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되었다는 것에 무감각하다. 작년 이맘때 쯤에 쓴 일기를 보고있노라면 퇴보했다느니, 새해에는 그러지 말아야 겠다느니 하는 등의 글귀를 써내었는데, 결국 올해에도 나의 어두운 모습을 크게 극복해내지 못했다. 오히려 내가 생각하는 나의 문제나 단점같은게 선명해져버린 게 아닌가 생각한다. 이런 내가 크게 변화할 가능성은 낮아보이고, 오히려 내 모습이 아니라고 칭얼대지 말고, 이제는 받아들여야 하는게 아닌가 싶다.
역시 새해 업무 시작부터 이것해야 하고 저것 해야 하고 압박이 심하다. 정기회의, 비정기 회의가 겹쳐 일에 집중하지 못하게 한다.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저녁 쯤 부터 눈이 많이 온다. 한파주의보도 발령했다고 긴급 문자가 아우성친다. 눈이 오기 시작한지가 얼마 되지 않아 도로가 하얗게 변했다. 내 발로 직접 뽀드득 거리며 눈길을 밟는 것과 달리 이것을 타이어로 밟는 일은 생각보다는 스릴이 있는 일이다. 한편으로는 하얀 도로에 천천히 움직이는 차들과 조용히 내리는 눈들을 보며 괜히 포근한 분위기를 느낀다. 친구들에게 단톡방에서 말했던 것 처럼, 만약 겨울 타이어를 쓰고 있더라면 공원에 차를 세우고 고즈넉이 있어봄직 했다.
별 탈 없이 집으로 돌아와 운동 한다. 홈트는 노잼. 외형에 미미한 변화는 있는데 역시 아쉽다. 단백질 섭취를 늘려보기로 한다.
오후에 회의를 마치고 사무실 자리에 앉은지 얼마 되지 않아, 팀 동료분이 찾아와 이슈를 질문한다.이슈를 깊게 파고 드니 내가 담당했던 모듈에서 구멍이 보이고 있다. 구버전에서는 잘 동작했었으나, 신버전에서 내가 개발한 부분의 매커니즘이 과거와 달라짐으로 인해, 동작에 오류가 발생한 것이다. 결국 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별도의 이슈가 파생하였다. 참 밀도있는 회의였어…
가끔 느끼지만, 이슈를 파악하고 코드를 고치기 위해 이렇게 페어로 논의 하는게 의외로 밀도가 높고 진척도도 빨라진다. 기분탓인지는 모르지만…
뭐튼 계속 이어졌던 이 회의로 오후 업무시간을 모두 소모했다. 나는 회사에서 주는 샐러드도 가져오지 못하고 털레털레 퇴근해버리고 말았다.
유튜브의 운동 정보들을 몇 살펴보니, 운동끝나고 단백질 보다도 탄수화물을 체중 * 1g 만큼의 탄수화물 섭취를 하는것이 좋다는 말이 있었다. 그래서 저녁거리로 빵집에 들러 샐러드를 고르는 김에 빵을 고른다. 먹음직 스러운 여러가지 빵이 있었지만 그중에 단백질이 적당히 있으면서 지방량이 낮은 단팥빵을 골라본다.
늘 그렇듯 케이블 래터럴 레이즈, 풀업, 딥스를 하고, 오늘은 유산소도 해보고싶다는 생각이 들어 나가서 줄넘기를 해보기로 한다. 달리기는 이 날씨에 무리가 있어도 줄넘기는 혹 가능할까 싶었지만, 결국 추위의 맹공을 견디지 못하고 15분만에 들어올 수 밖에 없었다. 얼마나 추웠는지 배터리가 절반 남았던 핸드폰이 들어올때에 꺼져버리고 말았다.
들어오고 단백질 보충제와 단팥빵을 먹는다. 아 맛있네. 다만 다음부터는 미숫가루나 쌀떡을 먹는걸 생각해 봐야 되겠다.
점심나절 느지막히 일어나 씻었다. 커피와 저녁에 먹을 샐러드와 운동 끝나고 먹을 단팥빵을 사왔다. 운동하고 단팥빵과 단백질 보충제를 먹었다.
자리에 앉아 밀려있는 일을 처리했다. 일을 마치고 나니 저녁이 되어서 헛헛한 마음에 광교 호수공원으로 향했다. 호수는 바람도 불지 않고 물조차 얼어붙어 고요했다. 잠시 고요함을 느끼고 있다가 추워서 얼른 내 차로 돌아왔다.
커피를 많이 마셨지만 드라이빙 하고 오니 잠이 솔솔 잘 와서 그대로 잠이 든다.
일요일 저녁부터 몰두해있던 이슈 털어내기를 오늘도 한다. 아침부터 팀 동료와 페어 프로그래밍 비슷한걸 하느라 마나를 소모한다. 대화하면 할수록 느끼지만 나는 아무래도 협업 잘하기는 글러먹은 놈인 듯 하다.
퇴근도 늦어졌는데, 잠깐 누워서 밍기적 거렸는데도 어느새 열한시다. 나는 의미있는 시간을 보내지 못했다.
동생은 얼마전 집에 67인치짜리 TV 를 부모님의 선물로 가져다 드렸다. 곧 있을 아버지의 생신이 떠올라, 이번엔 내 차례인것만 같은 소소한 압박을 느낀다. 동생에게 TV 이야기로 운을 띄우며, 선물할일 있으면 나도 좀 보태자는 볼멘소리도 했다. 어떤걸 해드리면 좋을지 고민스럽다는 이야기를 하니, 동생은 두 분이 '사운드바' 를 검색하시더라 하는 힌트를 주었다. 주말에 올라가는 길에 하이마트나 디지털프라자라도 들러야 되겠지 싶다.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를 17일까지 연장했었다. 이제 다시 연장 여부와, 새로운 거리두기 정책을 발표할 것이다. 헬스장은 다시 열게 될까. 체중도 못재고 거울 너머에 비친 모습으로나 어림한채, 깜깜이 운동을 계속 하고 있다. 내가 지금까지 해왔던 먹거리 조절과 운동이 헛짓이었는지, 의미있었는지 어서 확인하고 싶다.
애매하게 일이 조금 남았다. 주말에 마저 채울 것이다.
토요일에 마트의 전자제품 매장을 들러 사운드 바에 대해 알아봤다. TV는 중요하게 생각하고 팔고 있지만 사운드바에대해서는 관심을 두고 파는것 같아 보이지는 않았다. 결국 사운드 바는 인터넷을 주문하기로 한다. 손으로 들고 가서 직접 설치해드리고 싶은 마음이었으나 조금 아쉽다.
사운드 바가 다음주 중 배달 될 것이라는 말씀을 두 분께 전해드리니, 아버지가 좋아하신다. 사운드바는 아버지가 찾아보셨었나 보다. 엄마 말로는 홈쇼핑에서 TV를 팔길래 그때 같이 팔던 사운드바를 보시더니 관심이 갔다고 하더라.
TV가 기능이 많다보니, 넷플릭스도 바로 시청할 수 있는 TV였다. 내가 가진 넷플릭스 계정을 TV에 연결하니 엄마도 좋아하신다. 넷플릭스 계정을 만들어놓고, 유의미하게 활용하지 못하고 있어서 해지를 고민하고 있었는데, 엄마가 자주 시청하시면 나쁘지 않겠다 싶다.
아버지가 드시는 약이 늘었다. 최근에는 역류성 식도염까지 않고 계시며 소화기능에 연관된 약도 챙겨드신다. 마음이 좋지 않다. 요즘은 술을 드시지 않으시는데, 진작에 그러게 끊으셨으면 어땠을까 싶다. 아버지는 오랜만에 술을 먹는다며 몇잔을 드시더니 이래저래 기분이 좋아지신듯 하다. 생신에 기분이 좋으시니 그것으로 되었다 싶다.
일요일 아침은 모처럼 라면을 끓여먹고, 씻고 나와 체중을 재보니 1킬로그램을 감량했다. 체중을 밥먹기 전에 쟀으면 라면을 안먹었을것 같은데.
엄마가 해주신 게살볶음밥을 맛있게 먹고 집으로 돌아온다.
간밤에 눈이 나름 온 것 같다. 오늘은 차를 두고 대중교통으로 출근해보기로 한다. 이 동네에서 살기로 한 후 처음으로 타는 대중교통이다. 가장 빠른 길을 따라, 수지구청역 까지 버스를 타고, 그 다음에는 지하철을 타서 미금역까지 가기로 한다.
오늘은 회사 헬스장도 열었다. 인바디 지표를 재보니, 체중도, 근육도, 지방도 모두 줄어들었다. 정체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기대했던 만큼의 발전도 아니라서 묘하게 실망스럽다. 그러나, 지금 이 시점에서 실망해버리면, 그나마 만들어낸 발전도 다시 되돌릴 수밖에 없다. 다시 바벨을 잡기로 한다.
집에 운동기구를 들이고, 나름 루틴을 만들어 운동하면서, 근력이 줄지 않도록 노력했다고 생각해왔지만, 역시 헬스장에서 소화하는 운동량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했었나보다. 예전같은 무게로 바벨을 들려면 다시 노력하는 수 밖에는 없겠다.
차를 두고 왔으므로 돌아가는 길도 대중교통이다. 나는 학교 다닐적에 버스 오른쪽 맨 앞자리를 앉아 버스 가는 길을 곧잘 구경했는데, 오랜만에 하니 재미가 있다. 마을버스라서 내가 모르는 동네도 블럭마다 구석구석 다닌다. 그 동네 속에 있는 많은 사람들과 가게들을 구경하며, 언젠가 들러 맛있는 것을 먹어보리라 생각했다.
회사에서 의사소통을 하는게 심적으로 아직도 너무 힘들다. 나는 오늘 코드는 거의 손도대지 못하고 회의와 의견의 취합과 전달에만 온 신경을 쏟아내고야 말았다.
그래서 그런가 헬스장에서 운동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반갑고 좋다. 오늘부터는 '스트롱리프트 5×5'라는 프로그램을 도입해서, 운동 일지도 작성 해볼 생각이다. 운동량과 무게에 다시 집중하고 한세트씩 운동을 해내니 밀도가 높다. 과거에 내가 운동을 하던대로만 하다보니 발전이 없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트레이너를 오랫동안 지켜온 '진' 트레이너님과도 오랜만에 인사를 나눴다. 그분은 내가 헬스장을 열었다는 사실을 기뻐한다는 것을 잘 알고 계셨다. 나는 헬스장을 닫았던 동안 집에서 운동을 조금씩 해왔다던가 하는 이야기를 나누며, 요즘 인생이 재미가 없으니 운동에서 그 답을 찾아야 겠다고 하소연 비슷하게 근황을 말했다. 이런데서 소소하게 나마 재미를 찾아야지 말이다.
뭔놈의 회의가 오늘은 오전부터 있다. 나는 이번주에 내가 한 일이 마치 이 회사 모든 일을 다하기라도 한것 마냥 조금은 격앙된 어투로 쏟아내었다.
코드에 집중하고자 하면 전화가오고, 코드에 집중하고자 하면 실장님이 문제가 뭐냐고 물어보며 불려가고, 코드에 집중하고자 하면 회의가 잡히고, 코드에 집중하고자 하면 카톡으로 질문이 들어와 동작에 문제가 있는지 살핀다. 정신이 나갈듯할적에 나는 그 감정을 숨기지 못한다. 나는 몇번이고 사자후를 내뱉었다. 옆 블럭의 동료가 무슨일이냐고 카톡으로 묻는다. 나는 아무래도 너무 많은 의사소통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인것 같다고 하소연한다.
동작이 의아하다고 묻는 전화 너머의 사람에게 다소 딱딱한 말투로 답을 했다. 예전에는 이렇게 대답할 적에 건너편에 사람에게 미안해져 말투를 자중하거나, 조금 더 나중에 알아보겠다고 하고 자리에 앉아 문제를 살폈는데, 요즘은 그렇게 넘기기가 너무 힘들다. 나는 대화로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닌가보다, 아무래도.
운동이 재미가 없다고 생각한 내 자신을 반성한다. 요즘같이 운동이 요긴한 정신적 도피처였던 적이 없다. 스트롱 리프트 5×5를 그대로 적용할 수 있을까. 벤치나 스쿼트랙 점유시간을 생각하면 쉽지는 않아보인다. 다만 스쿼트를 매 시간마다 수행하도록 되어있으니, 이 점을 주목해서 운동해야 겠다고 생각했다.
심레이싱 환경을 구축할 생각을 해본다. 거치대도 사야하고, 콘솔 게임기도 사야하고, 게임용 스티어링 컨트롤러도 사야한다. 셋을 다 같이 사면 백만원이 조금 넘어갈 것이다.
그런데, 퍼즐조각이 조금씩 안맞는다. 해보고 싶은 레이싱 게임은 엑스박스에서 구동되는데, 사고 싶은 스티어링 컨트롤러 수준은 플레이스테이션에서만 호환된다. 신형 엑스박스는 물량도 적어 언제 다시 팔지 기약도 없다.
이 자본주의의 세상에서 이래저래 욕망을 채우려면 돈이 필요한데, 돈이 있어도 욕망을 채워나가기 쉽지 않다.
지난 화요일에 꽤 고급스러운 배달 스시를 회식으로 나누어 먹었음에도, 회식비가 꽤 많이 남았다. 오늘은 피자다. 속으로는 큰 일이라고 생각했다. 피자같은 입맛을 돋우는 음식을 멀리해야 쓸데없이 음식을 더 찾지 않을텐데. 겨우 억제하여 두 조각으로 끊어냈다. 두 조각도 열량으로 치면 너무 많다. 내일은 운동을 열심히 해야만 한다.
아버지 생신 선물로 주문한 사운드바가 겨우 도착했다. 40만원돈을 들여 주문한게 열흘이나 넘게 걸렸다. 인터넷이 저렴하다고는 하지만, 아무래도 나는 돈을 줬으면, 그때 받아야만 하는 인간인 듯 하다. 기다림을 점점 더 견디지 못한다. 회사에서 대화를 견디지 못하는 이유도, 그 기다림 때문일 것이다.
나는 또 회사에서 화려한 언변으로 마치 내가 일을 많이 한듯한 인상을 사람들에게 심으려고 노력했다. 집에서 오늘 일했던 것을 가만히 생각해보니 조금 역하다.
아직 나가서 회식 할 수 없는 때이다 보니 배달음식을 자주 시켜먹는 형태로 변했다. KFC를 배달 해온 배달기사의 태도는 매우 불성실하여 분노를 금할 수가 없었다. 내가 연락의 당사자였다면 직접 화를 쏟아내었을 것 같다.
고민끝에 선택했던 메뉴는 블랙라벨 치킨이었는데, 영양조성을 보니 지방량이 압도적이다. 세조각을 먹으면 대략 750kcal이고, 단백질도 높은 편이긴 하지만, 지방량이 압도적이다. 세상에 한개에 지방이 30그램이라니. 게다가 오랜만에 먹는 치킨었던 건지, 그냥 유독 그 치킨이 튀김옷이 두터웠던 것인지 속이 느글느글하다. 이젠 치킨마저도 멀리해야만 하는가.
하루 내내 일 끝나고 체육관에 내려가 스쿼트를 하고 싶은 생각만 가득했다. 조금이라도 중량을 늘리고 싶은 마음이다. 프로그램을 바꾸어 목표를 수치화 하니 재미가 살아난다. 이 마음이 계속되었으면 한다. 스쿼트랙을 30분 넘게 차지하면서 고작 숄더프레스 5세트에 그치는 사람이 신경쓰인다. 겨우 다음 순서가 되어 스쿼트를 수행한다. 80kg 스쿼트 5×5에 성공했지만 쉽지 않다. 다음 운동때 중량을 더 늘릴 수 있을까.
아버지 생신 선물겸 시킨 사운드바가 집에 도착해 있다. 소리가 미묘하게 달라진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고 가끔 오는 나로서는 아직 잘 모르겠다. 아버지의 반응은 만족 하신건지 시큰둥 하신건지 미묘하다. 아버지와 엄마에게 넷플릭스를 가르쳐 드리며, 스피커의 맛을 느껴보시게 해본다.
새차를 하니까 속이 시원하다. 가끔은 이렇게 남에게 맡겨서 세차를 해봐야 되겠다. 마트에 들러 불쓰원샷을 사보고 에어컨 필터를 바꿔본다. 느낌은 미묘하다.
집에 돌아와 파리바게트 샐러드를 먹고 저녁에 가벼운 운동을 다녀온다. 느낌은 미묘하다.
토막이 나서 그 의미를 찾기 어려운 일들이 계속 해서 눈오듯이 쌓여간다. 눈과 차이가 있다면, 눈은 기온이 오르면 녹아 없어지지만 일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어서 처리를 해야 하는데, 눈이 쌓일수록 눈을 치울 의욕이 사라지듯이, 일을 처리할 의욕이 사라져버리는것을 어찌해야 할지 알수가 없다. 다들 어떻게 그리도 일을 잘할까. 나는 언제 잘려도 이상하지 않은 사람인 것만 같다.
헬스장이 열린 1월 18일 부터, 3주동안 최대한 '스트롱리프트 5×5' 프로그램에 맞추어 운동을 했다. 그리고 인바디를 측정 해본 결과, 놀랍게도 체중을 맞춘 가운데 지방량을 1.4kg, 근육량을 1.5kg 늘렸다! 매우 기쁘다. 인바디 지표가 오차가 있다고는 하지만, 전에는 그 오차를 내 운동량에 발전이 없음을 변명할 수단으로써 사용했다면, 이번에는 지금 나타난 좋은 지표에 자만하지 않을 것을 경고하기 위해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기쁘다.
운동 프로그램만 바꿨던 것은 아니고, 아침과 점심에 단백질을 찾아먹을 대책을 강구했고, 운동이 끝나고 단백질에 더불어 바나나 또는 고구마를 같이 먹은 것이 주효했던것 같다. 헬스장이 열리기 전에 유튜브로 이것저것 운동과 영양 정보를 찾아봤었는게 그게 꽤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명백한 발전을 경험했다는 것이 기쁘다. 앞으로 더욱 나아갈 뿐이다.
어제 번개를 쳤으나 퇴짜를 맞았던 친구가 아침부터 연락했다. 점심을 먹잔다. 친구는 화곡역에 살고, 나는 수지에 살고 있으니, 중간쯤 되는 과천에서 만나기로 한다. 이 친구를 만나기로 했으니 오늘 하루는 이미 사라져 버린셈이다. 오늘은 그냥 마음을 내려놓고 치팅을 하기로 한다. 아, 나를 구원하러온 파괴자여.
칼국수는 참 오랜만에 먹는다. 칼국수와 만두국이 있어 서로 하나씩 시키고, 소고기 수육을 사이드로 시킨다. 사이드 메뉴가 3만원이라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 오랜만에 제대로된 밥을 먹는듯 하여 너무 맛있다. 정말 만족스럽다. 친구는 먹는것에 욕심이 가득가득 하지만, 입이 짧아 스스로에게 화가 난다고 한다. 나는 차분히 그 친구의 칼국수를 내 그릇에 가져다 먹는다.
식당으로 부터 멀지않은 곳에 깔끔한 카페가 있다고 하여 그리로 가본다. 친구는 얼마전에 저려미 노트북을 하나 샀는데, 노트북을 가지고 다녀본 경험이 얼마 되지 않아 카페에서 노트북을 펼치는 일을 어색해 하고 있다. 회사일을 하겠노라 했지만 당연히 진도를 나갈 수가 없다.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한다. 얼마전 대학 동기들의 단톡방에서 한 친구가 내게 소개팅을 제안했는데, 나는 이번에도 거절했다. 그 거절을 할적에 나는, '더이상 새로운 인간관계를 맺고싶지 않다' 라는 표현으로 거절을 했는데, 오늘 만난 그 친구가 말하길 '불확정적인 이벤트를 만들어 인생을 재밌게 하고, 새로운 퀘스트를 만들어 깨는 것도 재미중이 하나이며, 소개팅도 그 중의 하나'라고 말했다. 나는 그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으나, 나는 인간관계로 새로운 퀘스트를 만들고 싶지는 않으며, 내가 지금 운동에 재미를 느끼고 있는 이유는, 모든것이 불확정적이고 무엇하나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이 현실에서, 지금의 바꿔본 운동법과 식이 법으로 '내 뜻대로 노력해서 입력을 주었는데, 제대로된 피드백을 받았기 때문에 새로운 목표를 만들 수 있고, 그래서 재밌는 것'이라고 말했다. 내가 생각해도 이것은 인간관계를 제한한 꽤 합리적인 이유인 것 같다.
그 후로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하다가 또 쇼핑에 이야기가 닿는다. 카페엔 두 시간 남짓 앉아있었다. 우리 동네와 가까운 죽전의 신세계 백화점을 가보기로 한다.
친구는 노트북에 맞는 파우치를 찾겠노라며 하나 집었고, 매장을 빠져 나오며 대뜸 잘산것 같다고 내게 말했다. 나는 아직 단정 짓지 말라고 말했다. 잡화에도 관심이 많은 친구는 내 시계의 상태가 좋지 않음을 이유로 시계 매장을 기웃거리며 관심있는 척을 했다. 나는 이시계도 예쁘고 저시계도 예뻐보여서 혼란스러워 하다가, 그만 생각하는 것을 멈추고 말았다.
백화점 옆에 이마트가 붙어있으니 나는 필요한 장을 마저 봤고, 이제 돌아가기 위해 주차장으로 이동했는데, 차에 가서 노트북과 파우치를 맞추어 보니, 파우치가 노트북에 맞지 않았다. 분명 14인치라고 써있고, 캐패서티에도 수치가 초과하지 않음을 확인하고 샀음에도 사이즈가 맞지 않아 매우 억울해했다. 친구는 파우치를 샀던 매장으로 내려가 사정을 설명하고, 정말 다행스럽게도 환불을 받았다. 친구는 다시 기분이 좋아졌다. 오오 감사합니다 정용진님.
저녁에 우리 집으로 돌아와 치킨을 시켜먹는다. 점심도 럭셔리하고 저녁도 럭셔리 하니, 오늘 하루는 정말 오만방자 했다. 몸이 좋아졌다는 지표를 보고 기뻐한지 하루만에 이런 만행을 저질러도 되는 것인가.
저녁에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하면서도, 오늘같이 스쿼트와 데드리프트를 같이 하는 날이면, 집에 돌아와 고구마와 단백질 보충제만 마셔도 몸이 나른해지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게 된다.
근데 또 오늘은 생각해보면 운동에 그리 집중력을 쏟지 못했다. 웬갖 잡생각이 무게를 드는 동안에도 끼어들었다. 꼭 나는 가끔가다 친구들과의 옛날 톡을 스크롤 해가며 멍하니 대화내용을 따라갈 때가 있는데 오늘도 또 그랬다. 안좋은 습관이다.
그래서, 오늘은 묘하게 운동량도 그리 많지 못했던 것 같다. 집중해야지.
어제 분노에 휩싸여 집에서 VPN을 켜고 야근을 해놓고는, 아침에 제시간에 일어나지 못해 결국 반차를 썼다. 병신같은 이민혁. 이게 뭔짓이냐. 그래도 잠은 충분히 자고 밍기적 거렸으니 후회하지 않기로 한다.
반차를 냈다고 뭔가 의미있는 일을 하는 것도 아니다. 그냥 두시간 정도 늦게 일어나서 아침을 먹고 회사로 출발한다. 근처 빵집에서 자주 먹던 샌드위치와 계란을 사다가 회사에서 점심을 먹는다.
어제 해결 하지 못했던 이슈들의 실마리를 찾기로 한다. 다행히 QA분의 도움을 받아 분노와 집중력을 살려서 해결할 수 있었다. 그나마 다행스럽다. 그러나 이걸 해결하겠다고 코드를 잘못보면서 쓸데없는 도움을 요청하다가, 엉뚱한 곳에서 해결책을 찾아내어 부끄러운 이력이 또 남게 되었다. 여러모로 부채가 쌓여가고 이자가 쌓여가는 속도를 원금을 갚아나가는 속도가 따라가지 못한다.
오늘은 연휴 전날이라 헬스장에 사람이 없겠거니 생각했지만, 모두 그런 생각을 가지고 헬스장을 찾은듯 하다. 그래도 스쿼트 랙이 여유가 있어 오늘 생각한 운동량을 모두 채울 수 있다.
집에 돌아와 고구마를 쪄놓고 일반쓰레기와 종이, 비닐류 분리수거를 버리러 나가고, 우유를 사갖고 들어와 우유와 단백질 보충제와 고구마를 먹고, 잠깐 누웠다가 화장실 청소를 한다.
결국 설날이 오고야 말았다. 일찍 일어나서 차례를 지내고, 끝나자 마자 부리나케 세종시로 출발해서, 또 성묘를 갔다와서 입맛에 안맞는 밥을 먹어야 하는 날. 게다가 운동일인 오늘이 하필 설날이라, 스트롱 리프트 5×5 루틴 하루를 걸러야만 한다. 마냥 기쁘게 지내기 힘든 날이다.
그래도 전날에 잠을 자둔 덕에 눈은 의외로 일찍 잘 떠졌다. 아침 차례도 삼촌과 가족들 모두의 일손에 더불어 빠르게 치러졌다. 아침 내려가는 길 교통상황은 매우 좋아서 한시간 반만에 도착했다. 산소의 날씨는 매우 좋았다. 모처럼 성묘를 마치고 할아버지댁에 돌아와 먹은 점심은 입맛에 잘 맞아 든든했다. 본가의 TV를 교체하면서 이제는 사용하지 않는 TV를 할아버지 집 TV와 교체하니 매우 만족해 하셨다. 동생이 회사로 부터 연락을 받아, 급히 출근해야 한다며 다소 황급하게 집으로 출발해야 했던것만 빼면, 그리 나쁘지 않았던 설이었던 것 같다. 정체가 심하지 않고, 먹었던 점심이 든든했던 덕에, 돌아오는 길의 운전도 그렇게 피곤하지 않았다. 이번 설은 정말 괜찮았던 것 같다.
나와 비슷하게 설 스케쥴을 마친 친구가 저녁에 연락해왔다. 응봉산으로 야경을 구경하고 온다.
주말과 연휴는 화살과 같다.
몸보다도 마음이 먼저 헬창이 되어버리고 만 나는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금요일에 운동하지 않은 것에 대한 죄책감에 휩싸였다. 씻지도 않고 차를 몰아 회사의 헬스장으로 간다. 몸에 에너지가 남아 돌았는지 가뿐하게 스쿼트를 해낸다. 나머지는 페이스가 그렇게 잘 올라오지 못한다. 데드리프트 105kg를 겨우겨우 해낸다.
동네의 처음 보는 카페에 들어가 농땡이를 피운다.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 전에 갔던 동네의 다른 카페에는 없는 콜드브루를 여기서는 판다. 아마 여기를 더 자주 들르게 될 것이다.
카페에서 농땡이를 끝내고 저녁이 될 무렵, 저녁거리를 사려고 빵집에 갔으나 샐러드가 매진됐다. 오늘은 마트도 쉬는 날이라 조금 조바심을 내며 정육점에 들렀다. 하필 동네에서 가까운 그 정육점은 한우만 취급했으므로, 부채살을 비싸게 살 수밖에 없었다. 400그램에 무려 5만원이었다. 굽기가 조금 덜했지만 맛은 있긴 했는데, 앞으로는 다른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 같다. 전에도 친구에게 이야기 한적 있듯, 나는 '맛있다'를 느끼는 특정한 맛의 임계점을 넘어가면 그것이 5만원짜리건, 10만원짜리건, 맛의 높낮이를 구분하지 못하는데, 고기류는 그게 더 두드러지게 느껴진다.
얼마전 유튜브에 우연히 올라온 자전거 영상을 한번 보다가, 또 아무 생각 없이 이 영상 저 영상을 찾아봤다. 그리고 요즘은 입문용 로드바이크가 얼마인지 찾아보고 있다. 이러다 정말 입문하는 건가?
심레이싱 환경을 동생에게 빌리고, 얼마 플레이 하지 못했는데 의욕도 그렇게 많이 올라오지 않는다. 나는 대체 뭘 하고 싶은 걸까.
이상하게도 체중이 점진적으로 다시 증가하고 있다. 지난 추석때 조금 더 먹었다고는 하나, 간식을 많이 늘린 것도 아니었는데, 이유가 뭘까… 근육이 늘은 것이었으면 좋겠는데 단시간에 그렇게 근육이 늘었을리는 없고…
다만 오늘은 스쿼드 95kg, 데드리프트 105kg에 성공했다. 특히 데드리프트는 중간에 쉬는 것 없이 바로 5회를 해낸 것이 매우 고무적이었다. 악력도 성장했음을 느낀다.
운동을 마치고 내 자리로 돌아가려는데 엘리베이터에서 QA의 고위 관계자 분과 마주쳤다. 그분께서는, 요즘 많이 바쁘실 것이라며, 일을 분배해 로드를 줄이는것이 어떠신지 물어보셨다. 좋은 말씀이셨지만 내 일을 나누어 가질 사람이 마땅히 떠오르지 않는다.
어제 운동을 하고 피로가 느껴져 느지막히 일어난다. 주말은 더 잘 수 있으니 참 좋다. 오늘은 기온이 올라 따스하지만 공기가 나빠 밖에 나가기 전반적으로 좋지 않다. 점심으로 닭가슴살과 시리얼을 먹고 마트에 장을 봐갖고 온다. 3년 가깝게 사용한 스마트워치가 배터리수명이 다 한 듯 하여 5만원이 안되는 새로운 스마트워치를, 우유를, 만원 조금 넘는 살치살을 사온다. 점심 나절 조금 지나 카페에 들러 밀린 일을 처리해본다.
집중력이 조금 나온다. 모르는 사람의 눈치, 인터럽트의 부재, 백색소음과 적당한 카페인과 적당한 책걸상의 높이가 어우러져 집중력을 만든다. 이렇게 집중해서 코드를 만들고 고치는데도 꽤 많은 시간을 소비한다. 나는 늘 그렇듯 프로그래밍에 재능이 없다.
마트에서 사온 살치살을 구워다 먹는다. 7분 30초를 굽는다. 3센티미터에 가까운 고기두께와, 내 자취방 하이라이트의 화력에 균형을 맞춘 시간이다. 여러번의 실패 끝에 드디어 균형을 찾은듯 한데, 지난주에 먹었던 한우에 비해서는 그냥 고기 자체가 맛이 그렇게 좋지 않은 것 같다. 그래도 굽기가 나쁘지 않아 다음에 다른 부위를 가져다 먹으면 꽤 맛있을 것이다.
저녁먹고 잠깐 침대에 눕는 다는 것이 내리 두시간 반을 자고야 말았다. 서서히 정신이 드니 시간이 아홉시를 지난다. 몸을 추스르고 공원에 달리기를 나간다.
유산소는 규칙적으로 하지를 않아 좀체 페이스가 잘 늘어나지 않는다. 몸이 퇴보하는것이 싫어 쫓기듯이 나왔음에도, 막상 하고나니 오히려 회복을 방해한 것이 아닐까 걱정스럽기만 하다. 한시간여 만에 집으로 돌아와 단백질 보충제에 고구마를 먹는다.
운동을 마치는데 선배 연구원 분으로부터 급한 전화가 온다. 나는 깜짝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지 못하고 서둘러 불려 올라간다. 내가 만든 DBMS이미지가 올바르게 동작하지 않는다. 나도 겪어 보지 못한 문제여서 이래저래 검색을 해보았지만 해결책이 잘 안나왔다. 그러나 전화를 걸었던 그 분과 다른 팀의 연구원분 께서 해결책을 잘 찾아 설정을 다시 바꾸어 이미지를 잘 기동해 해결했다. 나는 멍하니 앉아 있었고,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했다.
예전에는 같은 팀에서 같은 코드를 보고 토론했던 사람들이었는데, 이제는 너무도 다른 코드를 보고 계셨고, 나는 그 화면을 거의 이해하지 못했다. 나는 이 일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저 일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내가 회사생활을 했던 중에 만난 수 많은 선택지 중에서, 그 중요한 때 마다 다른 선택을 했다면 어땠을까. 내가 만약 팀이 잘못되고 말고 상관없이 팀장을 안맡았다면. 잘 보고있던 코드를 뒤로 하고 직책을 옮기지 않았더라면. 내가 퇴직 면담을 할 때 결정을 번복하지 않고 퇴사 했었다면. 지금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 생각이 복잡해진 채 황급히 집으로 퇴근한다.
나는 사람들하고도 코드하고도 어울리지 못했다.
다프트 펑크가 해체선언을 했다. 비 가역적인 이벤트를 볼 때마다 시간의 흐름을 느낀다. 슬픔을 느낀다. 오늘은 플레이리스트에 모처럼 다프트 펑크 노래를 다시 넣어두어야 겠다. 그 어릴적, 현대카드의 CF에서 흘러나온 이상한 멜로디의 원조가 누굴까 하고 찾아봤던 그 호기심으로 이 뮤지션을 발견했었다. 다프트 펑크도, 그때의 호기심도 다시 되돌아 오지 못할 것이다.
회사의 회식비는 또 남게 되어, 서브웨이를 주문해 점심을 시켜먹는다고 한다. 서브웨이에서 제공하는 수많은 선택지는 정신을 나가게 만들어, 한껏 떨어진 집중력을 겨우 붙잡고 주문을 해낸다.
집에 있었던 이틀 동안, 맛있는 것들을 먹고 가족들과 많은 대화를 나눴다. 평범하다면 평범할 주말이었겠지만 원인을 알 수 없이 기분이 좋다. 그저 계속 기분이 좋았으면 한다. 모처럼 동생도 시간을 내어 일요일 저녁을 같이했다. 또 생일을 앞두었다고 케이크도 자른다. 계속 이렇게 평범하다면 평범한 일들이 계속되었으면 좋겠는데.
집으로 돌아와 밀린 코딩을 조금 더 한다. 내일은 도저히 일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부랴부랴 일을 마친다.
생일이라고 갑자기 뭔가 기쁜일이 일어나지는 않는다. 집에서 잘 먹었으니 오늘부터는 다시 먹는것을 조절해보기로 하자.
회사 건물 헬스장에서 오늘의 운동을 해내고 집으로 돌아온다. 오늘은 신발을 사보겠다는 생각으로 멀지 않은 쇼핑몰에 가본다.
그 곳의 신발가게에는 벌써 다섯번째 찾아갔는데, 내가 사려는 신발은 언제나 사이즈가 없다. 이번에는 신어볼 기회도 없다. 앞으로 신발을 사려면 다른 신발 가게를 가야지 싶다.
마트 장까지 보고 집으로 돌아와 지쳐버려서, 충동적으로 치킨을 시켜버렸다. 그리고 그 치킨을 다먹었다. 포만감이 매우 불편하다. 뱃속에 들어온 이 치킨은 행복이 아니라 교훈이 되려고 한다.
어제의 치킨은 결국 교훈이 되었다. 나트륨과 지방은 온 몸의 수분을 빨아들이고 소화기능을 마비시키며 온 잠을 방해했다. 컨디션이 그리 좋지 못하다.
오늘은 큼직한 회의도 없으니 밀린 일을 어서 해낸다. 저녁 스터디를 같이 하자던 동료도 오늘은 일이 바쁘니 어렵다는 말을 전했다. 나는 모처럼 몇가지 이슈를 한꺼번에 처리했다.
저녁에 돌아와 책을 좀 읽다가 눕는다. 대학 동기로 부터 연락이 왔다. 그 친구는 꿈에서 내가 나왔다며, 정확히는 내게 입욕제를 사다주는 꿈을 꾸었는데, 그 입욕제를 파는 매장의 직원의 홀대를 견디며 겨우 입욕제를 사는 꿈을 꾸었다며 뜬금없는 연락을 전해주었는데, 나는 다른 어떤 용건 보다도 그런 아무 이유 없는 연락이 너무 반가웠지만, 그 반가움을 어떻게 전해야 할지 알 길이 없었다. 나는 그저 그 친구가 표현했던것 만큼만 절제해 표현하며, 잘 자라고 인사 했다.
지난주에 실장님이 술이나 한잔 하자고 한 적이 있었다. 나는 그게 으레 하시는 인삿말인줄 알았는데, 오늘 대뜸 약속을 잊었느냐며 저녁을 같이 먹자고 하신다. 4팀의 팀장님도 자리를 함께 하신다.
지난주에 흡연장에서 실장님께, 요즘 하고 있는 일에 대한 넋두리 비슷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어서, 그냥 그것이나 들어보자는 생각으로 저녁을 제안하신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이 자리에서 실장님은 나에게 다른 팀으로의 이적을 제안하셨다. 타팀에서 퇴사자가 발생해, 그 자리의 공백을 메우기 위함이란다. 그 퇴사자가 맡은 일이 중요했던 일이라느니 등등의, 이런저런 이야기로 내가 이적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말을 곁들이셨다.
또 저니맨 신세가 된 것 같아서 마음이 씁쓸하다. 나는 팀장자리를 받아들이고 팀장직을 1년도 지속하지 못한채 인격이 거의 파괴되다시피했는데, 이번에도 이것을 받아들이면 같은 일이 생기는게 아닐까 걱정스러웠다. 그리고 이 제안 자체가, '너는 적당한 일머리가 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지금 하고 있는일에 완전히 몰입해 있는것은 아니잖니. 그러니까 와서 이 구멍좀 막아주렴, 두꺼비야.' 하는 것만 같다.
나는 결국 또 흘러가게 될 것만 같다. 여러모로,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이다. 나는 또 불안에 휩싸이게 되었다.
고등학교 동창들이 모이는 자리에는 자의반 타의반으로 잘 가지를 않았다. 작년 5월 친구의 결혼식에 가려고 했으나, 회사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해 가지 못했던것 이후로, 거의 1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친구들 얼굴을 못본 것은 1년이 넘었다. 내 스스로는 친구들과 정서가 잘 맞지 않는다고 생각을 했었다. 교육의 스펙트럼이 비슷해서인지, 사고방식이 비교적 크게 다르지 않은 대학때의 친구들과는 다르게, 고등학교 친구들은 삶의 방식, 사고 방식의 스펙트럼이 매우 넓었고, 그 넓은 범위 중에 어떤 것들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들도 있었다. 그래서 그 친구들이 모두 모여서 한자리에서 대화를 하고 있노라면, 온갖 빛깔이 형형히 빛나 눈에 들어오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 곧 어지러움을 느끼고는 했다. 그래서 너무 많은 친구가 모이는 자리에는 구태여 함께 하려 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만나지 못한 시간이 오래되었고, 그래서 내가 자리에 나가지 않는다는 친구들의 원성도 있었고, 나에게도 친구들을 만나지 못한 것은 매우 아쉬운 일이었기 때문에, 이번 친구의 결혼식에 자리하기로 했다. 원래 이 친구는 작년에 결혼을 했어야 했으나, 세상에 역병이 퍼져있기 때문에 한 해를 미루어 올해 기어코 결혼을 하게 되었다.
결혼식을 보고 있노라면 얼굴이 간질거리는 것만 같아서 나는 결혼식장 바깥에서 멀찍이 떨어져 결혼식을 보았다. 결혼식이 끝나고서야 친구들하고 인사할 수 있었다. 오랜만에 만나고, 마스크를 쓰고 있었음에도 금방 알아보며 인사할 수 있었고, 그리 어색하지 않아 다행이었다.
연회장의 점심식사도 끝나고 집에 가지 않은 두 친구와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근황을 이야기 하는데, 친구는 대뜸 우리에게 인생에서 가장 큰 변곡점이 무엇이었으냐 묻는다. 판교에서 일하는 친구는 개인방송 제안을 뿌리치고 현재 직업을 유지한 것을, 수원에서 일하는 다른 친구는 이 자리의 취직을, 나는 팀장직을 내려놓고 퇴직이 아닌 휴직 번복을 이야기 했다. 고등학교때 유쾌하고 직선적인 이야기들만 하던 친구들도 이제는 인생의 궤적을 돌아보고 반성을 하고 있다. 그러면서 자신을 조정해나가고, 비슷한 방향으로 나아간다. 우리는 결국 다시 스펙트럼이 비슷해지고 있는 듯 했다.
그래서 집으로 돌아오는 동안, 그동안 친구들이 모인 자리에 대해 가지고 있던 막연한 거부감을 이제는, 거두어야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동안 그 자리에 잘 가지 않았던 것을 반성하면서.
돌아와서 집에서 쉬는 동안 머리가 답답하여 광교호수공원에 차를 몰아 가본다. 공기가 서늘하되 사람이 적어 걸어다닐만 하였다. 자전거를 사다가 가끔 여기서 타보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팀 이적 여부를 결정할 시간을 달라고 한것이 오늘까지다. 나는 아직 어떤 입장도 취하지 않았다. 다만, 생각하면 할 수록, 팀에게 의견을 구하지 않고 도둑처럼 이적을 결정해버리고 구성원에게 통보하는 것이 좋은 방법은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이적을 결정한다고 해서 내가 지금 들고 있는 일로 부터 온전한 해방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물론, Java 코드를 안보게 된다는 점에서 지금보다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될 수도 있고, 팀의 교체로 인해 분위기 환기를 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겠지만 말이다.
팀 이적을 제안한 수뇌부가 팀장님에게도 이 사실을 알리어, 팀장님은 내게 의견을 물었다. 나는 다소 유보적이라는 입장을 내었고, 내 생각보다도 더 강하게 팀장님은 나의 이적을 반대했다. 내가 가지고 있던 그 유보적인 입장 또한 하나의 의견이 되어, 수뇌부에 전달될 것이다.
마음이 복잡하다. 의견이 전달되어 결정될 것이지만, 마음이 복잡하다.
성능을 개선하기 위한 지혜를 얻기 위해, 데이터베이스 팀의 한분께 회의를 요청했는데, 엔지니어 분들이 이 회의에 참여하기로 하여 회의가 잡히게 된게 하필 오늘 저녁시간이다. 운동을 하루 미루어야만 한다. 루틴의 파괴는 항상 슬프다. 그 루틴의 파괴를 받쳐줄 만한 보조 루틴이 있어야, 정신적인 충격이 덜 할 것 같다.
이직에 대한 열망이 큰 한 동료 직원이 스터디를 제안했다. 오늘은 저녁에 그것을 진행했다. 이 스터디의 진행이 이직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인지 확신할 수 없다. 경력직 프로그래머에게 요구하는 역량은 무엇일까. 지금의 회사가 나에게 요구하는 역량은 무엇일까. 그 두 역량중에서 일치하는 것은 얼마일까. 나는 지금 얼마만의 역량을 가지고 있을까. 회사에 있으나, 회사를 떠나거나, 누군가 회사를 떠나거나, 항상 불안하기는 매한가지다. 지난주 팀 이적을 제안한 실장님의 말이 겹쳐져 또 머릿속이 흐려진다.
6촌 형님의 결혼식을 가게 되었다. 대전에서 결혼식을 열고, 6촌이 가깝다고 하기에는 애매한 촌수라서 가고싶은 결혼식이라 할수는 없었으나, 아버지가 가실 예정이고, 그로 인해 할아버지도 가실 예정이셨으므로, 오늘은 아버지 보좌관 자격으로써 참석하기로 한다.
아버지는 내가 같이 간다는 사실이 그래도 나쁘지 않으셨는지, 가시는 동안에도 이런저런 말씀을 하셨다. 그토록 무섭고 무뚝뚝하기만 했던 어린시절의 아버지는 이제 세월을 겪으시며 조금은 부드러워지고, 조금은 더 느긋해지셨다. 예전의 모습은 어느정도 있기는 했지만 말이다.
지난 설에 집에서 더이상 사용하지 않는 TV 를 가져다가 설치해드렸지만 HDMI 케이블이 없어서 화질이 그리 좋지 않았는데, 이번에 케이블을 가지고 내려가서 설치를 해드렸는데 생각했던 것 만큼 화질이 좋아지지 않았다.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봤는데 변화가 없어 아쉽다.
결혼식장에 가보니 홀은 크지만 예정된 예식이 하나뿐이라 사람이 마냥 많은 결혼식은 아니었다. 그래도 오랜만에 뵙는 친척분들이 많아 반갑게 인사드릴 일이 많았다. 좋은 날이라 분위기도 경쾌해 부담스럽지 않았다. 다만 발이 넓고 인심이 두터운 아버지가 이곳저곳에서 인사를 주고 받는것에 비하면, 아들은 전혀 그런 모습을 닮지 못했다.
이를 치료하는 중이라 당장 치아가 없는 아버지는 연회장에서의 식사를 걱정하셨지만, 죽과 스프가 입맛에 맞아 다행스럽게도 나쁘지 않은 한끼를 하실 수 있었다. 할아버지도 모처럼 많이 드신 듯하다. 오랜만에 뵙는 분들과 이런저런 덕담을 나누다가 헤어지기로 한다.
저녁에 집에 돌아오니 동생이 와있다. 동생은 내일 생일. 동생이 2주전 내 생일 케익을 사오듯 나도 생일 케익을 사가지고 들어온다. 엄마가 차려주신 저녁상이 모처럼 푸짐해 전혀 헛헛하지 않았다. 집에서 갈비찜이 올라온것은 참 오랜만이었는데, 외갓집에서 할머니의 생신상이 그렇게 올라왔던 기억이 있다.
동생에게 축하한다는 말을 건넨 것을 끝으로 주말을 마무리 하기로 한다. 주말은 화살과 같았고, 나는 또 내일을 살아갈 자신이 없다.
모처럼 대학동기 4인이 저녁을 먹자며 약속을 잡았다. 약속 장소는 청량리에 사는 친구의 집이다. 모여서 오랜만에 돼지고기를 먹기로 한다. 소고기의 선택지도 있었지만, 요즘 시대에 모여서 돼지고기를 먹기가 더 힘든 시대가 되었으므로, 돼지맛이 더 그리웠다. 나는 돼지고기와 소고기가 '동등한 수준'으로 맛있다.
과제를 논하고 게임을 논하고 여자를 논하던 친구들이 요즘 가장 많이 논하는 주제는 부동산이다. 우리 인생에 부동산은 공통된 마지막 숙제가 된 듯 하다. 또는 그것만이 유일한 공통 분모일지도 모르겠다. 봉급의 상승을 초월한 재화 가치의 상승은 우리의 욕심을 허기지게 했다. 그런 허기를 이 돼지고기로 채울수 밖에 없다. 맛은 매우 좋았다. 과연 고기의 도시 마장동인 것인가.
우리는 부동산을 논하고 있는 현실을 잠시 잊고자, 차를 몰아 영종도로 달리기로 한다. 을왕리 해수욕장에 다다르니 아쉽지 않을 만치 사람들이 있었다. 우리도 그중 하나가 되기 위해 편의점에서 폭죽을 사다가 불을 붙이고 놀아본다. 사행성을 조장하는 코인 게임기도 붙잡고 놀아본다. 아이스크림 내기로 가위바위보도 하고 놀아본다. 바다도 구경하고 놀아본다. 돌아오는 길에 음악을 크게 틀면서 놀아본다.
기어이 하체에 부상이 오고야 말았다. 하루 내내 무릎이 시큰하고 허벅지 근육이 뻐근하다. 스쿼트는 무게를 줄여야 할 것같다. 이직을 위해 코딩 공부를 해야 한다며 스터디를 주최했던 동료는 결국 혼자서 스터디를 하는것이 스터디 페이스를 올릴 수 있다고 판단하고 결국 스터디를 취소해 버리고 말았다. 스터디를 항상 취소 당했던 입장으로써는 동료가 내세운 이유에 고개가 갸웃해진다.
내가 몇몇 후배에게 약간의 반감을 가지게 된 이유가 뭘까. 그들이 정말로 그들의 본분을 못하고있기 때문인걸까.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내가 그것을 지적할만한 위인이 될수 있는걸까. 아니면 그들은 열심히 하고 있는건데 내가 그냥 오해하고 있는 것일까. 혼란에 빠지기 전에 생각하는 것을 그만 두고 그 분노가 생기면 생길수록 분노의 방향은 내 자신으로 향해야 할 것이다.
105kg로 스쿼트를 하다가 사타구니 왼편의 근육이 아파오고 10퍼센트를 감량해 스쿼트를 다시 하고 있다. 통증이 처음 생겼던 지난주에 비하면 좀 나아지기는 했지만 아직도 회복이 느리다. 내가 자세를 잘못 잡고 있는건 아닐까 걱정스럽다. 하지만 운동을 멈출 수는 없다. 통증이 약해지고 있으니 천천히 점진적으로 증량 해보기로 한다.
그런데 오늘 생각지도 못하게, 못했던 데드리프트 110kg 5회가 가능해지더니, 130kg 1rm 을 성공했다. 세상에. 나는 또 순식간에 고무되어서 사이드 래터럴 레이즈를 조졌다.
2주만에 다시 체성분 검사를 해보았는데, 근육이 0.2kg, 지방이 0.7 kg 늘었다. 먹는것도 꽤 관리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째서 지방이 감소는 커녕 오히려 증가해버린걸까. 스트롱리프트 프로그램을 시작한지 두달이 지났고, 야식을 줄이고 단백질 비율을 늘려가며 먹는것을 조절했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지표가 실망스럽다. 대체 얼마나 더 강하게 조절해야 성과가 나타나는 걸까.
책한권을 이제야 하나 겨우 다읽었다. 책을 좀 잘못고른 감이 있다. 집중력을 되찾기 위해 에세이들을 많이 샀는데, 이 책은 잘 읽히길 기대해본다.
퇴근하여 노래방에서 몇곡을 내질러 보았으나 마음이 헛헛했기에, 응봉산으로 드라이브를 나가기로 한다. 열시가 넘어가는 시각이었는데도 분당수서로 서울 방향은 좀처럼 정체가 풀리질 않았다.
응봉역 앞의 공영주차장에 차를 두고 응봉산으로 걸어올라간다. 공기가 적당히 선선했으나 올라가는 언덕이 꽤나 가파르고 오늘 운동도 했던 터라 금세 날숨이 더워진다. 올라가다가 길을 잘못들어 몇발자국을 되돌아간 바람에 수고가 더하다. 올라가는 언덕길 양쪽으로 세워진 다양한 모양의 주택들을 구경하며 천천히 올라간다.
그리 높지 않은 응봉산 정상이지만, 중랑천과 한강이 만나는 곳에 위치하고, 강남의 땅들이 대체로 평평하며, 강을 따라 뻗어있는 도로들의 모양새 덕분에 그 화려함이 여느 다른 서울의 야경 스팟 못지가 않다. 적당히 부는 바람에 땀을 식히며 멍하니 불빛을 보다가 공원을 걷다가 사진을 찍다가 사람들을 보다가 내려온다.
근데 내려오는 길의 모양새들이 예사롭지 않다. 아무렇게나 지어진 빌라들은 창문마다 불빛이 빛나며 사람이 살고 있음을 나타내고, 담장 너머에 있는 장독과 자전거들과 신발들이 어떤 사람이 살고 있는지를 어렴풋이 말해준다. 환경미화원 한분은 음식물쓰레기 수거통을 타고 언덕을 내려가며 빌라마다 내어놓은 쓰레기들을 수거하고 있다. 그러니까 내려오면서 보여준 이 동네의 모습은내가 편협하게 생각해온 서울의 모습과는 다르다.
주차된 자리로 돌아오면서 봤던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내가 쫓아야 하는 불빛이 어디에서 빛나는 지도 알수 없는 높은 곳에서의 야경이 아니라, 이 동네의 사람들이 내는 형광등 빛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냥 어렴풋이. 그냥 야경만 보고 돌아가는데도 시간은 자정을 넘긴다.
결혼식을 마치고 팀장님은 돌아왔다. 다만 그 정신없음이 다 사라지지는 않았나 보다.
본래 운동을 시작할적에 스트레칭과 웜업을 충분히 하고 본 운동을 하는게 맞는데, 회사의 스쿼트랙이 비어있는 일이 잘 없다 보니, 비었다 싶으면 다 생략하고 스쿼트랙 부터 차지하고는 한다. 근데 준비되지 않은 몸과, 높은 중량, 약한 관절이 겹쳐, 스쿼트 첫 세트를 하자 마자 무릎이 찌릿하고 경고를 뱉어냈다.
안그래도 요즘은 중량을 늘리지 못해 동기부여가 약해지고 있는데, 관절 마저 다치게 되면 정말 큰일이다. 작년까지 운동 습관을 들이면서 하체를 소홀히 했던것을 반성하고, 매 운동마다 스쿼트를 첫 운동으로 시작하고 있는데, 이렇게 관성이 끊어지면 정말 마음이 아플지도 모르겠다. 수요일 운동할 때에는 스쿼트랙에 사람이 있어서 스쿼트를 못하더라도 몸을 충분히 준비 시키고 운동을 해야지 싶다.
저녁에는 오랜만에 대학 동기 완전체가 청량리에 모인다. 아예 휴가를 내어 쉬기로 하였는데, 마침 쉬는 친구 한명이 합류하여 오전 드라이브를 하기로 한다. 그 친구는 자신이 속한 사업부가 없어져 다른 곳으로 전배 또는 이직을 할 운명에 처했는데, 그 걱정이 머리속을 지배하여 잠을 이루지 못해 아침에 늦었다. 어쨌든 아홉시 반쯤에 만나 합류하여 내 차를 가지고 대청호에 가기로 한다.
오늘은 날씨도 좋아 대청호 경치를 구경하기 좋았다. 먹기로 한 송어 요리는 식당이 닫아 먹지 못했지만 추어탕과 갈비탕은 나름 먹을만 했고, 경치 좋은곳에 자리잡은 카페는 빵이 맛있어 기분을 달래기 충분했다. 평온한 시간을 보내고 일찌감치 출발해 청량리로 향한다. 하지만 서울시의 정체는 우리가 생각한 것 이상이었고, 결국 삼십분여를 늦어 친구들로 부터 비난을 샀다.
모처럼 완전체가 집결해 기분이 좋았던것은 나뿐은 아니었는지, 고기를 잘 아는 청량리의 그 친구가 모처럼 고기를 준비해 맛보게 해준다. 오랜만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니 기분이 매우 좋다.
어제는 휴가를 내어 드라이브를 했기에, 오늘 회사에 들러 못했던 운동을 한다. 스쿼트를 하려고 했지만 무릎의 상태가 심상치 않다. 결국 무릎은 부하를 견디지 못하고 무너지는 걸까. 105kg 중량에서 정점을 찍고, 지금은 100kg도 무릎이 힘겨워 하고 있다. 여러 운동 정보들이 스쿼트를 제대로된 자세로 한다면 무릎이 아플일이 전혀 없다고 하는데, 무슨 일이 생기고 있는 걸까.
회사에 들러 운동만 잠깐하고 집으로 돌아와 씻고 밥을 먹으니 벌써 세시다. 본가에 들르기로 한다. 저녁은 엄마가 맛있는 제육볶음을 해주셨고, 또 간만에 집에는 이야기 꽃이 피었다.
장군이가 잠이 늘어 아침 산책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간단히 라면으로 점심을 때우고 엄마와 아버지와 시장을 볼겸 장군이 산책을 나간다. 장군이는 여전히 바깥을 좋아하고 잘 걸어다니지만, 전보다 쉽게 힘들어했다. 격주로 집에 돌아가서 장군이를 보다보면, 장군이가 나이드는 모습이 눈에 보이는것만 같아서 마음이 아프다.
나는 아직 꼬맹이도 제대로 떠나보내지 못한 것만같아 마음이 아픈데, 장군이 마저 우리 곁을 떠나려는 것은 아닐까 마음으로 계속 걱정한다. 장군이가 곁에 있는 동안, 있는 대로 잘 해주고 잘 떠내보내면 그만일텐데, 그런 마음을 가지는 것이 쉽지가 않다. 나는 아직도 정신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것만 같다.
본가에 있던 철티비를 내 자취방으로 가져온다. 철티비야 말해다오, 내가 자전거를 탈 상이더냐.
자정에 가까워지는 깊은 밤에 갑자기 자전거를 타야겠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가져온지 일주일이 다 되어갔는데 이런저런 핑계로 타지 않는 다는 것은 내가 내 스스로에게 욕을 하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츄리닝을 대충 챙겨입고 자전거를 꺼내기로 했다.
만만하게 생각하고 자전거를 타고 탄천을 따라 난 자전거 길을 달린다. '자전거 타듯 익숙해진다' 는 관용적 표현마냥, 정말로 나는 10년이 넘게 자전거를 타지 않다가 타는 것인데도 그럭저럭 넘어지지 않고 페달을 밟는다.
그런데 어째 역시 점점 힘들어진다. 스쿼트로 단련한 다리의 근력은 자전거를 잘 탈 수 있느냐 하는 것에 큰 상관이 없었다. 자전거의 속도는 쉽게 줄어들어서 페달도 꾸준하게 밟아줘야 했다. 타이어의 공기압이 빠져서 저항감이 더하다. 자전거 길을 따라 집으로 돌아오니 거리는 10km 정도가 되었고, 평균속도는 15km/h 가 채 되지 않았다.
오랜만에 자전거를 타니 힘이 들기는 했으나 쾌감이 있었다. 조금 더 갖추어 자전거를 타야 할 것이다. 몇번 더 타보고 꾸준히 탈 생각이 있으면 로드 바이크를 들여야지.
등산 가기 좋은 계절이 왔다 싶어, 친구들에게 등산 갈사람 가자며 약속을 던져봤는데, 두 친구나 물었다. 그 친구들은 내 동네와 가까운 광교산은 너무 멀다며, 검단산을 대안으로 제시했고, 나는 받아들였다. 주말 아침을 일찍 시작하고 싶으니 9시에 모이기로 했다.
주차에 조금 애를 먹었으나 생각 한 것만큼 늦지는 않았다. 9시 30분 출발을 예상했는데 정확히 그쯤 모였다. 검단산의 주차장은 우리가 생각하는 평범한 주차장이 아니라, 그냥 입구에 관리사무소만 있을뿐, 갓길의 빈자리에 주차하는 식이다. 다행히 통제인원이 있고, 주차비가 저렴하다. 모였으니 지체하지 않고 올라가기로 한다.
검단산은 등산로가 길지 않지만 높이가 광교산보다 높아 등산로가 초입부터 많이 가파르다. 유산소 운동을 게을리 했던 탓에 쉽지는 않았지만 올라가는데 문제는 없었다. 동행한 친구들도 마찬가지였다. 오늘은 먼지도 구름도 없었으므로 풍경의 채도가 높았다. 우리는 절로 아저씨 감탄사를 내면서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정상은 시원했다.
내려오는 경사가 급해 미끄럼을 조심해야 했다. 올라갈 적에 등산화를 사온 두 친구들에게 호들갑이라며 타박했으나, 이제 내가 등산화를 사야될 차례라며 역공을 당했다. 미리 알아봤던 쌈밥집은 작년에 대학 동기들과 여행갈 적에 먹었던 칼국수집 옆에 있었다. 쌈밥 메뉴에 나왔던 고기가 매우 맛있어 1인분을 추가해 먹는다. 든든하고 만족스러웠다.
동행했던 친구 중에 쇼핑을 좋아하는 한 친구는 나를 또 부추겨 스타필드 하남으로 이끌었다. 결국 예기치 못한 소비를 또 했는데 그것이 또 기분이 좋았다.
벤치 프레스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95kg.
현대 드라이빙 아카데미 레벨 2를 들으러간다. 휴일임에도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건 아무리 생각해도 힘들다. 혐오시설인 자동차 경주장이 수도권에 있을수는 없으니 어쩔 수가 없다. 다행스럽게 전날 운동을 열심히 해서 많이 피곤했기 때문에 일찍 잠들 수 있었다. 다만 오늘 장거리 운전을 할테니 피로가 풀리지 않아 근손실을 유발하지 않을까 걱정한다.
작년에 이수했던 레벨 2 프로그램보다 약간 개선되었다. 언제나 강사분께서는 친절히 가르쳐 주셨고, 벨로스터 N은 다시 타도 재밌는 차다. 탈때마다, 기변 욕심을 부추긴다. 다섯명 중에서이긴 하지만 이번에도 짐카나는 일등을 먹었다.
시뮬레이터를 이용한 연습은 어느 정도는 효과가 있었다. 악셀 컨트롤과 트레일 브레이킹, 한계그립 상황에서의 핸들링 피드백은 시뮬레이터의 감각과 비교해가면서 조율할 수 있었다. 그래서, 실제로 슬라럼 할적에 언더스티어 여부를 작년보다는 더 빠르게 판단하고 스로틀과 브레이크 양을 잘 조절할 수 있었다. 한계도 있었다. 무엇보다, 급격한 브레이크나 코너와 같이 중력가속도가 심하게 걸리는 상황은 역시 현실에서만 체감할 수 있었다. 이것은 생각보다 큰 차이였는데, 단순히 중력가속도가 코너링의 정도 같은 정보를 몸에 전달하는 것 뿐 아니라, 그 자체가 신체적인 압박이기 때문에, 이 중력가속도를 극복하고 정신을 붙잡고 차를 컨트롤해내기 쉽지 않다. 예를들어, 아웃-인-아웃을 할적에, 코너의 정점까지 브레이크를 끌고오고, 정점을 지나 점진적으로 스로틀을 개방하고 싶어도, 중력가속도가 정점에 다다를때 의식을 지워내려 하기 때문에, 정신을 차리면 코너가 갑자기 끝나있고, 강사님의 피드백이 쏟아지는 식이다. 이런 것들을 시뮬레이터로 알 수는 없었다.
정오까지 진행된 이 프로그램의 감각이 손끝에 남아있다. 이 감각으로 강원도 인제의 굽이치는 길을 운전해서 오느라 즐거움이 이루말할 수 없었다. 결국 오늘은 운전을 원없이 했다.
겨우 집으로 돌아와 배달음식으로 삼겹살을 시켜먹는다. 배달음식으로는 처음으로 먹어본다. 삼백그램 기본에 이백그램을 추가로 시켰는데, 못먹을것 같았으나 어떻게든 또 다 먹었다. 제발 다 근육으로 변해라.
엄마가 해주신 점심밥을 잘 챙겨먹고, 두분과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을 나누고, 엄마 아버지와 이야기 하러 나온 동네 분들께 약소한 커피도 대접하고 자취방으로 향한다. 장군이는 나이먹은 모습이 올해들어 역력하긴 하지만, 여전히 기운있고, 발랄했으므로 그것으로 되었다.
동네에 옛날 통닭집이 생긴지 얼마 안되었는데, 한마리에 7천원도 하지 않아 하나 시켜본다. 매운 맛으로 튀김옷이 양념되어있는데, 그 튀김의 정도가 매우 적절하고, 양도 부담스럽지 않아 한마리 딱 먹기가 좋다. 앞으로 이변이 없다면 한동안 여기서 가져다 먹게 될 것같다. 바로 주문해도 10분이 채 걸리지 않고, 거리도 가까워서, 오히려 너무 자주먹지 않도록 조절해야 할 것만 같다.
내일까지 전달해주기로 한 코드가 잘 나오지 않아 결국 한주를 더 미루겠다고 통보한다. 패배감을 느낀다.
어제 자전거포에서 사온 자전거 바퀴 밸브를 사다가 자전거에 붙였다. 자전거를 타고 15km을 달려봤는데 페이스가 매우 좋다. 타이어 공기압을 조절하면 페이스가 더 나올것 같다는 예상이 적중했다. 심지어 평균 속도가 18km/h 가 나왔다. 어쩌면 5월 안에 로드바이크를 들일 지도 모르겠다.
아침에 갑자기 자전거 출근이 하고 싶었다. 자전거 출근 하기 좋은 옷을 입고 바로 자전거를 꺼내 출근을 해봤다. 탄천을 따라 나 있는 자전거 길을 따라 출근하면, 차로 가는 길보다는 조금 더 돌아서 가게 되는데, 10km 남짓 된다.
절반쯤 와서 조금 후회했다. 당연히 땀이 났고, 이 피로감이 생산성에 영향을 줄수도 있겠다 싶었다. 날이 다행스럽게도 선선하여 도착하고서 땀은 금방 식었지만, 피로감이 오늘 하루 내내 몸을 지배했다. 돌아가는 길에는 잠깐이긴 했지만 비까지 와서 피로감을 가중시켰고, 페이스도 좋지 못했다. 출근길은 31분, 퇴근길은 40분이 걸렸다.
이 피로감으로 오늘 하루도 쉽지 않았는데, 내일 운동 루틴도 잘 소화 할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나의 이슈를 일주일 내내 들여다 보고 있다. 이게 참 무슨 일인지.
운동시간에 스쿼트 110 5×5를 드디어 성공했다. 105 5×5를 성공한지 거의 두달이 지난 다음에야 겨우 성공했다. 이게 대체 무슨일 인지..
팀 동료 한명이 이직할 것을 지난주에 고했고, 팀원 7인의 반을 쪼개어 회식을 하기로 했다. 그래서 점심으로 장어구이를 먹었다. 팀 동료는 얼마전, 연구소 실장과 마지막 면담을 진행했는데, 실장님이 퇴사의 이유를 묻자 메인프레임 개발을 하고 싶지 않음을 말했고, 그 대답에 실장님은 그렇다면 부서 이동을 신청했으면 어땠겠느냐고 다시 물었으며, 동료는 그것을 팀장에게 건의 했으나 기각되었다고 말했고, 그것에 실장님은 자신에게 왜 말하지 않았으냐며, 의지가 부족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리고 동료는 그 대답에 황당했다고 한다.
크로스체크 된 것은 아니었으므로 함부로 판단할 수는 없었지만, 상황은 내가 듣기로도 황당하기도 했다.
그리고 점심 후 먹었던 커피의 강한 카페인 효과와 겹쳐, 심장이 빨리뛰고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가끔 회사에서 이렇게 이성적으로 납득하기 쉽지 않거나, 변화같은 것이 생기면, 지금 내 상황이 어떤지 빠르게 돌아보게 되고, 그리고 불안을 느낀다.
어떻게든 떨쳐내고자 코드에 집중해보기로 한다.
거의 열흘에 가깝게 질질 끌던 이슈를 하나 드디어 처리했다. 버그처리가 아니고 신기능 개발이란게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이겠다. 돌이켜보면, 조금 페이스를 늦게 가져가면서 팀원들에게 조금 물어보거나, 의견 청취라도 하고 개발할 법도 했는데, 그냥 혼자 해버리고 말았다. 이제 이 옛 버전의 코드들에 관심을 갖는 자들은 적으니까. 나도 새로운 것에 관심을 가져보고 싶은데, 이미 맛을 본 선지자들의 발걸음을 따라가기도 힘든데, 옛 코드가 내 발목을 잡아 끄는 것만 같다.
그래도 끝내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붙잡고 있어서 집중력은 그런대로 발휘됐다. 남은 시간에 버그도 하나 잽싸게 처리했는데, 잽싸게 처리했을뿐 올바르게 처리한건 아니라서 결과가 어떨런지 모르겠다.
내일은 오전내에 운동을 끝내고 회사 근처 자전거 샵을 가봐야지.
극적으로 로드 자전거를 구했다. 중고로. 19년식 메리다 스컬트라 100.
어버이날 주간에, 엄마의 생신을 더하여 가족이 모일 이유가 충분했다. 오랜만에 동생 얼굴도 본다. 잘 살아있는 모양이다. 그래서 또 오랜만에 저녁상에 이야기꽃과 음식꽃이 피었다. 엄마는 본인의 생일상을 본인이 직접 준비하시면서도 기분은 꽤 괜찮으셨던 것 같다. 동생이 사온 빵, 내가 사온 도넛과 스시, 엄마가 해주신 낙지볶음과 LA갈비로 3대 영양소를 충분히 섭취한다.
집에 화분이 많이 늘고, 꽃향기가 많이 더해졌다. 아버지가 이런저런 화분들을 많이 가져오셨기 때문이다. 엄마는 처음에는 그것을 가지고 많이 잔소리 하셨지만, 요즘은 엄마도 분갈이나 조언을 거들으시며 본인도 화분을 직접 가꾸시는듯 하다. 좋아보인다.
장군이는 전날 미용실에서 털을 깎은것이 심통이 났는지, 주말 내내 통 밥을 먹질 않았다. 그래도 기운은 있어보여서 괜찮은데 어여 밥이나 먹지.
이래저래 시간을 내어 좋은 곳에 모시거나 좋은 밥을 사다 드리고 싶은데, 여의치 않으니 할수 있는 효도가 돈 뿐이다.
집으로 돌아와 자전거를 타기로 한다. 극적으로 구해낸 새것같은 중고 로드 자전거는 안장 높이를 조절하지 못해 결국 철티비를 탄다. 내가 가진 드라이버는 다양한 모양의 팁이 있는데, 하필 내 자전거에 맞는 팁만 없다. 아주 열받는다. 그래도 한시간동안 자전거를 타서, 평속 20을 돌파해낸다. 기분이 매우 좋다. 그런데 내일 스쿼트는 잘 못할 듯 하다.
퇴사를 예고한 팀 동료는 오늘이 마지막 출근일이었다고 했다. 보통은 휴가를 지내고 마지막날에 인사를 겸해 출근을 하는데, 그 휴가를 뒤로 붙이고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했다. 나는 뭔가 급작스러운 인사를 하게 된 것만 같아서 아쉽고 서운 했다. 그 동료는 인사로 연애를 하라는 메시지가 담긴 열쇠고리를 전했다. 받기만 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았는데.
우리 팀에서도 퇴사자가 나왔지만, 다른 곳에서도 퇴사자가 많이 발생한 것 같다. 뭔 대책 회의를 한다고 한다. 실효성이 있을지 잘 모르겠다. 최고 경영자는 뭔가 문제가 있다라고 인식은 한것 같아 회의를 연 것 같은데, 그 밑의 사람들은 이때다 싶어 이 시간을 소원수리의 시간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것 같다. 모두가 회의를 없애야 한다느니, 인사고과 체계를 바꿔야 한다느니 할 적에, 나는 속으로 '최고 경영자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전문 경영인 체제를 구축해야 좋을것같다' 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내가 경영을 배웠거나, 회사의 명운을 알리는 없으니 그냥 입다물고 있기로 한다.
회사에서 C와 Java를 동시에 다룬다. 나는 Java를 잘 모르지만 어떻게든 뛰어들고 배우고 싶은데, 이 C로 이미 만들어진 코드들이 내 발목을 잡고 나를 늪으로 잡아 끌고 있다. 그 사이 C를 뿌리칠 줄 아는 강단있는 선배 동료 개발자들은 내가 이제 보기 시작한 코드들을 저 멀리 고도화 시켜놓고 어디 한번 따라와 보라고 하고 있다. 나는 나지막이 절망에 빠진다.
어제 자전거를 타고 오늘 저녁에 운동을 하려니 쉽지는 않다. 그래도 지난 화요일에 자전거를 탔던 것에 비하면 오늘은 기력이 그런대로 남아있는 편이다. 스쿼트 115kg를 5×5 회 를 전부 채우지는 못하고 마지막 1회를 빠트린다. 다른 3대 운동은 무게를 견디지 못할 것 같을 때 그냥 놓아버리는 것으로 운동을 중단할 수 있지만, 이 스쿼트는 기력이 다해 들어올리지 못하면 크게 다칠 가능성이 있어 조심해야 한다.
다리에 데미지가 있었던 것에 비해, 벤치 프레스는 성적이 좋았다. 그동안 한달 넘게 80kg 5×2회, 85kg 5×3회를 성공하지 못했다가, 오늘에서야 성공했다. 기쁨을 금할 수가 없다.
오늘은 자전거 정비를 받으러 갈 생각이었다. 비가 예보되어있어 차에 실어서 가려고 했는데, 아침에 보니 비가 올 하늘은 아닌듯 하여 자전거를 타고 갔다. 수지구청 넘어 주택단지 근처에 있는 자전거샵에 가서 점검을 받는다. 사장님은 내 자전거를 보고 다음과 같은 말씀을 전했다 :
1. 60만원이면 약간 웃돈 주고 가져오셨다. 2. 타이어는 경화가 시작되었고, 브레이크와 체인은 교체주기를 지난 듯 하여 교체가 필요하다. 3. 나머지는 밸런스 괜찮다. 메라다의 입문 자전거는 좋은 밸런스를 가졌다. 4. 체인 교체 주기는 3천키로, 체인오일 도포주기는 200키로.
타이어도 잘 나간다는 타이어로 바꾸고, 브레이크와 체인을 바꾸고, 전조등과 후미등과 물통케이지를 샀다. 지출은 25만원. 예상했던 지출이었다… 고 생각하기로 한다. 중고였으니까.
돌아오는 길에 비가 살짝 온다. 주행질감이 달라졌음을 바로 느낀다. 만족스럽다. 이제 체인오일하고 공기펌프 사야지.
빨간날이 수요일에 있는건 한주의 리듬을 재정비 하기에 정말 좋은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난색을 표하겠지만, 한 주가 6일이어서 평평휴평평휴 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아침에 일찍 회사 헬스장에 가도 꼭 한두명은 있고, 그 한두명은 반드시 스쿼트랙을 차지하고 있다. 휴일에 와서도 기다렸다가 스쿼트를 해야 하는 것이 썩 내키지는 않으나, 내 차례가 오고는 중력의 압박 속에서 다른 생각은 잊혀진다. 어제 자전거 출퇴근을 했기 때문에 스쿼트를 제대로 소화 할 수 있을지 확신이 없었지만 어떻게든 해냈다. 지금은 115kg를 5회 5세트 할 수 있는데, 자전거로 유산소 밸런스 운동을 하는 동안에는 중량을 늘리는건 조금 힘들 것 같다. 이정도 선에서 유지 또는 근육량을 조금씩만 증가시켜가며 체지방을 걷어낼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 인바디 지표가 많이 좋아져서, 정말 그렇게 되고 있는 듯 한 느낌이다.(69.9kg, 체지방 16.5%대)
빨간날 이긴 하지만 앞서 확인한 인바디 지표를 보고 의욕이 많이 고무되었기 때문에, 평일에 일하면서 먹었던 식단을 그대로 지켜보기로 한다. 점심은 샌드위치, 저녁은 샐러드. 그리고 단백질 보충제와 반숙란, 1일치 견과류를 곁들인다.
지난 4월에 내가 게릴라성으로 소집했던 등산모임이 큰 성공을 거둔것에 고무되어 오늘은 또 다른 곳으로 등산을 하기로 했다. 변덕스러운 주간 날씨였지만, 절묘하게 오늘은 날씨가 괜찮다. 오늘은 청계산 중에 덜 유명한 비운의 양평 청계산을 가기로 한다.
지난 검단산과 비교하면 비슷한 높이에, 시작점으로 부터는 적당한 거리가 있어 가파르지 않지만, 중간 봉우리에서 정상 가는길 사이에 작은 골짜기가 있어 누적 상승고도가 정상고도보다는 조금 더 있는 산이었다. 어제 격하게 자전거를 탔던 것이 데미지가 될까 걱정되었으나, 무리 없이 정상에 오를 수 있었다. 그러나, 중간 봉우리였던 형제봉이 선선한 기운이 있어 쉬기 좋았던 것에 반해, 정상은 지나치게 민둥하고, 주변 수목이 정리되지 않아 경관을 제대로 즐기기 어렵고 벌레가 많았던 것이 조금 아쉽다.
내려와서 등산을 참여한 3인은 4인분의 백반을 먹어치운다. 돌아오는 길 차가 막혀 상당한 시간을 소비한다.
굉장히 의아한 모임 구성으로 약속이 하나 생겨 점심에 여의도에 가야만 한다. 오랜만에 서울에 약속이 잡히면, 서울에 차를 가지고 가는일이 굉장히 고통스러운 일이었음을 잊고 있었다가, 꼭 정체구간에서 차 안에 갇히고 나서야 깨닫고 만다.
대학 동기 1인과 후배 2인을 만나는 모임이었는데, 그 중 후배 한명은 대학 졸업 후에야 만나는 것이라 매우 새롭다. 인사를 하면서 내가 운동을 많이 한것 같다는 말을 건넨다. 그간 운동 했던것이 헛된 것은 아닌듯하여 내심 기쁘다.
정체를 겪는 동안 심란했던 마음을 베트남식 볶음밥으로 잘 가라앉히고, 커피를 마시며 대화를 나눈다. 아직도 내가 타인들과 대화를 할 수 있는 감각이 남아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한전에 다니며 사람들에게 치어 분노의 화신이 된 후배와, 현대차 그룹 안의 격한 파도속에서 겨우 붙잡고 살아가는 다른 후배와, 별다른 이야기 없이 묵묵히 들어주며 추임새를 거드는 동기와, 이상한 표현으로 대화를 정리해가며 근황을 듣는 내가 있었다.
그간 일기쓰는일을 너무 게을리 했다. 퇴근 후에 생각을 정리할 겨를도 없었다. 오히려 일이 끝나는대로 생각을 떨쳐내려고 자전거와 운동과 이슈처리 등에 시간을 너무 쏟아내고야 말았다. 생각을 하는 일조차도 스트레스였던 것이다.
본가의 카페에서 이슈 하나를 간단하게 처리하는데에도 세시간을 쏟아붓고야 말았다. 그 이슈의 처리에 의미를 찾기는 힘들었다. 엄마가 해주신 밥을 먹은것이 그나마 작은 위안이다. 요즘의 엄마는 손목 힘이 약해 물건을 곧잘 떨어뜨리시고는 하는데 그게 괜히 슬프다.
낮에 해가 쨍쨍하고 더웠으나 저녁이 되어 거짓말처럼 비가 쏟아진다. 주말에 먹었던 것을 자전거로 나마 털어내고 싶었으나, 비가 거세어 달리기도 나가기 어려워졌다. 이 탄수화물들로 내일 운동능력이 좋아지길 기대해 볼 수밖에 없겠다.
집주인이 바뀐지 몇달이 지나, 집주인이 사망해 한정상속을 한다는 우편을 받은지가 작년 말이었는데, 일주일전 법원에서 집주인이 상속재산에 대해 파산을 선고했다는 우편이 날아와 나를 긴장케 했다. 그래도, 인터넷에 몇가지 사례와 법률 조언을 크로스 체크 해보니,
1. 현재의 부동산에 별도의 저당이나 융자가 없는 상태
2. 부동산 계약 후 확정일자, 전입신고가 내 이름으로 되어있는 상태이므로 별제권 (채무 변제 우선권… 이라고 하면 맞으려나) 이 있음.
3. 계약기간이 1년 남아있어 당장 퇴거할 필요는 없음.
정리해보면, 내 전세금을 너무 걱정할 필요 자체는 없어 보인다.
다만, 우편의 내용에 따라 대응해야 할 내용이 있을것 같아서 법률 상담을 찾아보던중, 법률구조공단에서 운영하는 무료법률 상담이 있어서 받아보기로 했다. 가장 적당한 때와 장소를 찾아보니 오늘 날짜, 안양상담소였다.
상담을 받아보니,
1. 부동산에 저당/융자가 없어 전세금은 충분히 돌려 받을 수 있어보임. 단, 그렇게 하기 위해 파산관재인과 수원지방법원에게 파산 재산에 대한 채권 신고를 등기로 보내야 한다. 받은 법원 등기 서류에 언제까지 보내라 하는 날짜가 있으므로 거기에 보내면 될 것.
2. 현 부동산에 대해 파산 관재인이 처분 방향을 결정할 것이기 때문에, 현 재산의 매각 여부는 파산 관재인에게 달렸다. 전세금과 매물 시세의 차이가 그리 크지 않다면 내가 직접 이 부동산을 사는 것도 가능은 하지만, 그 여부는 파산 관재인이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내가 개입 할 수 있는 것은 아님.
3. 만약 인수 한다면, 법률적 해석 여지의 문제로 인해, 내가 직접 인수하는 것보다는 가족이 인수하는 편이 낫다.
4. 만약 파산 관재인이 현 부동산을 매각하고 내게 전세금을 지급한다면, 그것으로 전세계약 종료이므로 나는 퇴거 해야 한다. 집주인의 사망이 계약 종료 사유가 될 수도 있을 것. 다만, 이 절차가 단 시일 내에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당장 준비해야 될 일은 아니긴 하다.
+. 법을 다루는 곳이라서 딱딱하고 고압적일 거라고 생각한것과는 반대로, 가벼운 분위기에서 상담은 진행되었다. 아무래도 공단에서 무료로 운영되는 곳이다 보니 깔끔한 느낌은 덜한 것은 아쉽다. 특히 상담하는 자리가 허리높이의 파티션으로 이루어져있어, 방음이 되지 않아 옆사람의 목소리가 상담을 방해하는 것은 아쉽다. 공짜 상담이니까 내가 뭐라고 할 수는 없는 부분.
그냥 상담일 뿐이었는데, 나는 뭔가 힘이 빠지는 느낌이 들어 곧장 엄마에게 전화해 상담한 일들을 이야기 했다.
살다보니 별일이 다 있다. 성인이 된지 10년이 지났는데도 이런일을 겪고서는 엄마에게 전화하는 내 모습에서 아직 어린 애가 보인다.
회사가 창립기념일이라고 휴일씩이나 줬다. 별로 계획한 일은 없으나 머릿속에서 회사일이 떠나지 않으니, 오늘은 그것을 해결하기로 하되, 그 전에 운동을 먼저 마무리 하기로 한다.
데드리프트 135kg는 무겁긴 해도 끝까지 들 수 있는데, 140kg로 5kg만 늘어나도, 5cm도 채 들어지지 않는 것일까. 아무리 심호흡을 하고 들어보려해도 들어지지 않는다. 데드리프트 1rm 은 계속 정체중이다.
자전거를 타고 돌아와 씻고 잠시 쉬었다가 동네 카페에 가서 일을 한다. 나는 보통 아메리카노를 주문하면서, '아메리카노를요, 아이스에 라지로 부탁드릴께요' 라고 말했는데, 카페 주인분께서는 보통은 '아이스 아메리카노 라지'라고 말한다며 내 주문 방법이 독특하다 해주셨다. 메뉴판에 '아메리카노'로 써있길래 메뉴 명칭을 먼저 말하고 그다음에 옵션을 붙인건데. 어쨌든 기억해주시니 기쁘다.
슬램덩크에서, 능남전이었을까, 해남전이었을까. 오랫동안 농구를 쉬었다가 다시 시작한 정대만은 다른 선수들에 비교해서 체력적인 문제를 드러내고 있었다. 그러나, 그 체력문제를 자신역시 알고 있음에도 엄청난 페이스로 몰아치며 '서둘러 시합을 계속해야해, 이 기분이 없어지기 전에 말이다!' 라는 말을 남겼었다.
오늘 밤 이슈를 해결하려는 집중력이 그러했다. 나는 코드를 타이핑 하며 분노했다. 그리고 분노가 없어지기 전에 서둘러 코드를 없애버리고 싶었다.
그 지난주에 있었던 회사일들이 아직도 끝나지 않아, 오늘은 부천에서 할아버지를 뵙고, 같이 저녁을 먹고나서도 카페에서 이 일들을 마무리 해야만 했다. 카페로 나와서 코드를 마무리 짓는데, 다행스럽게도 큰 무리 없이 매듭을 지을 수 있어보인다.
그런데, 어둑해지는 시간 카페에 앉아 유리창에 멍하니 비친 내 모습을 바라보니, 그것은 분명 30대의 이민혁이었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나이들어버린 30대의 이민혁. 광대뼈 아래로 살이 볼품없이 홀쭉하고, 머리털이 윤기를 잃고, 운동한다고 온갖 호들갑을 떨다가 온 근육이 다 아픈 이민혁. 대학 동기들이 있는 단톡방에서 결혼한 친구가 임신한 와이프의 아이가 딸이라며 자랑하는 사이에 나는 또 다른 방향으로 변해있다. 시간이 흐르고 변하는 것이 어쩔수가 없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변해버린 내 자신이 조금은 슬프다. 이게 어릴적의 이민혁이 바라던 모습이었을지 잘 모르겠다.
상반기 마지막 등산을 가겠다고 호들갑을 또 떨어본다. 어제는 오늘을 생각하지 않고 웨이트 트레이닝을 했으므로 몸이 좋지 않았으나, 약속은 약속이니 떠난다. 근데 친구들도 어째 몸상태가 하나 둘씩 좋지가 않다. 세월이 무상하다.
감악산은 수도권의 5악산중 최약체인 듯하다. 처음 갔던 검단산과 비교해도 그렇게 어렵다는 인상은 들지 않았다. 악산 이라는 이름 답게 아름다운 경관도 있다. 다만 최정상봉보다 주변 봉우리의 관경이 조금 더 볼만하다. 어쨌든, 간만에 토요일에 등산하여 청량한 기분으로 주말을 보낼수 있게 됐다.
내려오는길에 발이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은 고로, 이제는 정말로 등산화를 사야만 하겠다. 운동이 끝나고 친구들과 시간을 내어 대형 쇼핑몰을 돌아다녔지만 큰 소득은 없었다. 다만 등산 후에도 쉬지를 않아 피로가 가중되었다.
후배의 인스타그램 게시물에 좋아요를 눌렀는데, 그것이 후배 눈에 띄었던 것인지 카페에서 만나자고 제안해왔다. 자전거 탈 생각을 했었으나, 오랜만에 보는 것이니 오늘은 겸사겸사 카페에서 밀린 일도 해두기로 한다.
그 후배는 2년만에 만났고, 경제적인 여유를 꽤 크게 얻었고, 그럼에도 우울증을 앓기도 했으며, 위험한 사랑을 하고 있었다. 후배는 그럼에도 잘 살고 있었고, 씩씩해 보였다. 나는 후배를 판단할 자격이 없다.
그 후배를 보고 말하고 있었음에도 왠지 아련하게 느껴졌다. 그 후배를 만났던건 대부분의 시간이 학생 시절이라, 그 때의 모습과 비교해보니 조금은 낯설다. 후배는 내가 반가웠던것인지, 그저 비어있는 시간을 채울 누군가가 필요했던건지 알 수 없었다.
분노라는 감정이 또 내 정신세계를 지배하려 들고 있다. 밥을 먹는것, 일할 때 집중하는것, 일하다가 메일받고 소리지르는것, 저녁을 먹고 헬스장에 내려갈적에 스쿼트 랙을 누군가가 쓰고 있을 때마다 끼어들어 내 머릿속을 지배했다. 그 감정을 내쫓을 힘이 없다.
일기예보로 날씨에 비가 안올것임을 확인하고, 잠수교에서 저녁 노을을 보겠노라 자전거 페달을 밟았는데, 서울가는 길 중간쯤부터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자전거를 타기로 한 이상 언젠가는 비를 맞으며 타게 되리라 생각했는데, 그게 오늘이 될 줄이야. 잠깐 내리는 비가 아니라 점점 비가 거세어졌고, 반포 한강공원에 도착해도 비가 그치지 않았다. 편의점에 들러 영양만 빠르게 공급하고, 체온이 떨어지기 전에 서둘러 페달을 밟아 집으로 돌아온다. 돌아오는 길 시야가 확보되지 않아 코너를 못보고 있다가, 급하게 제동하면서 낙차를 했다. 다행히 자전거와 나 둘다 크게다치지는 않았지만, 오른 손목의 상태가 좋지 못하다.
집에 돌아오니 자전거 꼬라지가 말이 아니다. 자전거 세차가 불가피 하다.
많은 사람들이 올해 이 회사를 떠났다. 이틀 전 옆팀에서 꽤 오랫동안 알고 지내던 사람들이 떠난다는 소식에 마음이 일렁거렸는데, 오늘은 현 팀장님이 퇴사를 고했다.
빈 자리는 무언가로 메워져야 할것이고, 그 메우는 힘은 남은 사람들이 보탤것인데, 점점 그 남은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다. 퇴사 소식을 들을때마다 남아있는 내 자신이 우매한 것인가 묻는다.
바쁜 일은 꽤 지나가서, 이제는 분노를 덜어낼 때인데, 그 잔상이 아직은 남아있어서, 쉽게 신경질을 낸다던지, 나태에 빠진다던지 하는 부작용이있다.
오늘은 전혀 운동 퍼포먼스가 안나왔다. 어제 자전거를 타러 나갔다 왔을때에는 크게 지쳤다는 생각이 안들었는데, 그리고 지난주에는 실제로도 전날 자전거를 타도 웨이트를 다 소화할 수 있었는데 오늘은 그게 안됐다. 한 세트 할때마다 피로가 몰려왔고, 무게도 제대로 소화할 수 없었다. 오늘은 운동량을 대폭 줄이고 이내 집으로 돌아왔다. 체중도 줄어들었는데, 아무래도 체력에 영향을 준게 아닐까 생각한다. 요새 소화 능력도 굉장히 많이 떨어져 있으니, 이번 돌아오는 주말은 깝치지 말고 잘 쉬어야 겠다 싶다.
6월에 운동했던날을 통계 내보니, 24일을 했다. 일주일로 치면 7일 중 6일을 했는데, 생각했던 것 보다 많이 했다. 그래서 몸이 이제 운동을 견딜 수 있는가보다 하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았나보다. 특히 지난주는 이유를 알 수는 없었지만 소화기능에서 문제가 있었고, 그러다보니 탄수화물의 소화흡수가 잘 안됐던 것 같고, 그래서 에너지가 많이 못나왔던 것 같다. 주말 잘 쉬고 오늘 다시 운동을 해보니 그런대로 퍼포먼스는 나오는듯 했는데, 그렇다고 이틀 쉰 것 만치 힘이 나오는 것은 아니라서 아쉽다. 내일 비가 오지 않는다면 꼭 자전거를 타기로 한다.
이상하게 뭔가 코딩이 잘 될것이다 머릿속으로 상상하고 코딩을 하면 집중이 안된다. 그런데, 하다가 막히면 그때부터 그 막힌것을 뚫어버리려고 집중하게 된다.
운동 하고 집에와서도 코딩을 이어서 하겠노라 다짐했으나, 운동을 했던 탓에 모든 근력을 쏟아버린 이민혁은 거짓말 처럼 멍해지고 말았다.
꽤 오랫동안 회사에서 같이 일했던 사람이 또 떠난다고 인사를 하러 왔다. 좋은 직장으로 이직하는것 같아 보였다. 항상 누군가 떠날때마다, 남아있는 내가 우매한 것인가 스스로에게 질문한다.
운동 지표가 조금 퇴보했다. 실제로 근력도 조금 줄어든 것 같고, 체성분 지표도 줄어들었다. 먹는것 관리 했다고 생각했는데. 운동량도 6월에 비하면 약간 줄었지만 그리 나쁘지 않았고… 식단을 이것보다 더 조일 자신이 없는데 어쩌지.
어제 운동이 피곤했는지 늦잠을 잤다. 오후에는 비소식이 있어 조바심을 내어 자전거를 타러 나가보기로 한다. 그러나, 단백질 보충제와 요거트 만으로 타러 나가기에 서울을 왕복하는것은 너무 지나친 욕심이었던 것 같다. 그냥 성남시 업힐이나 타면은 좋았을 것을. 욕심이 너무 과했다. 마지막 10km은 거의 기어오다 싶이 하며 겨우 집에 도착했다. 삼겹살을 시켜다가 점심겸 저녁으로 먹고 잠시 잠을 자다 일어나니 여덟시다. 이렇게 하루를 다 날려버릴줄은 몰랐는데.
그리고 저녁에도 비가 오지 않았다. 이 빌어먹을 기상예보. 그냥 기상 중계를 하지 그러냐.
어제 운동했던게 몸의 리듬을 깨버렸나보다. 나는 결국 운동을 밤에 해야 하는 건가? 밤에 잠이 오지 않았다. 4시에 겨우 잠들어 열시가 되어서야 눈을 떴다. 하루는 벌써 절반에 가깝게 사라지고,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운동복을 다 써버렸으므로 오늘은 운동도 할 수가 없다. 어차피 운동할 수 없는 몸상태이기도 하다.
어제 비를 맞아 꼬질꼬질한 자전거가 눈에 밟힌다. 아침시간에 방청소와 자전거 청소를 해치우기로 한다. 자전거를 물청소하고, 방을 청소기 돌리고, 물걸레질 하고 빨래를 돌리고 씨리얼과 닭가슴살로 아침을 먹으니 대략 한시간 쯤 걸린다.
카페로 나가 못했던 일을 마저 진행한다. 날씨는 비가 오락가락 변덕스럽다. 의욕도 변덕스럽다. 집으로 돌아와 저녁을 먹고 겨우 해낸다. 조금 감질나게 해낸다. 나머지는 내일 아침에 해두기로 한다.
저녁시간에 가까워 질적에 해묵은 이슈 두개를 한꺼번에 처리해서 패치로 넘겨버렸다. 이렇게 금방할 수 있는 일이었는데 무엇때문에 나는 칭얼대며 쳐다도 보지 않으려고 했을까. 오랜시간동안 남아있던 것이, 오랜 시간동안 폐를 끼친듯 하여 고개를 들 수 없다. 이슈를 마무리 짓는 글을 남길적에, 사과의 말을 적지 아니할 수 없었다.
소나기 예보가 있었고, 실제로 비가 살짝 온듯 하여 자전거를 탈까 말까 고민했으나, 그냥 자전거 타고 나가보기로 한다. 최근에 운동페이스가 좋지 못했다고 생각했는데, 오늘은 업힐 구간에서 최고기록이 하나 나왔다. 어떻게든 좋아지는게 있기는 있는가보다. 신기하다.
부천 본가에 돌아간 주말의 일요일 아침은 언제나 라면이다. 나는 라면을 2주에 한번씩 먹는 셈이다. 장군이는 그 2주 사이에 몸에 혹이 많이 생겼다. 기운도 그대로이고 먹기도 잘 먹는데 어떻게든 자신이 나이들었음이 몸에 드러난다. 시간의 흐름이 비 가역적이라는게 슬프다. 5년전 어제 떠나간 꼬맹이와, 장군이가 여실히 그걸 말해주고 있다.
점심으로 엄마가 얼큰한 육개장을 해주셨다. 든든한 채로 집에 돌아갈 수 있다. 집 근처 카페에서 농땡이를 피우고 곧장 자전거를 타러 나간다. 개힘든데 그런대로 기록이 나와준다. 돌아오자마자 고기를 구워 먹고 신속하게 치운다.
퇴사소식이 연달아 들려온다, 오늘은 긴밀히 일했던 동료분께서 또 퇴사소식을 고하셨다. 이번 한달 사이에 거의 열명에 가까운 아는 사람들이 퇴사 소식을 전한다. 이제는 이곳에서 지내는 일이 좀 두려워졌다. 이직을 그동안 시도하지 않았던것을 변화를 좋아하지 않았던 개인적인 성향 때문이었는데, 이쯤이면 이직을 하지 않더라도 변화는 반드시 발생하게 될듯 하다. 이게 끝이 아닐듯 하여 걱정스럽다.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걸까.
드디어 파산관재인 측으로 부터 연락이 왔다. 부동산 소유권 이전을 위해 사무실에서 만나서 절차를 밟자는 것이었다. 빠르게 절차를 밟고 끝내면 좋겠다고 생각은 했으나, 막상 날짜가 앞으로 다가오니, 그리고 내가 겪어본적 없는 일이다 보니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엄마의 명의로 부동산을 매입할 생각인데, 괜히 엄마를 휘말리게 하는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다. 내일은 혹시 모르니 인감도장이라도 만들어놔야 되겠다.
운동 지표가 나아지지 않는다. 중량도 잘 늘지 않고, 그렇다고 체지방이 줄어들지도 않았다. 뭔가 계기가 필요하다 싶어 냅다 자전거 100km을 타보기로 한다.
운중동의 하오고개를 지나기 전까지 운중동 공원 근처에서 길을 헤맨다. 다행히 길을 잘 찾아들어가 언덕을 넘고 안양으로 갈 수 있었다. 의왕 부터 시작하는 안양천의 자전거길은 안양천 옆에 붙었다 떨어졌다 하면서 역동적인 선형을 만들어낸다. 사람을 잘 피해다녀야 하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속도를 낼 수는 없다. 조심조심 타기로 한다. 사람들이 산책을 많이 다니는 공원과 가까운 자전거길을 다니면서 속도 욕심을 내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과거의 나를 반성한다.
광명시 구간에 접어들고 서울이 가까워 오면서 선형과 노면이 안정화되었다. 장거리를 탈 계획이었기 때문에 속도는 27~28km/h 선에서 무리하지 않도록 제어한다. 150bpm의 심박이 지속적으로 유지된다.
안양천을 따라 여의도 한강까지 가는 구간이 생각보다 길다. 거의 두시간을 소모했는데, 중간 보급을 제대로 못한게 걱정되었다. 여의도의 근처 편의점에 들러서 우유에 빵까지 사먹어 보기로 한다. 다 소모한 파워에이드도 다시 보충한다.
몰랐던 곳을 자전거를 타고 와보니 에너지가 절로 충전되는 느낌이다. 대책도 없이 참 멀리 와버렸다. 답답했던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고 도로에 나왔다. 많이 나와있다. 너무 밀집되는 것을 피해가며 자전거 도로를 타본다. 한강의 자전거 도로 승차감이 안양천의 그것과 많이 비교된다. 대체로 경기권 자전거 도로와 한강의 자전거 도로의 승차감은 크게 차이가 난다.
반포 한강공원 구간 부터는 이미 내가 아는 길이다. 공원 사람들을 조심해가며 페달질을 멈추지 않는다. 이제는 와봤던 구간이기 때문에 앞만보며 지루하게 페달링 할 일만남았다. 그리고 지루한 페달링과, 떨어지는 페이스를 겨우 붙잡고, 열한시가 되어서야 집에 겨우 도착했다. 111km을 라이딩했다!
고프로 영상으로 남기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고, 누구 하나 인정해주는 것 없지만, 굉장히 보람찬 라이딩이었다. 이걸로 내 체력의 캐패서티가 늘었으면 좋겠는데.
주인을 잃고 유기견이 되어버린 이 원룸은 결국 내가 인수하기로 했다. 오늘은 그 옛 주인의 파산 관재인을 맡고 있는 변호사를 만나 절차를 진행하는 날이다.
인수를 내가 직접할지, 엄마에게 부탁드릴지를 고민하고 따져보았으나, 부모님의 종합부동산세 문제가 엮여 있어서, 세금 부담을 늘리며 불효자가 될지, 아니면 내가 무주택자 자격을 상실할지 선택해야 했고, 나는 결국 후자를 선택했다. 엄마가 인수할 것을 대비해서 오늘 엄마에게 시간을 비워달라 부탁했지만 굳이 오늘 꼭 오실 필요는 없게 되었는데, 엄마는 답답하셨는지 시간 비운 김에 구경이나 하자고 하신다. 엄마를 모시러 부천에 가본다.
휴가를 내어 엄마를 보러 간 김에, 오늘은 모처럼 밖에 나와서 점심을 먹는다. 아버지의 치아 건강이 안좋아진 후, 엄마는 맛있는 것을 자주 먹기가 여러모로 눈치보이셨으니, 무엇이든 밖에서 드시는 새로운 맛이라면 좋으셨으리라. 엄마는 안면도에서 나고 자라셨음에도, 서양식 음식을 정말 좋아하셔서, 스테이크집에서 고기와 파스타를 드시는 것도 정말 좋아하신다.
만족스러운 점심을 드시고 변호사 사무실에 이른다. 안양에 있는 파산관재인의 변호사 사무실은 변호사라는 이름이 주는 위압감에 비하면 수수하면서도 바빠보였다. 이내 변호사분께서 안내하여 인수 절차를 밟는다. 나는 도장과 신분증을 제시하는 것으로 끝났고, 신원을 확인 한 후 인수인계 동의서에 인감도장을 찍는다. 사실 인수 절차는 오늘 끝나는 것이 아니고, 법원승인이 떨어진 후 내가 등기소에서 등기 절차를 진행해야 정말로 끝나는 것이라고 한다. 일은 30분도 되지 않고 끝났다.
점심과 저녁 사이의 애매한 시간이 있어 엄마와 집으로 그냥 돌아가기는 아쉬워, 창고형 대형마트에 들러 장을 본다. 엄마가 기분이 좋으셨는지 정육 코너에서 양갈비를 덥석 집으신다. 집으로 돌아오니 이내 아버지가 퇴근하셨고, 오늘 있던 일들을 정리해가며 저녁을 먹는다.
사실 부동산과 관련된일로 오늘 휴가를 냈지만, 그것은 별일이 아니었고, 가끔 이렇게 휴가를 내어 엄마랑 시간을 보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머지 않은 때에 또 휴가를 내서 엄마랑 칼국수라도 먹으러 가야지. 아니다, 칼국수는 아버지랑 자주 드시니까 고기랑 빵 먹으러 가야지.
내가 회사에서 얼굴을 보며 지내왔던 사람들이 퇴사 소식을 알려온 것이 거의 열명에 이르렀다. 오늘도 퇴사를 알려온 한 분과 점심을 먹기로 했다. 회사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의 냉면집이다. 약속이 잡히고 마냥 좋다 좋다 하기는 했지만, 이것이 항상 일해온 그분과의 마지막 밥이라 생각하면 서운한 감정도 든다. 같이 일하고 있을 적에 이런 시간이 있엇다면 좋았을 것을. 멀리 밥먹으러 올때마다, 소풍을 나오듯 회사가 생각나지 않아 좋다고 말해왔는데, 이제 이 분과도 회사라는 교집합이 사라지게 되면 서로 잘 생각하기는 힘들어지게 될 것이다.
늘 그렇듯 같이 일해온 사람들이 떠난다고 할 적에, 그 사람이 떠나는 이유, 내가 이곳에 남아있는 이유, 그리고 이 회사가 사람들의 줄 퇴사에 대처하지 않는 이유를 저울에 달아 재보게 된다. 매번 그렇게 재보면서도 나는 저울이 나타낸 눈금을 읽을줄을 모른다.
떠난 자리를 메우는 것은 남는 자들의 몫이다. 그 남는 자들이 메우며 밀도가 낮아지면, 또 떠난 자리가 만들어질지도 모를 일인데 말이다. 내가 하고 있는 일과 이 회사가 하고 있는 일들은 그것을 잘 막고 있는 것일까? 그런데 매년 이런일들이 반복되는 것을 보면, 그렇지 못하다고 말하고 있는 듯 하다.
금요일밤에 친구가 모처럼 찾아 늦은 드라이브를 하고 집에 도둑처럼 들어갔다. 그 친구는 마찬가지로 미래계획이 복잡하지만 분명하다. 그 미래계획의 밑그림에는 결혼이 자리잡았다. 내 미래계획보다는 그림에 나타난 디테일이 상당하다.
토요일은 운동의 피로를 핑계로 집에서 한껏 늘어졌다. 모처럼 동생이 집에 있어서 스몰토크를 나누고 라면과 샌드위치를 먹는다. 저녁에 손님이 있어 아버지의 퇴근도 못뵙고 집으로 내려간다. 대신 내려가면서 아버지에게 전화를 드린다.
빈자리를 메꾸고자 회사에서는 새로운 사람을 두명 내려보냈다. 빈자리가 메꿔질리가 없다. 나가는 사람의 계획에 맞추어 미리 사람을 들일리 없기에, 그 빈자리를 메꾸는 방법은 구전으로만 전해진다. 내코가 석자인데, 나는 새로운 사람을 가르칠 자신이 없다. 내 방법이 맞는 방법이라 말할 자신이 없다.
휴가를 내어 파산관재인 변호사분으로부터 서류를 수령한다. 등기를 셀프로 하려고 했는데, 보통의 매매과정에 따른 등기 절차와, 파산 판결 이후 처리되는 등기과정은 다른 것인지, 몇가지 서류들은 변호사분께서는 없어도 된다고 한다. 혼란 스럽다.
과정이 혼란 스러워 법무사에게 맡겨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법은 너무 어렵다. 법은 어려운데, 물어볼 곳도 마땅치 않아 보통사람을 혼란스럽게 한다. 오늘 전까지, 나는 등기절차를 혼자서도 할수 있고 법무사를 거쳐서 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서류를 받고 엄마에게 전화해서 등기 절차를 직접 해본적 있는지 물어봤지만, 엄마도 그런 경험은 갖지 않으셨다.
집으로 돌아오며 문득, 나의 부모세대들이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 직장 상사나, 거래처 사람들에게 머리를 숙이는 일 뿐만 아니라, 이렇게 어려운 법의 문턱 앞에서 머리를 숙이고 변호사나 법무사를 위해 호주머니를 털어야만 하는 일이 있었겠구나 싶어 사뭇 숙연해진다. 가족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은 경제의 공격 뿐만 아니라, 법의 습격으로 부터도 가족을 보호하고 머리를 숙여야만 했던 것이다. 사실 법무사나 변호사들과 등기관들은 자신들의 일을 하는 것임에도 부모님은 법과 절차의 수월한 통과를 위해 스스로를 낮추려고 노력하시지 않았을까.
머리가 복잡해진다. 다음주까지 법무사에게 전화를 걸어봐야지.
'법무통' 이라는 어플리케이션에 자신의 매매상황을 등록하면, 법무비용 견적서를 법무사가 등록해주고, 내가 선택할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등록을 해봤는데, 아무도 내 매매 문건에 견적서를 등록해주지 않았다. 집값이 폭증하는 가운데 법무사 비용도 매매비용에 비례해서 책정되는 것으로 보이는데, 아파트를 뺀 나머지 집들은 묘하게도 치솟는 집값이라는 바람을 피해 서있고, 법무사들에게도 매력적이지 않았던 모양이다. 내가 전세계약 했을적에 만났던 공인중개사분이 법무사 한분을 소개시켜 주엇으나, 그분에게 전화를 했을적에도 내가 취득할 부동산이 도시형생활주택임을 알고서는, 법무 비용이 다소 크게 발생할 것이라며 다른 법무사도 알아보시라며 소극적으로 대응하였다.
결국 구청 근처의 법무사 사무소를 하나 골라 전화를 했고, 매매 관련 문건을 보내달라 하시어 퇴근 후에 사진을 보냈다. 아마 본격적인 진행은 다음주 부터 될 것이다.
이래저래 걱정거리가 늘어나니 또 다시 본업의 시간에 본업이 집중이 안된다. 또 주말에 시간을 쏟아내어 코드를 들여다 봐야할 운명이다.
신체리듬이 꼬였는지 아침에 도저히 일어나지지 않았다. 늦잠을 잔 김에 오전반차를 내고 법무사에게 서류를 가져다 주기로 한다.
수지구청 근처에 작은 건물 사무실을 임대한 법무사 사무실은 그리 깔끔한 모양새는 아니었다. 너무 깔끔함에 신경쓰지 않은, 전형적인 낡고 작은 사무실이었다. 그곳에서 일하시는 법무사 분은 별다른 인사 없이 묵묵히 자신의 할일만 열심히 하셨고, 나를 맞아주신건 사무장 직함을 갖고 계신 분이셨다. 아마 실무는 이분께서 하시는 모양이다.
사전에 달라고 했던 구비 서류를 챙겨와 전한다. 등기 절차는 일주일 가량 소요된다며, 법무 절차로 추가되는 비용은 20만원이라고 한다. 내가 부동산으로 부터 소개받았던 법무사의 비용과는 꽤 차이가 있는 할인된 가격이었다. 큰 고민 없이 거래 할 대금을 전하고 등기절차를 부탁했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아무래도 그분은 별도의 교통비 같은 비용을 청구하지 않는 대신에, 여러 법무사 적인 업무를 한번에 처리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써브웨이에서 점심거리를 사고서 업무에 복귀한다.
트랙데이를 예약해놓고 거의 잊고 있었는데, 하필이면 요즘같이 심란한 때 돌아오고야 말았다. 더군다나 어제 먹었던 커피가 신체리듬을 헤집어놓아버려서, 잠을 전혀 잘수 없었다. 차도 별로 점검하지 않은 채 컨디션이 좋지 못한 채로 타임어택을 하게 생겼다. 이래저래 취소할껄 하는 후회가 몰린다. 트랙에 갔더니 비까지 내리고, 같은 시간에 달리는 빠른 차들로 인해 나는 내 타임트라이얼을 할 수 없었다. 오늘은 아무래도 글러먹었다. 20분을 한 단위로 네개의 세션을 달릴 수 있지만, 두개만 소화 한채 점심을 먹으러간다.
인제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신남이라는 읍내가 있는데, 네이버 지도에서 그곳에 있는 돈까스집을 검색해 찾아가봤으나 오늘은 열지 않았다. 신기해보이는 동네 골목을 거닐다가 결국 김밥집에 들어가 라면과 만두를 시킨다. 라면과 만두가 꽤 독특했는데, 라면은 거의 국물을 내지 않고 짭짤하게 간을 했고, 만두는 처음 나왔을때 이미 간장같은게 묻어있길래 무엇인가 했더니 참기름 맛이 났다. 계산할적에 사장님께 만두에 참기름을 넣으셨냐 질문드리니 그냥 만드니 너무 퍽퍽하여 독자적으로 연구해 참기름을 넣으셨다 하셨다. 독특한 맛은 좋아서 맛있었다고 계산할적에 말씀드리긴 했지만 오후 내내 소화가 잘 되지 않아서 내게는 좋은 선택이 아니었던것 같다.
춘천의 큰 호수 근처에 카페가 하나 또 검색해보니 있어서 그에서 스터디 자료를 만들어 궁상을 떨어보기로 한다. 호수 경치가 좋아 꽤 고즈넉한 분위기가 나서 좋다. 같이 나오는 마들렌이 맛있었다. 체력이 바닥날 즈음이라 단것은 무엇이든 다 좋았다.
집에 돌아와보니 문에 또 등기우편이 왔었다는 딱지가 붙어있다. 수신자가 또 '전세세입자'로 되어있다. 또 다른 법률적인 문제가 남아있는 것일까? 왜 하필 꼭 이런건 금요일에 와갖고 주말을 내내 불안하게 만드는 걸까. 짜증이 한꺼번에 밀려온다.
마음을 조금 가라앉히고, 혹시나 등기절차가 마무리되어서 우편으로 온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리고 인터넷으로 등기부등본을 떼어서 확인해보니, 결국 이 집의 주인이 나로 바뀌어 있었다. 등기 절차는 별 탈 없이 진행된 것 같긴 한데, 그렇다면 어째서 받는 사람이 내 이름이 아니라 '전세 세입자' 로 적혀있었던 것일까.
일단 등기절차는 진행되었으므로 마음을 조금 내려놓고 월요일에 우편을 받기로 한다. 나는 이제 유주택자 신분이 되어서 주택청약 신청때 불리한 조건을 갖게 되었다.
아, 이 집이 나쁜건 아니지만 내 소유가 되고 싶었던것은 아니었는데 참.
회사에 들어온 신입 연구원 중 한명은 사실상 나와 직무를 공유할 직속 후임이 되었다. 그 후임의 태도가 뭔가 적극적이지 않다고 느낀다. 그 후임이 정말로 소극적이 되어버린걸까, 아니면 내가 꼰대가 되어버린 걸까. 자꾸 그가 보여주는 자세와 말투와 자리비움이 계속 겹쳐서 확증편향을 만들어낸다.
내일 직접 이슈처리와 관련해서 대화하기로 했으니, 그때 조금 더 분명해질 것이다. 타인과 대화하는 일이 힘든데, 자꾸 강제된다.
마음이 어지럽고 급해서 그런지, 오늘은 차에 기름을 넣고 기름뚜껑을 채 닫지도 않고 주유소를 빠져나왔다. 비가 오늘은 조금 거세다. 늦여름 비가 요란 스럽다.
내가 가르치게된 신입분은 사람을 어려워하는 면이 있고, 적극적이지는 않은 편이지만, 코드를 보는 센스와 눈치가 빨라보인다. 지난 일기에 적었을 적에는 결국 나와 맞지 않는 사람이지 않을까 하며 불안해 했지만, 그런 걱정은 내가 크게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보인다.
아무래도 나도 꼰대가 되어가는 가 보다. 나는 꼰대인 것 자체보다는, 스스로 꼰대가 아니라고 말하고 다니는, 그래서 자신이 펼치느 대부분의 논리가 자승자박 되어버리고 마는 꼰대를 굉장히 싫어하는데, 내가 그런 사람이 되어버릴지 아닐지를 항상 스스로 점검하며 살아야만 한다. 꼰대가 아니게 행동하거나, 아니면 스스로 꼰대임을 고백하고 자신의 철학을 관철하거나.
집문서를 담은 등기우편이 회사로 도착하면서, 모든 등기 절차가 마무리 되었다. 결국 전세로 들어와 산 집이 내집이 되어버릴 줄 누가 알았겠는가. 그나마 혼란스러운일이 정리되었고, 금전적으로 큰 불이익을 억제했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이 집에서 계속 살아야 되겠다. 기왕 이렇게 된 것, 좋은 집을 얻을 수 있는 여건이 되기 전까진, 이사를 자제하며 이곳에서 안빈낙도 하며 살아야겠다.
처음 전세계약에 앞서 이 집을 구경했을 때, 뭔가 다른 후보의 집들이 몇 있었음에도, 결국에는 이 집에서 살게 될것 같다는 막연한 예감이 있었다. 그 예감이 나중에가서 이렇게 적중할 줄이야.
엄마에게 이 소식을 전하니, 엄마는 '시작은 미약하지만 끝은 창대하리라'는 문구를 이용해 사태의 마무리를 축하해주었다. 모 포탈사이트의 부동산 정보로 집 시세를 알아보니, 아무래도 이 집을 재테크 도구로 쓰기는 한동안 글러먹은 듯 싶다.
내일은 친구와 등산을 갈 것이다.
어제 오랜만에 해본 등산은 매우 상쾌했다. 코스와 높이는 그리 길지 않았지만, 정상에 가까워 올 즈음부터 가파라지는 코스라 마냥 난이도가 낮은 것도 아니었다. 친구와 삼계탕을 먹고 해산하였다.
그런데 그 등산이 상쾌하기는 해도, 꽤 오랜만에 해본 등산이어서인지 몸에는 피로가 남아있다. 푹 자겠노라 다짐했으나 일찍 눈이 뜨였는데, 일찍 눈이 뜨였다고 피로가 잘 풀린것은 아니었다. 카페에 앉아있어봤지만 피로감과 좋지 못한 인터넷 환경으로 오래 앉아있지 못했다. 자전거를 타러나가 봤지만 몸이 피로에 잠겨 심폐를 끌어내지도, 근력을 끌어내지도 못했다.
별로 밀도 있게 지낸것도 아닌데 주말이 화살처럼 지나간다.
회사가 백신을 맞는날 자비롭게도 휴가를 주었다. 우리회사는 참 좋은 중소기업이야. 맞는 백신은 화이자다. 화이자인지, 모더나인지 예약했을 때 까지는 정해지지 않았다가, 어제가 되어서 화이자를 맞는다고 알려준다. 내 입장에서는 6주 후에 다시 맞는 다는 점, 백신 맞고도 마스크를 쓰고 다녀야 한다는 점, 백신 맞고 3일간은 격한 운동을 자제해야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없다.
예약된 병원에 들러 문진표를 작성하고 의사와 몇마디 나누니, 얼마 지나지 않아 주사실에 들어가 주사를 맞는다. 나는 어릴적엔 바늘에 대해 별 느낌이 없었는데, 이상하게도 나이가 들어갈 수록 바늘이 무섭다. 바늘을 무서워하는 아버지의 말을 듣고 괜한 겁을 먹은 것인지, 영화 쏘우 2에 나왔던 바늘지옥 트랩 장면이 강렬하게 남아서 그런 것인지 알길이 없다. 간호사분이 어깨를 두드리니 어깨에 절로 힘이들어간다. 오른손으로 직접 눈까지 가리고 고개를 돌리는 사이에 왼쪽 어깨에 주사가 이미 들어갔다. 별 느낌 없이 주사실을 나오면서, '흥, 별거 아니었어' 라고 속으로 겁 안먹은 척을 해본다.
오늘은 회사에서 휴가를 주긴 했지만, 휴가를 휴식으로 보낼수는 없다. 어제 아버지는 내가 백신 맞는날 휴가를 받는다는 사실을 들으시고는, 할아버지가 아프시니 휴가날 내려가 찾아뵙기를 부탁하셨다.
그런데 그 아픔이 병원에 가실정도는 아니라고 하시고, 급한 일은 아닌것 같은 데, 나에게 부탁을 하셨다는 점에서 뭔가 의도가 숨어있다는 생각은 들었으나, 아버지의 말씀을 들었던 당시에는 모처럼 얻은 휴가날의 휴식을 잃어버리는 기분과, 할아버지에게 무슨일이 있으신건가 하는 걱정이 겹쳐 마음이 복잡하게 일렁거렸다. 아버지는 부탁을 하실적에 확실하게 부탁하지 않으시고, 저녁때 엄마와 대화해보고 다시 연락하겠다 하셨다. 그러나 저녁에 아버지는 연락을 주지 않으셨고, 내가 엄마에게 직접 연락하여 결국 오늘 엄마와 같이 할아버지댁에 가자고 제안했다. 아버지는 아무래도 엄마와 대화를 해봐도, 이걸 내가 정말 갈일인지 아닌지 확신하지 못하셨던 것 같다.
백신을 맞고 엄마를 데리러 가니 그 이유는 더 분명해졌다. 엄마에게 들어보니, 할아버지는 엄마가 해주신 밥과 반찬을 보시고 뭔가 마음에 들지 않으셨고, 그걸로 큰소리를 한번 엄마에게 내셨는데, 그걸 듣고 엄마와 아버지 모두 안절부절을 못하시면서 찾아뵈어야 되나 어쩌나 걱정하셨던 것이다. 그 와중에 내가 휴가가 생겼고, 부탁을 하고 싶은데, 뭔가 직접 부탁하기에는 미안한 그런 상황이 되어버리셨던 것이다. 어떡하겠는가, 내가 가겠다고 해야지.
할아버지를 뵈러 내려가는 동안 엄마도 할아버지의 반응, 그것에 대한 아버지의 대응을 뒷담으로 늘어놓으셨다.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싫어서가 아니라, 그들을 이해하면서도 자신이 이해받을 곳이 없었다는 답답함을 푸는 것이었으리라. 아들이 할수 있는 것이라고는 엄마 말씀을 묵묵히 듣고 받아주는 것 뿐이었다.
내려가 할아버지를 직접뵈니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도 뭔가 마음이 크게 상하셨었나보다. 맛있는것 먹으러가자고 손주가 꼬심에도 넘어가지 않고, 백신을 맞은 몸이나 추스르라며 돌아가라 하신다. 제갈량을 꼬시는 유비마냥 세번도 넘게 제안해봤지만, 할아버지 마음을 돌릴 수 없었다. 엄마와 나는 할아버지 집만 조금 정리해드리고 발길을 돌릴수 밖에 없었다.
별 소득도 없이 돌아가는 길인데도 엄마와 나는 조금 마음이 후련해졌다. 아마 오늘 찾아뵙지 않았다면, 이런 냉담한 반응을 추석때 겪었어야 했을 것이다. 할아버지의 마음을 돌려세우려면, 이제는 아버지가 직접 나서셔야 되겠다. 뭐튼 아무것도 모르는 손주가 할수 있는 일은 여기까지다. 엄마도 이렇게 될 것을 예상하셨듯 반은 체념하시며, 우리둘은 사람 마음의 복잡함과, 그것을 풀어내는 과정의 어려움과, 이해할 수 없는 어른과 가족의 세계에 대해 이야기를 계속 나누었다. 오늘은 모처럼 엄마와 데이트를 나온 셈 치고, 집에가는 길에 판교에 들러 규카츠를 먹기로 한다.
엄마와 같이 외식을 할적에 선택하는 음식점은 실패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오늘은 엄마가 만족스럽게 드신다. 엄마는 자연스럽게 핸드폰 카메라를 들어 이웃에게 자랑하겠다 하신다. 오늘의 선택은 성공이다. 할아버지댁에 갔던 일은 소득이 없었으나, 이것 하나만으로도 나는 얻어가는 것이 있다.
집에 돌아와 아버지와 저녁을 먹으며 결과보고를 한다. 사실 결과보고랄 것도 없다. 아버지도 아마 이걸 예상하셨으리라. 부탁하셨던 아버지는 부탁할때도 우물쭈물 하셨던 것 처럼, 오늘 있었던 일에 대해서도 우물쭈물 하시는 듯했다. 뭔가 아버지도 내게 고생했다고 말하고 싶은데, 그게 직접 말하기는 뭔가 부끄러우셨던게 아닐까 싶다.
돌아오는 길 차에 찍힌 주행기록을 살피니 400km, 7시간을 넘었다. 내일 출근할 수 도 있다고 회사에다가 깨방정을 떨었던 것이 후회스럽다. 몸에 큰 이상은 없긴 하지만 백신 증상을 부풀려 재택근무를 하겠다고 말하는게 좋겠다.
어제 저녁에 '내일은 꼭 상천역으로 가서 호명산 라이딩을 하고 와야지'하고 마음을 먹고 잤는데, 오늘 일어나니 벌써 8시다. 늦었다. 눈이 뜨였으나 몸과 머리통은 아직도 계속 무겁기만 한게, 오늘은 그냥 집 근처 광교산이나 돌고 올까 갈등을 안고 샤워를 했다. 머리를 말리면서, 상천역으로 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간단히 자전거를 정비하고, 음료를 챙기고 출발하니 아홉시 반이다.
상천역은 생각보다 멀었다, 겨우 열한시에 도착했다. 원래는 오전에만 자전거를 타고 가뿐한 마음으로 정체를 피해 집으로 돌아오는 것이었는데, 아무래도 글러먹은 듯 하다. 어쨌든 상천역 근처에 주차하여 자전거를 꺼내고, 사진을 몇장 찍고, 고프로를 자전거에 고정시키고, 페달을 밟는다.
상천역에서 국도방향으로 빠져나가는 삼거리 바로 앞에, 북한강 자전거도로가 가로지르고 있는데, 내가 가야할 코스는 그 도로를 오른쪽으로 진입하여 호명산 한바퀴를 두르면서, 정상을 지나는 코스다. 자전거 도로가 한산하고, 그 주변의 풍경이 푸르러 금방 기분이 좋아진다. 준비운동도 없이 자전거에 올랐음을 출발한지 5분이 지나고서야 알았다. 오늘은 속도에 연연하지 않고 천천히 페달을 밟아나가기로 한다.
여름이 물러가지 않아 오늘은 날씨가 더웠는데, 출발지에서 5km 쯤에 나오는 터널이 아주 시원하다. 습도가 높은데 기온이 낮으니 몸도 금방 시원해진다. 터널을 지나니 얼마 가지 않아서 자전거 도로 구간고 끝나고, 북한강을 옆에 두며 자동차도 아닌 자전거로 와인딩을 했다.
코스가 막바지에 이르러 완만하지만 기나긴 업힐이 나타났다. 평소 분당 근처의 200m 수준 봉우리들보다도 높아 걱정이 있었지만, 길이가 길어 쉬어갈 수 있는 구간이 꽤 있었다. 저단기어로 꾸준하게 페달을 밟으니 머지않아 높은 곳에 오를 수 있었다. 오르는 길이 눈에 있었는데, 생각해보니, 내가 예전에 자동차로 와인딩했었던 바로 그 구간이었더라. 신기해하며 페달을 밟는 사이 어느새 목표지점에 도달했다. 유명한 장소답게 사람들이 모여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마침 한 부부가 사진촬영을 부탁하여 나도 촬영을 부탁드리기로 하고 한장을 얻어낸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자기들끼리 이야기 하는 기에 눌려서 나는 황급히 언덕을 내려간다. 언덕을 내려가니 얼마 지나지 않아 출발지가 나온다. 첫 지방 원정 업힐 라이딩은 아주 성공적이었다.
역시 경기 서부권에 놀러나오면, 돌아오는 길이 문제다. 점심 조금 지난 시간이라 돌아오는 길은 막히지 않겠거니 생각했는데, 이놈의 서울양양고속도로와 강일IC는 역시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다음에는 지하철 타고오거나, 자전거로 직접오거나, 아니면 아주 일찍 일어날 생각을 해봐야겠다.
저녁은 치킨을 먹기로 한다.
개인통산 최초로 140kg 스쿼트에 성공했다 (1rm). 135kg를 들었을 때의 무게감과는 격이 다르다. 하체가 온전히 펴지지 않은 상태에서 그대로 주저앉는듯 했으나, 이내 허리를 곧게 펴서 들어내는데 성공했다.
분당에 업무적인 일이 있어 놀러온다던 친구가 있어, 예기치 않게도 저녁에 고기를 먹게 되었다.
오랜만에 먹으러간 고깃집은 코로나의 여파를 피하고 가게를 크게 늘렸다. 그런데도 장사가 참 잘된다. 고기가 살짝 탄 듯했지만, 맛있어서 계속 넘어간다. 둘이서 고기 4인분과 냉면과 된장찌개를 먹는다.
후식으로 커피를 마시며 그 친구의 이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나는 경쟁적인 분위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더니 경쟁주의의 중요성을 설파한다. 내가 그게 나쁘다고 말한게 아니었는데… 싸움을 싫어하는 나는 조용히 들을수 밖에 없겠다.
집에 놀러와 레이싱 게임을 하나 시켜준다. 생각보다 재미있어 한다.
연휴가 모처럼 기니 집으로 올라가기 전 느긋하게 쉬어보기도 한다. 오늘은 오랜만에 서울로 자전거를 타본다.
근데 분명 토요일 하루 쉬고 의욕적으로 페달을 구르는데 생각보다 속도가 나오지 않는다. 근육은 얼마 가지 않아 비명을 질렀다. 오늘은 잠실 한강공원에 다다르기 전까지 평속 30km/h을 찍어보겠노라 생각했으나, 현실을 29에도 미치지 못했다.
잠실 한강공원 근처의 편의점에서 바나나와 단백질 음료와 계란을 먹으며 멍하니 강변을 쳐다본다. 연휴인데도 서울에서 휴식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자전거도 역시 많다.
오는길이 페이스가 기대 이하였던것에 비해서 돌아오는 길은 전보다 더 페이스가 나온다. 바나나랑 계란이 회복에 꽤 도움이 되었던 것인지, 아니면 아침부터 나오느라 몸이 서서히 회복된 것인지 알수가 없다. 어쨌든 돌아오는 길은 기분좋게 페달을 저을 수 있었다.
돌아와 회복을 위해 음식을 먹고 집에 올라갈 준비를 한다.
저녁약속이 잡혔다. 산본에 사는 친구의 고향은 인천이고, 화곡동에 사는 친구가 모이겠다 하여 나도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가본다. 송내에서 족발과 꼬치구이를 먹으며 시시콜콜 이야기를 나눈다. 보통 이런 자리가 있은 후에는 어디론가 다 같이 드라이브를 가고는 하지만, 친구의 허리통증이 도져서 자리가 파하고 만다. 우리는 친구와 마트에 들러 아랫목을 생성해주는 기구를 하나 산다.
친구들과 저녁 자리를 가질적에 올라오는 대화의 안건이 점점 주식, 자산, 건강으로 수렴한다. 우리는 점점 대화 주제가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다양한 것들, 큰것들 부터 작은것들 까지 모든것에 대해 대화하는 것을 피곤해 하고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병원에 갔다는 이야기를 할 때 거론되는 병명이 점점 심각하거나 들어본적 없는 것들이 되어가고 있다. 어떻게든 나이들고 있음을 느낀다. 친구들은 나더러 건강하고 좋다며 가볍게 이야기 하지만, 나는 운동을 함으로써 시간을 붙잡고 싶었다.
결국 추석이 오고야 말았다. 무슨일인지는 모르지만 화가나셨던 할아버지와 또 대화를 해야 하는 시간이 온 것이다. 아버지와 엄마 모두 안그런척 하고 계시지만 할아버지의 말과 반응을 크게 신경쓰셨을 것이다. 오늘은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직접 대화해 모든 것을 해결하셔야 할테다. 추석엔 늘 그렇듯 아침 일찍 일어나 운전노예를 자처한다. 비예보가 있었고, 예보에 맞게 아침부터 폭우가 쏟아졌다. 할아버지의 심리상태를 나태는듯 하여 마음이 무겁다. 날씨가 운전을 어렵게 하여 이것 마저도 우리 가족을 긴장시킨다.
이내 할아버지댁에 찾아뵈었을 때 할아버지는 안방에서 여전히 심통이 나셨다. 아버지가 들어가 인사하자마자, '뭣허러 왔느냐' 며 불편함을 숨기지 않으셨다. 하지만 내가 엄마와 찾아뵈었을 때와 비교하면, 화가 조금 누그러지신 듯 했고, 이내 나와서 아침도 드셨다. 날씨도 절묘하게, 산소에 오면서 비가 그치면서 할아버지가 오늘 화를 잘 푸실 것이라고 예고했다.
아버지, 엄마와 나는 산소에 들러 집에서 지내지 않았던 차례를 지냈다. 아버지와 엄마는, 그래도 할아버지가 생각보다는 화가 누그러지신것 같다면서 안도하시는 모양새다. 꽤나 속을 끓이셨던지 엄마도 제사용으로 가져온 술을 몇잔 드신다.
다시 할아버지댁으로 돌아와 점심상을 준비하시니 할아버지도 아버지와 몇마디를 나누신다. 할아버지도 아예 마음을 닫으신게 아니어서, 아무래도 오늘안에 이 사태가 잘 마무리될 것 같아보인다. 점심을 먹고 할아버지 집안에서 몇가지 고장난 것들도 손보고, 아침에 못잤던 잠도 자면서 저녁시간까지 시간을 보내본다.
저녁을 같이 드시면서 할아버지가 이제 아버지에게 서운한점을 토로하셨다. 어르신들 하는 이야기에 자리에 끼어 들을 이야기는 아니었기에 그냥 어깨넘어 듣기로는, 벌초 용건으로 내려왔을 적에 본인의 몸이 많이 아팠었는데, 그것을 챙기지 않은 아버지와 엄마의 모습에 서운했다는 것이었다. 엄마가 따로 챙겨주신 칼국수도 소화하기 어려웠고, 벌초 후에 성급하게 올라가버린 아버지도 서운했으며, 다 돌아가고 난 다음에 안부 전화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아버지는 이 것에 대해 할아버지에게 사과드리면서도, 여러모로 바쁜 아들의 입장도 이해해달라고 할아버지에게 말씀을 전하셨다. 뭐튼, 이렇게 오간 대화로 모든 사태는 진정되었고, 할아버지께 내 용돈을 전해드린 것을 끝으로 모든 명절 일정을 마친다.
돌아오는 길에 엄마와 아버지는 드디어 모든것이 해결되었다며 기뻐하셨다. 그리고 그동안에 있었던 일들과, 혼자 지내시는 할아버지의 입장, 그러면서도 우리를 이해해주지 않으시는 것에 대한 서운함을 가지고 돌아오는 길에 대화를 나누었다. 명절로 정체가 있어서 평소 시간의 두배가 걸렸지만, 우리는 돌아오는 길을 마음 가볍게 달릴 수 있었다.
일을 마치고 퇴근하여 또 자전거를 타는데, 오르막 코스를 오르다가 자전거가 고장났음을 느꼈다. 황급히 내려서 소리가 나는 곳을 확인해보니, 뒷바퀴에서 스포크가 빠져버리고 말았다. 아, 메리다의 기본 휠셋은 내구성이 좋다고 들었는데. 어서 정비를 마치고 조치를 취해야겠다는 생각, 이참에 좀더 가볍고 단단한 휠셋을 사볼까 하는 생각, 아예 이런 상황에 대용으로 쓸 수 있는 새 자전거를 내년이 아니고 지금 들일까 하는 생각이 겹쳐 혼란스럽게 한다.
살살 자전거를 달래어 겨우 집으로 돌아온다.
어제 커피를 두잔이나 마신것은 패착이었다. 잠은 네시가 되어서 겨우 들었고, 다시 일어나니 열시가 되었다. 몸은 전혀 회복되지 않았다.
오늘은 자전거를 타고 광진구에 있는 수제 햄버거집에 가겠노라 마음먹었기에, 씨리얼과 닭가슴살로 아침겸 점심을 먹고 몸을 추슬러 바로 출발해본다. 오늘은 날씨가 좋아 자전거타기엔 아주 좋은 날씨였지만, 페달을 몇분 저어보니 오늘 몸상테가 좋지 않은것이 드러나고야 말았다. 평소에 멈추었던 잠실 한강공원을 지나서, 잠실철교 밑에서 엘레베이터를 타고 잠실철교를 건너며 풍경을 보니 평소 본적 없는 모습을 보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철교위를 지나는 전철 옆으로 페달을 저으니 신기하기만 하다.
광진교 북단을 갈 수 있는 굴다리를 오르고, 바로 앞에 나타는 교차로 건너편을 보니 햄버거집이 있다. 사진에서 본것과 다르게 가게는 마냥 크지도 작지도 않은 그냥 동네의 수제 햄버거집처럼 보였다. 가까이서 보니 내가 앉아서 먹을만한 자리도 보인다. 메뉴판을 보고 조금 고민하다가, 패티와 치즈를 두장씩 주는 더블 버거를 세트로 주문했다. 평소에 주변에서 찾기 쉬운 버거들과 달리 패티, 치즈, 양파 정도로만 간단하게 구성했다. 지나치게 많은 야채나 소스로 먹는 모습을 지저분하게 만드는 버거들에게 거부감이 있었는데, 깔끔하게 먹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좋았다. 세트메뉴 가격은 약 만이천원인데, 가격은 약간 비싸다고 생각했다.
끼니로는 충분했으니 이제 왔던길을 그대로 돌아가기로 한다. 시간은 벌써 네시가 되어서, 돌아가면 여섯시가 되겠구나 생각했다. 그리고 안좋은 컨디션은 회복되지 않아서, 돌아가는길 두시간의 페달링은 꽤나 고통스러웠다.
집으로 돌아와 샤워하고 누워 있으니, 몸이 급격하게 나른해지는 것을 느낀다. 정말로 오늘은 몸이 좋지 못했나보다 하고 다시 생각했다. 내일 운동을 제대로 소화 할 수 있을까.
어제밤은 잠을 설쳤다. 누운 것은 열두시였는데, 네시가 지나고 나서야 겨우 잠에 들 수 있었다. 결국 신체리듬이 모두 헝클어졌다. 어제는 커피도 그리 안마셨는데, 그리고 밤에 운동하면서 몸을 꽤 나른하게 만든 것 같은데도 잠을 설쳤다. 열두시까지 들여다본 핸드폰이 문제였는지, 그 전에 했던 자기위로가 문제였는지, 아니면 어제의 안좋았던 몸상태가 아직 다 회복되지 않은 것인지 원인을 짚어내기 쉽지 않다.
요 며칠 몸상태가 조금 안좋아지고 있는 듯 한 낌새는 보였다. 환절기라 코는 더 쉽게 막히고, 아침과 점심과 저녁의 공기는 여름과 가을을 오갔다. 기온은 약간 내려갔으나 습도는 별반 달라지지 않은 가운데, 가을이라고 모두들 에어컨을 틀지 않아 애매하게 덥거나 애매하게 추웠다. 어제 밤에 자리에 누웠을때 틀어놓은 에어컨의 25도와 26도가 그랬다. 몸은 옆으로 누워도 불편하고, 앞으로 누워도 불편하다며 칭얼댔다. 그러다가 한시간 정도 마다 짜증스레 일어나서 우유로 몸을 달래줄 수 밖에 없었다.
회사에 밤에 잠을 못잤다 둘러대어 오후 반차를 신청해 일찍 집에 나온다. 막상 나오니 그냥 집으로 들어가기엔 뭐가 그리 억울지 카페로 나와 모니터만 들여다 본다.
회사를 떠나 서울 직장에 자리잡은 후배의 연락으로, 나와 우리회사 사람 2인과 그 후배가 점심을 먹게 되었다. 역시 목적이 있는 모임이었고, 그 목적은 청첩장의 배부였다. 결혼식은 11월이었다. 뭐튼 퇴사 후 꽤 오랜만에 실제로 만나 이야기를 나눈 것이었으므로, 몇가지 근황들을 이것저것 이야기 하고 파했다.
저녁에는 친하게 지냈던 후배가 다시 전화하여 자신의 힘든 삶을 토로하였다. 나는 조언할 것이 없다고 서두에 이야기 해놓고는, 다 듣고는 결국 '너무 몰입하지 말라'느니, '문제가 되는 세계의 영역을 줄이고 one of them 으로 두어 다른 구성요소들을 채우라'느니 하는 주제넘는 말을 하고야 말았다. 내가 스트레스 받을 적에 스스로 누구보다도 과몰입하여 분노한채 문제에 달려들려고는 했었는데도 그랬다.
전화를 마치고 침대에 드러누워 내가 했던말, 그가 했던 말을 복기해봤다. 아무리 생각해도 주제넘었다. 쓸데없는 말을 하고야 말았다. 그 후배가 겪는 일들과 내 앞에 당도해 있는 삶이 한꺼번에 가슴 앞으로 몰려와 부담스럽게 노크해온다.
또 잠을 설쳤다. 거의 한달만에 다시 신체리듬이 깨어져버렸다. 어제는 회사에서 스쿼트 PR도 다시 세웠는데, 이렇게 잠을 못자버리니 근육 성장의 기회는 그대로 날아가 버린듯 하다. 뭐가 문제였을까. 아마도 저녁에 먹었던 치킨이 속을 쓰리게 만들었던게 아닐까. 내 몸이 이토록 민감하다는걸 매번 까먹고 몸으로 반성하고야 만다.
아침엔 회의가 열렸다. 아무도 모르는 코드의 과거사가 발목을 붙잡는다. 선임자분들을 모시고 코드를 들여다 보았으나 제대로된 결론은 만들어지지 않는다. 또 메인프레임 환경을 조성해 실제 동작을 확인해보자는 결론이 나온다. 100의 노력으로 회의하여 1000의 노력으로 테스트 하고 10의 노력으로 코드를 고쳐야 할 운명이다. 코드의 흐름을 보건대 솔직한 생각으로는 이정도의 회의가 필요했을까 싶다. 고통스럽다.
오늘 CTO와의 기술 회의는 내가 진행해야 할 수순이었으나, 마음 졸이는 기다림 끝에 연기되었다는 소식만 전해듣고 만다. 냉정하게 생각하면 오늘 할 이야기는 높은 사람의 고견을 들을일은 아닌 듯 하나, 이런 회의는 팀별로 돌아가면서 하기에, 없는 주제도 만들어서 들고 가야만 한다. 그리고 그것이 이 회사의 경직된 개발문화를 대변해주고 있다.
문제는 회사에만 있는 건 아니었다. 나는 이 아무것도 아닌 일에도 쓸데없이 노심초사 했고. 그렇게 노심초사를 하면서도 내용을 더 외운다던지, 배경이 되는 스프링 배치를 더 공부한다던지 하는 일은 집중력 있게 해내지 못했다. 유재석은 데뷔후 신인시절때, 미래에 대한 걱정을 하면서도 내일 있을 녹화에 대해서 충분히 준비하지 못했던 자신이 한심했었다는 회고를 한적이 있었는데, 아마 나도 그런 회고를 하게 생겼다.
연기되었단 소식을 전해들은건 오후 4시가 넘어서였다. 오늘은 사실상 어떤 생산성 있는 일도 해내지 못했다. 나는 이후에도 긴장이 풀려 넋이 나간채 자리에 앉아 있었다.
눈이 아침 열한시에나 뜨였다. 어제도 피로감이 상당해 결국 오전 반차를 내고야 말았는데, 아직 피로가 다 풀리지 않은듯 하다. 밍기적 거리다가 시간은 열두시가 되었다.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오늘은 집에서 쉴거라고 말했지만, 씻으면서 정신이 들어, 오늘이라도 집에가서 머리도 하고 저녁도 먹고 오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집에 도착해 바로 미용실에 들른다. 미용실 사장님도 머리가 많이 길었다며 인사를 건네셨다. 언제나 그렇듯 투블럭에 펌을 주문한다. 날씨가 10월이라기엔 덜 선선하여 열처리를 하는 동안 가만히 앉아있는 시간이 꽤 고역이다. 겨우 참아내고 사장님이 머리를 정리해주신다. 또 송태섭 머리가 되었다.
지난주 집에 들렀을 적에도 LA갈비가 많았는데, 오늘도 LA갈비다. 명절에 사둔 것이 아직 많이 남았다고 하셨다. 밥상에 고기가 올라오니 나로서는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집밥을 든든히 먹고 가족 다같이 밖으로 산책을 나간다. 아버지가 아파트 단지 안에서 가꾼 텃밭은 계절이 바뀌면서 토마토와 수박 대신 배추와 알타리가 자리잡았다. 전보다도 텃밭이 풍성하고 정돈된 모습이었다. 아버지도 농사꾼의 피가 흐르시는 지라, 땅이 노는 것을 견디지를 못한다. 이렇게 텃밭가꾸기에 진심인 사람은 아파트 단지 안에서 아버지가 제일일 것이다.
평화롭게 저녁 산책을 거닐다 두분과 장군이에게 인사를 건네고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온다. 짧은 시간이었으나, 오늘 집에 들렀다 오기를 잘했다고 되뇌어 본다. 그 덕분이었는지 피로도 어느새 해소가 되어,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타본 자전거 홈코스는 개인 최고기록을 마크했다.
결국 어제 운동이 늦게 끝난것이 뒤늦게 교감신경을 자극했는지, 잠은 일곱시나 되어 아침을 먹고 나서야 겨우 들 수 있었고, 눈은 또 열한시에 떠졌다. 오늘은 밖에 비도 오니 별수 없이 쉬어야 겠다고 생각한 즈음에, 의외의 한 친구로 부터 전화가 왔는데, 혹시 부천 근처에 있다면 카페에서 코딩이나 하지 않겠냐는 것이었다. 용인에 있음을 아쉬워 했으나, 이 연락이 끊기게 되면 또 한동안 볼 기회는 없겠다 싶어 냉큼 달려가겠노라 말했다. 금방 달리니 김포에서 만날 수 있었다. 만나니 점심을 먹지 않았다 하여 보리굴비 음식점에 들러 점심겸 저녁을 먹는다. 그 친구들과는 오랜만에 만나는 것이 되어 대화는 다소 어색했다. 나는 그 친구에 대해 궁금해 하는 것을 조심스러워 했고, 그렇다고 내 삶이 그리 말하고 다닐만한것도 아니었다. 대화를 나누긴 했지만 그 친구가 나를 궁금해 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근처에서 밀크티를 사고서는 방화동에 있는 그 친구의 집에 초대를 받게 되었다. 또 나는 냉큼 받아들이고 실례를 범한다. 이걸 받아들여도 되는건지, 그냥 예의상 건넨것인데 내가 눈치가 없는 것인지 가늠하기가 어렵다. 친구가 자신의 집의 특징을 짚어주며 소개했다. 그 친구는 깔끔하고 넓은 보금자리를 하나 얻어내어서 자신의 왕국을 만들었다. 그 왕국에는 손가락으로 선 없이 움직이는 침대와, 내 몸만한 크기의 양파망과 그것을 둘 수 있는 테라스, 그리고 태평양만치 넓은 텔레비전이 있었다. 좋은 곳에서 만족할만한 삶을 살고 있는 것 같아보여서 친구가 내심 부럽기도 하고, 친구의 모습이 보기 좋아보였다.
텔레비전에서 그 친구가 과거에 좋아했던 음악들을 틀으며 각자의 일을 잠깐 하고, 음악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그 친구는 2천년대의 락을 주로 들어왔는데 내가 자주 듣던 음악과도 겹치는 것들이 있어서 대화를 이어갈 수 있었다. 책도 읽고 노트북도 건드리며 시간을 보내다가 인사를 건네고 집으로 돌아간다. 돌아가는 길도 쿠키와 책을 아낌없이 주었다. 예기치 않았다고는 하지만 빈손으로 집에 초대받아 손님이라고 앉아있으니 부채의식이 쌓인다.
언젠가 돌려줄 수 있는 그런 시간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운전한다. 비가 잦아들어 운전하는 마음이 부담스럽지 않다.
신체리듬이 또 깨졌다. 네시에 겨우 잠들었다가 다섯시에 다시 눈이 떠지고, 다시는 잠이 오지 않았다. 아예 오징어게임을 5회까지 정주행한다. 긴 영상물에 집중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이정재의 모습을 보고 줘패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걸로 봐선, 잘 몰입하면서 봤던 것 같다.
오늘은 아침에 2차 백신을 맞는다. 내과에는 나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백신을 맞으러 왔다. 어딜가든 마찬가지겠으나 다양한 사람들이 왔다. 세대나 성별 뿐 아니라 이 병원을 찾아와 던지는 말들 역시 그러한데, 몇을 뽑자면, '예약 안하고 왔는데 맞을수 있어요?' '어 저는 여기 개인정보 제공 동의 안하는데요?' '화이자로 되어있던데 모더나는 안되나요?' 등등, 대체로 규정에도 없는 것들을 들어달라며 떼를 쓰는 내용이다. 주사놓는 바늘이 무서워 고개를 돌렸으나 역시 사람이 더 무섭다고 느끼며 병원문을 나선다.
점심에는 카페에 나가서 이것저것 딴짓들을 한다. 커피가 잠을 쫓아내 신체리듬이 깨어졌으나, 낮에 잠을 자는 것은 괜히 아깝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또 커피를 찾을 수밖에 없다.
오늘은 묘하게 말붙이지 않았던 사람들이 내게 말을 붙여왔다. 나는 또 답장에 반가운 티를 내고 말았다. 그리고 그중 한분께는 결례가 될수도 있던 말을 남겼다. 퇴사하고 서울에서 직장생활하는 한분이 머지않아 이 회사 동네에 놀러오시겠노라 말해주셔서 굉장히 반가워했는데, '혹시 그것이 청첩장을 주는 때가 될까요' 하고 괜히 쓸데없는 말을 해버렸던 것이다. 대화의 맥이 크게 막혔고, 다른 주제로 다시 말을 나누긴 했지만 어색하게 대화는 마무리 되고 말았다.
퇴근할 즈음에 했던 대화라 얼굴과 등이 뜨거워진 채 황급히 퇴근하며 대화 내용을 복기했으나 부끄러운건 부끄러운 거였다. 다만, 잠시 지나가며 생각하면, 그런 대화를 엄청 부끄러워 할 만치 대단한 대화를 한것도 아니었다는 생각도 들었다. 결국에는 그렇게 잘못된 대화를 건넨 것도 내 모습이니 그러려니 하고 생각하기로 한다. 플레이리스트에서 재생되었던, '베스트 앨범은 사지 않아' 라는 노래처럼 말이다.
결국 최고 경영자와의 기술회의는 큰 사고 없이 끝이났다. 별일도 아닌데 이렇게 사람을 지치게 하는지 아직도 알수가 없다. 이 회의로 인해 생겨나는 경직된 소통문화에 대한 생각은 아직도 변화가 없다. 이 시간으로 인해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 다시 집중력을 되찾아 생산성을 내어야만 한다.
오전을 운동으로 써서 하루를 밀도있게 보내겠노라 다짐했건만, 또 늦잠을 잤다. 대충 시리얼과 닭가슴살로 끼니를 때우고 자전거를 타러나왔는데 너무 춥다. 역시 어제 쇼핑나갔을 때 트랙자켓이라도 사왔을 것을. 오늘은 갈마치고개-강남300 업힐을 타는 새로운 자전거 코스를 가보기로 했는데, 핸드폰도 추웠는지 코스를 완주하기도 전에 배터리가 모두 소진되었다. 수많은 갈림길, 가파른 언덕, 울퉁불퉁한 노면과 자전거를 봐줄 생각이 없는 자동차들을 만나며 코스를 완주했는데, 이것을 증명해줄 이가 하나도 없어 슬프다. 슬픔과 피로에 잠긴 채 집으로 돌아와 400그램 남짓의 살치살과 컵라면을 먹고 드러눕는다.
자전거만 타고 왔는데도 벌써 오후 다섯시를 향해서 간다. 이번 주말도 너무 헛헛하게 지나가고야 만다.
자전거를 타기에 너무 추운 날씨가 되어버렸다. 주말에 방한장비를 구매하지 못한 댓가를 톡톡이 치른다. 작년에 달리기 할 적에 썼던 목장갑을 착용했으나 큰 도움이 되지는 못했다. 한시간 가깝게 타면서 손과 발이 굳는다. 무엇보다, 옷이 두툼하지 않다보니 땀이 나도 맞바람에 빠르게 식으면서 체온관리가 되지 않았다. 심박수가 150을 넘지 못하는데 숨이 빠르게 차올랐다. 결국 스트라바 기록도 좋지 못했다.
점진적이지 않은, 갑작스런 추위가 와버려서 운동 계획이 복잡해졌다. 올해 자전거 탈 시간이 얼마 안남았음을 느낀다. 그나마 기후를 조금 덜타는, 달리기로 종목을 전환해서 초겨울까지 운동을 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다들 자전거 접고 중고로 좀 내놨으면 좋겠다.
팀 회의때 또 급하게 해달라는 이슈가 있다는 소식을 접한다. 나는 왜 독촉을 받게 되면 이성적인 판단을 못하는 걸까. 남는 것은 분노고, 나는 분노를 이용해 몸을 움직일 수 밖에 없다. 생각해 보면 나는 롤플레잉 게임 할 적에 '분노'를 자원으로 사용하는 캐릭터를 선호하는데, 비슷한 이유인걸까.
부천으로 올라가는 길, 잠시 범박동의 모 쇼핑몰에 들러 점심을 먹고 추운날을 보낼 옷들을 산다. 대부분 기본 긴팔 티셔츠들이다. 데상트에 들러 트랙자켓을 사려고 점원에게 이것저것 물어봤지만 그 점원분은 그다지 전문성을 보여주지 못했다. 보온성이 나쁘지 않아보이는 트랙자켓을 하나 고른다.
집에 들어와 엄마와 아버지에게 인사하고 잠시 카페에 들렀다. 그런데, 안될놈은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지는게 아니라, 유리잔의 밑바닥이 도려내어져 커피를 쏟는다. 하필이면 그 컵을 입으로 가져가는 과정에서 커피가 쏟아지면서, 노트북의 키보드 부분이 흥건하게 젖는다. 15초간 어안이벙벙해 있다가 황급히 점원을 불러 사태를 설명하고 노트북 전원을 차단하며 수습한다. 잠시 또 끓어오르는 분노를 억누르고 점원분께 연락처를 남겨 사장님께 보상책을 논의할 것을 전한다.
노트북이 있다고 달리 주말을 생산성있게 보내는 것이 아니기는 하지만 별 탈 없이 써온 기기를 못쓰게 되어 마음이 씁쓸하다. 아무리 되짚어봐도 내 잘못은 아닌것 같은데, 자꾸 내 행동을 되짚어 오늘 일들을 되돌리고 싶기만 하다. 엄마가 백숙을 해놓으셔서 마음은 금방 가라앉는다. 핸드폰으로 오징어게임 남은 회차를 정주행한다.
나와 3년의 차이가 있는 후배가 오늘 결혼식을 한다. 사실 후배 구경은 덤이고 동아리에서 알고 지냈던 사람들과 인사를 하고 싶어 자리에 참석한다. 익숙한 얼굴들이 많아 인사를 나누지만, 이제 교집합이 거의 없을 정도로 우리는 너무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고만 말았다. 서로 잘 인사하고 있는 것을 보고 있노라니 혹시 다들 비슷한 방향인데 나만 어긋난 것이 아닌가 하여 화사한 복도에서 나즈막이 쓸쓸해진다.
대화는 꾸준히 하지만 모이기는 힘들었던 동기들도 오늘은 넷이나 모였으니, 산본으로 차를 몰아 생산성 없는 일들을 한다. 내일 생일인 친구와 케잌을 순식간에 나눠먹고, 계획에도 없었던 옷을 사고, 산본근교의 호수에 있는 카페에서 잠시 책을 읽었다. 그리고, 위생을 완전히 포기한채 고기의 질과 가격에만 올인한 고깃집에서 마치 펜션 바베큐파티를 하듯이 저녁을 먹는다. 멀리 놀러온 듯한 기분이 들어 굉장히 만족스럽다. 오늘 별달리 친구들과 못했던 이야기를 한것도 없이 먹고 소소한 대화들만 나누었는데도 기분이 좋다.
아침에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는데, 자물쇠를 빼먹고 와버렸다. 회사 앞 자전거 거치대에 거치만 해두고 하루를 보냈으나, 퇴근할 적에 그대로 자전거는 있었다. 운이 좋았다.
몇 주전 현대 드라이빙 아카데미를 통해, 한 날짜에 아반떼N과 아이오닉5를 동시에 타도록 프로그램을 예약했다. 오늘이 바로 그날. 인제 스피디움에 제시간에 가려면 항상 잠을 포기해야만 한다. 요즘 날씨는 안그래도 추운데, 산 깊은곳에 있다보니 더욱 춥다. 여러모로 제때 참석 하는 것 자체가 쉽지가 않다.
아반떼N은 역시 기대치 만큼 좋은 차였다. 하지만 벨로스터 N 과 비교해 극적으로 차이 나는 부분은 역시 없었고, 취향에 따라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을 정도의 차이만 존재한다. 물론 전반적인 완성도, 일상주행과 스포츠주행 사이의 밸런스는 아반떼 쪽이 잘 잡혀있는 인상.
멸종위기종과 생태계교란종을 하루에 다 타보니 마음이 더 조급해진다. 언젠가 내연기관차를 타고 싶어도 탈 수가 없고, 나아가 모든 안전사양이 기본화 되는 것을 넘어, 인간이 운전하는 행위 자체가 불법이 될 날이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사로잡힌다. 모두가 아이로봇 같이 인간을 돕는 기계와 인공지능이 함께 하는 세계를 꿈꿀때, 나는 네트워크 다운으로 마비된 도시를 유유히 빠져나오는 윌스미스가 되는 상상을 한다.
몇달전 이직하여 여의도에서 일하고 계신 동료분께서 휴가를 내어 회사에 찾아오셨다. 며칠전 내게도 연락하여 나의 시간을 빼앗겠노라 예고하셨고, 나는 기쁜 마음으로 시간을 바치겠다 말했었다. 다른곳에서 일하시는 모습이 어떤지 궁금했다.
오후 늦게 회사 근처 카페에서 자리에 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회사 안에서는 다른 부서라서, 일이 바빠서 긴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었는데, 이렇게 따로 시간을 가지고 이야기를 하니 어느 때 보다도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그 분께서는 금융계 직장 IT부서의 특성, 신입 개발자로서의 애환, 출퇴근의 이점, 취미생활중 하나였던 공연관람을 이제 곧 다시 할 수 있다는 희망에 대해 이야기했다. 나는 남아있는 사람들, 나의 취미에 대해 이야기 했다.
이야기는 어쩌다 보니 서로 연애를 하니 못하니 이런 이야기까지 흘러가 버렸다. 그 분도 연애를 안하고 있고, 나도 안하는 중이라는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내가 그분과 더 친해지고 싶어하고 있었다. 그래서 또 일방적인 호들갑을 떨었다. 이것만큼은 괜한 대화를 한 것 같다. 그분이 연애를 안한다고 뭐 내가 어쩔수 있는것도 아닌데.
오늘 그 분의 기억에 나를 만났던 게 담백하고 즐거운 기억으로 남아있을까? 애초에 내가 그분과의 만남을 기대했던 것은 무슨 생각이었던 걸까. 나는 참 시답잖게 사람을 멀리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는 것만 같다. 놀랍지도 않다.
노트북 키보드는 여전히 먹통이고, 내가 시킨 교체용 키보드는 도착할 생각이 없다. 카페에 노트북 가지고 나가서 농땡이 피우는 일은 글러먹었다. 오늘은 날이 좋아 자전거를 타고 나가본다. 지난번에 핸드폰 배터리 문제로 강남300 업힐 기록을 남기지 못했는데, 오늘은 반드시 기록할 생각으로 나가본다.
날씨 문제로 1주일만에 다시 자전거를 탄 것인데, 그리 오래된 시간이 아닌데도 제 페이스가 나오지 않는다. 사실, 요즘 운동 페이스가 그리 좋지 못하다. 언덕에서 발을 저어 올라가는게 쉽지가 않다. 심폐는 그런대로 괜찮은데, 근력이 나오지 않는다. 그래도 극악의 경사도 20퍼센트 업힐을 지나 강남300을 다시한번 넘는다.
몸이 너무 힘들었는지 집에 들어오자마자 씻고 영양보충을 하고 누우니 자연스레 잠이 든다. 일어나서 치킨을 시켜먹는다. 몸에서 기묘하게 열감이 느껴진다. 오늘 운동이 힘들긴 힘들었나 보다.
월요일에 커피를 엎질렀던 카페의 보험사로부터 연락이 와서, 보상산정에 필요한 것을 문자로 알려주겠다고 전화를 해왔으나 소식이 없다. 보상이고 뭐고 이래저래 귀찮다. 키보드 배송이나 빨리 왔으면 한다.
오늘따라 갑자기 내게 질문을 던지는 회사사람들이 좀 있었다. 집중력을 잃고 금세 피로해진다. 퇴근 후에 자취방 책상에 앉아 일을 마저 매듭짓겠노라 다짐했으나 피로가 몸을 지배했다. 결국 침대에 비스듬이 누워서 책을 읽는다. 책 내용이 꽤 흥미로워서 남은 백여 페이지를 마저 다 읽는다.
결국 신청했던 마라톤의 대회일이 다가왔다. 어제와 그저께, 식단을 조절하지 않고 충분한 열량을 보충했다. 잠도 그런대로 잘 잤다. 준비랄 것도 없었으나 준비를 거쳐 탄천 산책로에 섰다. 측정을 위해 앱을 켜고 천천히 발걸음을 옮긴다.
그런데 뭔가 몸이 무겁다. 근력은 그런대로 느껴지고 있지만 심박수에 비해 숨이 쉽게 차오른다. 점심에 뛰다 보니 햇빛이 눈에 거슬려 운동을 집중하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산책로에서 반대편에 마주오는 사람들을 의식해 마스크를 썼다가 벗기를 반복해야 했다. 신발끈 마저 마음대로 고정되지 않으면서 달리기의 리듬을 흐트러트린다.
결국 5km 이 지나고 나서는 체력이 급격하게 방전되며 뛰다 걷기를 반복했다. 겨우 발걸음을 재촉해 다시 집 근처로 돌아와 10km을 기록했는데, 작년 기록을 경신하기는 커녕, 한시간을 넘겨버리고 말았다.
슬픔에 젖어 맘스터치 매장에서 햄버거를 주문한다. 햄버거를 사오면서 집으로 걸어오다 보니, 이 전에 달리기 하면서 느꼈던 어깨의 통증이나 다리의 근육통이 느껴지지 않았다. 일견 다행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결국 이것은 내가 전력을 다하지 못했다는 것도 증명하는 셈이 되고 말았다.
달리면서 느끼는 몸의 부담은 이전이나 지금이나 비슷했을 것이다. 단지 지금이 그 고통을 이겨낼 수 있는 인내력이 더 부족하다는 것이었나.
올해는 자전거와 중량운동을 병행하며, 그 어느 해보다도 운동을 많이 했고, 몸도 많이 발전했다고 자신해왔다. 그러나 그 증거를 증명하지 못하게 되고 말았다. 결과 뿐 아니라 내 자신에게도 큰 실망을 느낀다.
어제는 나만 패배했던 것이 아니었다. 응원했던 팀인 담원 기아가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의 결승에서 아쉽게 패배했다. 모두가 담원 기아의 낙승을 예상했기에 패배는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응원하는 마음이 있어서 인지 나도 결과가 매우 아쉽다. 그런데, 다음날에 올라온 이 패배팀의 기자회견 내용은 매우 밝았다. 자신들의 실수를 유쾌하게 인정했고, 상대팀에게 축하를 잊지 않았다. 무엇보다, 패배의 원인으로 지목된 '칸' - 김동하 선수의 인터뷰는 매우 담대했는데, '패배했을지언정, 최선을 다 했다. 준우승은 죄가 아니니 침울해할 필요는 없겠다. 나는 이렇게 선수생활을 마무리 하지만 동료들의 무궁한 발전을 빌겠다'는 내용의 말을 했다.
간혹 일부 프로게이머들은 그 언변이 유려하지 못하여 자신의 생각을 거칠게 표현하거나, 자신의 의도와는 다르게 표현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 선수는 오랫동안 프로게이머 생활을 하며 느낀 자신의 감정을 담백하게 정리하면서, 패배의 기억을 우울하지 않게, 다같이 유쾌한 기억으로 돌리고 깔끔하게 선수생활을 정리하였다. 마지막에 최선을 다했고, 결과를 담대하고도 유쾌하게 받아들였다.
주중에 장군이가 발을 다쳐 내가 본가에 있었던 주말에는 나른한 모습이 역력했다. 머릿속에는 또 장군이의 생명의 불꽃이 사그러드는 순간이 스쳤다. 나쁜 버릇이 도진다. 장군이가 그 불꽃을 다 태우고 떠나는 날에 내 자신이 의연해 질 수 있을까, 그 때에 의연해 지려면 끝을 생각할 것이 아니라, 장군이가 있는 이 순간에 많이 사랑해 줘야 할 것이다. 작년의 이민혁에게 패배했을 때 의연해 지려면, 내가 몸을 움직일 수 있는 이 순간에 열심히 운동하며 살아야 할 것이다.
김동하 선수가 오랜시간동안 최선을 다해 선수생활 했던 것 처럼 말이다.
일본 법인측으로 부터 버그도 아니고, 그냥 만들어지지 않은 기능을 급하게 지원해달라고 다짜고짜 전화부터 왔다. 매뉴얼에도 지원하지 않고 있다고 써있었는데, 지원 요청 페이지에는 마치 당연히 지원했어야 되었으나 빠진 것 처럼 묘사되었고, 전화 내용도 마찬가지였다. 이슈 페이지를 방금 올렸음에도 언제까지 가능하겠느냐며 독촉했다.
오늘 Java 코드를 작성하겠다는 결심은 완전히 어그러졌다. 나는 또 다시 C 코드를 펼쳐놓고 머릿속에 상주해있던 Spring Batch에 대한 내용을 제거한 다음에, 다시 C 코드에 대한 내용을 머리에 상주시키고 집중해야만 했다.
나는 개발자이고, 이 회사에서는 연구원 이라는 직함을 부여했는데, 그냥 말단 노동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강하다. 사실 원래 그냥 말단 노동자였던것이었는데, 그냥 내가 그 직함의 이름에 속아 과몰입해있었던것인가. 기분이 좋지 않다.
집에 돌아오니 법원으로부터 등기가 왔다는 딱지가 붙었다. 수신자 이름에는 또 '전세세입자'로 되어있다. 나 더이상 전세세입자가 아닌데 이게 도대체 무슨일인지 모르겠다. 관계가 아직 모두 정리된 것이 아니었나. 머릿속은 계속 혼란스럽고 오늘 하루 끝날때까지도 화가 치솟는다.
아침부터 황급히 우체국에 들러 등기를 수령했다. 긴장했던 것과 달리, 파산절차의 종료 및 정리를 진행하는 집회가 열려서, 그것을 공지하려는 등기였다. 즉, 나와는 큰 접점이 없는 문건이었다. 참 별것도 아닌게 사람깜짝 놀라게 하고 말이야.
집 관리사무소에서 낮 한시쯤에 소독을 진행하는데, 신청하면 반드시 집에 한명이상 상주해야 한다고 하여, 아예 휴가를 내기로 했다. 우선, 아침에 황급히 자동차 정비소에 가서 엔진오일과 오일필터를 바꾸고 왔다. 연료필터는 디젤엔진인 경우에만 교환하면 되며, 점화플러그는 점화코일과 함께 10만쯤에 교환하면 된다는 사실도 배우고 온다.
정비소 근처의 써브웨이에 가서 스테이크 앤 치즈 랩을 사다가 점심으로 먹는다. 곧 한시가 되어 소독을 담당하시는 분께서 집을 소독해주신다. 나는 예전에 동네 소독을 하던 방구차를 생각했는데, 그냥 분무기로 화장실과 싱크대 배수구에 약을 뿌리고 가신다. 5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이럴거였으면 그냥 내가 소독약 사다가 따로 할껄 그랬나.
오늘은 미리 예약했던 타이어교체도 한다. 한국타이어에서 나온 컴포트용 최상급 타이어다. 교체비를 합치면 짝당 14만원에 달한다. 다행히 휠이 휘어지는 일은 없었다. 타이어도 생산된지 두달이 채 되지 않은 새 타이어다. 예전 타이어와 비교해보면 컴파운드도 쫀득해보인다. 꽤 돈을 들인 일이었는데, 만족스럽다.
집에 들어오는 때에 맞추어, 기흥에 외근을 나갔던 친구가 일이 빨리 마무리 되어 집으로 놀러온다. 미리 예전에 자랑했던 레이싱 휠 컨트롤러를 시켜준다. 멀미에 약한 친구가 꽤 흥미를 보이며 오랫동안 플레이한다. 꽤 만족스러워 보인다.
친구와 피자를 저녁으로 먹었다. 점심에 열량을 통제했던 것은 의미를 잃었다. 친구는 새로운 직장에서 새로운 일과 루틴을 만들어 내고 있다. 그 과정에서 겪고 있는 마음 부침을 토로한다.
5월에 퇴사했던 회사 후배의 결혼식. 그래도 오랜 시간을 보낸 직장이어서, 우리 회사 사람들이 많이 왔다. 우리회사를 거쳐 이직한 다른 사람들과도 많이 인사했다. 사진 촬영후 밥먹는 자리에서 그 후배가 인사를 올적에, 현 회사 사람들보다도 우리회사 사람들이 더 친하다며, 우리를 '전우' 라고 표현했다. 사람들과 더 대화하고 싶었는데 다들 각자의 이유로 떠나가 버린다. 좋은 인연이었으되, 과하게 몰입해 있을 이유는 또 없었다. 사람들은 그 선을 아주 잘 지키며 각자의 우주로 흩어져 버렸다. 또 나만 아쉬운 사람이었다고 되뇌이며 차에 시동을 걸었다.
집에 돌아오는 동안 날씨가 적당히 선선하면서도 포근했다. 자전거를 안탈 수가 없었다. 앞으로 추워질것을 생각하면 아마 올해 마지막 자전거 타는 날이 될 것을 직감했다. 집에 도착하자 마자 바로 채비하여 자전거 타러 나간다. 지난 마라톤 이후 컨디션이 온전히 돌아온 것은 아니었으나, 자전거를 타기에 부족함은 없었다. 낙엽이 쌓인 55km 의 코스를 달린다. 높은 심박을 유지할 정도로 체온이 유지되면서도, 땀이 금방 식을정도로 선선했다. 허벅지는 상쾌하게 울부짖으며 젖산을 내뿜는다. 기록은 그리 나아지지 않았다.
또 주말은 헛헛하게 지나간다.
'위드코로나'라고 음식점 출입 인원 규정이 완화가 되니, 이제는 다시 저녁에 술과 함께 회식을 하게 되었다. 매번 회식비를 마지막 주에 이르러서야 부랴부랴 털어내고는 했는데, 이렇게 달의 중간에 회식날을 잡다니 사람들은 이날을 꽤 기다려왔던 모양이다.
회식장소는 고깃집이다. 늘 그렇듯 술은 고사하고 고기만 천천히 집어 먹는데, 나를 빼고 모두가 오늘을 기다린듯 잔에 술을 채웠다. 사람들은 왜 내가 술을 먹지 않는 것을 아쉬워 하는 걸까. 내가 사람들이 술먹는것을 아쉬워하지 않는데. 고기가 익어가는 만치 사람들도 점차 술에 익어가기 시작했다. 올곧게 발음이 되지 않기 시작하고, 뜬금없는 자기비판을 하기도 하고, 갑자기 내게 소개팅을 시켜주겠다며 다짜고짜 상대분의 사진을 내게 보여주고는 했다.
남자들만 있는 술자리에서 '연애를 하지 않는 남자'는 또 어그로가 끌려버려서, 아깝다느니 얼굴이 잘생겼다느니, 왜 연애를 안하는지 모르겠다느니, 소개를 시켜주겠다느니 온갖 호의의 칼집에 숨긴 칼날과도 같은 말들로 난도질을 당한다. 이 모든 것은 술로 용서가 되고 잊힌다.
어젯밤, 계획은 있었으나, 결과적으론 다소 충동적으로 자전거를 구매했다. 서울 까치산역에서 구매했고, 대략 190만원을 지불했다. 서울로 올라온 김에, 본가에서 쉬었다가 느긋하게 일어나 부모님과 짜장면을 먹는다.
카페에 들렀다가 집에 들어가기 전, 차에서 자전거를 꺼내어 상태를 잠시 확인해본다. 앞변속기 케이블 상태가 불량하다. 나중에 살펴본 것이지만 크랭크도 원래 출고때의 크랭크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매입에 영향을 줄 요소는 아니었지만, 좀 꼼꼼하게 확인했으면 좋았을 걸 싶다. 그래도 조회를 해보니 정품으로는 확인되었고, 크랭크와 케이블 상태를 빼면 나머지는 탈만 하다는 판단이 들었다. 정비나 맡기고 내년부터 오래오래 타야지. 빨리 성능을 확인해보고 싶다.
장군이는 여전히 잘 있다. 이래저래 잔병이 많아 사람 맘을 아프게 한다. 오늘은 장군이를 데리고 동네의 카페에 나가본다. 엄마와 아버지가 이웃들과 소담을 나누러 간 사이 커피와 소일거리를 해치운다. 테라스에 자리잡아 앉으니, 장군이는 밖에 엄마 아버지가 지나다니지는 않는지 고개를 계속 두리번 거린다.
저녁을 먹고 본가에 돌아가기 전에 그 커피집에 들러 또 아메리카노를 시킨다. 저녁시간은 내가 커피 사고를 당했던 때의 알바생 분이 계셨다. 나를 알아보시고는, 노트북은 괜찮은지, 보험처리는 잘 되었는지 물어보셨다. 잘 처리되었노라 말씀드렸더니, 그때 죄송했다며 커피 하나를 공짜로 전해주셨다. 사실 그분이 죄송할 일이 아니었는데, 그리고 일도 잘 마무리 되었는데 사죄의 말씀을 하시니 괜히 죄송스러운 마음이 생긴다. 아마 그 상황을 겪고 깜짝 놀랐던게 나만 그런건 아니었던 모양이다. 용인가는길에 그때의 일을 떠올리며 빨대를 홀짝거린다.
건강검진을 예약한 날이다. 아예 오늘 하루는 휴가를 내고 검진 받고 쉬기로 한다. 전에는 서현에 있는 병원에 검진을 받았었지만, 이번에는 몇주전 부랴부랴 건강검진을 예약하면서 더이상 예약을 받지 않기로 했고, 수내에 있는 병원에서 받기로 한다. 병원에 가보니, 오피스텔의 상가 일부를 병원으로 사용하고 있어서, 엑스레이를 찍으러 가는 복도에 입주민이 지나가기도 하고 뭔가 어수선하다. 크게 불편한 것은 없었으나, 다음에 건강검진 받을 때에는 연초에 바로 예약해야 되겠노라 생각했다.
병원은 수내역 근처에 있었으므로, 이 주변에 사는 친구에게 연락했는데, 의외로 연락을 받았다. 친구는 실연의 아픔, 재택근무의 고립감, 어려운 회사의 일들에 뒤섞여 힘들어하고 있었다. 나는 재택근무를 해본적이 별로 없어서, 가끔 재택근무로 회사일을 할 적에 회사에서 할 때보다 집중력이 높다는 생각을 했는데, 마냥 그렇지 아니한 모양이다. 친구의 문제를 해결해 줄 능력은 슬프게도 내게 없었고, 나는 그저 잠자코 듣고 있었을 뿐이었다.
정비를 맡긴 자전거를 찾으러 갔다. 그야말로 환골탈태했다. 자전거 샀을 때에 발견했던 문제는 모두 해결되었고, 기름때도 말끔히 사라졌다. 벌써부터 이 자전거를 마음껏 타볼날이 기다려진다.
어제는 모처럼 친구들과 술자리가 생겼다. 시간이 맞는 세명이 양재역 근처에 모여 맥주와 기름진 음식을 홀짝거렸다.
한 친구는 자신이 끊임없이 말하는 것, 한가지에 오래 몰두해 있는 동안 원래 하던일을 놓치는 모습이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라 정신적 교정을 받아야 되는 것만 같다고 생각하게 되었다며 눈물을 흘렸다. 사실 그 친구의 모습은 전혀 문제될 겂이 없었고, 다만 자신의 모습을 '어떤 형태' 라고 정의내리고 교정하려고 하는 것이 슬펐다. 무언가 이상하다고 느낄때 그것을 문제라고 정의내리고 해결하는 것이 공대생이라고는 하지만, 사람이 살아가는 방법이 사람수 만큼있을진대 그 모습에서 어떤 마음을 느끼고 좌절했던 것일까. 감히 나는 가늠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오히려 뭔가 몰입하지 못하는 내 자신을 한탄 할수 밖에 없었다. 지금 내가 재미를 느끼고 있는 것이 사라져버려서 허무해져버린 내 모습을 말할 수 밖에 없었다. 나는 또 되도 않는 위로랍시고 지금 매력없는 내 모습을 또 드러내고야 말았다. 무엇도 쉽게 좋아하지 못하는 내 모습. 그리고 누구도 좋아해 주지 않는 나. 나는 눈물을 흘리지 않았으되 그렇게 말하는 순간 자리에 있는 그 누구보다도 초라해지고야 말았다. 사람 살아가는 방법이 사람수만큼이라고는 해도, 지금의 내 모습은 그토록 내가 바라던 만족스러운 모습인걸까. 오히려 변화를 바라는 그 친구에 비해 내 모습은 무언가가 이미 '되어버린' 게 아닐까. 나는 매 순간 굳어져가고 있는 내모습을 또 여기서 보고야 말았다.
술자리가 끝나고 그 친구는 오전에 내게 이야기를 들어주어 고마웠다는 글을 보냈다. 나는 또 내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나 역시도 문자로 그 친구에게 감사했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글을 보내고 속으로 나직이 내 모습을 부끄러워했다.
저녁에는 이력서를 제출한 곳으로 부터 온라인 코딩테스트를 제안 받아 응시했다. 네문제를 모두 풀었는데, 한문제는 제출 30분전 잘못 풀었음을 깨달았으나, 새로운 해결책을 코드에 담아내지 못하고 그대로 제출했다. 제출하고 얼마 안되어 피로감이 몰려왔다.
온라인 코딩 테스트의 여운이 채 가시지도 않았는데, 출근 후 주차장에서 뜻하지 않게 메시지를 받았다. 바로 전화를 드렸는데, 면접일정을 잡자는 것이었다. 나는 이내 고무되었고, 다음주 화요일로 면접일정을 잡았다. 면접 전까지 지금까지 했던 일들을 정리할 시간이 있을 것이다. 이직 프로세스가 처음이니 뭘 어떻게 준비해야 될지도 모르겠네.
다만, 회사에서 오늘까지 만들기로 한 코드를 끝내 완성하지 못하고, 완성하지 못한 사유와, 다음 계획을 브리핑 했다. 패배감이 몰려온다. 아무래도 Java는 내가 익숙해지기 쉬운 언어가 아닌가보다.
면접은 역시 가혹했다. 면접을 앞두고 프로젝트의 이력을 점검하고, 내가 짰던 코드들의 본질적인 원리들, 객체지향 프로그래밍의 근본을 나타내는 키워드들을 점검했던 것은 물론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나는 낯선 사람들 앞에서 또 내가 잘 모르는 것들에 대해 아무말이나 뱉어내고야 말았다. '회사에 들어왔을 때 도메인이 많이 달라서 고생할 텐데, 연차대비 낮은 지식수준으로 인해 고생할 수도 있다, 자신있느냐' 하는 질문에도, '혹시 낯선것을 배우게 되는것에 있어서, 처음 회사 들어갔을때 메인프레임을 배웠다가 지금 이직 시도하는 것 처럼 이 회사도 나중에 나가게 될 위험성은 없느냐' 하는 질문에도 제대로 된 대답을 해내지 못했다.
나는 내 소신대로의 답을 해야 할지, 면접관이 좋아할만한 답을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고, 어떤 질문은 근본적으로 생각해본적이 없기도 하여 순발력있게 답하지도 못했다. 면접 분위기는 딱딱하게 흘러갔다. 무엇보다, 면접관 분들은 내가 가지고 있는 기술 기반이 회사와 많이 맞지 않아서, 들어오면 꽤 많이 스트레스 받고 고생할 것이라는 말을 해주었다. 클라우드 관련한 지식을 물어봤는데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 내가 업무에 적합하지 않다고 그 면접의 분위기가 내게 말해주는 듯 했다.
처음 면접장을 나왔을 때에는 당장 답변을 만들어내서 말하지 못한것이 분했다. 그런데, 잠시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냥 면접때 가지고 있던 내 모습이 그냥 지금의 결과를 말해주는 것이었다. 내 자신에게 불만 스러웠지만, 면접에서 떨어진 것은 당위성이 있을 것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의 지하철 안에는 패배감과 아쉬움이 사람모습을 하고 내 옆에 서있었다. 오늘은 새로운 경험을 얻었다. 이게 끝이 아닐것이다. 면접이 끝나고 여의도에서 찾아뵈었던 분과 대화에서 말했던 것 처럼, 내 이력은 여기서 계속 이어질 것이다. 계속 패배하고, 계속 문을 두드리고, 계속 객관화 될 것이다.
CTO님은 전화로 직접 불합격 소식을 통보해주셨다. 나는 알려주신 책을 정독하고 더욱 정진하겠다는 말을 남겼다. '그냥 가지고있는 기술의 배경이 달라서, 즉시전력감으로 채용하기 어려웠다'고는 하지만, 이직의 높은 벽을 실감했고, 수련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면접이 끝난 바로 다음에는 '면접에 주어진 답을 더 잘할껄' 하고 생각했는데, 다시 생각해보면 내가 가지고 있는 카드 자체가 매력적이지 못했기 때문에, 어떻게 풀어나가더라도 면접의 허들을 넘기는 어려웠을 것이고, 설령 그것을 넘어 합격했다고 하더라도 굉장한 가시밭길이었을 것이다.
내게 이 기회를 소개시켜준 분과 아침에 소회를 나누었다. 알고보니 그 분은 꽤 오랫동안 준비해왔고, 그러므로 다른 곳으로 갈 수 있었고, 다른 선택지를 고민할 권리를 얻어냈다. 내 스스로가 부끄러워졌다. 면접이후 자기객관화가 되었다는 소감을 나누었다. 나는 수련을 더 쌓을 수 밖에 없겠다.
점심이 지나서, 먼저 한화로 자리를 옮겼던 회사 전 후배가 이력서를 달라고 제의해왔다.
내게는 대학시절에 마트 주차장 알바로 만났던 친구가 하나 있는데, 오랜만에 연락을 했고, 어제 약 1년만에 다시 만났다. 아침에 약속장소가 바뀌고 채팅도 다소 지지부진 해서, 뭔가 이제는 인연의 끈이 얇아지고 있는가 생각하고 있었으나, 맞으러 나온 친구의 얼굴에 웃음이 만연한 것이 그런 생각은 날아가버렸다. 본인이 취미로 하고 있는 보석 십자수 키트를 선물로 들고왔다. 뭘 이런걸다…
김포 외곽에 있는 카페에 자리잡아 근황을 나눈다. 면접을 떨어졌던 것, 더 거슬러 올라가서 본의아니게 이번 집을 인수하게 되어버렸다는 근황을 털어놓는다. 그 친구도 혼인신고와 집을 얻기 위한 청약 신청 연대기를 읊어낸다. 학비를 벌겠다고 마트 주차장에서 손짓으로 알바하던 둘은 어느새 현실을 살고 있다. 친구가 추천해준 근처의 곰탕집 곰탕이 매우 맛있다. 카페에서 빵을 먹어서 배가 그리 고프지 않았는데도 여유롭게 한그릇을 비웠다. 아라뱃길 근처 산책로를 같이 거닐며 소화와 대화를 겸한다. 어느덧 해질녘이 되어 각자의 집으로 흩어진다. 다음 만남을 기약할 수 있어 기쁨과 아쉬움이 교차한다.
집으로 돌아왔는데 동생이 와있다. 오늘은 모처럼 가족 네명이 모두 모여 저녁을 먹는다.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가니 오랜만에 가족끼리 저녁다운 저녁을 먹는듯한 모양새다. 아무래도 나만 그렇게 생각한 것은 아니었는지, 아버지가 옷을 챙기시고는 근처 새로생긴 카페에서 차나 마시러 가자고 하신다. 옷을 챙겨서 입고 나가니 카페 모양새가 깔끔해 대화하기에 나쁘지 않았다. 동생은 요즘 새로산 집을 걱정했고, 아버지는 차를 바꾸고 싶어하셨고, 나는 면접에 떨어져 자기객관화가 되었다고 말했고, 엄마는 장군이에게 잔소리를 했다. 각자 가지고 있는 생각들을 한 테이블에 털어놓고 감자튀김처럼 나누어 먹었다.
카페를 나서고 장군이도 오늘따라 기운넘치게 걷는다. 걱정할 것이 없어 기분이 좋았다.
평소에 느끼지 못했던 피로감이 아침에 내 몸을 감쌌다. 눈이 뜨였으되 오늘은 제 시간에 정신을 차리기가 어렵겠다. 잠시 고민하다가, 팀장님께 오늘 오전 반차를 쓰겠노라 전했다. 이왕 시간을 벌었으니 맡겨둔 빨래도 찾고 대충 쇼핑몰가서 점심먹고 출근하기로 한다.
입사한 이래로 회사 체육관에서 항상 인사해주시던 트레이너님이 한분 계신데, 임신을 하심으로 인해 이번 주를 끝으로 나오지 않으시게 되었다. 그동안 인사주시고 핀포인트 레슨을 해주셨는데 그냥 보내드릴수가 없었다. 고민 끝에 드러그스토어에서 수분크림을 사서 가져간다.
체육관에서 운동을 마치고 선물과 함께 인사를 전해드린다. 받고서 기뻐하셔서 다행스러웠다. 올해 회사에서 많은 사람들이 떠나갔다. 모두가 그리는 인생의 곡선이 몇번의 접점을 만들어내다 이제 다른 방향으로 그래프를 그릴 것이다. 떠나보내는 마음을 이렇게 달래고 나면 내가 그리는 곡선도 더 완만하되 분명하지 않을까.
주말에 할일이 없어진 사내 한명이 나의 시간을 저당잡았다. 내일은 설렁탕을 점심으로 먹고 대충 카페에서 각자의 소일거리를 할 것이다. 그러려면 오늘 코드테스트를 치루어야만 한다. 운동도 대강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정리하니 아홉시를 조금 지났다. 세시간 반 동안 세문제를 풀어낼 것이다.
세 문제는 전반적으로 수학적인 사고능력을 요구했다. 마지막 문제때 제출한 답안은 성능상 문제가 있었다. 처음의 두문제는 합쳐서 한 시간도 소비하지 않았지만, 마지막 문제는 끝내 성능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실마리가 될만한 코드를 만들어내고 있었지만 적용해보지는 못한 채 시간이 종료되었다. 매번 이런일을 하게 될때마다 뭔가 자기객관화가 되는것만 같은 기분이 드는건 어째서일까.
마지막에 풀지 못한 문제는 곱씹어 볼 필요가 있겠다.
주말인데도 묘하게 평일보다도 일찍 눈이 뜨인다. 억울한 마음이 들어 핸드폰을 들고 한시간은 밍기적거리다가 씻는다. 오늘은 점심에 설렁탕을 먹기로 했다.
서울을 가로지르며 오는 한 사내는 교통상황을 핑계로 약속을 30분 늦추어달라고 하였다. 열두시 삼십분이 되어 설렁탕집에서 만난다. 라디오 광고로 유명하다는 이 집은 알고보니 체인점이다. 작은 설렁탕, 큰 설렁탕, 만두를 시켜다가 나누어 먹는다.
근황 이야기를 하다가 내가 이직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던 이야기, 그것을 통해 자기객관화를 하게 되었다는 이야기, 회사가 우선협상대상자를 최근에 정했다는 이야기를 했다. 뭘 그리도 잘 아는지 하는 말마다 이래야 된다 저래야 된다 하는 말들이 들린다. 당사자가 시큰둥 한데도 회사가 어렵지 않으면 왜 팔겠느냐느니, 니 자리를 지켜야 한다느니 하는 말도 한다. 기분 나빠도 되는건가 하고 곰곰히 생각해 본다.
소일거리를 할 카페를 찾다가 결국 전에도 한번 가본적 있었던 과천 근처의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한다. 빵과 커피를 하나씩 사서 자리잡아 앉아 일하기 싫음을 강하게 어필한다. 사내는 피로를 호소했다. 집에 있으면 시간이 아까워 밖으로 나오고 싶은데 바깥에 나오면 집에 들어가고 싶어하는 미련한 중생아…
안전문자가 날아와 대설주의보가 있음을 알렸다. 시간이 얼마되지 않아 구름이 해를 가리더니 눈이 왔다. 크게 생각이 없었으나 사내는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오늘은 해산하자고 말한다. 이에 동의하여 오늘은 여기까지만 시간을 보내고 집에가서 못했던 집안일을 하기로 한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눈길이 되고 있어서 그 판단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돌아가면서 설렁탕 먹을적에 들었던 말을 다시 곰곰히 생각해본다. 내가 평소에 그런말을 했어서 돌려준 것인지도 생각해본다. 근데 잘 모르겠다. 결국엔 기분나빠도 된다고 결론짓는다. 그 사내에 대해 생각하는게 달라지는 것은 없다. 그냥 기분만 나빠졌을 뿐이다.
등 쪽의 통증이 나아지지 않았다. 오늘 체육관에서 스쿼트를 한 이후로 다시 심해졌다. 폼롤러로 아무리 눌러봐도 뭉친것이 풀리지 않는다. 근육이 단순히 뭉친게 아니라 혹시 찢어진건가 싶은 생각도 든다. 결국 오늘은 스쿼트밖에 운동을 수행하지 못했다. 연말에 운동능력이 이렇게 감소하다니. 적어도 이번 한주는 웨이트 트레이닝은 쉬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집에 돌아와서 건강검진 결과표를 읽어보니 미묘한 지표가 하나 더있다. '당혈색지표'가 그렇다. 공복 혈당 자체는 정상이지만, 저 지표는 당뇨 전단계이니 꾸준히 검사하란다. 찾아보니, 당혈색지표는 대략 석달간의 평균 혈당을 나타내는 거라 더 중요한 지표라는 모양이다.
뭔가 억울한 마음부터가 앞선다. 점심과 저녁에는 단백질만 찾아먹고, 운동 후에 씨리얼을 먹은것을 빼면 당과 탄수화물 공급도 제한했는데, 간식을 단것으로 집어먹지도 않았는데, 자전거도 2000k 를 타고, 3대 지수도 370까지 끌어올렸는데도 혈당이 높다니.
이래저래 올 한해 건강관리는 실패인가 보다. 허무함이 밀려든다.
올해 회사를 떠나는 사람들의 행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제는 내 다음에 들어왔던, 한때는 혼자 마음을 품기도 했던 분을 떠나보내야만 한다. 미리 예약해둔 음식점에서 규카츠를 점심으로 먹는다.
회사를 떠나는 그분의 눈빛에서 의욕이 느껴진다. 이 회사가 뭔가 잘못되긴 참 잘못되었구나 하는 것을 느낀다. 입사일 전까지 쉬는 시간에도 공부를 할것이라는 말씀도 남겼다. 입사때 아무것도 모르던 후배 개발자는 어느새 개발을 생활속에 녹여낸 멋진 개발자로 변해있었다. 그렇게 떠나는 사람을 앞에 두게 되니, 내 모습이 초라해 부끄러움을 감추기 어렵다.
밥을 다 먹고 계산을 하려니 어느새 카드를 꺼내들어 먼저 계산을 해버리셨다. 미안 마일리지가 계속 쌓인다. 갚을 기회가 부여된다면 좋겠는데 앞으로 그런 여지가 있을지 모르겠다.
고등학교 동창중 한명은 하필 결혼식 날짜를 오늘로 잡아놓았다. 단톡방에서도 당일엔 얼굴을 비추리라 예고했었기에, 늦잠을 잤으나 얼굴은 비추러 가보기로 한다.
결혼식은 광명에서 열렸는데, 결혼식장은 화려하되 하객이 그리 많지는 않은듯 하다. 친구 얼굴은 신랑 메이크업을 했는지 내가 알던 인상과 조금 다르다. 축가는 가수를 업으로 하고 있는 동창이 불러주었다. 역시 가창력이 상당하다.
오랜만에 보는 얼굴들은 큰 변화는 없이 고등학교때의 얼굴을 그대로 가지고는 있었지만, 우리는 졸업 후 너무 오랜시간을 못봤던 나머지 그때 그 친근함을 많이 잃어버리고 말았다. 어색하게 근황을 나누니 우리는 서로 다 비슷비슷하게 살고 있었다. 밥을 먹으러 같이 자리에 앉았지만, 각자의 이유로 하나둘씩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치 동네에서 놀다가 저녁시간이 되어 각자 흩어져 집으로 돌아간 것 처럼 그랬다. 앞으로 이들과 이런 친분을 나눌 시간이 얼마나 남았을지 알수가 없었다. 차를 타고 집 돌아가는 길이 쓸쓸했다.
코드테스트를 제안했던 한화측으로 부터 합격 소식을 통보받았다. 면접은 다음주 수요일에, 화상으로 있을 예정이다. 면접 못하는데 큰일이다.
추천서를 적어준 후배님에게 합격소식과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면접때 들었던 질문을 아는대로만 알려달라고 말해주었더니 자신이 찾아봤던 자료를 흔쾌히 건내주며, 꼭 합격해서 여기에 왔으면 좋겠다는 말을 전했다. 나를 지나치게 고평가를 해주는 것이 진의인지 예의인지 헷갈린다. 내가 그정도의 인간은 아닌데.
올해의 통산 기록을 정리해보자. 삼성헬스 기준.
* 총운동량 357시간 51분 59초, 153684kcal 소모.
* 자전거 : 2227.66km, 101시간 23분 34초, 54011 kcal 소모. 최장 라이딩 거리는 112.6km
* 근력운동 : 3대 중량 370kg, 223시간 39분 53초, 86721kcal 소모.
* 달리기 : 50.04km, 5시간 25분 32초, 4799kcal 소모. 최장 거리는 10.01km.
* 등산 : 111.39km, 27시간 53분 28초, 8643 kcal 소모.