가 날아왔다. 마음가짐이 좀 다르긴 한데 어떻게 다른지는 설명하기가 어렵다. 엄마에게도 이 소식을 알리니 독립을 축하한다고 해주셨다. 아마 마음가짐이 가장 크게 달라진 건 엄마일 지도 모르겠다.
처음 이 집을 볼적엔 지하철과 가깝지 않은것도, 방이 애매하게 두개로 나뉘었던 것도, 다른 방이긴 했지만 방 주인이 개인이 아니라 법인이었던 점도 결격사유였는데, 결국 계약 하게 될 것만 같은 느낌이 있었다. 결국 광교역 오피스텔의 계약이 엎어지면서 이 집은 운명처럼 다가왔다. 돌이켜 보면 이 집은 참 나를 닮은 듯 하다. 우리집에 놀러오라 초대하기엔 참 애매한데, 나한테는 더없이 만족스런 그런 집. 내가 선택한 모든 것들이 그런 조건을 만족했다. 내가 쓰는 노트북, 차도 그렇다.
청소를 부탁드린 분들로 부터 계속 중간보고 사진이 날아온다. 집의 구석구석 더러운 것들이 없어지고 있었다. 확실히 별다른 청소 없이 그냥 들어왔다면 저런 곳은 신경도 못썼으리라. 퇴근시간에 맞추어 청소를 마쳤다는 연락이 왔고, 원래 삯의 10퍼센트를 더 쳐드려 송금을 부쳤다.
사택에 들러 짐을 꺼내어 차에 싣는다. 처음으로 해치백 차의 실용성을 제대로 느껴볼 수 있었다. 짐을 꺼내는 데에는 3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
막상 방에 도착하니 구석구석의 청소상태는 뭔가 조금 아쉽다. 안지워지는 얼룩이었던 건지는 모르겠으나, 바닥 벽 몰딩에 약간의 얼룩은 남아있다. 뭐튼 먼지는 잘 잡혀있고 구석의 청소는 잘 되어있는 듯 하니 넘어가기로 한다. 다만 다음에 청소를 부를 일이 있을때는 끝나는 시간에 맞춰서 상태를 확인하고 삯을 드려야 되겠다.
이것저것 필요하겠다고 생각한 것들을 사와서 집에 배치하는데 시간을 꽤 할애했다. 뿌듯함 보다도 피로가 먼저 찾아왔다. 동네를 걸어다니며 주변을 살피니 이 동네를 선택한 이유도 참 나답다는 생각을 했다. 나한테는 너무 좋거나, 단점이 있어도 감당할 수 있지만, 남에게 소개하거나 놀러오라고 권하기에는 미안한 그런동네. 내가 선택한 것들은 항상 이런식이었다. 나는 이 동네마저도 이미 나를 닮아 있는것 같아 금방 정을 붙일 수 있겠다고 생각 했다.
아직 집을 정리하는 일은 끝난것이 아니다. 침대와 텔레비전과, 청소기 등은 뭘 살지 고민해야만 한다.
5월 초, 거의 잡아냈다고 생각했던 코로나 바이러스는, 다시 확산세에 접어들어서 오늘은 확진자가 70명에 이르게 되었다. 세대갈등과 성별갈등, 떨어지는 출산율과 떨어질줄 모르는 집값, 좀처럼 늘지 않는 내 개인역량과 맞물려 혼란스럽기만 하다.
내가 회사에 입사했을적에 팀장직을 역임하고 계셨던, 1팀의 팀장님이었던 실장님들이 회사를 떠난다. 내가 힘들때 나의 의사결정에 도움을 주었던 사람들이 계속 떠나가고 있다. 어떻게든 사람들과 멀어지고 있다. 어째 회사생활을 하면 할 수록 절벽으로 다만 1cm 씩이라도 가까워지는 기분이 드는 건 왜일까.
나름 목록을 써서 쇼핑을 했다고 하는데, 이마트의 코너를 지날 때 마다, '이 물건은 필요하지 않을까' 라는 충동과 더불어, 집에 오면 이건 왜 안샀을 까 하고 후회하는 일이 겹친다.
본가에서 여러가지 짐을 가지고 내려온다. 전부 가지고 오지는 않는다. 다 들고올 수 없는 몸과, 집에 내 흔적을 지우고 싶지 않은 마음이 뒤섞여 있다. 물론 아마 집에 올라 갈 때마다 그 흔적들은 조금씩 덜어질 것이다.
무엇을 살지 결정짓지 못한 것 중에 청소기가 있었는데 드디어 샀다. 그리 강한 흡입력을 갖지는 않았지만 내가 사용할 용도로서는 충분해 보인다. 다이슨 청소기같이 요즘 유행하는 청소기는 가장 저렴한것 조차도 40만원을 넘어갔는데, 지금 산 것으로도 충분해 보이는 듯 하다. 침대가 들어오면 TV와 책상을 따로 들일지 말지 고민스러워 질텐데, 지금 책상에 앉아서 생각해보니 굳이 필요한가 싶기도 하다. 그냥 중고로 업어올까 싶기도.
이제는 내 공간이 생겼으니, 바깥으로 돌지 말고 집에 있어야 한다. 집에서도 잘 집중할 수 있음을 증명하고, 개인 역량을 키울 줄 알아야만 한다.
친구의 건강이 급격히 나빠졌다. 몇주전 주말에 집에서 한번 실신한 적이 있던 친구는, 2주 뒤 다시 쓰러졌다는 소식을 전했다. 이번에는 식은땀과 두통을 동반하고 있어 구급차를 불렀는데, 진찰을 받고 보니 실신의 원인은 찾기 힘드나, 그것과 별개로 횡문근융해증이라는, 근육이 녹는 병에 걸려 입원치료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코로나 사태때 회사의 강제출장에서 벗어나고 이제 다시 루틴을 찾아가는 과정이었을 텐데, 다시금 병원신세를 지며 일상을 빼앗겨 버린것이 보는 사람으로서 매우 안타깝다. 그보다도, 혹시 내가 그때 보았던 첫 실신때 병원을 갔었어야 했던게 아닐까. 내가 그때 조금 오버하는 것 같더라도 병원에 보냈었어야 했나 하는 생각이 들어 스스로를 자책했다.
검색으로 횡문근융해증이라는 것을 찾아보니 근육이 녹음으로 인해 신장에 무리를 주는 병이라고 한다. 심한 경우 이때 잃어버린 신장기능을 다시는 회복하지 못하고 투석이나 신장이식을 받아야 할 수도 있다고 한다. 정말로 내가 잘 모르더라도 병원에 가는게 나았을 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신장 손상이 더 예전부터 지속되었던 일이었던거라면 어쩌지 싶다.
등본을 은행에 제출 함으로써 모든 서류절차를 마무리 지었다. 덤으로 IRP라는 금융 상품의 존재를 알고, IRP에도 가입했다. 절세혜택이 있다고 하니 나쁘지 않으리라. 단, 55세 까지 돈을 묶어두어야만 하고, 주택 구매 등을 이유로 중간인출을 하는 경우에는 받았던 절세혜택도 실질적으로는 반환된다.
침대를 들여서 누워보니 약간 단단하다. 침대생활을 시작하기에 나쁘지 않을 것이다. 설치를 위해 와주신 배달기사 두분께 주스를 대접해 드렸다.
이케아가 기흥에도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규모도 다른 이케아들과 차이가 없다. 이케아는 크게나누면 쇼룸-레스토랑-소품코너-(좀더 큰 가구가 있는)셀프픽업코너로 나뉘어있는 구성인데, 쇼룸에서 어떤 가구를 들일지 머릿속에 견적을 내보고 픽업코너에서 집어오는 식이다. 잘 꾸며져 있는 방들을 보니 욕심을 내서 이것저것 집어오고만 싶었다. 겨우 억제하여 침대 옆에 둘 협탁을 하나 사온다.
그러나, 협탁을 집으로 가져와 포장을 뜯은 순간, 그것을 조립할 도구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매장 곳곳에 비치된 전동공구가 있었는데, 무심코 지나쳤지만 그게 바로 복선이었던 것이다.
어쨌건 집에 들여야 겠다고 생각한 물건들을 모두 들였고, 이제 좀 사람 사는 집 비슷한 모양새가 되었다.
TV를 굳이 두어야 겠다는 생각이, 큰 모니터를 두어야겠다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동생이 전에 쓰던 작은 모니터를 가지러 올겸, 집구경을 왔다. 생각보다는 동생 눈에도 나쁘지 않아보이나 보다. 모니터는 LG의 것을 샀는데, 패널은 LG가 생산하지 않고, 중국의 저가형 패널이라고 한다. 색감은 썩 맘에 들지 않으나, 사무용으로는 나쁘지 않아보이고, LG가 만들었으니 잘 돌아가기를 바랄 수 밖에 없겠다.
어쨌든 광활한 크기는 만족스럽다.
오늘은 집에서 내가 맡은 프로그래밍을 마무리 짓겠노라 다짐 했는데, 노트북의 쓰로틀링이 심각하여, 400mhz 다운클럭에 20% 스루풋 밖에는 내지 못한다. 테스트도 올바르게 이루어지지 않아 결국 화를 이기지 못하고 노트북을 초기화 시켰다. 굉장한 패배감이다. 내일 회사에가서 일을 잘 마무리 지을 수 있을까. 잘 안될것만 같은 예감이다. 왜 항상 슬픈 예감은 들어 맞는가.
결국 오늘 내보내기로 한 프로그램 모듈은 여러가지 문제가 겹쳐 오늘 내보내지 못했다. 다른 모듈들도 잘 안되던 것이 겹치기는 했지만, 결국 문제의 본질은 나의 무식과 무지다. 내가 다루는 프로그램에 한발짝 다가가는 느낌은 항상 왜 패배한 이후에 다가오는걸까. 왜이렇게 한발자국 늦는거냐 이민혁.
코드를 겨우 매듭지어서 커밋해두었다. 내일 과연 이 이슈들을 해결할 수 있을까. 운동도 못하고 집에와서 일에만 매달리니 기운이 빠진다.
우리는 아직 Java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음이 여실히 드러났다. 왜 최상위 Exception Catch 블록을 만들고도 잡아내지 못했을까 하고 찾아보니, Error가 발생했기 때문이었고, 그 에러의 원인은 아직 알수가 없다. 탐구가 필요하다.
문득 잘 구워진 돼지고기가 먹고 싶다는 의견에 두 친구가 응해주었다. 오랜만에 만족스럽게 돼지고기를 구워먹고 으레 그렇듯 그들과 드라이빙을 나섰다. 오늘은 영종도에 들렀는데, 영종도가 관광을 위한 바닷가와 더불어 그 반대편에 주택가가 있다는 사실에 우리 모두 놀라워했다. 산책으로 주변을 걸어다니며 아무 영양가도 없는 대화를 나누며 즐거워했다.
운전 연수를 도와달라는 친구의 부탁에 응하기는 했지만, 그 친구도 이미 오토바이를 오랜시간 운전해본 경력이 있기 때문에 굳이 나의 교습이 필요할까 싶었다. 그러나 내가 드라이빙 스쿨에서 배웠던 것들을 알려주니 친구가 잘 배웠다며 고마워했다. 한시부터 시작해 일곱시까지 이어져 꽤 노곤하였으나, 그리 헛된 시간은 아니었다고 느낀다.
어제 만났던 친구들이 다시 한자리에 뭉쳤고, 미국식 햄버거를 먹으며 연이틀 배부른 저녁을 보냈다. 이제 남은 주말 시간은 오롯이 내것으로써 낭비하면 되겠다.
열한시에 겨우 일어났다. 이틀 연속 장거리로 운전했던게 많이 피곤했나보다. 늘 느끼지만 마냥 앉아있는게 운전이라지만 아무것도 안하는것은 아닌가보다.
자취방이 주택단지 한가운데 있다 보니 식당들이 가까운곳에 있지는 않다. 우연히 보인 중국집에 들러 짬뽕을 시켜보니 맛이 아주 좋다. 버섯에 밴 불맛이 아주 맘에 들고 해물이 충실하되 특유의 비린맛이 없으며 양파의 아삭함도 아주 좋다. 다만 매운것을 먹으면 땀이 아주 많이 나는 내 체질 때문에 이 계절동안 자주 먹기는 힘들겠다. 아니나 다를까 먹는 동안 꽤 많은 양의 휴지를 땀 닦아내는데 썼다.
조용한 분위기를 가진 이 동네에는 그 분위기에 어울리는 카페도 있다. 바닐라 라떼를 시켜서 진득하니 앉아 모자란 회사 일을 보충한다. 낯선 분위기라 눈치를 많이 느껴서 그런지 딴짓을 많이 하지 않았다. 집중이 잘됐다.
저녁에는 성복역 근처의 큰 상가에 가서 셔츠를 사왔다. 계획에도 없었는데, 새로운 장소를 발견하고 기분이 좋은 상태에서, 세일하고 있는 옷을 보고 큰 고민없이 집어오고야 말았다. 처음 입어볼 리넨셔츠인데 괜찮겠지.
내가 연관되어있는 자바 코드가 또 문제가 생겼다. 그런데 이건 내 환경에서는 재현이 안되고, QA 환경에서만 재현되고 있다. 무엇이 문제란 말인가.
저녁에 자취 후 처음으로 치킨을 시켜먹어봤다. 노랑통닭. 맛은 있지만 으레 그렇듯 배달음식은 혼자 먹기는 힘드니, 아끼고 아껴서 먹어야겠다 싶다.
결국 해결했다. 문제는 우리쪽에 있지 않았다. 우리가 사용하는 더 하위 미들웨어 레이어에서 문제가 있었다. Java의 Classloader를 공부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인터넷 상에서도 심도있게 다루어지는 주제인 듯 하다.
팀에서 이를 논할 적에, 팀 동료가 '의심의 우선순위를 바꿔야겠어요' 라고 말한 것에, '오, 이민혁이 최상위권에 있었나요' 라고 받아쳤다. 그의 답은 '그것보다는 우리 코드가 높은 우선순위이긴 했어요' 라고 답했다. 농담이라고 무마하기도 했고, 분위기도 심각치는 않았지만, 말을 던져놓고 멀찍이 떨어져 생각해보니, 내 스스로 열등감을 드러낸것 같아서 굉장히 부끄러웠다. 이런것으로 부끄러움을 느낀것, 열등감에 빠져있는것, 그리고 타인보다 실력적으로 실제로 부족한것을 반성해야만 한다.
집에와서 어제 시키고 남은 치킨을 먹었다. 노랑통닭은 식은 상태가 그리 맛있지 않은 치킨인 듯 하다. 어제 치킨을 시켰던 나 자신을 반성해야만 한다. 돌이켜보면, 오늘 일들은 어제 있었던 일들을 수습하는 시간들인 듯 하다.
오늘은 회의가 많아 앉아서 집중할 시간을 벌기가 쉽지 않았다. 집에와서 문제를 오랫동안 붙들고 있었으나 해법이 잘 나오지 않는다. 이젠 머리마저 좋지 않다.
퇴근길 동선에 버거킹이 있어 처음으로 들러봤다. 이것저것 비싼 버거들이 메뉴에 즐비한데, 통모짜 와퍼 사진이 뭔가 풍성하게 보여서 하나 시켜먹어봤다. 맛있지만, 햄버거에 만원이나 들일일인가 싶다. 다음에는 오리지널을 시켜먹기로한다.
친구가 카톡으로 320d 왜건 사진을 찍어와 해치백인지 물었다. 왜건이라 답해줌과 동시에 유럽에 파는 다양한 왜건 차종에 대해 TMI를 붙였다. 친구가 유럽을 가라고 했다. 직수입을 하겠다고 하니 그냥 유럽을 가란다. 이거 왜 비아냥으로 읽히지.
졸속으로 연봉 협상을 마쳤다. 졸속으로 마쳤는데, 인상폭이 크다. 내가 정말 이정도 받아도 되는건가. 처음 이 회사에서 일하고 연봉협상을 했을때는 인상폭에 기뻐했는데, 이제는 무서워진다. 나는 거품속에 숨어버리고 말았다. 감당할 수 있을까.
병약한 그 친구가 세차를 하자며 불렀다. 마침 세차할 때가 되긴 되었다 하여 찾아간 것은 좋았으나, 손세차 하지 않을것을 결심한 친구가 왜 손세차를 하자고 먼저 청했는지 의아했다. 예전에 찾아가서 좋은 인상을 남겼던 손세차장이 문을 닫았기 때문에, 내가 자주가던 춘의역 근처의 세차장에서 손세차를 했다. 친구는 손세차의 이유가 유막제거와 도장면의 찌든때를 제거하기 위함이라고 했었는데, 그 두 목적을 제대로 달성하지 못해 슬프다고 했다.
피로가 역력했으나 잠이 오지 않으며, 내일 약속이 없어 아쉽다는 친구가 다른 할만한 것이 없는지 물었고, 상동호수공원에 들러 걷기나 하자고 제안했다.
효용성없는 부동산 정책과, 부동산 투기로 인해 떨어지고 있는 재화와 노동의 가치, 예비 배우자와 자신과의 경제력 밸런스, 부모님께 선물할 새로운 테이블과 의자의 시연, 자신이 가진 차에 대한 갑론을박을 펼쳤다. 집에 돌아오니 매우 피로하다.
2주만에 집에 가니 아버지가 치과 치료를 요즘 받고 있으며, 그로인해 임플란트를 하게 될 것이라는 그리 좋지 못한 소식을 들었다. 마음이 좋지 않다. 음주와 스트레스와 노동이 겹쳐 제때 치과치료를 못받으셨다가, 너무 늦게 치료를 받는 것이리라. 엄마는 치과갈 용건이 있으면 바로 다녀오며, 치과 보험에도 들어놓을 것을 권하셨다. 치과 치료에 들어갈 금전적인 소요를 우회적으로 말씀해주신것 같다. 어쩌면 이번 월급에는 연봉상승분이 입금될 가능성이 높은데, 지난번 자취 예산에 보태주신것을 돌려드린다 생각하고, 조금 나누어 드리기를 생각해봐야겠다.
앞니도 치료하실거라고 한다. 당분간은 뭔가 드시는일이 불편하실 것이다. 불편하신 때에 술도 좀 줄이셨으면 좋겠는데.
BMW 드라이빙 프로그램을 오랜만에 들을 수 있게 됐다. 이번엔 친구들과도 함께다. 처음 친구들에게 권했던 것은 반년 전이었으나, BMW측의 사정과 코로나 시국 등으로 인해 계속 일정이 밀렸다가, 다행스럽게도 이수 할 수 있게 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친구들이 좋아해줄지 확신이 없었으나, 친구들도 흥분감을 감추지 못하고 고무되었으니 나름 효과가 있었다 하겠다.
이걸로 주말을 모두 소진했다.
술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분위기가 회사 팀에 정착됐다. 오늘도 역시 점심회식이다. 어쩐일인지 점심회식으로 소고기를 먹게 되었다. 1인분에 3만원 언저리하는 소고기 정식은 정말 맛있었다. 전날 운동을 했으므로 단백질 보충하기에도 아주 좋은 보람된 음식이었다.
월급날이다. 연봉상승분이 같이 입금되었는데, 꽤 두둑하다. 엄마가 자취를 시작할적에 쓰라고 주셨던 백만원을 이달의 용돈에 합쳐서 보내드렸다. 아들의 값어치를 한거겠지…?
집에 돌아와 화장실 청소와 빨래를 돌린다. 집안일은 생각날적에 바로바로 해버리니 그런대로 뿌듯하다. 오늘도 자취를 시작한지는 딱 한달이니, 계속 이렇게 꼬박꼬박 청소 등등 해서 나름 사람사는 모습은 갖춰가며 살아야 할 것이다.
관리비 고지서가 나왔는데 이상하다. 무려 90 여 만원이 청구됐다. 분명 이전에 미납했던 금액에 대해서는 납부 유예 처리되어 내가 낼 돈이 아니라고 했던 것 같은데. 이게 뭐지. 빨리 항의를 하고 싶은데, 오늘은 일요일이고, 항의 하기 전까지의 답답한 마음을 내일 업무시간 시작 전까지 안고 가야만 한다. 기분이 매우 좋지 못하다. 머릿속에는 내가 이 돈을 내야하는 상황까지도 그려진다.
아침부터 관리사무소를 찾아가 과청구된 관리비에 대해 물어보았는데, 다행히 전입 해왔을 때의 공인중개사 설명과 같이, 이전 관리주체와의 문제로 남아있는 금액이므로, 당월 청구된 금액에 대해서만 처리하면 된다는 입장을 전달받았다. 매우 다행스럽다. 금액에 계속 찍혀 나온다는 점이 좀 찝찝하기는 하지만, 일단은 넘어가기로 한다.
전날에 혼란스러운 마음을 가다듬는답시고 라면을 끓여먹은 것이 오늘 소화기능을 마비시켰다는 결과로 나타났다. 이민혁은 반성을 모른다. 이민혁은 정말로 반성을 모른다.
후배가 책을 빌린다며 회사 근처에 찾아왔다.
미금역 근처의 쌀통닭을 먹을 생각이었지만, 그 자리엔 이미 다른 업종이 들어와있었고, 어쩔수 없이 근처의 김치찌개집에서 저녁을 같이 먹었다. 민망함과 아쉬움을 동시에 느낀다.
동천동 근처에 살던 후배는 직장을 서울로 다녔던 탓에 지금은 영등포에 자리를 잡았다고 했다. 그런데 책을 빌리기 위해 이 동네까지 찾아오다니. 맛있는 것을 대접하지 못한 죄책감이 크게 다가온다. 후배와 근처 스타벅스에서 이런저런 주변 이야기들을 나누고 헤어진다.
이야기를 나누었던 사이, 화곡동에 사는 친구가 집에 찾아온다고 했다. 가족을 제외하고는 처음으로 찾아오는 손님이다. 집구경을 해보니 생각보다는 깔끔하게 산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도넛과 치킨을 남김없이 먹었다.
저녁에 달리기를 할 결심으로 겨우 집 밖으로 나오기는 했지만, 오늘따라 두통이 계속되어 마음먹은 대로 달리지는 못했다. 늘 매번 컨디션이 발목잡는다. 이번 주말에는 부천 본가에 올라가지도 않았건만, 집에서 제대로 쉬지도 못하는 형국이다.
운동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집근처 새롭게 생긴 아이스크림 가게가 생겼다. 나는 문득 엑설런트와 셀렉션 아이스크림이 생각나 충동적으로 집어들어 집에 왔다. 포장단위가 작아지고, 가격이 올랐으나, 맛은 변하지 않았으니 다행이라면 다행이겠다. 엑설런트는 내가 아이스크림을 살때마다 바닐라맛을 찾게 만든 아이스크림이라 내게 의미가 깊다.
아니나 다를까, 체중은 한껏 늘어 한주만에 1kg가 늘어 70kg대가 되었다. 자취를 시작하고서, 체중이 상승세로돌아선듯한 느낌은 기분탓인가.
오후에 일을 하던중 친척동생이 카톡을 보내주었는데, 사진 어플로 자신의 얼굴에 수염난 사진을 합성했더니, 나를 닮았다며 내게 보여주었다. 나는 처음에 그 사진이 우스꽝 스러워 웃으며 반응해주었고, 몇마디를 나누다가 다시 업무로 돌아왔는데, 그 와중에 내 생각이 들어 연락을 해주었다는게 기쁘고 감사했다.
전날 운동을 하기 전 인바디 지표를 측정해봤으나, 전혀 성장하지 않았다. 몸의 외형에는 나름 변화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 역시 기분탓이란 말인가. 남한테 변화가 있는지 없는지 물어보고 싶었으나, 내가 변화가 있는지 없는지 뭘 하는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없어 그만두기로 하였다.
근황을 알리듯 수염기른 사진을 넌지시 인스타그램에 올리니 후배가 밥먹자는 댓글을 달았다. 언제 먹을거냐고 댓글을 달았으나, 반응은 없었다. 나는 공허한 밥약속이 싫다고 다시 댓글로 이죽댔다. 후배는 개인톡으로 연락하여 면접을 보았다는 핑계를 대었으나, 결국에는 공허한 밥약속임에 변함이 없다. 정말로 그 후배가 바쁜것인지 그냥 내가 보기 싫으나 생색을 내고 핑계를 낸 것인지 알길이 없다.
전날 곰팡이가 끼려고 하는 화장실 변기가 생각이 나서 돌아오는 주말에 반드시 화장실 청소를 하겠노라 다짐했으나, 퇴근시간이 되어 다시 몸이 달아올라 수육국밥을 먹고 황급히 부천으로 출발했다.
영양가 있는 일들을 하겠노라 머릿속에 그렸으나, 집에 들어오자마자 반겨주는 장군이의 털만큼이나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아침에 아버지는 지인분의 밭일을 도우러 나가시고, 엄마는 머리를 하러 가셔서, 집에서 장군이와 함께 늘어졌다. 기분이 매우 좋다.
점심으로 치킨을 시켜먹으니 엄마도 나름 만족하신다. 아버지는 치아를 치료중이신 동안 맛있는 음식을 드시지 못하고, 김치국물과 생선을 주로 드신다. 괜히 아들만 맛있는걸 먹는듯 하여 마음이 좋지 못하다.
아버지는 내가 없는 사이 꽤 오랫동안 금주를 하였다며 자랑하셨다. 그러나 날짜를 하루하루 세고 계신것이, 아무래도 곧 다시 약주를 하시게 될듯 했다. 아니나 다를까, 오늘은 밭일을 갔다오신것을 핑계로 맥주 한캔을 꺼내 드신다. 아버지는 지인분의 밭일을 도와드리는 대신에, 고춧가루나 상추같은 작물들을 얻어온다며 자랑하셨다. 엄마도 은근히 그렇게 받아온게 도움이 된다며 말씀을 거들으신다. 엄마는 이것저것에 오지랖을 부리는 아버지의 성격이 그리 마음에 들지 않는다 말씀하시면서도, 나중에 득이 되어 꼭 돌아오는 것을 보시며 그리 밉지는 않으시게 된듯 하다.
저녁먹고 집으로 돌아와 황급히 화장실 청소를 마친다. 오늘마저 미루게 되면 나의 게으름으로 인해 돌이킬수가 없을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얼른얼른 세제뿌리고 락스 뿌리고 일단 청소를 하기는 했는데, 뭔가 오늘 아침에 본가의 화장실만큼은 못한 느낌이 든다. 역시 엄마의 요령을 단시간에 따라 잡을수는 없을것이다.
노트북을 꺼내는 도중에 노트북 충전기를 두고왔음을 깨달았다. 노트북에 급한대로 USB C 커넥터를 꽂아보지만, 이 까다로운 새끼가 밥을 안쳐먹는다. 집으로 돌아갈까 고민하다가 마음을 바꾸어 마트에 들렀다. 알고보니 PD 라는 규격이 있어서 그 규격의 커넥터가 있는 충전기가 노트북 충전이 가능한것이더라. 그리고 그 충전기는 5만원에 달했다. 이건 뭐 거의 시발비용이 아니라 멍청비용이네…
세상이 너무 혼란스럽다.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야 할지 잘 모르겠다.
느끼는 것이 있다면, 함부로 신념을 가져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타인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 자신은 함부로 신념을 가져서는 안된다고 매번 느낀다.
이래저래 일하는 시간에 인터럽트가 많았다. 안그래도 집중력이 좋은 편이 아닌데, 일에 몰두하기 쉽지 않았다. 다른일들이 겹치다 보니, 8월중 제공할 새로운 바이너리도 일정을 미루어야만 한다. 내 의도가 아니었으나, 죄책감이 밀려온다. 죄책감을 동력으로 힘을 내어야만 한다.
운동후 퇴근하던 중 발길을 돌려 마트에 도착하니 열시 사십분이다. 여름이라 마트는 영업시간을 연장해 열한시 삼십분에 닫는다. 이때쯤이면 어떤 물건은 매진이 되고, 어떤 물건은 재고가 될 위기에 처해 가격을 후려치는데, 바나나는 매진이 되었고, 연어초밥은 반값이 되었다. 오늘따라 마음이 헛헛한 기분이 들어 연어초밥을 사들고 집으로 돌아온다.
연어 초밥에 간장을 뿌리고 참치캔을 따다 먹으니 마음이 조금 가라앉는다. 야식을 먹었으나, 한점 후회가 없다.
지난주에는 14학번되는 나름 까마득한 후배가, 정자쪽에서 일하고 있으니 밥을 사달라며 연락을 해왔다. 이 후배와는 예전에 졸업하기 전에 얼굴을 본적이 있었으나, 이렇게 먼저 연락해주니 반가움보다도 당황스러움이 앞섰다.
예전에 이 후배에겐 새해가 되어 학교에 찾아가게 되면 보자고 했던 말이 있었기 때문에, 뱉어냈던 말을 주워담을 시간이 오고야 만것이다. 물론, 나는 타인에게도 휘발성 밥약속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담은 댓글을 쓴 적이 있었으므로, 이번만큼은 그 말을 지켜내어 이 후배에게 융성히 대접해야 할 것이다.
오늘은 그 약속했던 날이 되어 저녁에 고기를 먹기로 했다. 카톡으로 약속에 맞추어 카톡으로 연락하는 글 모양새는 확실히 선배를 대하는 듯한 어조가 아니었다. 나는 솔직한 심정으로, '왜 이렇게 친한척을 하는 거지' 하며 거부감같은 것이 들어, 이 거부감에 대해 이 후배에게 이야기 해줄 심산이었다.
그런데, 막상 고깃집 앞에서 만났을 적에도 이 친구가 나를 대하는 태도는 카톡에서의 모습과 일관성이 있었다. 이 친구는 나를 만났던 예전의 기억을 전혀 잊지 않고 똑똑히 해내고 있었고, 그때의 감정을 지금에 와서도 계속 이어오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마음의 경계태세를 허물고, 이 친구를 못본 사이에 있었던 일들을 나누고, 고기를 더 시키고, 직장생활 이야기를 말하고 들었다. 이 친구를 떠나보내고 내 마음속에 내재되어있었던 꼰대스러운 마음과, 사람을 대하는 또 다른 방법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6년 만치의 학번이 늦은 후배였으나 많이 배웠던 시간이었다.
미국 회사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팀의 요청이 급하다. 새로운 기능을 가진 C 바이너리 두개를 개발해 달란다. 그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사람은 예전 인도 출장때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사람중 한명인데, 좋지 못했던 인도 출장때의 생각이 들어 마음마저도 급하다. 나는 다시 숨이 가빠졌다.
그들과는 타협할 수 없다. 타협점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은 내 개발 진척속도 뿐이다. 예고 시점을 8월 첫주로 두었으나, 그들이 이를 받아들일 지 알수 없다. 나는 다음주 부터 박차를 가해야만 한다.
현대 드라이빙 아카데미가 다시 열렸다. 모처럼 다시 운전을 배울 수 있게 되어 매우 기쁘다. 무엇보다 작년 프로그램과 달리 교육에 사용되는 차도 아반떼에서 벨로스터 N 으로 격상되어, 같은 프로그램이지만 전혀 다른 박진감과 함께 느낄 수 있어 매우 좋았다.
인제 스피디움에 가는동안 비가 왔지만, 비가 오면 자동차의 움직임을 느끼기 더 좋으니 그러려니 한다. 마음이 설렘을 숨길 수 없었다.
코로나 사태를 의식한 탓인지 교육은 차에 탑승한 채 사람들과 거리를 두며 진행되었다. 벨로스터 N의 실내를 차근차근 구경했다. 중급레벨 프로그램이어서인지, 차가 조금 더 어려운 차여서 인지, 움직임에 적응하기 쉽지 않았다. 인스트럭터 분은 나의 운전을 피드백하기에 아주 바빴다.
교육 프로그램 막판에는 슬라럼 시간이있었는데, 다섯명의 참가자 중에서이긴 하지만, 1등을 하게 되어 매우 기뻤다. 드라이빙 아카데미를 배운지 3년만에 경험해본 일이라서 그 기쁨이 더하다.
돌아오는 길 마저도 와인딩 로드라서 오랜만에 운전으로 다시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스스로 고양되어 잽싸게 짤막한 영상을 편집해 인스타그램에 자랑한다. 아는 사람보다 모르는 사람의 좋아요 비율이 높은 것이 묘하다.
여담으로, 오늘 하루 내내 자주 오줌이 마려워 자꾸 즐거운 경험의 흐름을 방해해 아쉬웠다.
아무도 말걸지 않는 아홉시가 되어서야, 나는 집중할 수 있었다. 이런저런 인터럽트가 많은 낮시간에는 도저히 코드를 짤 수가 없다. 사람들은 어떻게 짧은 시간에 빠르게 집중력을 끌어내는 걸까.
지금 붙들고 있는 두개의 새로운 유틸리티개발 건 외에 집중력을 방해하고 있는 두개의 자잘한 이슈가 있어 방해받지 않고자 빠르게 해결해버렸다. 그런데 집에와서 편의점 치킨을 뜯고서 메일함을 열어보니 교통사고 비슷한 이슈가 또 하나 올라와 빨리 해결해 달라며 떼를 쓰고 있다. 가슴이 진정되지 않는다.
회사 동료가 회사에 신청했던 책들의 목록을 정리하고 책들을 반납했다. 신변정리를 하는걸까. 아무래도 퇴사준비를 하는것 같다. 떠나기 전에 떠난다고 말해주면 좋을텐데, 또 어느날 갑자기 예고될 지도 모르겠다. 친하게 지내기도 했었고, 얼굴도 본 사람으로써 괜히 서운한 마음이 드는건 어째서일까. 또 혼자만의 서운함일테니 마음을 진정시켜야만 한다.
비가 너무 많이 온다. 남부지방에 비가 많이온다는 뉴스가 있었다. 내일은 할아버지께 오랜만에 전화라도 드려야지.
이래저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엔지니어들러부터 급한 요청들이 많이 들어온다. 막무가내, 무책임을 느끼며 분노했다. 분노에 정비례하여 집중력이 상승한다. 분노해야만 집중력이 오른다는 사실이 다시 분노하게 한다.
더욱 화가 나는건, 이렇게 할일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주변의 사람들은 그것에 상관없이 인터럽트를 걸어온다는 것이다.
오늘은 두분이 이웃분들과 강화도에 나들이를 가셨으므로, 장군이와 한나절 느긋하게 지내본다.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고자 했으나, 장군이가 카페의 추위와 소음에 잘 적응하지 못했던 고로 동네를 드나들다가 집으로 들어온다. 장군이는 이내 쿠션을 찾아들어가 낮잠을 잔다. 돌이켜보니, 오늘은 기운 넘치는 장군이의 모습은 아니었던것 같다. 더위를 먹은 것인가.
두분은 저녁쯤에 집에 돌아오셨다. 엄마는 들어오시자 마자 저녁을 준비하셨다. 아버지는 다음에는 이런일이 있어도 같이 놀러가지 말아야지 하는 취지의 말씀을 하셨으나, 어제의 설레어 하시던 모습과, 엄마의 증언으로 미루어, 마음에도 없었던 말씀으로 추정한다.
은퇴의 시기가 다가오면 가장은 역할을 다했다고 말하며 모든 품위와 책임을 내려놓으려 하는데, 왜 엄마는 계속 엄마여야만 하는 걸까.
나는 우연히 친했던 사람들의 카톡목록을 보다보면, 그냥 멍하니 과거의 카톡을 되짚어 읽어보고는 한다. 오늘도 괜히 지인에게 카톡을 보냈다가, 그 지인에게 보냈던 과거의 톡 목록을 되짚어 거슬러 올라가 눈팅했다. 그 속의 나는 정말로 내가 이런 말을 했을까 싶을 정도로, 지금의 내가 보기에도 매우 어색할만치 때로는 밝고, 때로는 다정하고, 때로는 장난기가 넘치기도 했다. 지금은 그 사람들과 연락을 하지도 못할 뿐더러, 그때의 나와 너무 멀리 떨어져 걸어와 버린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사회생활을 취직하고 처음 시작했을 때, 앞으로 계속 잃어버릴 일만 남아 두렵다는 내용의 글을 쓴적이 있었는데, 정말로 그렇게 되어가고 있는 듯 하다.
나와 모든 인간관계가 점점 멀어지고 있음을 다시 자각하고 있는 것이 슬프다. 운동으로 잊고 싶었으나, 반대로 이 생각으로 인해 운동을 집중하지 못하게 되었다.
코딩에 집중 할만 하면 인터럽트가, 또 다시 코딩에 집중할만 하면 다시 인터럽트가 들어온다. 사람들은 어떻게 짧은 시간에 집중하고 퍼포먼스를 내는 걸까.
운동을 가기 전까지만 해도 오늘은 피곤하여 퍼포먼스가 안나올것만 같았는데, 2.2km 달리기를 마치고서 벤치프레스를 했더니, 오늘은 근력이 나쁘지 않은듯 하여 90kg를 처음으로 시도해보았고, 성공했다. 자세가 무너져서 어깨에도 힘이들어갔고, 올바른 자극점도 찾지 못했지만, 어쨌든 성공했다. 성공한것과 안한것과는 극명한 차이니까, 앞으로는 지금의 무게를 기준으로 나아가야지 라고 생각해본다.
보양을 목적으로 결집한 5인은 모처럼 오늘날을 약속날로 잡아 서울 경복궁역 근처에 모이기로 했다. 그러나, 그 5인 중 1인은 오지 않았다. 그 전날부터 약속을 확인하는 카톡에 답장이 없더니, 늦잠을 잤다며 약속에 못갈것 같다는 톡을 했다. 나는 나눠줄 책을 무겁게 들고왔으나, 한 친구에게는 책을 전했고, 못오는 친구에게는 전하지 못했으니, 반쯤 헛수고가 되었다.
돌이켜 보니, 그 친구는 내가 책을 전해주고 싶다고 말할적에 언제든지 좋다고 말했었지만, 막상 날짜를 정하니 비가오니 껄끄럽다, 자전거를 타고 와서 다른 날이면 좋겠다는 등의 이야기를 전했다. 차라리 그냥 별로 책 안받고 싶다던가 하는 피드백이면 더 좋을 텐데, 뭐하러 그런 여지를 남기는지 모르겠다.
다들 무던하고, 그 친구 역시 사과 한마디가 없는게, 역시 사람과 만나는 일은 나만 아쉬운 것인가 하는 생각을 했다.
별달리 복날을 챙기지 않았었기 때문에, 삼계탕으로 정하겠다는 의견에 합의했었고, 오랜만에 뜨끈한 국물에 닭고기를 함께하니 참 맛있었다. 오랜만에 만나는 사람들도 반가웠다. 나는 그동안 사람들과의 약속이 별로 없어서, 그런 자리에서 혹시 말을 많이 못하지 않을까 하고 쓸데없는 걱정을 했으나, 막상 만나서 그런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연신 수다를 쏟아냈다.
비가 그치려하지 않고 계속 흐리다.
저녁에 마트에 들러 저녁거리를 고민했는데, 정육 코너에서 두꺼운 고기가 눈에 들어왔다. 미국산 척아이롤 스테이크, 400그람 9천9백원. 나는 충동적으로 고기를 집은 다음, 머릿속으로 고기를 굽고 먹는 상상을 머릿속에서 하면서 필요한 물건들을 하나씩 골랐다. 코팅팬, 허브솔트, 고기집게, 로즈마리, 포도씨유. 10만원정도를 쓰고 집으로 돌아와 잽싸게 고기를 구워봤다.
허브솔트와 로즈마리를 고기에 뿌리고, 팬에 포도씨유를 둘러놓으니, 모든게 다 잘될 것만 같았다. 앞 뒤로 한 4분정도 구우면 괜찮을거라 생각하고 구우니, 모양새는 썩 그럴듯 했다. 그러나, 그릇에 고기를 가져다 놓은 순간 나는 고기자를 칼을 사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하는 수 없이 포크로 고기를 통째로 찍어 만화 처럼 물어뜯었는데, 고기를 익히는데 앞 뒤로 4분은 충분하지 않다는 것도 깨달았다.
결국 고기 굽기는 대 실패했고, 나는 실패의 책임을 지기 위해 끝내 남김없이 다 먹어치웠다.
비가 세차게 내렸던 요 며칠보다는 낫기는 하지만 여전히 듬성듬성 비가 내린다. 어제 내가 전달했던 패치는 온전하지 못해 결국 퇴짜를 맞았다. 오늘은 실패하지 말아야 한다. 오후에는 계속 회의가 있어 집중하기 쉽지 않아 결국 저녁시간을 넘어 코드를 수정해 다시 패치로 전한다.
회사생활을 하면서 꽤 사적교류도 했었던것 같은데, 요즘은 사람들이 사적으로 말을 거의 걸어주지 않는다. 내가 멀어진건지, 그들이 멀어진건지 헷갈린다.
회사 동료가 나더러 어깨가 넓어진것 같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정말인가. 그게 정말인건가. 내일은 운동을 열심히 해야 되겠다.
유틸리티 하나를 만들어 내보내야 하는데 일이 손에 잘 안잡힌다. 내일은 진도좀 빼자.
운동에 의욕이 조금 들기는 하지만, 요즘들어 다시 마음이 헛헛하다. 어떤날은 외로운게 아무렇지도 않다가도, 어떤날은 사람들에게 왜 그렇게 다들 나한테 멀어져갔는지 따져묻고 싶어지기까지 했다. 내 몸에서 무슨 냄새라도 나는건지. 또는 내 말투가 너무 재수없거나 느끼해서 듣고 있기 거북한건지. 내가 사람을 대하는 방법에서 뭔가 잘못된건지. 아니면 내가 일할때 생산성이 너무 낮아서 게으르고 무능력해서 싫어하는건지. 하고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가, 결국 사람들은 내가 어떻게 되어먹은건지 전혀 관심이 없구나 라는 결론에 이르게 되면 내 자신이 너무 초라해 견딜수 없어질 것만 같다.
오늘은 유독 부천 본가에서 자취방으로 돌아올때의 기분이 조금 더 서글펐다. 장군이가 작년 같은 때에 비하면 잠도 조금 더 늘고, 활력도 조금 잃어버린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나이가 나이인지라 예전 같을 수는 없겠으나, 항상 가슴속에서는 활력을 주체하지 못한 어린시절의 장군이가 아른거려서, 잠이 늘어난 장군이의 모습을 볼때마다 뭔가 가슴이 아프다. 장군이의 모습이 뭔가 우리 가족의 모습을 대표하고 있는듯한 느낌이라 그 기분이 더하다.
엄마와 나는 장군이의 나이 이야기를 하면서, 내가 장군이에게 '삼년만 더 살자 장군아' 하니까, 주변 이웃의 강아지가 거의 스무살 가깝게 살았다는 이야기를 곁들이며, 장군이가 오래오래 함께 있어주기를 은근하게 바라셨다. 장군이의 모습이, 그리고 그로인해 우리 가족의 모습이, 내가 품고있는 가족에 대한 생각으로 부터 멀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그런 걱정하는 마음이, 지금의 가족들에게 최선을 다하지 못하게 만드는게 아닌가 하여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최근에는 90kg 벤치프레스도 어떻게든 해내고, 신체 능력도 예전보다 좀더 좋아진 체감이 있어, 인바디 측정을 기대감을 가지고 수행했는데, 전혀 성장… 성장은 커녕 오히려 체지방율은 늘었고, 근육의 증가량은 미미하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나는 금세 의욕을 잃어버렸다. 오늘은 등운동을 하는 날이었으나 제대로된 퍼포먼스를 내지 못했다. 악력이 약해 데드리프트를 통해 몸의 뒷쪽에 자극을 부여하기가 어려웠다. 나는 운동으로써 정신건강도 다스리고자 하였으나, 향상을 이루어내지 못해 정신마저도 수세에 몰린 듯 하다.
오늘은 타이핑한 코드가 꽤 많았다. 그렇다고 집중력이 높지는 않았다. 중간에 내가 짠 코드를 일부 소실해버려서, 다시 짜느라 시간을 소비했다. 오늘은 아무도 나에게 사적인 용건으로 말걸어 주지 않았다. 유난히 더 외로웠다.
왜 사람들이 내게 그나마 가지고 있던 관심도 끊어버리게 된걸까. 정말로 내가 떠나온건지 그들이 떠나온건지 알길이 없었다. 그들은 힌트조차 주지 않고 멀리 떠나버렸다.
오늘은 코인노래방에 들렀는데 노래가 매우 잘 됐다. 새롭게 부를 수 있는 노래도 하나 생겨서 좋았다. 들어주는이가 없어 감정이 과해져 중간에 목이 매었다.
오늘의 셋리스트 :
오늘은 반드시 코드를 바이너리로 만들어 고객에게 넘김으로써, 내 존재가치를 증명해야만 한다. 라고 생각했는데, 회사에 확진자가 발생해서 쫓겨나다 시피 퇴근을 하게 되고 말았다. 그나마, 방을 같이 쓰는 팀 동료분이, 점심을 같이 먹자 제안 해주어, 새로오신 분과 함께 셋이서 칼국수를 먹으러 나갔다. 우리는 칼국수를 먹으며, 지금 상황의 혼란함과 새로온 회사의 분위기와 기타 신변잡담을 하였다. 점심을 같이 먹자는 제안에 나는 너무 노골적으로 기뻤다.
집으로 돌아와 잠시 쉬다가, 올라오지 않는 집중력을 붙잡고, 열두시까지 기어이 오늘 해내고자 하는 일을 일단은 매듭지었다.
답답한 마음이 들어 충동적으로 차를 몰아 삽교호에 가본다. 나는 삽교호 라고 그러길래 보통 내가 가봤던 호수들처럼, 분위기가 잔잔하고 주변에 카페들이 많아 아무데나 들어가 책이나 읽으면 어떨까 하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가보니 놀이공원에, 사람들이 넘쳐나는 횟집과, 작은 규모의 놀이공원에, 트로트 부르는 광장까지 도저히 조용할 틈이 없었다. 내리자마자 관람차가 시선을 사로잡아 바로 타보고 싶다는 충동에 휩싸였지만, 2인 이상만 탈수 있다는 말에 슬픔에 빠져 튀김을 사다가 점심으로 먹는다.
결국 차를 마시다가 여차하면 바다 넘어 보이는 노을을 보겠다는 계획은, 이래저래 처음부터 어긋나 마음 부터 사그러들며 엎어지고야 만다.
결국 코로나가 다시 전국적으로 창궐하였고, 회사 체육관은 문을 닫았으며, 결국 루틴을 지킬수 없게 되었다. 코로나의 진원지 중의 하나가 이 동네에서 그리 멀지 않은 교회라서, 공원에 나가 달리기를 할수도 없게 되었다. 그리고 비 상식적인 사람들의 행동 때문에 이 사태가 꽤 오랫동안 이어질것만 같다.
상식을 가지지 못한 사람들이 다수가 되어 힘을 형성하고, 그 힘이 세상의 질서를 어지럽히고 있어 너무 화가 나고 슬프다.
팀 동료 한분이 전날, 이직을 위한 코딩테스트에 응시할 예정인데, 저녁시간 때 도와달라는 요청을 했지만, 오늘 그 시간이 되어서는 스스로 해보는 시간을 가지고 싶었다며 도움을 받지 않았다. 내 스스로도 타인의 코딩테스트를 곁에서 보고 같이 배울수 있는 시간이 되었을 텐데 내심 아쉬웠다. 남아있는 집중력으로 야근을 조금 하여 코드를 매듭짓고 집으로 돌아왔다.
머리도 하고 아버지 보험도 갱신하고 장군이도 보러가야 하니 용건은 충분하다. 이번주는 부천 집에 들르기로 한다. 가는동안 비가 온다. 소나기마냥 거세게 온다. 기껏 세차를 했는데 비가온다. 장군이는 여전히 건강하다. 펌은 할때마다 뭔가 다르게 뽑히는 느낌이 든다. 그러나 오늘의 머리는 그리 새롭지 않다. 원래 회사일을 하거나 책을 천천히 읽을 생각이 있었지만 집 침대에 누우니 천천히 잠이 온다. 집은 늘 그렇게 편안하다.
아버지의 자동차 보험을 다이렉트 상품으로 갱신하고 커피를 얻어마신 다음 용인 집으로 돌아온다. 이상하게 배가 살살 아프다. 아랫배가 아니고 윗배가 아프다. 밥을 많이 못먹을것 같으나, 허한느낌은 있어 남길 생각으로 치킨을 시켰는데, 평소에다 못먹던 한마리 분량을 오늘은 다먹어 버리고 말았다. 정말 이상하게도.
운동을 못하는데 먹는거 조절은 못하니 몸이 불어날 일만 남았다. 집에서 어떻게 운동을 해 나가야 할지 고민해야 될 것이다.
매듭을 못지었던 회사일을 마무리 짓고 주말을 마친다.
바깥에 나가서 밥을 먹기가 꺼려지는 시기라, 회식도 배달로 해결한다. 점심에 테이블로 배달온 스시는 아주 맛있었다. 삼겹살과 연어는 웬만하면 실패하지 않는 메뉴인것만 같다.
확진자 수는 계속 3백명대를 전후로 왔다갔다 하고 있다. 이 병을 급격히 창궐시킨 사람들은 전혀 반성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 그들을 한때 품었던 집단은 자신들과 선을 긋고 반성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아직 결정조차 하지 못했다.
나는 어느 집단도 대표하고 싶지 않은 채로, 이 사회 속에서 철저히 개인으로 남아 살기를 소망했으나, 잘못된 믿음이 집단을 이루고 힘이 되어 내 일상을 파괴하려고 할때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저 무섭고, 시간이 흐르되, 그 시간 속에서 내가 무너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오늘은 윗선에서 요청한 정부과제 문서를 써야했기 때문에, 전혀 코드를 볼 수가 없었다. 내가 학생때 프로그래밍 과제를 했을때 항상, 코드를 짜는 일 보다도 그것을 설명하기 위해 레포트를 작성하는일을 훨씬 힘들어 했는데, 사회생활을 겪으며 공적인 글들을 써야 하는 일을 이따금씩 겪었음에도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다. 핑계를 대자면, 항상 이런 유형의 문서들은 요구되는 내용이 모호하고, 늘 그렇듯 '어떻게 좀 잘 있어보이게' 가 요구사항이기 때문에 이 요구사항대로 글을 써내려가기가 쉽지 않다. 작년에 공적인 글을 쓰는 방법을 배웠음에도 그렇다. 공적인 글을 잘쓰는 방법과, 사회에서 실제로 요구하는 공적인 글쓰기 방법에 괴리가 있는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저녁에 허기가 들어 마트에 들렀으나 초밥은 모두 매진되었다. 다른 간식이 뭐가 있을까 하고서 마트를 구경하는데, 빵이 너무 맛있어 보였다. 열두개짜리들이의 생크림 크루아상이 5천5백원이라고 하니 아주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열두개를 유통기한 내에 다 먹을 자신이 없었다. 결국 그냥 참고 야식은 구태여 먹지 않기로 한다. 나는 빵을 한두개만 먹고 싶은데.
오늘은 확진자가 440명을 넘었다. 어제보다 급격히 증가했다. 매일매일이 조금씩이지만 분명하게 무서워진다.
회사에서도 그냥 가만히 있기는 뭣했던지, 재택근무 대책을 내놓았다. 3개 조로 나누어 이틀은 재택, 나흘은 출근하는 식이다. 안하는것보다는 나을테니 군말없이 따르기로 한다. 애초에 싫어도 어쩔수 없었던 것.
비밀의 숲을 너무 재밌게 봤다. 결국 오늘 하루 내내 정주행하고야 말았다. 원래는 적당히 일도 하고 책도 읽으면서 보낼 생각이었는데.
주인공이 읊는 마지막 대사가 감명깊다. 결국 제목 '비밀의 숲'을 파헤치고 끝나고야 말았다.
대사 하나 하나에, 장면 마다 그냥 넘어갈 수 없을 만치 의미가 깊고, 밀도 높다.
기어이 피로감을 이기지 못하고 오전반차를 사용하고야 말았다. 반차 신청 사유에는 건강문제라고 둘러댔다.
비밀의 숲의 여운이 꽤 오랫동안 남는다. 나는 유튜브에 있는 토막 영상들을 이따금씩 찾아봤다.
오랫동안 코드를 들여다보고 나서야, 내가 코드를 잘못짰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머리에 먹구름이 찾아들었다. 내일은 정말로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듯 코드를 짜야 할 것이다. 그래, 내일 이 유틸리티 코드를 끝장 내고야 말테다.
분명하다. 사람은 신념을 함부로 가져서는 안된다. 신념을 가지고 행동하는 사람을 조심해야 한다.
피로감이 엄청나다, 운동을 하지 않는 것이 이렇게 피로감으로 바뀌어 돌아온 것인가. 운동할 적에도 피곤했는데, 운동하지 않아도 피곤하니 뭔가 억울하다. 집에 돌아와서 일을 하겠노라 결심했으나, 실행에 옮기지 못한다. 화장실 청소를 겨우 마치고 늘어져 있기만 했다.
모 전자회사 휴대폰 개발부서에 근무하는 익명의 내 친구는, 계속 적자를 내고 있는 자신이 소속한 사업부를 성토하면서, 고객의 목소리를 자신의 제품을 알아보지 못한 성숙하지 못한 태도로 규정하고 자신들의 고집만을 추구하는 회사의 사업방향을 비판했다. 그 이후 이야기가 흘러가다가 나는 내 핸드폰의 크기에 만족하면서도, 더 작은 핸드폰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말에, 그 친구는 자신의 입장에서는 화가 나는 요구라며, 작은 크기의 핸드폰을 만드는일이 쉬운일이 아니라고 성토했다. 나는 플래그십까지 아니고 중급기를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고 말해도, 그 친구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고객의 요구를 제대로 듣지 않는다는 그 회사의 사업 기조와, 친구의 태도에, 큰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다.
6인이 한자리에 만나 고기를 먹거나, 게임을 하거나, 노래를 부른지가 오래되었다. 어제와 오늘은 그 세가지를 다했다. 즐거운 시간이었다. 우리는 쌓이는 피로에 겨워, 이미 흘러가버린 시간과 앞으로 다가올 시간을 아쉬워했다.
집에 늦게 돌아와 컴퓨터를 켰으나, 뭐 부터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동아리 동문들의 단톡방이 간만에 말문이 터졌는지 대화가 수십 수백개다. 말을 끼어 들고 싶었으나 적절한 말을 찾지 못해 마음을 접는다. 그들이 말하는 IT 기술 중에 아는 단어가 그리 많지 않다. 나도 내 나름의 기술영역이 있다고 마음을 가라앉혀보지만 쉽지 않다. 그들과는 이제 이성적으로도 감성적으로도 공통분모가 점점 사라지고 있는 듯 하다.
문득 사람들과의 관계 상태를 떠올리면 그런 생각이 든다. 내가 항상 아쉬운 입장이라고. 먼저 말붙여도 마지못해 대화를 이어나가는 그런 사이. 그런 관계가 지속 가능하지 못하다고 생각하여 끝내 교류하지 않으면 서로 공평하다는 생각에 이르게 되어, 점점 단절되는 것만 같다. 그리고 그들은 계속 지속 가능한 관계의 생태계를 이루고, 나는 외톨이, 아무도 나를 궁금해하지 않는 사람들.
문득 지난 여행때 카오디오에서 브로콜리너마저 1집을 들었던 기억이 있어 노동요로 삼는다. 좋은 노래를 오랜만에 발견한것 같아서 흥이 오른다. 오늘은 웬일로, 코드를 만드는데 집중력이 생긴다. 기세를 몰아 저녁시간에 코드를 마무리 짓고 코드를 전달한다.
점심에는 갑자기 부동산으로 부터 연락이 왔는데, 집주인이 죽었다면서, 혹시 모르니 전세보증보험에 가입해두라는 조언을 해주셨다. 한번도 본적이 없는 사람인데 죽었다는 소식을 들어 마음이 당황스러웠다. 그리고 내 계약에 문제가 생기는 게 아닌가 불안해져 이것저것을 검색해보았다. 마음의 일렁임이 큰 것은 아니었으나, 오래갔다. 가뜩이나 그 전화를 받았던 것은 점심때라, 밥이 맛있게 넘어가지를 않았다. 이래저래 검색을 해봤는데, 결국 임대인의 계약인 그 상속인에게 승계되며 임차인으로써 변동은 없다 라는게 결론. 다만, 상속인이 상속을 포기하게 되면 조금 복잡해지는 듯 하다. 보증보험을 알아보고 다음주 중에라도 가입을 서둘러야 되겠다.
어제 살려낸 집중력이 오늘도 어느정도는 이어지는 듯 하다. 집중의 기쁨을 약간 맛보는 정도다. 나쁘지 않다. 목표가 조금 더 분명해야만 한다. 다음주 까지 만들어 제공할 패치가 있었으나, 월 말로 미루어 달라고 이슈에 응답한다. 요구한 측에서 일정 조정이 가능하다고 이야기하기는 했지만, 스스로에게 패배감이 든다. 이 패배감을 잊지 말아야만 한다.
퇴근일에 저녁으로 햄버거를 먹으려다 키오스크 앞에 서있는 사람들을 보고 채 30초도 기다리지 않고 마트 초밥을 사기 위해 떠난다. 오늘 마신 커피 세잔이 나의 심장을 조급하게 만들었다.
만약 오늘 눈이 일찍 떠진다면 드라이브를 가겠다는 생각으로 알람을 평소와 같이 7시 30분에 맞추어 두었지만, 결국 그때 일어나지 못했다. 그나마 아침에 비가오고 있었으므로, '에이, 오늘은 어차피 드라이브 못했었겠네' 라는 생각이 들어 억울함이 덜하다.
백화점에서 점심을 먹고 이가 불편하신 아버지 입맛에도 맞을까 싶어 롤케익을 사간다. 엄마도 좋아하고 아버지도 싫지는 않으신듯하다. 가끔식은 손에 뭐라도 들고 집에 올라가던지 해야겠다. 장군이도 여전히 기운있다. 매주 혹은 격주로 집에 올라가는 이유 중 일부는, 장군이의 건강을 확인하고 싶어서였는데, 항상 올라갈 때 마다 건강한 것 만으로도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겨우겨우 패치를 끝내서 제출하고 퇴근한다. 이 패치는 과연 한번에 통과할 수 있을까. 얼마전 C를 결국 다른 언어들보다 좋아하게 되었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게재한 적이 있었다. 그 말처럼, 내 요즘 사고방식도 점차 절차지향적으로 흐르는 듯 하다. 다른 일로 막혀있어도 그 일을 뚫고 지나가지 않으면, 다른 일을 해내지 못하고 마는 것이다. 스케쥴링이라는 선택지도 없이.
퇴근 후 집에 갈까 하다 오랜만에 와인딩을 하니 즐겁다.
늘 가깝고 가성비 메뉴만 고집하던 회사 팀 회식이었는데, 이번엔 웬일로 판교 운중동의 분위기 있는 음식집에서 했다. 나는 음식에 미련이 없는 사람이라고 이따금씩 사람들에게 말해왔는데, 맛있는 것을 먹을 때마다 표정을 숨기지 못한다. 시어링이 잘된 조개관자가 정말 맛있었다. 소고기는 기대했던 맛이었기 때문에 맛있다고 생각해도, 충격을 받지는 않았는데, 조개관자는 내가 생각했던것과는 다른 식감을 가진 동시에 매우 맛있어서 놀랐다.
저녁은 오랜만에 뼈다귀 해장국을 먹었다.
마음먹었던 등산을 어떻게든 해냈다. 다녀온 산은 광교산이었다. 주말이었으므로 늦잠을 자버려서 아침등산은 아니게 되어버렸지만, 마음을 꺾지 않고 콘푸로스트에 우유를 타먹은 다음, 열한시에라도 출발했다. 선택은 옳았다. 5백미터 언저리 높이를 가진 산이라 그리 힘들지 않을거라 생각했지만, 정상에 가까워질 수록 산세가 험해지는게 생각보다 힘들었다. 오랫동안 운동을 쉬었던 것도 컸다. 그러나, 정상에 가까워 질수록 선선한 바람이 불었는데, 그 바람이 맑아 매우 기분이 상쾌했다. 힘들이지 않고 내려올 수 있었다. 닭가슴살을 데워 점심으로 먹고 짧은 낮잠을 즐겼는데, 그러고도 아직 토요일이라 마음이 편하다.
오랜만에 회사 헬스장의 트레이너님과 인사를 나누고, 운동 의욕이 떨어졌으나 등산으로 다시 그 마음을 되돌릴 수 있었다는 이야기를 했다. 오늘은 운동량을 조금 더 늘려서 마무리 운동으로 하는 달리기의 거리를 조금 더 늘렸다. 점진적으로 늘려서 하루에 5km은 달릴 수 있도록 연습할 것이다.
오늘 측정한 체중 수치는 정말로 충격적인 것이었다. 결국 개인 최고 체중이었던 73kg 에 육박하는 72kg까지 다다르고야 만 것이었다. 체육관에 갈 의욕이 있네 없네 따지는 것 자체가 결국 죄악이었던 것이었다. 나는 다시 치킨과 라면을 전폐하고 몸을 다시 움직여야만 한다.
회사 동기가 같이 저녁을 먹자 하여 저녁을 먹는다. 대화를 하면 할 수록 나와 사고방식이 다름을 깨달았다. 공감을 얻어낼 대화를 할수가 없다는 것을 느끼며 찾아오는 소소한 실망감에 마음이 사로잡힌다.
목요일에는 반드시 화장실 청소를 한다. 하루라도 미루면, 그대로 내가 계속 게을러져버려 이 집을 지옥 끝까지 더럽힐 것만 같은 작은 강박을 느낀다. 그러나, 막상 청소는 채 20분이 걸리지 않는다.
오늘은 책이 잘 읽히지 않는다. 확실히 알베르 카뮈의 책은 내가 장시간 읽기 힘들어 하는가 보다. 이방인 때도 마찬가지.
월급날이자 금요일이다. 통장에 소리도 없이 월급이 찍혔다. 통장에 돈이 소리없이 조금씩 쌓인다. 집값을 보태고 줄어든듯 하다 다시 많어진것 같기도 하고, 아니면 여전히 보잘것없어 보이기도 하고 마음이 복잡하다. 나는 이 노동을 가치있게 하고 있는걸까. 이 노동을 얼마나 지속할 수 있을까.
라고 말을 이렇게 적어놓긴 했지만 오늘따라 더더욱 집중력은 올라가지 않았다. 나는 또 마음을 다잡을 핑계거리를 찾고 있는게 아닌가. 정말 버러지같은 녀석이다.
집중력이 떨어져 생산성이 나오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오랫동안 밤에 카페를 다니지 않았다는 생각을 더해, 오랜만에 율동공원 근처에 있는 톰앤톰스를 찾는다. 역시 나는 다른 사람 눈치와 백색소음을 머리에 꽂아 넣어야만 공부를 하는 놈인가.
어제는 부천 집으로 출발할적에, 문득 대왕판교로 근처에 늘어서 있던 장어가 생각이 나서, 엄마에게 장어 사다주면 드시느냐 전화 한통을 해보았다. 엄마의 반응이 나쁘지 않다. 아버지도 드시느냐 물어봤더니, 네 아버지 못먹어도 내가 먹을거라며 은근히 본인도 먹고싶다는 마음을 내비치셨다. 솔직하지 못하시긴. 장어집에 전화를 걸어 2인분을 포장 주문하니 5만 8천원이란다. 가격이 만만하지 않다. 곧장 장어집에 들러 주문한 것을 가져다 차에 싣는다. 차 안에 장어냄새가 만연하다.
저녁으로 장어가 같이 올라와 두 분은 한 두 젓가락씩 드신다. 반응이 나쁘지 않다. 돌아오는 추석에는 세종시에 내려간다고 하니, 장어를 사다가 할아버지 할머니께 드려봄이 어떤가 생각해본다.
한 후배가 뜬금 연락하여 부천에 있는지 묻는다. 그렇다고 하니 쳇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연락은 다시 사그러 든다. 그 후배와 한때는 참 친하게 잘 지내었으나, 이제 공통분모가 얼마 남지 않았음을 실감한다. 사람과의 인연은 우주의 별들과 빅뱅이론 처럼. 점점 멀어져만 간다. 나의 질량은 그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충분한 중력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여름이 지나니 장군이가 조금 더 기운있어보인다. 큰 병이 있는것도 아닌데 괜히 장군이가 아파보이면 나는 왜 안절부절 하지 못하는 걸까. 저녁을 먹고 아버지, 엄마, 나와 장군이는 동네를 한바퀴 걷다가 나는 인사하고 집으로 돌아온다. 마지막에 장군이가 걷고있는 모습을 보고 돌아와서 기분이 괜히 좋다.
팀 동료가 아프다. 오늘 저녁에 운동을 할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동료가 차로 집에 바래다주기를 부탁하여 들어준다. 운동은 내일하기로 한다.
그냥 집에들어가려니 막혀있는 도로가 마음을 답답하게 만들어, 율동공원에 들른다. 내일 패치를 내놓을 실마리 정도만 찾아놓고 집으로 돌아온다.
오늘은 운전노동의 날이다. 명절은 그 간격이 길어서, 별일 아니겠거니 하고 명절을 지내고 있다가, 운전하는 동안 아버지의 담배냄새를 맡으면서, 아 이거 엄청 힘든 일이었지 하고 뒤늦게 깨닫고 만다. 어제 잠을 자야 할 때를 놓친데다가 오늘 아침은 제사도 더욱 일찍 지내게 되었던 탓에, 신체의 리듬이 완전히 어긋나 버렸다. 산소에 오늘은 할아버지가 동행하지 않으셨다. 아버지는 올해만큼은 벌초에 참여하지 않으셨으나, 타인이 해둔 벌초의 상태에 크게 실망하시고는, 결국 본인이 직접 벌초기를 손에 드셨다.
조부모님과 점심을 먹고 자리에서 간단히 일어났으나, 오늘은 아버지의 고향 친구분들을 만나러 가게된 탓에, 결과적으로는 작년의 추석보다는 다양한 사람을 만나는 셈이 되었다. 늘 그렇듯 이러한 만남은 아버지의 연락으로 성사되었고, 늘 그렇듯 이렇게 연락하게 된 배경은 술기운이다. 아버지는 술취하지 않은 제정신으로 지인에게 연락하는 일은 몇번이나 되었을까.
돌아오는 길 운전에 짜증이 겹친다. 음주와 담배연기, 일방적으로 정해지는 추석 일정, 별 도움되지 않는 운전조언이 겹쳐서, 내가 속으로 갖고 있는 짜증이 논리적으로 합당하다는 결론이 내려지고 나면, 그 짜증은 멈출 수 없이 높은 곳으로 나아간다. 집에 돌아와 배달된 치킨을 몇조각 뜯다가, 채 아홉시도 되지 않았음에도 잠자리에 뻗어버린다.
아침에 무슨일이 있어도 드라이빙을 다녀올 생각이었다. 기상을 8시에 했지만 일단은 출발하기로 한다. 평화의 댐에 갈 생각을 해봤으나 너무 멀었고, 충주호를 다녀오면 괜찮겠다 싶어 다녀 온다. 모처럼 차들도 적고, 길의 모양새가 역동적이어서 운전하기가 매우 즐겁다. 타이어 접지력을 십분 활용하는 드라이브였다.
오후를 낭비하지 않을 생각으로 실행한 드라이브였는데, 돌아와서 점심을 먹고서는 뻗어버렸다. 부정하고 싶었으나 운전은 역시 체력과 정신력이 꽤 많이 요구되는 듯 하다.
오늘은 회의가 많아 코딩을 하기 쉽지 않았다. 핑계도 많다. 운동을 하는데 오늘따라 페이스를 유지하기가 어렵다. 한시간 남짓으로 담백하게 마무리한다. 마라톤을 덜컥 신청해버렸으나 과연 10키로를 이번에도 완주해낼 수 있을까.
한때 내가 마음에 두었던 사람의 활기찬 목소리가 들린다. 팀장직책 수행과 원치 않았던 출장 등으로 멘탈이 어긋나 있는 동안에 마음에 두었던 사람과도 멀어지고 말았다. 나는 동시에 나를 둘러싼 사람들이 내게 전해주는 의미를 많이 잃어버리고 사적인 교류가 자의로든 타의로든 많이 끊어져 버렸다. 다른 사람들은 여전히 친하게 잘 지내고, 나만 그러한 주류로 부터 멀리 떨어진것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되새긴다. 순간 외로움이 엄습하고 있음을 느끼며 황급히 엘리베이터로 발걸음을 옮기다.
퇴근 후 마트에 들러 초밥코너를 살핀다. 절대 아무것도 먹지 않겠다는 말은 거짓말. 할인율 49퍼센트가 적혀있는 연어초밥을 결국 참지 못하고 집어온다.
목요일이어도 금요일 같은 기분이다. 사람은 너무 쉽게 적응한다.
아침 날씨가 맑다. 소회능력이 파괴되어서 복통 때문인지 눈 마저 일찍 뜨였다. 등산을 아니할 수가 없다. 한때 전세계 바둑계를 호령했던 국수 조훈현 9단은 한때 등산을 '정상에 올라갔다가 내려갈 것을 뭐하러 등산을 하느냐' 며 등산에 크게 흥미가 없었으나, 국제기전에서 우승하지 못했을때 체력의 중요성을 깨닫고 광적인 등산가로 변신했다고 한다.
오늘은 조금 다른 코스로 올라가본다. 지난번 처음으로 올라갔을 때보다 조금 더 수월하게 올라갈 수 있었다. 좀더 자주 등산하면 체력 증진에 도움이 될 것이다. 열두시도 되기 전에 정상에 올랐음이 뿌듯하다. 다음에는 청계산을 가보기로 한다.
소고기를 사다가 구워먹어보기로 한다. 오늘은 부채살이다. 써있기로는 '탑블레이드'라고 써있었는데, 찾아보니 부채살이란다. 구이용 소고기 중에서는 가성비가 좋아보인다. 한근에 만원. 지난번 실패를 거울삼아 이번에는 센불에서 굽기 시작해 불을 줄이고 한 면에 1분씩 구워보기로 한다. 겉모양은 언제나 그럴듯 하다.
구워보니 괜찮다. 이번에는 겉면만으로 판단하고 덜익힌 우를 범하지 않았다. 레스팅 하고 나서 육즙이 빠지는게 조금 아쉽지만 이정도면 괜찮은 소고기가 된것 같다. 앞으로 이 부위는 자주 사다가 궈먹게 되지 않을까. 다만, 고기만 충동적으로 사오다 보니 다른 가니쉬가 없음이 아쉽다.
지난번에 사두었던 소고기 덩어리 네개 중에 두개가 남아있다. 인터넷에서 소고기의 냉장보관 시한이 언제인가 보니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3~5일이란다. 오늘은 4일째를 지나고 있기 때문에, 위험하다. 어서 집으로 퇴근해 냉장고에서 죽어가는 소고기를 구원해내야만 한다. 이게 뭐라고 괜히 하루동안 마음이 조급해진다.
운동도 제대로 집중해내지 못한 채 끝내고, 내일 휴가를 대비해 미리 조금 일을 한 다음에 황급히 돌아왔다. 부채살이 거무튀튀해졌다. 냄새도 썩 좋지 못하다. 아무래도 죽은 듯 하다. 허무하고도 슬픈 마음으로 봉투에 담아 음식물 쓰레기 처리기에 담아간다. 스테이크는 그때 그때 바로 바로 해먹는걸로 해야겠다.
슬프고 허무한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치킨을 시켜먹었다. DRX도 허무하게 롤드컵 우승 도전이 멈추고 말았다. 내일 드라이빙 이벤트를 위해 컨디션을 잘 조절할 수 있을까.
결국 드라이빙 아카데미를 위한 신체 컨디션 조절은 실패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 목적지에 가는 동안에는 나쁘지 않았는데, 수업이 시작한지 한시간이 되자 대장과 방광이 비명을 질렀다. 나는 결국 수업 도중 굴복하고 말았다. 야속하다. 결국 어제 먹은 치킨이 문제였단 말인가.
이후 이어진 수업도 난이도가 높았다. 이전까지 들어온 드라이빙 수업은 금방 따라할 수 있는 정도의 수업이었으나, 이번 수업은 따라하기 쉽지 않고, 강사분의 텐션도 높아서 수강생들에게 높은 수준을 요구했다. 마냥 즐거운것이 아니고 승부욕과 투쟁심을 자극하는 수업이 된것 것 같다. 반복 학습이 필요하다.
가장 많이 지적받은 것은 시선처리. 슬라럼, 서킷 트레이닝 시간에서 계속 시선처리에 대해 지적을 받았다. 멀리보는 연습은 와인딩때도 할수 있다고 조언 받았다.
역시 그냥 집으로 돌아가기는 아쉬워 양양앞바다를 구경하고 간다. 오랜만에 바다에 들르니 파도소리가 청량하다. 그리고 돌아가는 길은 오늘 하루동안의 피로가 계속 누적되어서 졸음쉼터를 들러 쪽잠을 자기를 반복했다.
저녁에는 청량리에서 친구를 만나 회를 한점 하기로 했다. 오늘은 친구 집에 차를 두어 술마실 생각도 슬슬 해본다.
어제 먹었던 회는 참 맛있었다. 2차로는 친구 집에서 치킨도 시켜먹는다. 간만에 술이 맛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야구이야기에 맥이 닿았다. 키움히어로즈가 감독을 경질했는데, 그 경질의 원인이 운영진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한 사외이사 허민 때문이라는 사건이었다. 친구는 최근의 그 키움히어로즈 사태에서, 이사 허민의 프로야구 부당 개입이 그리 부당하지 않다는 의견을 냈다. 순발력있게 반박하지는 못했으나, 지금도 그 생각에는 여전히 동의하지 않는다. 친구의 의견이 다른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아직도 타인과 자신이 생각이 다르면, 그것을 찍어누르기 위해 노력한다. 설령 그것이 우리 인생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것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타인의 생각이 다르다고 깊게 파고 들다가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우를 범하기도 한다. 그러지 말아야 한다. 그들의 의견인 채로 두어야 한다.
집으로 돌아오니 장군이 부쩍 살이 올랐다. 최근에는 간식을 끊어 밥도 잘 먹는다 하니 참 다행이다. 저녁에는 오랜만에 세차를 했다.
어제느꼈던 큰 좌절감을 뒤로 하고 다시 집중력을 붙들어 매어본다. 오늘은 어떻게 겨우겨우 코드 하나를 갈무리 해서 커밋 해둔다. 부천에 사는 친구와 만날일이 머지 않았다. 연락을 해보내 반갑게 맞아준다. 나는 여전히 친구들에게 연락할 적에 나를 반가워해줄지 귀찮아 해줄지 확신이 없다.
간만에 친구가 찾는다. 운동이 끝나 단백질 보충제를 마시고 화곡역으로 달려간다. 운동이 끝나고 마신 단백질 보충제는, 이뇨작용을 정말 폭발적으로 촉진시키기 때문에, 화장실을 갔다온 두시간의 운전시간을 방광이 견디지 못한다. 목동 모처에 잠시 차를 세워 화장실을 찾고 다시 차에 오른다. 내릴때는 조급했는데, 탈때는 화가났다. 나는 친구 집에 다다르고서도 화장실을 한번 더 다녀왔다.
치킨을 먹고 심심해진 친구가 드라이브를 하자며 채근했다. 나는 대학교에 가자고 말했고 친구는 곧잘 따랐다. 사실 친구는 어디든 좋았던 것이다. 인하대학교 후문가에 가서 내가 학생이던 시절을 추억하고, 달라진 지금을 씁쓸해한 다음, 코인노래방에서 한시간 정도 떠들다가 되돌아온다.
오랜만에 부천 근처에서 친구를 만났다. 원래 같이 먹고자 했던것은 곱창이어서, 곱창집이 여는 시간인 세시에 만나기로 했었지만, 오늘따라 그 친구가 변덕을 부려서, 스시를 먹기로 한다. 이친구에게 연락하면 어떤 날에는 같이 공감하며 한없이 보고싶어하는듯 하다가도, 또 어떤날은 매우 시큰둥해하며 보고싶은 마음을 일방적인 것으로 만들어버리고는 한다. 혼란스럽다.
다행히 스시는 맛있었다. 스시를 먹은 곳이 백화점 8층이었기 때문에, 우리는 백화점을 내려오면서 자연스럽게 아이쇼핑을 했다. 수영에 관심이 많은 그녀는 수영복 코너에 있는 현란한 패턴의 수영복들을 구경하면서, 수영장에 가지 못하는 요즘을 아쉬워했다. 나는 부끄러워 말수를 줄이고 그녀가 고르는 수영복의 패턴을 품평했다.
근처 카페로 가서 근황을 나누며 디저트를 먹는다. 그 친구도 나도 이제 드라마틱 한 어린 시절이 지나고 그냥저냥 지내므로, 공통분모가 없는 요즈음의 이야기는 서로의 흥미를 크게 끌어내지 못하고, 옛날 이야기는 지금까지도 이미 많이 쏟아내었으므로 그저 동어반복일 뿐이었다. 우리는 디저트를 맛있어 하며 또 기약없는 다음약속을 말하며 인사했다.
그 친구는 정말로 나를 반가워 했던걸까. 만나기 전에 내게 '앞으로는 한달마다 만나자'느니, '곱창 먹을 날을 기다렸는데, 호들갑이 될까봐 약속이 다가옴에도 굳이 연락하지 않았다'느니 하는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아야 한다고 머릿속의 누군가가 내게 조언한다. 분명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고 왔는데도, 내 스스로의 모자란 질량을 느끼며 천체하나가 또 나로부터 멀어짐을 느낀다.
특별할 것 없으나 마음만 조급한 나날들이 지난다. 마땅한 글감이 보이지 않는다.
면담때 말해야 하는 내용을 만들어야 하는데 지지부진하다. 면담은 일주일 남았다. 나는 대화를 힘들어하는 사람이 되어버렸는데, 요즘 대화가 너무 많다. 대화가 끝나고도 머릿속에서 대화가 꼬리에 꼬리를 물며 내가 눈앞에 있는것에 집중하는 것을 막는다. 컨텍스트 스위칭이 계속 일어난다.
나는 면담 주제에 얼마만큼의 팩트를 들고가야만 할까. 우리가 잠정적으로 내린 결론은 최고의사결정자에게도 합리적으로 보여질까. 그의 말 한마디로 내가 생각했던것들이 부정당함과 동시에 내 주변 사람들이 피해를 보면 어떡하지. 나는 높으신 분들과의 대화가 너무 싫어서 생각하고 있노라면 몸에서 두드러기가 날 것만 같다.
일하는 와중에 지금은 어색해진 회사의 그분의 연락을 받았다. 그분은 자신이 만들고있는 서비스 인터페이스가 호출하는 우리팀의 서비스가 올바르게 동작하지 않는다며 몇가지 질문을 내게 건네었다. 나는 잘 알지 못하는 부분이었기 때문에 몇가지 팩트와 몇가지 추측들을 그분에게 전달했다. 나도 다음주 면담을 위한 몇가지 질문을 건네었으나, 다른 분께 질문하기로 했는데, 그 때 다른 분께 질문하며 얻어낸 키워드들을 내 개인 카톡에 정리한다는게 잘못되어 그분의 톡방에 기록하고 말았다. 그리고 이걸 너무 늦게 발견했다. 사과의 말을 건넨게 너무 늦었다, 그분은 어색하게 괜찮다는 답을 건네었다.
“어색함이 풀어질 계기 였을 수도 있었으나, 그러지 못했다.” 라고 또 혼자 의미부여했다. 나는 내 인간관계들을 가누지 못해 또스스로를 자책했다. 빅뱅하며 서로 멀어지는 우주의 천체들 마냥 사람들은 또 멀어져간다. 이민혁은 질량이 충분치 못해 중력이 너무 약해 그 어떤 작은 별들도 쉬이 잡아당기지 못했다.
다음주에 있을 CTO와의 면담을 대비해 우선은 실장님과 먼저 면담을 한다. 팩트로 작용할 컨텐츠를 몇개 준비해 가져가고, 지난번 면담때 나왔던 논지들을 정리하여 다시 대화했다. 팀 선배분의 도움으로 겨우 다음주에 제시할 입장을 정리할 수 있었다. 나는 대화의 사이에 나온 날카로운 논리들을 제대로 반박하지 못했다. 웹 어플리케이션 프레임워크에 대해서 제대로 알고 있지도 못했다. 나는 내 능력밖의 일을 거절하지도 못하고 처리하지도 못하면서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빚을 지고 있었다.
퇴근 후에 마트에서 초밥을 먹고 잠시 쉬었다가, 마음먹었던 버추얼 마라톤을 뛰러 탄천 공원에 나간다. 분명한 시작점도 없고 끝도 없고, 급수대도 없는 이 이벤트를 혼자의 마음으로 독려해가며 꾸준하게 뛰어나가는 일은 보통 일이 아니었다. 한 곳에 집결해 뛰던 마라톤의 이벤트보다도 힘들었고, 차오르는 숨보다도 헛헛한 마음을 계속 달래가면서 뛰어야만 했다. 컨디션도 엉망이라 중간에 가다서다를 몇번 했다. 러너스 하이라 부르는 고양감도 느끼기 어려웠다. 10km을 다 뛰었다는 핸드폰 알람만이 나의 완주를 담담하게 축하해주었다. 손을 번쩍 들었다가 벤치에 주저 앉아 기록을 확인했다. 끝나고 추위가 엄습했다.
나는 좀처럼 바뀌지 않는 내 모습이 이 마라톤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시작도 목적도 분명하지 못한 내 인생을 독려하고 재촉하고 다그칠 수 있는 사람은 나뿐이었다. 나는 내 인생에 간섭하는 사람들을 마음속으로 일갈하며 멀리해 놓고는, 왜 아무도 내게 관심을 주지 않느냐며 떼를 쓰는 어린아이일 뿐이었다. 이제는 내게 아무도 관심이 없으며, 나에게 관심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나뿐임을 천천히 받아들이고 있는 중이었다. 그 생각이 자리잡는 정도에 비례해 나는 타인에게 관심을 주는 일도 억제하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곧잘 사람을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그러지 못하게 되었다.
이별만 했다 하면 여행을 하자 하며 모이는 3인이 있다. 몇주 전 한 친구가 이별하여 여행을 기획했는데, 그 친구는 오늘 소개팅 후 세번째 만남을 좋은 분위기로 마무리 지으며 새로운 시작을 했다. 반면 또 다른 친구가 이별의 위기를 겪고 있어 페이크 주인공과 진 주인공으로 나뉘게 되었다. 나는 오늘도 그것을 흥미롭게 관람하는 관람객이자, 운전기사가 되었다.
강릉에 도착해 바로 모듬 회 한접시를 먹는데 이게 또 그렇게 맛있다. 이별을 주제로 한 여행인데도 우리는 이별에 대해 오랜시간 이야기 하지 않았다.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이 계속 오갔다.
원래는 등산을 갈 계획이었으나, 이별의 위기를 겪는 한 친구가 통증이 심각하다. 나와 같은 달리기 이벤트를 신청해 달리기를 했는데, 오랜만에 한 운동이라 여파가 큰 모양이다. 우리는 등산을 접고 호텔 조식을 먹은 다음, 바다를 보러갔다. 가을 언저리의 동해바다가 멋있다. 물도 좋다. 오랜만에 시선을 먼곳에 둘 수 있어서 기분이 좋아졌다.
원래 장칼국수를 먹을 계획이었으나 막상 음식점에 도착하니 문을 닫아 있었다. 우리는 근처에 감자 옹심이를 주제로 다양한 요리를 하는 음식점에 들어갔다. 옹심이 송편과 떡만두국과 옹심이 국수를 먹었는데 부담스럽지 않아 금방 먹을 수 있었다. 맛도 괜찮았다. 무엇보다, 예기치 않게 들어간 곳에서 강원도 스러운 음식을 먹을 수 있어서 유쾌한 발견을 한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아프다는 친구가 있어 그냥 돌아갈 수도 있었겠으나, 다른 한 친구가 자신이 강원도에서 가본 '낙산사'가 그리도 좋다며, 낙산사에 들르자고 말했다. 낙산사는 바다를 곁에둔 큰 사찰인데, 정재계 인사들이 기증한 나무가 입구에서 부터 반겨 그냥 절이 아님을 들어가자 마자 보여준다. 불교문화에 관심이 있는 친구와 함께 불상 앞에서 절을 했다. 절 하는 불상마다 어떤 의미가 있는 불상인지 친절하게 설명되어있다. 그러나, 절 할때에는 무념무상으로 했다.
돌아오는 길 피로가 극심하다. 뒷풀이로 이별 위기의 친구 집 근처 돼지고기집에서 고기를 먹으며 피로를 달랬다.
고등학교 때의 친구로 부터 부친상 연락이 있었다. 도저히 참석하기 어렵겠다 판단하여 온라인으로 부조 송금을 대신한다. 이 친구의 결혼식도 올해에 있었는데, 이때에 코로나로인해 자가격리를 하고 있어 불참할 수밖에 없었다. 이래저래 이 친구에게 불참으로 인한 부채의식이 있다.
여행때 장거리 운전했던 피로가 꽤 오래간다. 어제는 이 피로때문에 운동하지 못했다. 오늘은 해야만 한다. 가슴운동부터 시작하기로 했으나 근력이 다시 퇴보했다. 80kg도 겨우겨우 들다가 내려놓았다. 운동이 끝나고 그대로 집에 돌아갔어야 했으나 스트레스를 이유로 충동적으로 편의점에 들렀다. 오늘은 할라피뇨치킨이 한조각 남았다. 틈새라면과 조각치킨과 우유는 맛이 없었던 적이 없다. 이제는 스트레스속에 죄책감도 희석되고야 만다.
아마 이 피로가 집중력을 떨어뜨린 가장 큰 원인이 아니었을까. 일찍 자야겠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3의 결론을 얻어내기 위해 30의 노력을 들여 대화한다. 피할 수 없는 대화라는 이유로 그 결론이 33의 가치를 하는 것일까.
높으신 분과의 회의는 끝이났다. 이 회의를 위해서 허비한 시간이 상당하다. 나의 시간 뿐 아니라 타인의 시간마저도 뺏어 잡아먹어버리고 말았다. 고개를 들 수가 없다.
팀에 있는 모두가 회의가 끝나고 고생했다고 말해주었다. 다른 사람들은 무던하게 잘 풀어나가는 이벤트 중에 하나일 뿐 인데, 나 혼자서 지나치게 호들갑 떨어가며 불필요한 시간을 낭비했다. 나는 높은 사람에게 내 말투와 논리를 재단해 말하는 것을 너무 못견뎌했다. 이 두려움과 혐오의 근간이 어디에서 온것인지 알 수가 없다.
오늘 신청해버린 휴가는 유난히 충동적이었다. 아무런 계획도 없었다. 어제 저녁에 먹었던 치킨은 소금기가 지나쳤는데, 밤 사이 계속 일어나서 물을 마시다 눕는 일이 반복되었다. 마냥 졸립다는 생각이 드는건 아니지만 어쨌든 몸의 리듬이 좋지 못하다.
오늘은 괜시리 카페에 나가 노트북을 두들기는 일을 하기가 싫었다. 오늘은 충동적으로 현대모터스튜디오에 가본다.
헤리티지 뭐시기 해가지고 옛날차들을 전시해두었다. 포니는 왜건도 있었고 픽업트럭도 있었다. 개인주의가 만연해지고 취향이 다양해져가는데 왜 그랜저가 판매 1위를 하고 해치백과 왜건은 자취를 감춰버린것일까.
뭔 이벤트를 한다길래 포니 설명란에 붙은 큐알코드를 찍어다가 열린 링크에 숫자를 입력했더니 뭔가가 당첨됐다. 포니 프라모델이 당첨됐는데, 1등상이란다! 오… 나는 금방 기분이 좋아져서 다른 전시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게 되었다. NX4를 대충 구경했는데 실내 디자인은 확실히 일취월장했다. 준중형 체급임에도 실내 마감과 재질은 쏘나타에 준하게 되었고, 대시보드 공간이 넓어서 공간감이 향상됐다. 운전석을 내 운전 포지션에 맞추고 뒷자리에 앉으면 정말로 2열도 쏘나타에 못지 않더라. 쏘렌토에 채용된 1.6T 하이브리드를 파워트레인에 채용한 것도 이채롭다. 2.0 자연흡기 하이브리드가 체급에 맞는 엔진일거라 생각했는데 의외. 그리고 그 하이브리드에 채용된 변속기가 7DCT가 아니라 6AT인것도 또 의외다. 무슨 조합인지 알수가 없다. RND모터쇼에 가서 물어보고 싶은데 올해는 열리지도 않으니…
일산에 온 김에 스타필드에 들렀다. 이것저것 사고싶은 기분이 그런대로 남아있었는데, 걸어다니면 걸어다닐 수록 맘에 드는 옷도 눈에 들어오지 않고, 뭘 먹어야 할 지도 잘 모르겠고, 딱히 눈에 들어오는 책도 없고, 방이 건조해서 가습기를 들일 생각도 사그러 들고 말았다. 나는 한시간 반의 헛걸음 끝에 그냥 집에 돌아온다.
일산에서 출발해 김포를 거쳐 집에오는 길에 정체가 심하다. 긴장이 풀려 쏟아지는 졸음을 분노가 쫓아낸다. 짜증을 참고 집에 겨우 돌아와 엄마가 해주신 밥을 먹는다.
장군이는 병원의 진단을 받으니 만성 췌장염이란다. 진단을 받고 엄마는 장군이에게 주던 간식을 더이상 주지 않기로 했는데, 간식을 끊고 나니 밥은 전보다 훨씬 잘먹고, 기운도 좋아보인다. 장군이가 남은 생에 맛있는걸 먹는 즐거움이 덜하기야 하겠지만, 어째 밥을 잘먹고 건강해보이니 그걸로 충분한게 아닌가 싶다. 장군이가 그걸 이해해줬으면 좋겠다.
아버지가 치과 치료를 받기위한 수술을 또 다녀오셨다. 틀니를 싫어하시는 아버지는 오늘도 잘게 잘라진 김치반찬으로 밥을 드신다. 평소에도 고기를 그리 좋아하지는 않으셨으나, 치아가 불편하게 되시고 부터는 같은 밥상에서 고기를 먹기가 괜시리 죄스럽다. 아버지가 이가 성하실 적에 맛있는거 퇴근길에 좀 사다가 드렸으면 좋았을 것을.
나를 만나자던 대학 친구가 판교에서 일하는 후배를 섭외하여, 수요일에 만나기로 했다. 만나자고 한 친구도, 후배도, 내일의 약속이 유효한지 묻는 질문에 시큰둥하다. 이럴거였으면서 나를 보고싶다던지 밥이나 먹자던지 하는 말은 왜 하는거야. 진짜로 만나게 될때는 당황하거나 기피하면서 말이야.
결국 판교에서 일하는 그 후배는 자신이 수요일에 미리 정해진 약속을 미루어내지 못했다며, 불참할 것이라는 의견을 넌지시 전했다. 나는 지지부진한 약속이 만들어내는 애매한 상황을 견뎌내지 못하고, '내키지 않으면 다음에 만나자'라며 채팅방을 박차고 나왔다. 먼저 만남을 갖자고 했던 대학 친구가 내게 별도로 연락했고, 우리는 회사 근처에서 둘이서 만났다.
우리 둘은 공통적으로 회사에서 강제로 보낸 출장 이후 망가져 버렸으며, 그 망가짐에 대해 한마디씩 소회를 풀었다. 그리고 그 친구가 사게 될 중고차를 보고 미리 축하해 주었다.
그 친구는 마곡 근처에 사는데, 마곡 근처에 들를 일이 있으면 자신을 꼭 불러달라는 말과 함께 헤어졌다.
내가 실패했던 일을 가까운 타인이 성공하는 것을 보면 쓸데없는 질투심이 솟기도 하고, 그 질투심이 일을 그르치기도 한다.
그러나,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그 성공은 축하해주고 박수쳐줄 일이거나, 적어도 내게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 타인의 일이다.
마음의 평온을 찾아라 민혁아.
트랙데이 때문에 일찍 일어나야만 했다. 나는 어젯밤 또 잠들 때를 놓치고 두시간 밖에 못잤다. 아침공기가 스산하고, 가는 길에는 안개가 심했다. 코로나 때문에 트랙데이 브리핑은 서면으로 진행한다. 헬멧을 빌리고 트랙데이 쪽집게 강의를 유튜브로 보다가 쪽잠에 들기를 반복한다.
랩타임 측정을 위한 유료 앱을 사고 각 코너에서 조심해야 할것들을 생각하고 들어갔으나, 오랜만이어서인지, 다른 빠른차들에게 압박감을 느껴서 인지 생각한 대로 랩타임을 얻어내지 못했다. 돌이켜보니, 나는 지난 드라이빙 스쿨 시간에 배웠던 것들을 제대로 실천에 옮기지 못했다. 멀리보는 시선 처리, 코너 정점까지 끌고가는 브레이킹, 욕심 부리지 않는 악셀 포인트, 부드러운 핸들링 등등.
결국 나는 치킨값 정도를 지불해 프로 드라이버의 짧은 피드백을 받았고, 두번째 어택은 1초 조금 안되게 줄이기는 했지만, 랩타임을 줄여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차량 컨디션을 그르쳤다. 쿨다운 시간을 제대로 가지지 못한 탓에 브레이크액이 끓어 넘쳐버렸던 것.
아쉬움과 배울점만 가득했던 트랙데이였다. 다음 트랙데이는 더 좋아지기를.
트랙데이를 다녀오고 차 컨디션이 유독 안좋다. 제동력이 특히 많이 떨어진다. 아침 출근길에 큰 차이를 느낀다. 타이어, 엔진오일도 손봐야 한다. 5만km 주행도 했으니 한번 정말 큰 정비를 해봐야 될 것이다.
쿠버네티스 세계의 언어들은 너무 낯설고 한번에 알아듣기도 힘든데, 종류도 많기 까지 하다. 플레이북은 뭐고, 이스티오는 뭐고, 사이드킥은 또 뭐란말인가…
자취생활을 준비하는 팀 후배에게 도움을 주기로 했다. 그것은 바로 당근마켓에서 나눔받은 1인용 소파를 받아서 사택에 가져다 놓는 것. 막내격의 후배 한분이 일손을 더 거들기로 해서 사람은 셋.
여섯시 반에 서둘러 퇴근하여 그 후배가 연락한 장소로 가본다. 장소에 도착하고 몇분간 연락이 되지 않아 입구 근처에서 초조해 하고 있다가, 나눔 당사자로 보이는 여자분이 혼자 소파를 꺼내고 있어 도와주는 동시에 인계받는다. 근데 그 순간 모르는 아저씨 두 분이 나타나 갑자기 '감사합니다' 하고 소파를 받아가려 했다. 순간 우리측과 그 아저씨 측은 혼란에 빠졌는데, 정황을 보아하니 나눔을 하는 사람이 소파를 받는 사람 둘에게 모두 연락을 해버려서, 서로 자신이 받아야 된다고 주장하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 게다가 나눔을 준 여성분은 소파를 넘기고 황급히 집에 들어가버리고는, 바깥에서의 연락과 온라인 연락 모두 받지 않아서, 상황이 정리되지 못했다. 아저씨 두분께서는 며칠 전 부터 연락을 취해왔다며 억울함과 막막함을 호소했지만, 이를 받아들이고 정리해줄 사람이 없었다.
정말 감사하게도, 그 두분께서는 먼저 받은 사람이 가져가는 것이 맞다며 소파를 받을 권리를 양도하셨고, 우리는 차에 옮겨 소파를 후배의 사택에 가져다 놓을 수 있었다.
돌아오면서 당근마켓과 연락하는 그 후배는 분노를 억누르지 못하며 카톡으로 그 당사자와 연락하며 맹비난을 퍼부었다. 끝났으니 됐다며 말을 거들었으나 그치지 않았다. 혼선을 빚은 것은 분명 잘못된 일이었으나, 이기적이라는 평가가 맞았을까. 나는 그때, 그 후배가 면접을 도와달라며 회사에서 기다려주었으나, 막상 면접시간에 나를 찾지 않았던일이 떠올라 고개가 갸웃했다.
후배가 사주는 국밥을 먹는동안 정신이 멍하다. 모르는 사람을 만나는 일은 이토록 힘들다. 무거운 것을 든 것도 아닌데 피로하다. 나는 중고거래를 해본 기억이 거의 없는데, 달리 값을 치른 거래는 아니지만 중고거래에 대한 부정적인 인상이 더해진다. 당근마켓에 대한 첫인상에 부정적인 이미지가 덧씌워진다.
저녁에 때아닌 연락이 하나 왔다. 출장때 같이 고생했던 직장 동료분인데, 보통 사적으로 연락하지 않았으나, QA 부서의 선배분이 이직을 준비하고 있어 한잔 하러 오라는 연락이었다. 그 QA분은 이직을 앞둔다며 사담을 나눈적이 있어, 인사차 한번 들러야 겠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술자리일거라고 생각하지만 가보기로 한다.
자리엔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있었다. 늘 그렇듯 회사에서 만난 사람들은 회사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이야기의 맥이 겉돌게 되기 마련이다. 어색함을 깨보겠다는 의도로 사람들이 내게 술을 권했지만 마시지 않았다.
실장님은 회사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며 지내는지 꽤 궁금하신 모양인지 이 사람 저 사람에게 고민거리를 묻는다. 이제는 꽤나 실장 직함에 어울리시는 모습이다. 나는 그 와중에 은연중에 내가 출장을 기점으로 꽤나 많이 무너졌고, 망가졌음을 토로하고야 말았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그 출장을 다녀온 이후로, 제가 조금 망가진것 같아요” 또 내 스스로 내 치부를 드러내고야 말았다. 스스로 치부를 드러내 사람들과 가까워질거라고 생각하는 이 우매함은 언제쯤 없어진단 말인가.
혼자 유일하게 술을 먹지 않은 사람이었으므로, 방향이 같은 회사 분들의 귀가길을 책임진다. 집에 도착하니 문에 붙어있는 우편물 도착안내서가 붙었다. 내용증명을 받아야 한단다. 집을 나가라는 건가? 내 앞으로 빚이있었나? 걱정거리의 무게에 피로의 무게가 더해져 겨우 잠에든다.
결국 우편을 수령할겸, 잠을 좀 더 잘 겸, 오전 반차를 내었다. 열시 반쯤이 되어서 배달부께서 내용증명을 전해주셨다. 황급히 포장지를 뜯어 내용을 살핀다. 두 달전, 집주인이 사망했다는 연락을 공인중개사분으로 부터 받았던 적이 있었는데, 그 상속인이 한정승인을 한다는 내용이다. 나는 매우 혼란스러워 바로 씻고 공인중개사분을 찾아가 설명을 부탁드렸다. 중개사분께서는 한정승인의 개념을 설명해주셨는데, 재산의 목록을 규정해 상속을 한다는 내용이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셨다. 혹시 상속을 포기하면 경매로 넘어갈 수도 있다고 몇달전 경고를 들었지만, 그렇게 되지 않아 매우 다행스럽다.
오래전엔 연락했으나 최근엔 뜸한 대학 후배가 갑자기 오늘 저녁 밥을 먹자며 연락했다. 회의시간이 끝나고 연락이 와있음을 확인했는데, 답장을 했으나 후배는 답이 없었다. 저녁에 이르러 약속이 유효한것인가 물어보았으나, 수요일에 밥을 먹자고 말을 바꾸었다. 나는 또 휘발성 밥약속인 것이냐며 물었으며, 그 이후에 연락은 다시 끊겼다.
사람과의 만남은 또 나만 아쉬운것인가. 만나고 헤어짐이 잦은 그들은 약속의 성립과 파기도 너무도 쉬운일이었다. 또 나만 아쉬운 입장이다.
일도 적당히 바쁘고, 확진자가 늘어 바깥세상도 뒤숭숭하니, 오늘은 본가에 올라가지 않고 용인에서 지내 보기로 한다. 마트에서 장을 보면서 부채살을 하나 집는다. 오늘은 보기에 그럴듯하도록 채소도 집어온다. 해먹어 봤더니 맛이 썩 기대했던 맛이 아니다. 육즙을 잃어버리지 않으면서 고기를 맛있게 잘 구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걸까. 보기에는 그럴듯 하여, 사진으로 남겨두고 인스타그램에 자랑하기로 한다. 그나마 만족스러운 것은 만원어치 고기가 400그램에 달하여, 부족하지 않게 먹었다는 것이다.
저녁은 죄책감을 덜어내도록 근처 빵집에서 샐러드를 사다가 먹는다. 나쁘진 않지만 6천원으로 조금 비싸다.
체중감량의 효과가 나타났다. 운동량을 늘리던 줄이던 크게 수치적인 변화가 없었지만, 지난 주말에 튀김이나 배달음식을 자제했고, 저녁에는 회사에서 주는 샐러드를 먹지 않고 운동을 그대로 했더니, 극적으로 70kg의 경계선까지 무너뜨리려 하고 있다. 라면을 끊어야 겠다거나, 치킨을 끊어야겠다고 굳게 결심한 것도 아니고, 그냥 건강하게 먹은날의 관성을 이어나가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이 관성을 끊고 싶지가 않다.
이게 내심 속으로 기쁘다. 요즘의 나는 코드도 잘 생산해 내지 못해 슬럼프에 빠져있고, 유의미하거나 즐거운 시간도 보내지 못하면서 앞으로 나아가고 있지 못하다고 느끼고 있었는데, 뭔가 나아질 수 있다는 작은 희망을 본것만 같다.
오늘은 어떤 인터럽트도 무던히 받아낸 채로 코드에 집중했다. 다행히 이번주가 마무리되기 전에 질질 끌었던 패치 하나를 임시바이너리 형태로나마 내던질 수 있었다. 정말 다행이다. 어쩌면 슬럼프에 빠졌던 것은 질질 끌었던 이 코드 때문일지도 모르기에, 이 코드에 쏟아낸 분노를 에너지 삼아 또 다음 이슈를 처리해야만 할 것이다.
수도권에 2.5단계 방역조치가 발령되었다. 말인 즉, 헬스장을 닫는다는 것이다. 나는 금요일에 헬스장을 닫지 않는다는 회사의 공지를 보고 매우 기뻐 3.6km 을 달렸건만, 그 기대를 꺾어 버리고 말았다.
조치는 3주동안 이어진다고 하니 지금의 내 운동 관성은 다시 사라지고 말겠지…
그저께, 달리기를 뛰고 오고나서 결국 치닝디핑 운동기구를 주문하고야 말았다. 오늘 도착했다는 연락이 일하는 도중에 들어왔는데 벌써 조립해야 될 생각에 귀찮아 죽겠다.
포장을 가지고 들어와 해체하고 조립하는 동안 조립의 번거로움과 이사때의 번거로움을 동시에 생각했다. 이걸 또 해체하려면 얼마나 시간이 소요될 것이며 이삿짐으로 얼마만큼의 노고가 소모될까.
필요충분한 공간에서 안빈낙도 살리라 다짐했고, 지금도 그 마음에 변화가 있는건 아니지만, 확실히 집에서 다양한 일을 하려면 그만큼의 공간이 필요로 하는 듯 하다.
결국 조립을 마치고 스트레스를 느낀 나머지, 오늘의 운동은 생략해버리고 말았다.
헬스장을 완벽히 갈 수 없는 첫 주의 시작이니, 오늘은 퇴근을 하자마자 바로 치닝디핑 바 앞에 서서 운동을 시작해본다. 고프로 카메라로 내가 운동하는 모습을 담아봤는데, 등 근육이 썩 나쁘지 않아보였지만, 만족스러워 하는 내 모습이 부끄러워서 촬영은 더 이어가지 않기로 한다.
한시간에 가깝게 채웠는데 생각보다는 밀도있게 운동을 할수는 있었다. 그런데 격일로 부위를 바꿔가면서 운동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울 것 같고, 정해진 루틴을 만들어 전신운동을 하는게 좋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기분 탓이지만 딥스같은 경우는 바깥 공원에서 평행봉으로 하는 것에 비해 갯수가 줄어든 것만 같은 느낌이다.
요새 디아블로가 묘하게 재밌다. 근데 그 재미라는게 이상하게 느껴진다. 오늘 동안 한 거라고는 나오지도 않는 아이템을 얻으려 계속 앵벌이를 다닌것 뿐이었는데 말이다.
나는 디아블로에 미쳐가고 있다. 새벽 두시, 세시까지 게임을 끊지 못하다가 아침에 일어나지 못해 오전 반차를 소모한 것이 벌써 두번이다. 미친놈이다. 게임 중독이 이런식으로 가는 거구나.
오대산 근처 펜션을 잡아 같이 야추 게임을 했을 때와, 지금 디아블로에 미치고 있을 때를 돌이켜 보면, 게임이라는 요소의 대부분은 운이고, 사용자가 그 운을 컨트롤 할 수 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끔 한다. 사실 야추 다이스에서 주사위가 나오고 점수를 매기는 것은 운의 요소가 꽤 크고, 그걸 열번 가깝게 시행해서 족보를 맞추다보면 대부분 비슷한 결과가 나오는데, 사용자에게 족보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면서 운이 아니라 실력이라고 착각하게 만드는 면이 있다.
디아블로도 비슷하다. 사실 누가 어떤 아이템을 드랍하느냐도 다 운인데, 그 운을 내가 제어할 수 있다는 착각이 생길 뿐 아니라, 계속 시도함으로써 도박과도 비슷한 느낌마저도 든다.
이러면 적당히만 즐겨야지 라는 건 말이 안되고, 끊어내는 것이 맞아보인다.
나는 미친놈이다. 결국 어제도 디아블로를 끊어내지 못하고 세시에 가깝게 플레이하고 잠자리에 누웠다가, 결국에는 잠들지 못하고 네시 언저리에 켜서 다섯시에 끄고 자리에 누웠다.
그런데 또 신기하게도, 오늘은 회사에 나와서 점심 먹고 낮잠을 잔것을 빼면, 그리고 회의때 좀 지쳤던 것을 빼면, 나름 집중력있게 일했던 것도 같다.
돌이켜보면, 게임할 적에 자세가 고꾸라져서 허리가 아프든 목이 마르든 그런것들은 생각조차 하지 못한채 집중만 잘했다. 나는 집중을 잘 하지 못해서 요즘 고민이었는데, 사실은 집중을 못하는게 아니라 그냥 일하기 싫어하는 나태한 병신이었던 것이다.
'잘 살고 못 살고가 어딨어, 그냥 사는 거지.' 라고 생각하며 평소 살다가도, 사회관계망에 비치는 다른 사람들 사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다들 잘 사는 것 같다.
휴일이라 할것이 없다는 생각이 설때 게임을 시작한게 어쩌면 다행일 지도 모르겠다. 나는 좀비마냥 일어나자 마자 밥도 대충 챙겨 먹고 컴퓨터 앞에 앉아서 디아블로 2를 켰다. 내가 갖고 싶어 하는 아이템은 좀처럼 나오지 않는다. 이게 정말 내가 게임을 하는게 맞는건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게임을 멈추지를 않는다. 옛날에 친구들과 강원랜드에 갔을 적에 슬롯머신에 앉아 죽어버린 눈으로 버튼을 누르던 아저씨가 순간 머리를 스친다.
여자친구를 만나고 약속이 끝났다는 친구가 문득 저녁에 집으로 놀러온단다. 대충 씻고 기다리니 산타할배가 그네를 타는 모양의 장식물을 사왔다. 크리스마스를 별로 의식 하지 않고 사는데 사준것을 현관문에 달아놓으니 그리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 항상 느끼는 바이지만, 이 친구는 묘한 소녀감성이 있다.
나는 요리를 못하므로 피자를 시켜다 대접했다. 이친구와 나는 대체로 페퍼로니 피자를 좋아하는 점이 겹친다. 피자에 치즈오븐 스파게티를 시키니 파티 느낌이 난다며 친구가 호들갑을 떨었다. 뭐튼 피자 맛있네.
내일 휴가를 내어버렸다. 퇴근 하고 오자마자 또 디아블로를 켰다. 아이템을 꼭 얻어내겠답시고, 이 던전 저 던전을 쏘다녔다. 블리자드는 더이상 디아블로 2가 주 수입원이 아니어서, 서버 운영비를 절감한 모양이다. 내 캐릭터는 위험으로 부터 도망치기 위해 필사적으로 달렸지만, 갑자기 적들이 있는 곳으로 순간이동해 죽어버리고 말았다.
나는 화가 났고, 그리고 화가 난 내 모습에서 뭔가 잘못돌아가고 있음을 느꼈다. 게임을 즐기는 단계는 이미 한참 지나가 버렸고, 나는 몹들이 어떤 아이템을 줄까 하며 계속 복권을 긁고 있었다. 스토리를 음미하고, 강해지고, 미지의 적을 헤쳐나가는 것은 이미 끝나버렸는데, 나는 이제 목적도 없으면서 좋은 장비를 갖추겠다고 억지를 부리고 일상을 해쳐가면서 게임하고 있었다.
나는 잠시 숨을 돌리고 추해진 내 모습을 잠시 생각했다가, 다시 배틀넷에 접속해 내 캐릭터들을 모두 삭제했다. 속이 조금 시원하다. 지금의 내 모습 아름답지 못하지만, 게임에 빠져 끝도 없이 더 나빠질수는 없었다. 어쩌면 나는 게임에 빠진게 아니라, 그냥 게임안에서 도박과 유사한 특정한 시스템에 빠진 셈이었다.
여기에 보낸 시간을 아예 없던 것으로 하기는 싫어, 이를 사진으로 증거를 남겨 사람들에게 공유해보기로 한다. 누군가 한명이 멋진척 한다는 반응을 했다. 이상하다.
휴가를 내어 느지막이 일어난다. 어제 게임도 지우고 나름 일찍 잤다고 생각 했는데, 피로가 풀리지 않는다. 열두시에 겨우 일어난다. 일어나고서도 밍기적이기를 반복한다. 닭가슴살, 바나나와 시리얼을 점심으로 먹고 저녁에 할 운동을 미리 해둔다. 이것밖에 안했는데도 어느덧 4시다. 문득 석양 지는것이나 봐 볼까 하며 옷을 챙겨입어 전곡항으로 달려보지만, 퇴근시간이 아니었음에도 영동고속도로가 막혀 일몰 시간을 맞출 수 없었다. 아니다, 애초에 출발이 늦었다. 저녁시간 해가 다 지고 난 항구가 고요하다. 오늘 유난히 바람이 차다. 오랜 시간 머무르기는 어려웠다. 사실상 헛걸음이었는데도, 출퇴근 길이 아닌 도로를 운전하는건 기분나쁜 일이 아니다.
게임을 그만 두니 그 시간을 아직은 유의미 하게 채우지 못하고 있다. 어제 급하게 캐릭터를 삭제해 버린게 아직은 미련이 남은 모양이다.
일곱명의 회사 사람들 중에서 두명만이 출근했다. 회사는 분위기에 휩쓸려 다들 빠른 퇴근을 준비하고 있다. 출근한 동료가 같이 빠르게 퇴근하자며 채근했으나 나는 결국 시간을 채우고 제 때에 퇴근했다. 일찍 퇴근을 한다고 해서 내 일이 없어지는 게 아니었다. 분위기에 휩쓸릴 이유는 없었다.
빠리바게뜨 샐러드를 사다가 저녁으로 먹고 조용히 책을 읽고 있는데, 청량리에 사는 친구가 방어회를 먹자고 제안 해왔다. 내가 초대에 응할 가능성을 낮게 점쳤던 모양이었으나, 모든 약속이 성립되고 친구들이 분주해진다. 나는 양재에서 야근하고 있는 친구 한명까지 끌어들여 데리고 왔다. 5명 이상 집합금지 규칙에 위배되지 않게 각지에 흩어졌던 친구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오랜만에 남의 집에서 피자와 방어를 먹으니 맛있다. 치팅데이는 오늘인 걸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